[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5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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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5 (빠이)

아랑다리 4 3814

벌써 5일이네요. 전체 일정의 1/6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습니다.


티스토리 어플 때문에 짜증나서 못 올릴뻔했는데 그래도 경우 올라갔네요. 한시간 후에 치앙마이 가는 버스 타는데 다행입니다.


다들 즐거운 일요일 그리고 신나는 월요일(...) 되세요. ^^


http://lkfar.tistory.com/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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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빠이린에서 자연의 소리는 입체적이다. 정체모를 다양한 소리가 15중창으로 들려온다. 한쪽에서는 새의 지저김이 짹짹 거리고, 다른 쪽에서는 곤충의 소리로 추청되는 "우엉우엉" 거리는 소리가 난다. "꾸어어억", 이 소리는 무슨 소리인지 상상도 안된다. 그리고 이런 베이스 위에 절대 잊을 수 없는 솔로 소프라노, 닭의 "꼬꼬댁꼬''이 울려퍼진다. "꼬꼬댁"이 아니라 "꼬꼬댁꼬"이다.

새벽 6시쯤 이곳 닭들의 일어라나는 성황가 울려퍼진다. 조금 버텨보다가 이내 포기하고 일어난다. 그래도 기분 나쁜 기상은 아니다. 창 밖을 보니 날이 밝아지면서 해가 올라오려 하는게 보인다.


옷은 어제 다 빨아서 없기에 패딩을 꺼내서 펼치고 입고 테라스로 나와본다. 풀내음이 아침 공기에 섞여 전해지면서 기분 좋은 자연의 냄새를 느낀다. 이곳에 있는 편안해보이던 의자에 처음으로 누워본다. 아늑하다.



온갖 소리들이 섞여서 울려대는 이 소리가 여기도 해돋이가 있는데 안보고 뭐하는거야, 라는 성화로 들린다. 그래, 앞에 산으로 가로막혀서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는 볼 수 없겠지만, 산곡선으로 올라오는 일출은 볼 수 있을거다. 알았어, 알았어, 볼테니까 그만 성화 부려. '꾸우욱' 이 소리는 도데체 정체가 뭐냐.



어제 한 빨래는 하나도 안말랐다. 큰일이다. 오늘은 결국 잠옷인 주머니 없는 체크 무늬 바지와, 옆구리 뚫린 후드티를 입고 다니게 생겼다. 어차피 숙소에서 책을 보기로 했으니 큰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아침은 먹으러 가야할텐데.


왠지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서 키보드를 가지고 나와서 잠시 쓰다가 누워서 자연이 하루에 한번 연출하는 영화를 여행 5일만에 처음으로 감상한다. 아 근데 지평선으로 올라오는 일출과 다르게 산곡선으로 올라오는 저 분은 눈이 너무 부셔서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해돋이를 이렇게 보지 않는 이유가 있음을 경험으로 깨닫는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희한하게 저분이 제 자리를 찾아가면 오케스트라의 향연이 적당히 멈춘다. 아까는 프레스토의 급함이 느껴졌다면, 이제는 아다지오의 여유가 전해진다. 그래, 지난 몇일 나도 좀 급하게 달려온거 같다. 오늘은 아다지오의 템포를 찾아보자. 


사진에 이쁘게 담고 싶은데, 노출, 조리개 조절 다 해보고 ND필터까지 활용해봐도 원하는 그림은 안나온다.


잠시 누워서 구름이라는 캔버스에 햇빛이 그리는 그림을 감상한다. 영화도 좋았지만 그림도 멋드러진다. 이러고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하지만 가끔은 인간이 홀로 있을때 가장 행복하지 않나 싶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과 나만의 공간. 350바트가 선사하는 하루동안의 나만의 극장.


자연의 소리는 참 신비하다. 다른 소리는 잠을 방해하지만 이 소리들은 그 음량이 아무리 크다하여도 자장가일 뿐이다. 요즘은 이어폰을 안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인간이 만든 음악 따위, 방해만 된다.

예상치 못한 선물을 선사 받았음에 감사한다. 나를 깨워준 무수히 많은 생물들에 감사한다. 베란다가 이쪽으로 나 있었음에 감사한다. 오늘 하루는 감사로 시작해보자. 

감상적인 것은 여기까지. 이제 슬슬 나가볼까. 옷이 다 안말라서 진짜 어쩔 수 없이 잠옷을 입고 아침을 먹으러 가게 생겼다. 근데 아무도 모를게 뻔하다.



조금 누워 쉬다가 열쇠를 들고 나온다. 엄마냥이가 바닥에서 뒹구는게 뭘 원하는지 알겠다. 볼 옆을 살짝 긁어주니 '그르르'거리며 기분 좋아한다. 저길 만져주면 호르몬이 분비되서 냥이들이 기분 좋아한다. 사장님이 지나가길래 오늘 하루 연장하겠다고 한다. 대금을 지금 드릴까, 나중에 드릴까 했더니 그냥 나중에 달라고 하셔서 그러겠다고 한다.


스쿠터에 올라타고 길을 나선다. 이 바지 안좋은게 주머니가 하나도 없다. 가방에 다 넣어야 하는데 카오산에서 산 이 가방은 잠금 장치가 엉망이라 매우 불편하다. 묶었다 푸를때마다 리본매듭을 지어야 한다. 오늘 낮에 이 가방 개조도 시간 나면 좀 해볼까 싶다.


어제 먹었던 아침을 먹으러 또 온다. 여기 느낌이 좋아서 이곳에 있는 동안 매일 와야겠다. 여행 다닐때 한곳에 있으면 하나의 일상을 만드는게 나는 좋다. 혼돈의 여행 속에서 질서가 찾아지며 마음의 평안이 온다.


어제 먹었던 죽을 먹고 있는데 어제 봤던 그 핫바디 커플이 또 지나가다 이곳에 들린다. 남자는 사실 못 알아보고, 여자분 얼굴도 못 알아봤는데... 알아봤다. 아 내가 싫다. 인연은 인연인게 확실한데 어찌할 수 없는 인연이다. 훈남 커플은 주스를 하나 사들고 떠난다.


30바트에 배부르게 아침을 해결했다. 커피는 조금 드라이브 나가서 먹을까 싶다. 기름이 간당간당한데 채워야 될까? 오늘은 많이 안쓸거 같긴 한데. 남겨서 반납하긴 아깝긴 한데 50바트 아끼다가 길 한복판에서 멈추는 것 보다는 낫지 싶다.

어제 한번 왔던 길이라 쉽게 찾아온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여기도 9시 출근인가? 일단 주차를 하고 잠시 기다려본다. 흠, 근데 아무래도 금방 안오지 싶다. 좀 기다리다 다시 길을 나선다.

기름이 불안불안하다. 동네에서 돌아다니는건 괜찮은데 멀리 나가기는 좀 위험해 보인다. 뭐 그래도 한번 가볼까. 어찌 되겠지 뭐. 어제 보니까 나같은 사람을 위하여 전화하면 택시가 픽업하러 오는 서비스도 있더라. 하긴 한둘이겠어.

길을 대충 보고 나섰는데... 길을 잘못 들었다. 여기가 어디지? 다시 돌아나갈까? 그냥 한번 가보자. 걸어가는 것도 아니고 굳이 좀 해맨다고 문제가 될 이유는 없지 않나.

시골길을 들어서서 계속 쭉 간다. 그냥 막다른 길인가. 아님 주거촌인가. 그냥 햇살이 밝아서 아무 생각없이 드라이브 하며 가다보니 이쁜 건물들이 한둘 보인다.

허... 이곳에 일종의 카페촌이 형성되어 있다. 론리랑 지도에서는 못 본거 같은데. 새로 형성된건지 인기 없어서 빼놓은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잭팟! 아직 오픈 준비하는듯 청소를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연듯 해서 주차를 하고 들어간다.


사장님이 날 보더니 "10 Minutes!"라고 한다. 10분 정도야 기다리는 것도 아니지. 노프라블램을 외쳐주고 자리에 앉는다. 근데 왠 지랄맞은 견이 하나 있다. 하는 행동이 딱 비글 같은데 비글은 아닌거 같고... 개쪽은 내가 약해서 잘 모르겠지만 좀 놀아줘야겠다.



아 촐싹맞어. 으르렁 거리면서도 만져주면 좋아하고, 팔짝 팔짝 뛰면서 난리도 아니다. 귀엽긴 한데 확실히 나는 고양이과인가보다. 근데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묶여 있는 개를 본건 처음인거 같기도 하다. 사진 한번 찍을려고 해도 영 쉽지가 않다. 좀 가만히 있으라고!

그렇게 놀아주는데 사장님 딸인 애가 수줍게 온다. 뭐지? 사인이라도 받을려고 하나? 조용히 쪽지를 하나 내민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Open 10.00]

흠, 10분 후가 아니라 10시에 오픈한다는 말이군. 지금이 8시반. 저 손님은 어쩔려고 저러고 있나 사장님이 많이 걱정하셨겠다.


민망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척 스쿠터에 오른다. 근데 그러고보니 오늘 토요일 아니야? 왜 다들 이리 늦게 문을 여는거지? 여기 이뻤는데 아쉽다.

다시 길을 나선다. 근데 앞으로는 진짜 없어 보인다. 일단 그냥 쭉 가본다. 그냥 내키는데로 좌회전, 우회전, 우회전, 좌회전... 앞에 아까 카페가 보인다. 이거 뭐 길눈이 안좋다고 해야 하나 바보라고 해야 하나.

사장님이 보이길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지나친다. 근데 바로 옆에 이번에는 오픈한듯한 곳이 보인다. 앞에 다 먹고 남겨놓은 식기들이 있으니 확실히 오픈했을거다.


이번에는 확실히 하고자 들어가기 전에 "Open?"이라고 물어보니 젊은 사장님, 기분좋게 들어오라고 한다. 바로 옆에 있었는데 뭘 이리 한바퀴를 돈거지. 살폿이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멋쟁이 모자를 쓴 젊은 사장님이다. 카페도 이쁘다. 근데 뭔가 메뉴가 불안한게 커피가 왠지 없어보인다. 설마, 하면서 물어보니 없단다. 커피 한잔 마시기 겁나 힘들구먼.

인사하고 나오다가 다시 들어가서 혹시 차는 있냐고 물어본다. 있단다. 아 그래, 모닝 차 한잔도 괜찮지. 차는 뭐가 있냐니까 향이 주력인 차와 맛이 주력인 차가 있단다. 차는 자고로 향이지! 향차로 달라고 한다. 잔으로 마시면 40바트, 주전자로 마시면 80바트다. 아 여기 물가 비싸다. 빠이의 가로수길 같은 곳인가? 살짝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당연히 잔으로 달라고 한다. 80바트라니... 어제 팟타이가 50바트였는데. 실망하는 듯한 사장님 모습을 뒤로 하고 테라스에 와서 자리를 잡는다.


서빙해주면서 사장님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 약간 자격지심이 생겨서 또 이리 대답한다. "아닌거 같지만, 한국 사람이야..." 솔직히 이 사장님이 더 한국사람 같다. 사장님 반가워하면서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국어 메뉴판을 가지고 온다. 글씨체가 어떤 이쁜 여자분이 쓴듯하다. 뭔가 한국어를 보니 반갑다.


근데 이건 메뉴판이다. 사장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날 본다. 하... 나 방금 밥 먹고 왔는데. 영업하시는거 같지는 않은데 뭔가 상황이 묘하다. 다시 한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메뉴판을 돌려준다. "여자분 글씨체가 이쁘네요. 하하."

근데 여기 사장님들은 생활에 여유가 좀 있는분들 같다. 앞에 사장님도 묶어서 키우는 개가 있고 이분도 옷차림이 일단 나보다는 부자로 보인다. 


이제 앉아서 글을 좀 쓴다. 여기 한적하고 조용하니 좋다. 차는 향이 좋다더니만 그냥 녹차 느낌이다. 그래도 뭐, 차를 맛으로 마시나, 이 한잔이 주는 여유와 행복으로 마시는거지.


어제 좀 기분이 울적해서 오늘 떠날까 고민을 좀 했었다. 치앙마이로 돌아가든가, 아님 더 안쪽인 메홍쏜으로 가던가. 근데 단순한게 아침에 해돋이쇼(?)를 한번 봤더니 기분이 완전히 풀려버렸다. 이런 것도 여행이 주는 묘미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사실 그리 오바할 일도 아니었다. 애도 아니고... 

여기 앉아서 책을 좀 본다. 리디북스에 담았던 김영하의 '보다'는 다 봤고, '말하다'를 보기 시작했다. '보다'는 사실 좀 실망이었다. 원래 '말하다'를 보고 싶어서 전편격인 '보다'를 본것이었으니 이번 책은 기대를 좀 해본다. 이곳에서 그분이 오실때까지 책이나 봐야겠다.

'말하다'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글쓰기는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우리를 해방시킵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동안 우리 자신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기 전까지 몰랐던 것들, 외면했던 것들을 직면하게 됩니다."

내가 작가는 아니지만 지금 글을 쓰는 이유이다. 쓰면서 내 모호했던 감정을 찾게 되고 자신에게 솔직해진다. 내 자신을 삶의 주인공으로 삼으면서도 객관적인 제3자의 시선으로도 보고 된다. 묘사를 하면서는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냄새, 촉감, 후각에 집중하게 된다. 홀로 다니는 여행에서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이며, 스스로에게 대화를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앉아 있는데 어떤 서양 할아버지가 오시더니 나한테 태국어로 얘기하신다. 처음에 인사 할때만 해도 같이 '사와디깝'을 해드렸는데 그 이후에는 무슨 말인지... 사장님이 오셔서 구제받았다. 맥북을 여시고 작업을 하시는데 여기 단골이신듯 하다. 하긴 나같아도 만약 이곳에 몇일 더 있는다면 매일 아침에 밥 먹고 항상 이곳으로 출근하지 싶다.

아 근데 눈치없이 그분이 너무 빨리 오신다. 좀 더 있고 싶은데... 뭐 방에 테라스도 충분히 분위기가 좋기에 일단 일어난다. 내일도 올가 싶어서 몇시에 문 여니까 9시라고 알려준다. 내일 떠나기 전에 여기서 차나 한잔 마시고 갈까 싶다.

스쿠터 기름이 간당간당하지만 숙소까지는 충분히 온다. 만약 이대로 안나갈거면 그냥 내일 반납하고 오후 서너시쯤 한바퀴 돌거면 기름 채워서 다 쓸때까지 잔뜩 돌아다녀야겠다. 오는 길에 버스 정거장에 들려서 첫 차가 언제인지 본다.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가 치앙마이에서 내일 모레 10시 40분에 있다. 하루 더 있을까 싶었는데, 첫 차가 7시, 3시간 걸리니까 너무 촉박하다. 결국 오늘 저녁이 빠이에서의 마지막 밤이 되겠구나. 짧다, 너무 짧다.


숙소로 돌아왔는데... 그분이 가셨다. 이럴거면 오시지를 말든가. 에잇, 뭐 또 조만간 나타나시겠지. 아까 읽던 책을 가지고 베란다로 나간다. 오전에 앉았던 그 짚으로 만든 의자에 앉은 후 다리를 난간에 올리고 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다. 나른하지만 잠은 안오는게 편안하다.

책을 좀 보다가 내일 치앙마이 몇시에 갈까 싶어 론리는 좀 펴본다. 선데이마켓이라는게 눈에 딱 들어온다. 내일이 일요일이니 딱 맞아떨어지는게 오라고 손짓하는듯 하다. 근처에 게스트하우스를 잡고 선데이마켓만 둘러보고 다음날 방콕으로 떠나면 되겠다. 근데 방콕에서도 하루 머물러야 하는데... 아 이 비효율적인 일정은 뭐지. 빌어먹을 에어아시아.

슬슬 배가 고파오는게 어느새 12시가 넘었다. 누워서 유유자작하니 시간이 금새 흐른다. 도가에서 신선들한테 끌려갔다가 나오니 몇십년이 지났다는 얘기가 생각이 난다. 이래서 신선놀음이라고 하나보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싶어서 숙소 앞에 예전부터 찜해뒀던 식당을 향해 나선다. 바지를 갈아입을까 하다가 아직 덜 마른듯 해서 그냥 잠옷을 입고 나간다. 어차피 바로 앞이라 지갑하고 노트만 들고 간다. 



식당에 들어서니 개들이 날 반겨준다. 경계하듯 짖으면서 꼬리를 흔드는건 도데체 뭐냐. 유체이탈 화법이냐. 한참을 짖다가 내가 앉으니까 두마리 다 옆으로 와서 눕는다. 역시 심심했나보다. 

사장님이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신다. 메뉴가 애매해서 그냥 추천해주시는거 아무거나 달라고 했는데 못 알아들으신다. 일단 팟타이 돼지고기로 주문한다. 왠지 맛있을 거 같아 기대된다. 



물은 셀프로 얼음하도 물이 따로 보관되어 있다. 태국 식당들은 거의 아런듯 싶다. 콜라를 시킬까 하다 그냥 한잔 떠와서 마신다. 근데 태국은 원래 물갈이 안하나? 각오하고 마셔댔는데 아무렇지도 않다. 인도에서는 심했던거 같은데. 내 몸이 변한건지 태국이 다른건지. 


맛있다. 뭐 엄청난 맛은 아니지만 이정도면야 훌륭하지. 근데 태국 음식은 항상 조금 짜고 양이 조금 적다. 이 사람들 이거 먹고 양이 되나? 오늘은 배고프게 있기 싫어서 하나 더 주문한다. 뭔지 모르겠지만 맵고 신 국수란다. 뚬양꿍 비슷한걸려나. 신거는 취향에 안맞던데 한번 시도해보지 뭐. 


강아지 3마리가 엄마 하나에 자식 둘인거 같은데 막네같은 애만 계속 짖어댄다. 스쿠터가 지나갈때마다. 애정결핍인가... 근데 그러면서도 꼬리는 계속 흔든다. 귀여운 것. 


이번에 시킨건 금방 나온다. 얘가 주력 메뉴였나? 비쥬얼이 다소 특이하다. 무가 올라가 있고 과자 같은 것도 두개 꼽혀있다. 고기들은 무슨 부위인지 모르겠는데 우리 수육 먹을때 나오는 애들이랑 비슷한게 내장 부위일거다. 

한입 떠 먹어본다. 오, 시원하다. 딱 내 스타일인데. 얼큰하면서 무와 해산물 , 그리고 내장으로 우려낸 깊은 국물맛이 일품이다. 이거 소주 안주인데? 아 맞다 네 소주들은 잘 있나. 


얘도 금방 비운다. 역시 여기 1인분은 반인분이 맞다. 두그릇을 먹었는데도 그닥 배가 빵빵하지 않다. 그냥 적당히 잘 먹은 느낌? 이러니 내가 요새 기운이 없었지. 앞으로는 군것질을 하든지 두그릇을 먹든지 해야겠다. 

들어오면서 보니 문 앞에 수건 두장과 물, 비누가 놓여져 있다. 하루 더 연장해서 주신듯 하다. 아까 주지 말라고 말씀드릴걸. 어차피 수건은 한장 밖에 안썻고 비누도 남고, 물도 남는다. 낸 돈이랑 상관없이 이런건 아끼고 싶다. 옆에 그냥 그래도 놔둬야겠다. 흠, 비누는 혹시 모르니 챙겨볼까?


이열치열로 먹었는지라 들어오자마자 대충 샤워부터 한다. 샤워하면서 보니 이마 한 복판에 여드름이 낫다. 승려 머리로 인하여 완벽하게 부각되는 이마 정 중앙에 여드름이 있으니 참으로 볼만하다. 앞으로 여자 좀 꼬이겠구먼.

나가더라도 지금 나가는건 자살행위고 좀 쉬다가 4시쯤 봐서 나가든지 말든지 해야겠다. 팬 방에서 거의 처음으로 선풍기를 튼다. 베란다로 향하게 틀어놓고 짚의자에 누워있으니 더위도 그다지 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살짝 졸려서 침대로 와서 낮잠을 청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으스으와우'라고 우는 정체 소리 등 자연의 소리와 함께 딱 한시간 꿀잠을 잔다.

이제 좀 나가볼까? 드라이브도 가고 괜찮은 카페도 있으면 들려서 커피 한잔 하다고 돌아오는 길에 적당한 곳에서 해지는 것을 보면 딱이겠다. 아 이곳 이제 적응한거 같은데 몇일 더 있고 싶다. 진심 아쉽다.

어제 입었던 옷들은 빨았으니 그 중에 하나 잠옷으로 승격. 후드 옆구리 티 오늘 입고 돌아다녔으니 네가 애들의 자리를 매꾸거라. 그래도 햇빛이 걱정되서 뿌리는 선크림을 얼굴에 찍 분사하고 스쿠터에 오른다.

오전에는 기름 넣는 애들이 안나와서 못 넣었는데 지금은 열었을까? 그쪽을 가보니 아직도 없다. 아 큰일이네, 기름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는데. 일단 스쿠터를 빌린 AYA 회사로 가본다. 그쪽에 물어보면 알겠지.

물었는데 영어를 못해서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다. 한참 손발짓 해가며 얘기를 했더니 그쪽 문이 닫았을리가 없단다. 큰 건물이라고 한다. 흠 그럼 걔네가 아닌건가? 일단 알겠다고 하고 가본다.

지도에 경찰서 지나서 있다고 되어 있어서 다시 가보니 경찰서 옆은 맞는데, 좀 더 가본다. 큰 주유소가 나타나다. 하... 속았었구나. 어쩐지 아무리 그래도 병에 기름을 팔고 넣는다는게 이상했다. 주유소에 들어가서 반을 채워달라고 한다. 50바트라고 하는걸 보니 가격이 같은건가 싶다. 그럼 또 굳이 사기꾼들은 아닌데...


기름을 넣고 나오면서 주유 게이지를 체크하니 만땅이다. 반 넣어달라고 했잖아. 아마 이게 미니멈으로 넣을 수 있는 수치인가보다. 그럼 어제 걔네가 거의 두배를 받았다는 얘기다. 결국 사기군. 게다가 어제 꽉 채웠으면 오늘까지 충분히 썼을텐데, 지금 풀로 채우면 도데체 어떻게 쓰라는거냐. 치앙마이까지 타고 가야 하나.




일단 나와서 큰길을 따라 가본다. 오늘은 사실 어디 목표한데가 없어서 그냥 마음이 이끄는데로 가볼려고 한다. 원래는 기름이 딱 반인데까지 갔다가 돌아올려고 했는데 너무 많아서 그랬다가는 해저물겠다.

드라이빙이 익숙해지니 좀 즐겁다. 코너링은 핸들로 하는게 아니라 무게중심의 이동으로 하는것. 최대한 안전을 지키면서도 즐기면서 달려본다. 아무도 없는 산속길을 혼자 달리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중간에 이상야릇한 카페가 나와서 잠시 세워본다. 어차피 커피 한잔 마실려고 했는데 여기 들어가볼까? 시동을 끄고 들어가보니 뭔가 화려한 인테리어가 나타나는데 문제는 사장님이 없다. 음악도 굉장히 시끄럽게 틀어놓고 어디 가셨지? 해우소 가셨나. 조금 기다리다 그냥 나간다. 분위기는 좋은데 음악이 너무 시끄러워서 사실 내 스타일은 아니다.


다시 길을 나선다. 이번에는 양갈래가 나타난다. 왼쪽은 중국마을, 오른쪽은 폭포. 어디로 갈까? 기름이 충분해서 양쪽 다 갈 수도 있지 싶지만 일단 오른쪽 폭포쪽으로 가본다.

산길을 한참 달린다. 다 좋은데 눈에 가끔 먼지가 들어가는게 신경 쓰인다. 어차피 여행 한동안 해야 하는데 내일 선데이마켓에서 저렴한 선글라스나 하나 살까 싶다. 중간에 엄청난 크기의 돼지도 발견한다. 야생은 아닌거 같고 누가 키우는 건가 보다.

한참을 달려서 거의 정상쯤에 폭포 사인을 발견하고 속도를 줄인다. 여기가 맞는거 같다.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온다. 멀리서 폭포 소리가 들리고 특유의 상쾌한 내음이 여기까지 퍼진다.



아 나는 왜 어제 수영복을 하루종일 입고 다니고, 오늘은 안가져왔을까. 여기 는 물이 똥물은 아니다. 충분히 들어갈만한 물인거 같다. 문제는 저 위에 어떻게 올라가지? 위에 보니 서양 히피들이 앉아서 히피스럽게 히피스러운 짓을 하고 있다.



근데 여기 올라가는게 맞긴 한가 싶어서 주변을 살펴보니 떡하니 올라가지 말라고 경고문도 있다. 하긴 올라가자면 못 갈 건 없는데 조금 위험해보인다. 게다가 쫄이를 신고 올라갔다가 잘못하면 큰일나겠다. 마음 먹으면 못 갈것도 없지만 내려오는 것도 문제고. 히피들 사이에 앉아있기도 영 신경쓰인다.


옆에 오두막 비슷한게 있길래 거기 앉아서 잠시 글을 쓴다. 옆으로 꾸준히 사람들이 와서 꾸준히 올라간다. 나도 혼자가 아니라 누구 한명 같이 왔으면 올라갔을려나. 모르겠다.

시간이 5시, 어쩌지? 다시 내려가서 아까 올때 봤던 중국마을이나 가볼까 싶다. 중간에 커피 마실 곳 있으면 커피도 한잔 하고, 일몰 볼만한 곳 있으면 세워서 보고 가야겠다.

스쿠터 주차해 놓은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왼편에서 한 커플이 나온다. 이쪽에도 뭐가 있나? 보니까 작은 오솔길이 나 있다. 폭포도 못 봤는데, 새로운 곳 탐험이나 해볼까?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들어선다.


길이 좁고 편하지 않다. 근데 방향이 위쪽으로 가는게 뭔가 수상하다. 위태위태하게 놔둔 다리를 지나고 잠시 더 가니 시야가 확 열린다.


그럼 그렇지! 저 위험한 곳을 모두 쉽게 올라갔을리가 없어. 물론 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올라갈 수 있었지만 안간거다. 그러고보니 아까 내가 글 쓰는동안 두팀이나 올라갔는데. 바보들이구먼. 쯧. 여튼, 뭔가 모를 안도감이 느껴진다. 여기 좋네.



4 Comments
어랍쇼 2015.04.28 00:17  
정말 기름을 알차게 쓰고오셨네요~ㅋ
구석구석 잘 구경했습니다~
예전부터 빠이를 다니셨던 분들이 마니 변질됐다고해서
한번도 안가본1인으로써 괜히 걱정하고 있었는데..
좋은 생각의 포인트를 집어주셔서 감사하네요~!
그리고...
커피는.....
언젠간 드실수 있겠죠 뭐~ 소주도~
데어데블 2015.05.05 23:30  
글이랑 사진들을 보고 읽는데 직접여행다녀온  기분이 나네여 ㅎㅎ
일정짜는 중인데 점점 기대되는 글입니다
될놈은된다 2015.05.07 19:05  
혼자 태국이라...낭만적이고 멋지네요

글보니 제가 이미 한번 다녀온것 같습니다 ㅎㅎ
디다케 2015.05.16 16:04  
아....나가야 할 시간인데 계속 스크롤하고 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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