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시골영감 카오산 갔던 이야기 1 (길 잃은 젊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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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골영감 카오산 갔던 이야기 1 (길 잃은 젊음 하나)

bomnalcafe 27 5260


카오산 여행기를 왜 중간에 끝내버리냐 계속 올려봐라 하시는 

수십명(실은 두명) 팬들의 요청에 의하여 

season2를 시작합니다만


나이 대접해서 립서비스한것을 진짜인줄알고 


<목포는 항구다>

<쌍권총은 두자루다>


이딴식으로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아무 내용없는 이야기를 자꾸 올리고 있다가

마침내 요술왕자님이 더 이상 참지못하고 칼을뽑아

<이 게시물은 휴지통으로 이동되었습니다> 해버릴까봐 조마조마합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마도 저 혼자 찔끔찔끔 울면서

이렇게 중얼거리겠지요.

"이딴 글 올릴시간에 베란다에 빨래나 걷어와서 개었으면 마누라한테 칭찬이나 들었을건데....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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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짜나부리 1일투어를 다녀온 나는 완전 재미를 붙여

부리나케 동대문으로 달려갔다.


"사장님! 낼은 어디 갈까요? 앙코르와트가 좋다카던데 낼 다녀올까요?"

"앙코르와트요? 하하하 꿈깨소.

 오늘 멀리 다녀 오셨으니 낼은 하루 쉬고 모레는 아유타야 다녀오세요."


이렇게 해서 아유타야를 가게 되었다.


동대문 사장님이 아침 7시에 홍익인간(홍익여행사인가?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네..)앞에 서 있으면 

픽업차가 온다고 하였는데 나는 여섯시가 안되어서 홍익인간 앞에 도착하였다.

말레이시아보다 태국 시간이 한 시간 늦는걸 그만 깜박 해버린것이다.

그렇다고 숙소에 도로가서 잠시 앉아있다가 도로 오기도 어중간하고해서

어쩔수없이 골목길에 혼자 그냥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술집인지 식당인지 모를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그 시간까지

영업을 한것인지 아니면 주인이 일찍나와 영업준비를 하는건지 하여튼 가게 안에서

무슨 소리가 자꾸 났다.

그러더니 갑자기 덩치가 엄청 큰 서양 청년 하나가 비틀비틀 하면서 가게에서 나오더니

길에서서 가게안을 바라보고 뭐라고 뭐라고 마구 마구 욕을 퍼부어댔다.

그러다가 다시 가게 안으로 비틀비틀 들어갔는데 내가 가게 안으로 들여다보니

가게 안에 주인인듯한 조그만 태국여자가 혼자 있는데 이 청년이 이 여자를

강제로 끌어안고 뽀뽀를 하려고하자 여자가 남자 뺨을 후려치더니 가게 밖으로 떠밀어버렸다.

그러자 이 남자는 가게 밖에서 또 계속 뭐라고 욕을 퍼붓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자가 밖으로 뛰어 나오더니 이 남자의 뺨을 예배당에 종치듯이 왕복으로 마구 때렸다.


그러자 이 남자는 자기도 반격을 하려하는데 술이 너무 취해서 그냥 서있기도 힘들 지경이라

겨우 어찌해서 여자를 한번 걷어찼는데 워낙 덩치가 있다보니 여자가 한방에 나동그러져버렸다.


그런데 어느새 여기저기서 태국 젊은이들이 대여섯명이 모여들어 이 남자를 둘러쌌는데

몇번이나 주먹으로 이 남자를 때릴듯하다가 술이 너무 취해있으니 차마 때리기도 뭣하다 싶었는지 

남자를 보고 가라고 그냥 보내버렸다.


그런데...

이 남자는 정말 술이 취해서 제 정신이 아닌지

몇걸음 가는듯하더니 다시 비틀비틀 돌아와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니

또 다시 낄낄거리며 여자를 안으려고 팔을 벌리고 쫒아다니는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참지못한 태국 젊은이들이 이 서양남자를 끌어내어 

반쯤 죽도록 두들겨 패 버렸다.


내가 이런 남 두들겨맞은 이야기를 왜 길게 쓰고있는가하면

맞고나서의 이 남자의 행동이 참으로 불가사의 하였기 때문인데


사람이 만취하면 아픔을 못 느끼는것인지

이 남자는 반쯤 죽도록 얻어맞고 발길로 채여 쓰러져있더니 사람들이 흩어져버리자

금방 일어나서 옷을 툭툭 털더니 다시 주저 앉았는데

그 표정이 참으로 뭔가 후련해하는 그런 표정인것이다.

분하다 억울하다 경찰서에 갈테다 이런 표정이 전혀 아니고

뭔가 너무도 속 시원하구나 이런 표정으로 한참 앉아있더니

나를 보고는 아 이제 좀 살것같네 이런 편안한 표정으로 방긋 웃기까지 하는것이었다.



아....이 남자는 두들겨 맞고 싶었던것인가?

어쩌면 이 남자는 뭔가를 터뜨려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슴속에 꽉 차서 터지지도 않고 자꾸만 부풀어만가는 자기만 알고있는 그 슬픔같은 덩어리를

혼자서는 어떻게도 터뜨려버릴수없는 그 죽음같은 덩어리를

아는 사람없는 낯선곳에와서 얼굴 모르는 사람들의 힘을빌려

시원하게 터뜨려버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뭔지는 몰라도

소원을 푼듯하네.


축하한다. 젊은이!

Good Job!








-계속-

(뭐야! 아직 아유타야는 출발도 못했자나! 영감탱이 진짜 이러기있나?-욕하는 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ㅋㅋㅋㅋㅋ)




27 Comments
앙큼오시 2015.03.22 11:06  
그냥 맞고싶은 날이었나보지요...어허허
그나저나 아유타야는 어디!?
요술왕자님이 이글을 보시고 더이상참지못해 칼을 뽑아서




....메인에 올려버리셧습니다 ㅋㅋㅋ
bomnalcafe 2015.03.22 16:01  
ㅋㅋㅋ...
앙큼오시님.
카오산 여행기는 밑천도 다 떨어져가는데 아유타야 갖고 몇번은 더 우려먹어야돼요.
질질 끄는거죠 뭐
한국 연속극처럼...ㅎㅎㅎ
앙큼오시 2015.03.22 16:04  
다음 후기부터는 끝날때 까페베네 로고가 뜨겟군요 ㅎㅎ
bomnalcafe 2015.03.22 16:22  
그러고보니 오늘 심심한데 봄날카페 로고를 하나 만들어야겠네요.
다음 글 올릴때 보여드릴께요.
Robbine 2015.03.23 14:28  
우왕ㅋ굳ㅋ 능력자!!!
캠프리 2015.03.22 12:28  
기대하던 시즌2가 시작되는군요 이번 시즌은 액션 판타지 인가요? 시작부터 기대 됩니다
bomnalcafe 2015.03.22 16:04  
그런데 다 읽고나서 돌아서면
아무 내용도 없다니깐요ㅜㅠㅠ

사실 카오산에 뭐 대단한게 있겠어요.
에효~~~
참새하루 2015.03.22 14:06  
시즌2의 프롤로그가 활극으로 시작하는군요
"가슴속에 꽉 차서 터지지도 않고 자꾸만 부풀어만가는 자기만 알고있는 그 슬픔같은 덩어리를
혼자서는 어떻게도 터뜨려버릴수없는 그 죽음같은 덩어리를
아는 사람없는 낯선곳에와서 얼굴 모르는 사람들의 힘을빌려
시원하게 터뜨려버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대목은 섬뜩하면서도
짠하게 다가오는 글입니다

모든이들에게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을
무의식적 분노에 대한
자학적 카타르시스

봄날카페님의 통찰력에 놀랍니다
길거리 폭력짓거리에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실수 있는지...
bomnalcafe 2015.03.22 16:10  
참새하루님.
늘 친절한 답글 달아주셔서 감동입니다.
저도 참새하루님처럼 이름을 한글로 바꾸고 싶은데
정보수정에 들어가보니까 얄구지게 자기 본명은 바꿀수 있는데
태사랑 닉네임은 바꾸는 방법이 없더라구요.
애초에 왜 영어 이름으로 가입했는지 제가 생각해도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서양 젊은이가 맞는걸 보고만 서 있었는데
이날 밤에 제가 서양 젊은이 두명에게 신세지는 일이 생길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아...그 이야기도 울궈먹어야겠네 쓸것도 없는데
ㅋㅋㅋㅋㅋ
잔챠 2015.03.22 19:54  
강제소환에 응답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
시즌2도 기대만땅입니다 ㅎㅎㅎ
bomnalcafe 2015.03.22 22:13  
잔챠님.
따지고보면 아무 내용도 없는 글인데 애정을 갖고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대에 부응할수있을지 걱정입니다.
상아씨 2015.03.22 23:53  
팬 추가해 주세요 저도 팬 할래요
지나칠만한 이야기를 어쩜 저렇게 풀어 낼 수 있으세요?
봄날카페님 빙산의 일각을 본 듯 하여 떨립니다
계속 써주세요
bomnalcafe 2015.03.23 00:16  
상아씨.
과분한 말씀입니다.
이제 쓸것도 없는데 큰일났습니다.
상아씨 2015.03.23 00:22  
그럼 한번 더 다녀 오시면 됩니다! ㅎㅎㅎㅎ
쵸파슥하 2015.03.23 04:20  
아.. 돌아오시다니 너무나도 기쁩니다. 만세 \^ㅂ^/
bomnalcafe 2015.03.23 07:29  
쵸파슥하님.
이제 쓸 밑천도 바닥났고 아유타야 갖고 그냥 질질질질 끌다가 어느날 그냥 잠수타버려는수밖에 없을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세크메트v 2015.03.23 07:18  
후후 이럴줄 알고 지금껏 댓글을 한번도 안달았습니다
서양젊은이들 특히 카오산의 서양젊은이들이 술을 먹었다거나 헤롱거리면 피하시는게 상책입니다..
bomnalcafe 2015.03.23 07:33  
세그메트v님.
진짜 서양 젊은이들 술취하니 장난아니네요.
그나저나 제가 술취해 실수한걸 올려야되는데 아 이거 챙피해서 어찌 올릴지 큰일입니다.
Robbine 2015.03.23 14:31  
뭔가 엄청 슬프고 잔인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같은 내용이네요.

저였다면 그냥 맞고나서 멋적어서 웃었던거라고 생각했을텐데..ㅋ
bomnalcafe 2015.03.23 14:56  
로빈님 안녕하세요?
저도 그 청년이 로빈님 말씀대로 먹적어서 웃었거나
아니면 아직 술이 덜깨서 그냥 히죽 웃었거나 뭐 그럴거라고 사실 생각은 합니다.
본문에 적힌것은 그냥 제가 혼자서 그렇게 한번 생각해본것이지요.
지루한 글에 늘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Robbine 2015.03.23 15:16  
한 편으로는 불쾌할 수도 있는 경험을 이리도 진진하고 흥미롭게 풀어주시는 글이 더 멋졌어요.
재미있는 글 늘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ReinaB 2015.03.23 16:09  
엄청난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시즌 2, 괜히 기대한다하면 부담드릴까 싶어, 즐겁게 기다리겠습니다~
bomnalcafe 2015.03.23 22:08  
인기라니요?
ReinaB님.
카메라도 없는 노인네가 사진한장 없이 뭐라고 주절주절 올리니까
신기해서 잠시 관심가져주시는거지요.

에효~~~
날자보더™ 2015.03.28 19:45  
뭐라 멘트남기기 뭐해서...그냥 잘 읽었다는 흔적만 남겨요. ㅎ
bomnalcafe 2015.03.29 13:10  
날자보더님.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복 한보따리 받으세요.
숨좀쉬자 2015.06.01 11:56  
후련하게 맞고싶을때가 있죠,..ㅎ
기원전 2015.09.07 06:16  
빙그레 싱긋 seas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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