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ped moment @ Phi P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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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ped moment @ Phi Phi

Leona 29 4561


멀리서 다가오는 그의 모습을 보자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겉으론 태연한 척, 그를 못 본척 하며 그대로 해먹에 누워있었다.

이윽고, 그가 내 옆으로 왔다.
그리고는 그 역시 짐짓 태연한 척하며 물었다.

-레오나, 안 자고 뭐해?

-흐음...너 기다렸지...? 파티는 재밌었어?

-그냥 그랬어. 재미 없어서 빨리 왔어.

그는 발코니 한켠에 놓인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너...오늘이 마지막 날이지?

-응...마지막 날이야...

- .....

- .....

-한국 돌아가면 제일 먼저 뭐 할거야?

-글쎄...일단 한국음식 먹고싶어. 김치랑 비빔밥이랑 뭐 그런것들.

-서울엔 뭐가 젤 유명해?

-음....음....Many cars...many buildings....crowded people...;;
(뭔가 태국에 없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태국에 없는 걸 꼽을 수가 없었다)

-흐응...그게 다야?

-음...딱히 뭐라 설명을 못하겠네. 겉으로만 보면 그래.
그런데 속속들이 보면 재밌는 것들이 많아.

-서울에 한 번 가보고 싶어.

-그래. 서울에 오면 연락해. 이번엔 내가 가이드 해줄께.

-응. 그럴께.

- .....

- .....

-넌 꿈이 뭐야?

-여기 사장님한테 노하우를 배워서 나만의 가게를 갖는 것. 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것.
내 글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

-헤에...멋있다.

-멋있기는. 갈 길이 멀어. 그러기위해선 해야 할 게 너무 많아.
우선 나부터 제대로 된 인간이 돼야지.
내가 떳떳해야 남들 앞에서 부끄럼 없이 내 얘길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음...이것도 해야되고 저것도 해야되고....

-워워워...레오나, Take it easy...;
너 여기 처음 왔을 때부터 쭉 지켜봤는데...넌 절대로 긴장을 풀지 않더라.
조금만 건드려도 스프링처럼 확 튀어오를 것처럼 말야. 제발 릴렉스해...

-어어...? 아닌데...? 나 여기서 진짜 릴렉스 했는데...?

-아니야. 널 더 풀어줄 필요가 있어.

- .....



에릭도 같은 말을 했었다.

어느 여름날,
아마 함께 나들이를 갔다 온 날이었을거다.
저녁을 먹기 전에 잠깐 그의 집에 물건을 가지러 들렀는데
그가 갑자기 내 발에 키스를 하려고 했다.

나는 기겁을 하며 무슨 짓이냐고 소리쳤다.
하루종일 맨발에 샌들을 신고 돌아다니다가 씻지도 않은 상태인데
아마 땀과 먼지범벅에 분명 발냄새도 날 거란 말이다.

그는 그런 나를 빤히 보더니 말했다.

-당신은 너무 완벽주의자 같아. 항상 전투자세를 갖추고 있고. 제발 릴렉스해.
너 지금 진흙밭에서 맨발로 걷다 왔어? 아니잖아? 그럼 뭐 어때? 괜찮아. 난 정말 괜찮으니까.

-난 지금 충분히 편한데 뭘 더 릴렉스 하며 게다가 완벽주의자라니.
내가 얼마나 불완전한 인간인지 너도 알지 않아?

-이것 봐. 지금도 전투자세잖아. 그냥 좀. 너를 놔줘.


내 테라피스트도 똑같은 말을 했다.

-당신은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어요.
아마 어릴 때부터 주위의 지나친 기대와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겼을 거에요.
그냥 가끔은 자신을 풀어주세요. 뭘 그리 힘들게 살아요? 그냥 편하게 살아요.

-아...아니 저 진짜 편하게 사는데...ㅠ

-간호사, 여기 이 분 약 좀~!
(이건 농담. ㅎㅎ)

어쨋든.

가까이서 나를 오래 지켜본 에릭이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테라피스트야
내 이런 속 성격을 알고 얘기할 수 있다 치지만
나를 안 지 고작 4-5일 밖에 안 되는 퀘군 역시 똑같은 말을 하는 걸 듣고는 조금 놀랐다.

아아...
나름 릴렉스 한다고 했는데 남들 눈에는 티가 나는구나...하고.

그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그런 나를 보고 있었다.

나른하고 몽롱한 상태로 밤 바람을 느끼고 있는데 그가 일어서서 나를 껴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

-잘자, 친구.

나도 그의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래. 너두 굿나잇. 고마워. 전부 다.

그와 나는 그 상태로 한동안 서로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이윽고 그가 내 몸에 두르고 있던 팔을 풀었다.

-나 갈께.

그가 돌아서려는데...갑자기 그를 잡고싶어졌다.

'가지 마...'

돌아서는 그의 손을 잡으며 눈으로 말했다.

그는 한 발짝 떼려다가 다시 내게 돌아섰다.
그리고는 양 손으로 내 볼을 감싸고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No, Leona...I have a girlfriend. and I'm honest.

-아...정말...?

-응. 그땐 농담한거고 방콕에 여자친구 있어.

-그렇구나...미안해. 몰랐어.

-아니야. 아니야. 진짜 괜찮아. 사실 아까 니가 날 불러줘서 기분 좋았어. 정말로.

-아니야...내가 정말 바보같은 짓을 했어. 미안해.

-에이...정말 괜찮대도. 그래도 우리...아직 좋은 친구 맞지?

-응....그런데 너 그거 알어?

-??

-You lost your chance.

그는 아무 말 없이 다시 한 번 나를 껴안았다. 이번엔 좀 더 힘을 줘서. 좀 더 오래.

그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미친듯이 뛰고 있는 그의 심장은 내게 말했다.

'나도 조금은 아쉬워...'


그리고 그는 돌아섰다.

돌아서는 그에게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재빨리 외쳤다.

-비밀 지켜~!

그는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며 윙크를 했고
나는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지켜봤다.

아...세상에 이런 남자도 있긴 있구나...
그리고 방콕에 있다는 그 여자...누군진 모르지만 당신, 땡잡은거야. ㅎㅎ


그렇게 그를 보낸 후 나는 침대로 가서 누웠다.

쏴아아아......
촤르륵.......

파도가 마치 내 귓가에서 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린다.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 역시 내 귓가를 스친다.
저 멀리 반경 10km 밖에 있는 롱테일보트의 엔진소리도
고양이가 쌔근대는 소리 마저도.
마치 내 방안에서 나는 것처럼 너무 생생하게 들린다.

나는 편안히 눈을 감고 그 소리를 즐기다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피피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고 있었다.



PS. 사실 까놓고 말하면 내가 먼저 들이댔다가 거절당한 창피한 얘긴데...
이상하게 나는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만약 그 날 무슨 일이 생겼더라면...그건 그 나름대로 좋은 기억이 될 수 있었겠지만
이렇게 두고두고 가슴 속에 담아두고 꺼내 볼 만한 추억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피피를 떠올릴 때마다 심장에 나비가 앉은 듯 파르르 떨린다.
갖지 못해서 아쉽고, 갖지 못했기에 더 아름다운 추억 때문에.




-이것은 나의 연애 이야기다




                                                                                     -다음편에 계속


29 Comments
자니썬 2008.05.13 04:43  
  ';진짜로,작가이실가봐요?
(난왜.이렇게,촌스럽지)
조금만.건드려도.스프링처럼,확튀어오르는대사(섬뜻.하네요)다시그러면서,과거를.회상하는장면(좋아요)
내가아는가이드도,그것이불법이아니라고,그러는데,누구말이맞는건지....이렇게---끝나는,연애.이야기는,아니겠죠......마지막,반,전...을,기대할께요...~~감사~~
Leona 2008.05.13 04:47  
  내용 일부분 수정했어요...아무래도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요...^^
큐트켓 2008.05.13 05:12  
  정말..술술 넘어가게... 잘쓰시네요.......ㅎ
아마 지금까지 누가 글잘쓴다고 느낀적이 거의 없었던것 같은데...
어쩌면 내스타일이었는지도 ㅎㅎ
앤드류 2008.05.13 08:09  
  정말 글내용이 알차내요 ㅇ잘읽어습니다
후치 2008.05.13 09:21  
  언제 또 올려주시려나.. 기다리는 내맘두 콩닥콩닥~~ㅋㅋㅋㅋ.. 연애이야기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죠? 그럼 또다른?ㅋㅋㅋㅋ..아~~ 기대되요~~
속빠진만두피 2008.05.13 11:16  
  다시 이것은 나의 연애이야기다 라고 맺으시는 걸 보니, 또 다른 연애이야기는 여기서 끝인가보네요..
이건 좀 아쉽잖;;;
그나저나 방콕떠나오신지 열흘 안됐나요?
방콕에서 미우가 기다리고 있을텐데..ㅎㅎㅎ
퍼니켓 2008.05.13 14:41  
  정말 잼있습니다. ㅎㅎ
뭔가 여행기 보다는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타이킹왕짱 2008.05.13 15:01  
  어케어케~~~ 너무 흥미 진진합니다!!!
나의푸켓♡ 2008.05.13 15:25  
  넘 재밌게 하루만에 그간 여행기를 다 읽었습니다 ^- ^
귀찮아서 로긴 잘 안하는데 로긴하게 만드시네요 ㅋㅋ
회사에서 몰래몰래 님 글 보면서...25살 서울 촌년도 여행에서의 로맨스를 꿈꿔봅니다. 멋진 표현력과 더불어 솔직한 님의 로맨스담에 많은 분들이 "캐"공감 했으리라 봅니다 항상 화이팅이구요
앞으로도 님의 글 기대할께요
애독자 올림 ㅋㅋㅋㅋㅋ

큐트켓 2008.05.13 16:06  
  또봐도 설레인다... *_*.............
레오나님도..그남자분도.. 넘 멋지네요.................
갑자기 어떤노래가 생각 나네요.........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정말 멋져요..레오나님 친구하고  싶어 ㅎㅎㅎㅎㅎㅎㅎ
Amrita 2008.05.13 18:00  
  퀘군 멋지군요. 가슴팍만 멋진줄 알았더니 *_* 그나저나 오늘글은 레오나님의 멋진 사진이 없군요.. 사진을 찍기엔 넘 어두워서..
mloveb 2008.05.13 19:26  
  오~~퀘군 정말 신산데요? 여자친구 정말 땡잡았네요~^^ 다음편도 빨리 올려주세요~
生花郞 2008.05.13 22:35  
  나는 피피를 떠올릴 때마다 심장에 나비가 앉은 듯 파르르 떨린다.....정말 대단하군요...로그인했습니다.
앤디 2008.05.13 23:48  
  사랑은 바람결에 내얼굴을 스치듯 창문밖으로 날아가버렸다.........

인생에 있어 이번 타이여행만큼 Leona님께 의미있는 시간은 없으리라 생각들만큼...짜릿한 여행을 하셨네요.
부럽습니다요^^
페르세포네 2008.05.14 01:41  
  다음편 언제 볼수있나요? 넘 기다려지네요~
자니썬 2008.05.14 02:29  
  수정.잘하셨어요...
수정하신.내용도,재미있고,다음편도.기대할께요....
감사~~~
큐트켓 2008.05.14 13:10  
  혹시 또올라왔을까 해서... 다시 클릭해봐도.........
안올라와있답 ㅜ.ㅡ..........
Leona 2008.05.14 13:22  
  켓님 죄송...;; 지금 일이 넘 밀려있어서...; 오늘 밤에 올릴께요...좀만 기다려 주세요~^^
helena 2008.05.14 13:30  
  아~! 피피섬에의 아름다운 추억 하나~
가끔 심장에서 나비가 파닥이는.....

하얀꿈 2008.05.14 20:12  
  글을 참 잘쓰세요.글 없으면 허전합니데이~~
영쓰 2008.05.14 21:43  
  레오나님!!각성하라각성하라!!! 나 오늘6번째 클릭 했음...
오늘은.. 글을 안쓰시나 봐요 ㅜㅠ
노노 2008.05.14 23:13  
  저도요.. 지금 레오나언니글올라왔나~태사랑만 5번왔다갔음..ㅠㅠ 얼른올려주세요~
앤디 2008.05.15 19:47  
  오옷...인기 최곱니다.
우와~~~

lakill 2008.05.17 22:29  
  으아아아 아련한 떨림 끝에 돌아온 숙소에 가득찬 바다내음과 잔잔한 파도소리!!! 제 가슴이 다 흔들거리네요ㅠㅠ
Bua 2008.05.19 21:37  
  간만에 와서 맨 먼저 님의 여행기부터.. ^^ 맞아용~ 님의 보태기 글..  달콤쌉싸름,약간 간이 덜된듯?한게 더 아름답게 추억돼죠.. 퀘군과 인연이 좀 짧아 아쉽긴 하네요.. ^.*
일곱빛깔무지개 2008.06.02 14:03  
  어우, 팬 할래요, 언니!! (누구 맘대로?"!?!?!)
mybee 2008.08.23 23:57  
  우와~ 글이..정말 소설이예요..멋져요!!
달봉킴 2009.03.24 17:47  
으~ 연애소설 안읽는데 이거 왜이렇게 재미잇죠?ㅜ
시리우스70 2009.03.28 21:55  
같은 남자로서.....퀘군....정말 멋있는 사람이군요....
정말....피피 꼭 가봐야쥐.....
근디...퀘군이라고하면 못 찾잖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