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시골영감 카오산 갔던 이야기 1 (길 잃은 젊음 하나)
카오산 여행기를 왜 중간에 끝내버리냐 계속 올려봐라 하시는
수십명(실은 두명) 팬들의 요청에 의하여
season2를 시작합니다만
나이 대접해서 립서비스한것을 진짜인줄알고
<목포는 항구다>
<쌍권총은 두자루다>
이딴식으로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아무 내용없는 이야기를 자꾸 올리고 있다가
마침내 요술왕자님이 더 이상 참지못하고 칼을뽑아
<이 게시물은 휴지통으로 이동되었습니다> 해버릴까봐 조마조마합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마도 저 혼자 찔끔찔끔 울면서
이렇게 중얼거리겠지요.
"이딴 글 올릴시간에 베란다에 빨래나 걷어와서 개었으면 마누라한테 칭찬이나 들었을건데....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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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짜나부리 1일투어를 다녀온 나는 완전 재미를 붙여
부리나케 동대문으로 달려갔다.
"사장님! 낼은 어디 갈까요? 앙코르와트가 좋다카던데 낼 다녀올까요?"
"앙코르와트요? 하하하 꿈깨소.
오늘 멀리 다녀 오셨으니 낼은 하루 쉬고 모레는 아유타야 다녀오세요."
이렇게 해서 아유타야를 가게 되었다.
동대문 사장님이 아침 7시에 홍익인간(홍익여행사인가?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네..)앞에 서 있으면
픽업차가 온다고 하였는데 나는 여섯시가 안되어서 홍익인간 앞에 도착하였다.
말레이시아보다 태국 시간이 한 시간 늦는걸 그만 깜박 해버린것이다.
그렇다고 숙소에 도로가서 잠시 앉아있다가 도로 오기도 어중간하고해서
어쩔수없이 골목길에 혼자 그냥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술집인지 식당인지 모를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그 시간까지
영업을 한것인지 아니면 주인이 일찍나와 영업준비를 하는건지 하여튼 가게 안에서
무슨 소리가 자꾸 났다.
그러더니 갑자기 덩치가 엄청 큰 서양 청년 하나가 비틀비틀 하면서 가게에서 나오더니
길에서서 가게안을 바라보고 뭐라고 뭐라고 마구 마구 욕을 퍼부어댔다.
그러다가 다시 가게 안으로 비틀비틀 들어갔는데 내가 가게 안으로 들여다보니
가게 안에 주인인듯한 조그만 태국여자가 혼자 있는데 이 청년이 이 여자를
강제로 끌어안고 뽀뽀를 하려고하자 여자가 남자 뺨을 후려치더니 가게 밖으로 떠밀어버렸다.
그러자 이 남자는 가게 밖에서 또 계속 뭐라고 욕을 퍼붓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자가 밖으로 뛰어 나오더니 이 남자의 뺨을 예배당에 종치듯이 왕복으로 마구 때렸다.
그러자 이 남자는 자기도 반격을 하려하는데 술이 너무 취해서 그냥 서있기도 힘들 지경이라
겨우 어찌해서 여자를 한번 걷어찼는데 워낙 덩치가 있다보니 여자가 한방에 나동그러져버렸다.
그런데 어느새 여기저기서 태국 젊은이들이 대여섯명이 모여들어 이 남자를 둘러쌌는데
몇번이나 주먹으로 이 남자를 때릴듯하다가 술이 너무 취해있으니 차마 때리기도 뭣하다 싶었는지
남자를 보고 가라고 그냥 보내버렸다.
그런데...
이 남자는 정말 술이 취해서 제 정신이 아닌지
몇걸음 가는듯하더니 다시 비틀비틀 돌아와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니
또 다시 낄낄거리며 여자를 안으려고 팔을 벌리고 쫒아다니는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참지못한 태국 젊은이들이 이 서양남자를 끌어내어
반쯤 죽도록 두들겨 패 버렸다.
내가 이런 남 두들겨맞은 이야기를 왜 길게 쓰고있는가하면
맞고나서의 이 남자의 행동이 참으로 불가사의 하였기 때문인데
사람이 만취하면 아픔을 못 느끼는것인지
이 남자는 반쯤 죽도록 얻어맞고 발길로 채여 쓰러져있더니 사람들이 흩어져버리자
금방 일어나서 옷을 툭툭 털더니 다시 주저 앉았는데
그 표정이 참으로 뭔가 후련해하는 그런 표정인것이다.
분하다 억울하다 경찰서에 갈테다 이런 표정이 전혀 아니고
뭔가 너무도 속 시원하구나 이런 표정으로 한참 앉아있더니
나를 보고는 아 이제 좀 살것같네 이런 편안한 표정으로 방긋 웃기까지 하는것이었다.
아....이 남자는 두들겨 맞고 싶었던것인가?
어쩌면 이 남자는 뭔가를 터뜨려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슴속에 꽉 차서 터지지도 않고 자꾸만 부풀어만가는 자기만 알고있는 그 슬픔같은 덩어리를
혼자서는 어떻게도 터뜨려버릴수없는 그 죽음같은 덩어리를
아는 사람없는 낯선곳에와서 얼굴 모르는 사람들의 힘을빌려
시원하게 터뜨려버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뭔지는 몰라도
소원을 푼듯하네.
축하한다. 젊은이!
Good Job!
-계속-
(뭐야! 아직 아유타야는 출발도 못했자나! 영감탱이 진짜 이러기있나?-욕하는 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