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밥의 14박 15일 태국-캄보디아 여행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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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밥의 14박 15일 태국-캄보디아 여행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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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여행 전, 무수한 정보와 설렘을 주었던 태사랑에 감사하며
저도 드디어 글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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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을 써도 다큐가 되는 
노잼 누룽지밥의 태국 - 캄보디아 여행
    1. 총 기간 : 14박 15일 (2015/1/25-2/8)
    2. 총 경비 : 1,620,761 원 / 1인
    3. 총 인원 : 누룽지밥 외 7인
    4. 전체 경로 : 인천 - 방콕 - 메솟 - 치앙마이 - 방콕 - 씨엠립 - 방콕 - 인천
 
 이건 태국을 싫어하던 사람이, 태국에 어느새 홀리게 된 이야기다. 
 아주 맨 처음, 나는 태국을 가고싶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잔디밭에서 마카롱, 독일에서는 맥주와 소시지, 이탈리아에서는 베스파와 젤라또, 미국에서는 센트럴파크에서 여유를 부리며 일광욕. 이렇게 그 장소를 생각했을 때 어떤 상, 어떤 이미지, 로망이 맘 속에서 떠올라야 여행을 가고 싶을진데, 내 맘 속에서 태국은 그런 게 없었으니까. 

 심지어 태국을 방문하는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재작년, 일 때문에 첫 방문을 했고, 그 후 해외봉사활동을 가게 되어 10박 12일 동안 두번째 방문을 했다.
 첫 방문때는 2박 3일동안 아주 빠듯하게 움직인 터라 제대로된 태국 음식 한 번 먹어보지 못했고, 심지어 헛것을 볼 정도로 아주 아팠었기 때문에 그 때의 기억은 참 좋지 않다. 아파 죽겠는데, 날씨는 푹푹 찌고, 뚝뚝 기사들은 사기를 치고, 먼지는 많고. 
 두번째 방문 때 또한 신경쓸게 워낙 많아서 '태국'에 갔음에도 딱히 태국에 있다는 느낌을 못받았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지라 먹어도 맛을 모르고 봐도 보는지 모르겠고. 열흘 동안 땡모빤 한 번 마시지 못하고 마사지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으니, 말 다했지. 

 그래서 지난 겨울, 무리의 리더 격인 B씨가 비행기 표를 끊어라!!! 하고 오더를 내렸을 때는 갖은 핑계를 대어 피했다. 돈이 없고, 취준을 해야 하고, 바쁘고, 잘 모르겠다고. 그렇지만 나는 결국 비행기 표를 끊었고, 여행경비를 모았다.
 
 '우리'의 여행은 총 8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중 대부분이 약 1년여간 가족보다 더 많이 보면서 동고동락 한 사이였고, 올 해는 졸업이나 취업 준비 등, 각자 자신의 길을 걷게 되는 시점이었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번 여행에 어딘가 애틋함을 느끼고 있었다. 모두가 함께하는 마지막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이번 태국 여행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였다. 

나에게 이번 여행은 스무살에서 스물네살. 내 이십대 초반을 정리하고, 매듭짓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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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에 참여하는 사람은 나, B씨, R씨, K씨, J씨, S씨, D씨, W씨 였는데, 나는 R씨와 함께 출국했다. 이 중 둘은 이미 2주 전 태국에 먼저 가 있었고, K씨,D씨,W씨는 어제 태국에 도착해 나와 카오산 로드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TIP!
인천공항에는 여행기간 동안 겨울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소가 있다고 합니다.
겨울철 동남아 여행자들은 알아두면 좋을 듯! 그것도 모르고 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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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은 먹부림이다 - 이 신성한 명제 아래 속을 비우고 경건한 자세로 팟타이를 영접하려했는데, 이륙한 지 3시간이 지나니 매우 허기가 져 결국 똠양꿍맛 컵라면을 주문했다. 별첨 소스를 따로 주는데, 소스를 넣기 전에는 밍밍한 삼양라면과 비슷한 맛이고, 소스를 넣으면 새큼하고 시큼한, 똠양꿍 같은 맛이 난다. 기내가 은근히 쓸쓸하다고 느꼈었는데, 국물을 두 모금 쯤 마시자, 금새 열이 확 올라서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 컵라면 덕에 태국에 있는 내내 똠양꿍, 똠양꿍 누들에 팍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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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돈므앙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카오산까지.
공항 -(A1버스 : 30밧) - 모칫 - (택시 : 50밧) - 카오산
기다리지 않아도 되서 좋고, 처음부터 택시를 탔을 때보다 좀 더 저렴하지 않나 추측해봄.

돈므앙 공항에 도착하고, 택시를 찾으러 공항 밖으로 나오자 열기가 후끈, 밀려왔다. 속 안에 입은 히트텍과 맨투맨, 긴 청바지 위로 열기과 꽉꽉 짓누르는 느낌이다. 태국에 온 게 실감이 났다. 


돈므앙 공항은 택시가 시스템화 되어 있어서 공항 한 켠에서 길게 줄을 서야 한다. 몸은 뜨겁고, 짐은 무겁고, 숨이 막혀 그 긴 줄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으므로 택시를 포기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버스 기사에게 카오싼! 카오싼? 하자, 끄덕, 하고 타란다.


"카오싼?"

"모칫!"

"모칫?"

"써티밧!" 


사실, 여행은 흘러가는 대로 해야 맛이라고 생각하는 터라, 제대로 조사를 안 해왔다. 카오산에 가려면 일단 모칫에서 내리라는 뜻이겠거니, 하며 안내원이 나눠주는 표를 받아들고 30밧을 냈다. 어디서 내려야 하는 거야? 하고 R씨와 서로 키들대고 있는데,안내원이 다가와 내리라고 제스쳐를 취하며 쪽지를 한 장 적어준다. 카오싼까지 가기 위해 갈아타야 하는 버스 번호다. 아주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런 섬세한 친절이라니.

여행의 시작이 기분좋았고, 문득, 태국은 미소의 나라-라고 하는 문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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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의 태국 방문에서, 밤의 카오산을 마주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저분한 호텔에 짐을 놓고, 도망치듯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 늦은 열시. 맥도날드에서 시작해서 버거킹으로 끝나는 카오싼 로드는 그 길 자체로 클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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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마다 경쟁적으로 음악을 크게 틀었고, 사람들은 얼음을 가득 채운 아이스박스를 길에 내놓고는 맥주를 동동 띄어 팔았다. 헐렁한 나시티와 핫팬츠를 입은 여자들과, 이른바 '힙'한 복장을 한 남자들이 길거리에 서서 몸을 흔들었다. 다른 사람과 몸을 부대끼지 않고는 앞으로 갈 수 없을 정도로, 사람으로 꽉 차서 북적였고, 거리 전체가 들썩였다. 동양인 남자와 서양인 남자가 키스 했고, 볼륨감있는 여자 둘이 얼굴이 땀에 흠뻑 젖도록 춤을 췄다. 한국어로 '헤나'라고 써 붙인 장사꾼들과, 고만고만한 티셔츠를 파는 사람들, 싸구려 샌들, 코끼리 바지, 비키니를 죄 늘어놓은 행상꾼, 애벌레와 전갈을 파는 노점상과 팟타이를 그득하게 쌓아놓은 수레가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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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술집에나 자리를 잡고 맥주를 시켰다. 일명 타워 맥주. 커다랗고 긴 통에 맥주를 꽉 채워서 알아서 따라 마시는 것이다. 안주는 까오까무와 팟타이까지 사와 늘어놓으니 근사한 한 상이다. 술도 술이지만, 귀청을 흔들어놓는 음악이 기분을 잔뜩 취하게 만들어놓았다. 근사했다. 

'이번에는 태국이 꽤 좋아질지도 몰라'

알딸딸하게 술이 오르는 열 두어시쯤, 택시를 잡아타고 간 클럽, 루트666.
아뿔싸. 여권을 놓고왔다. 발을 동동구르고, 내가! 스물다섯살인데! 그냥 좀 들여보내주면 안되냐고! 애원을 하다가, 결국에는 학교 홈페이지에 로그인 해 생년월일을 보여주니 피식, 웃음지으며 들여보내주었다.  
루트666은 다소간 실망스러웠다. 의상에 힘을 준 사람들이 그저 테이블 근처에 서서 어깨나 대충 흔들고 있었다. 춤을 추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목적성 있는 만남을 위한 공간이랄까.


TIP

[클럽 루트 666]

교통 : 카오산에서 택시로 80바트

입장료 : 300바트 (음료 포함) 

복장 : 대체로 드레스업

춤추고 싶은 사람에게는 멀리 갈 것 없이 카오싼의 길거리를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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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카오산의 마사지 가게 : 등 마사지 30분 150밧 (팁 별도)


다시 카오싼으로 돌아왔을 때가 비로소 새벽 두시 반. 

그냥 숙소로 돌아가려니 아쉬워 마사지 가게로 향했다. 등마사지를 받겠다 하니 이층으로 안내한다. 더럽고, 수상쩍으면 어쩌지 걱정했으나, 의외로 정갈하고, 조용하고, 명상음악이 흐른다. 태국에 머무르면서 이 마사지 가게에만 다섯번쯤은 온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새벽 세시. 바퀴벌레가 나온다는 숙소로 도로 기어들어가 침대에 몸을 눕혔다. 비행기에서 잔 터라 피곤하지 않은 것 같았다. 바퀴벌레가 자는 사이에 나오면 어떡하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던 중, 잠이 들었다.

TIP
여성 여행자에게 카오산의 저렴한 숙소는 비추.
엄청 빡빡하게 숙소를 가리는 편은 아닌데... 
더러운 것 이전에 바퀴벌레에 대한 공포가 상상초월
다행히 바퀴벌레를 보지는 않았으나, 잘 때 많이 무서웠고 캐리어 열어놓지도 못했음 ㅠㅠ
그래도 접근성 부분에서는 뛰어나니 조금 돈을 부담하더라도 댕덤이나 D&D에서 맘편히 묵는게 어떨지?



ㅎㅎㅎㅎㅎ 결국 오늘도 재밌자고 쓴 글은 다큐가 되었다. 
역시.... 난 안될꺼야..................
여튼, 그 외! 이런저런 팁을 좀 더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from B)

※ 수완나품 공항에서 카오산 로드로


1. 공항에서 택시 시스템이 기계화 되어 있다. 

카오산 로드까지 고속도로를 통해 대략 500바트


※ 카오산 로드

1. 성수기의 경우, 메이저 급 게스트 하우스는 사전 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구하기 힘들다.  

2. 카오산 로드가 밤놀이의 중심지이나, 월요일 야밤 같은 경우 비교적 한산하다. 

새벽 1시를 기점으로 많이 철수한다. 물론, 람부뜨리나 그 주변은 더 한산하다.

하지만 먹고 놀거야 언제나 풍성!


3.성수기에는 기본적으로 노점 메뉴 가격이 상승한다. 

카오산 로드의 초입과 중간지점이 가격이 다르다는 것을 명심할 것.  

- 중간 지점 : 팟타이 80밧

- 입구 :기본 30 /  닭, 새우 50밧

- 꼬치류 : 동일하게 모두 10밧

 

비수기의 경우  5밧~10밧 정도 저렴.


4. 예전에는 쌩쏨이 인기였으나, 이제는 블렌드가 대세! (주류) 


11 Comments
필리핀 2015.03.26 08:14  
오호~ 한편의 다큐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 여행기네요~ ^^

여행은 여럿이 가면 더 재밌죠... 7명 대부대의 좌충우돌... 기대됩니다요~ㅎ

방콕에서는 굳이 클럽 갈 필요 없어요... 카오산 길거리 만으로도 충부하죠~

다음편, 래우래우~ ㅋ
누룽지밥 2015.03.29 23:26  
덧글 감사합니다 ^^ 다음번에는 카오산에서 제대로 놀아보려구요 ㅎ
잔챠 2015.03.26 12:03  
글에서 완전 생동감이 팍~팍~~~
글 못쓰신다더니...맛깔라게 잘 쓰시는 데요 ㅎㅎㅎ
다음편이 궁금합니다...^^
누룽지밥 2015.03.29 23:27  
덧글 감사합니다 ^^
상아씨 2015.03.26 13:45  
오 쌩쏨 ㅋㅋㅋ 한물갔군요.. 팟타이가 80밧이라니 ㅋㅋㅋㅋ 상상초월이네요
누룽지밥 2015.03.29 23:27  
덧글 감사합니다 ^^ 80밧이어도 한국에서 만원이 훌쩍넘는 그저그런 팟타이를 생각하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ㅠㅠ
bomnalcafe 2015.03.26 23:07  
학교 홈페이지 보여주고 술집 들어간 이야기 너무 재밌어요.
ㅋㅋㅋ
젊은분들 부럽습니다.
저 같으면 할배라고 쫒겨날텐데....
누룽지밥 2015.03.29 23:26  
덧글 감사합니다 ^^ 즐거움에 나이가 어디있나요!
전남찐빵이 2015.03.31 16:39  
혹시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ㅋㅋㅋ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저의 결혼 10주년 여행으로
저의 딸들과 재미있게 놀어주셨던 분 맞죠?
사진을 보니 맞는거 같아서요!!!ㅋㅋㅋㅋ

저도 여행다녀온지 2달이 다되어 가면서

잊어질만 한데 여기 들어와서 사진들 보면서 혹시

저의들 사진은 없나 하고 봤네요...ㅋㅋㅋㅋ

잘계시죠? 정말 저의 부부는 누룽지밥님의 멋짐에 반해서 계속 이야기 해서

저의 딸들도 멋지게 자랐으면 했는데....

그리고 추천해주신 독일 족발 정말 맛있게 먹고 스테이크까지...ㅋㅋㅋㅋ

나중에 캄보디아 여행기에 저의 사진도 나올려나???? 기대해 보겠습니다!!!!ㅋㅋㅋㅋ
누룽지밥 2015.04.01 15:03  
으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억하죠!!!!!!!  독일 족발 맛있었다니 다행이에요 !!! 캄보디아 일정에서 전남찐빵님 사진 찍었었던 것 같아요 ㅋㅋㅋㅋ
전남찐빵이 2015.04.02 16:40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세상 참 잼있어요!!!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공!!!ㅋㅋㅋ
저의 가족들은 한동안 캄보디아여행에서 헤어나오질 못했었어요^^ㅋㅋㅋ
다음 여행기도 기대해 볼께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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