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ped moment @ Si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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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Stopped moment @ Siam

Leona 26 6357


꺍끍꿹쀍~
아이아이 앙앙~
꺍끍꿹쀍~
아이아이 앙앙~

누군가가 외계인과 교섭하고 있는듯한 소리에 잠을 깼다.
낯선 공기. 낯선 풍경. 낯선 MTV의 VJ.

습관처럼 사이드 테이블을 더듬어 휴대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 3통. 미확인 문자 4건. 현재시각 오후 2시.
이런. 몇 시간을 잔 거냐?!

창가로 가 커튼을 활짝 열어젖혔다.
낯선 태양. 낯선 거리. 낯선 자동차들.

아, 참.
나 지금 태국에 있지?

역시나 습관처럼 한 손엔 휴대폰, 한 손엔 모닝 시가렛을 들고 욕실로 갔다.
꿀맛 같은 독을 입에 물고 문자메시지의 답장을 보냈다.

-Leona, 요즘 뭐해? 일 하던거 끝났다며? 잘 지내는거야?
-저 지금 태국이에요! 여기 완전 더워요. 땀나요. 음화화!

-잘 도착했냐? 태국 어때? 좋아?
-응, 완전 좋아. 아직 밖에 안나가서 잘 모르겠지만 괜히 막 두근두근 설레.

-아직 밥 안 먹었으면 빠이 13리안 가서 쏨땀 먹어봐.
-응, 나 지금 일어났어. 이따 나가기 전에 전화할께.

뭐 이런식의 염장문자를 날린 후 샤워를 하고 여행가방에서 랩탑을 꺼내 전원을 켰다.
기대는 안 했지만 혹시나 인터넷이 될까 싶어 랜선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무선인터넷이 잡힌다. 그것도 꽤 빠른 속도로.
우왕ㅋ굳ㅋ

av워커 방콕편과(헬로태국은 절판돼서 못 구했다)
다이어리에 미리 써 놓았던 원츄리스트를 펼쳐놓고 태사랑 웹페이지를 띄웠다.
일정은 여행 와서 짠다. 이게 내 여행 모토다.

참고로 나의 원츄리스트를 공개하자면...

-쇼핑(주로 태닝오일, 비키니, 샌들 등 여름 물품들)
-뚝뚝 타기
-타이 마사지
-해변에서 뒹굴며 음악듣고 책 보기
-봉지커피, 봉지주스 마시기
-레게머리, 헤나 하기
-렌트카로 드라이브
-일일 타이푸드 쿠킹클래스 수강
-해변에서 뒹굴며 음악듣고 책 보기 (두 번이나 써놨다 -_-;)
-라이브바&클럽파티

보름동안 있으면서 하고싶은 일이 이게 다다.ㅎㅎ
그러나 해변에서 뒹굴며 음악듣고 책 보기, 드라이브 이런 건
방콕에서 하기엔 좀 무리가 있으므로...우선 쇼핑부터 하기로 했다. 그러나.
방콕엔 쇼핑센터가 너무 많다.
큰 건 덥썩덥썩 잘 지르지만 의외로 인터넷 쇼핑이나 마트에서 샴푸 사기 등
비슷한 것들이 여러개 있으면 결정을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인 나. -_-;;

30분 넘게 고민하다가 배가 고파져서, 아니 우선은 커피가 고파서
제일 먼저 눈에 띈 시암 파라곤으로 무작정 가 보기로 하고 로비를 나섰다.


veronica.jpg

이 곳이 방콕에서 3박 4일간 묵었던 숙소-Veronica Residence Hotel.
말이 호텔이지 우리나라 모텔과 비슷한 수준.
독특한 인테리어의 자체 레스토랑이 있긴 있던데 아침 서비스는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른다.
어차피 아침 잠이 많아서 못 챙겨먹을 게 뻔하므로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다.

숙박비는 극성수기 기준 하루 1700밧. 비성수기엔 반 정도로 내려가는 것 같다.

숙소가 해변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방콕에서 웹상에 변변한 후기 하나 없던 이 숙소를 선택한 건
순전히 내 스타일인 깔끔하고 모던하면서도 컬러풀한 인테리어 때문.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비스 따위 필요 없고 혼자 조용히 지내고 싶은 사람에겐
추천 할 만한 숙소다. 벌레도 없고. ㅎㅎ


paragon.jpg


택시를 타고 시암파라곤으로 향했다.
한겨울인 한국에서 하루만에 한여름인 태국의 햇살을 즐기게 되다니!
그냥 가만히 앉아있어도 즐거웠다. 그러나.

막상 시암파라곤에 도착하자 기분이 급 다운됐다.
한국에서도 사람 북적이고 조도 잔뜩 올린 조명이 박힌 백화점이나 아케이드에 알러지를 일으키는 내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길 온 건지.
게다가 이 곳은 태국이라기보단 일본 풍경에 더 가까워서 별로 정이 안 갔다.
파는 물건들도 다 비싸고.
Sugar Daddy나 끼고 오면 모를까 혼자 오긴 별로-_-;
(실제로 다 죽어가는 노인과 젊은여자 커플을 이 곳에서 집중적으로 만날 수 있다)

맞은편 시암센터는 그나마 좀 나았지만 뭐 그밥에 그나물이었다.

아, 재미 없어. 의욕상실 된 채로 벤치에 앉아있다가
누군가의 비유에 따르면 우리나라 홍대거리와 비슷하다는(실제론 전혀 안 비슷하다)
시암스퀘어가 있는 맞은편으로 육교를 건너 이동했다.


어머, 세상에.


siamsq.jpg


단지 길 하나만 건넜을 뿐인데 너무 상반된 풍경.
이 곳에 발을 딛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역시 난 시장 스타일이야.


CS.jpg


누구 말대로 스타벅스가 있으니 진짜 된장녀 같다는. ㅋㅋ

아기자기한 옷가게의 쇼윈도를 구경하며 걷다가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해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한 잔 75밧. 우리돈으로 약 2250원.
Hmm...not bad.

계산하고 음료준비대에 가서 기다리려는데
점원이 다 되면 갖다준다고 자리에 가서 앉아있으란다.

야외테이블에 앉아 교보문고 핫트랙에서 단돈 2500원 주고 산
완소 여행일기장(누군가에겐 일수 공책일. ㅋ)을 꺼냈다.
힘들고 지칠 때 나를 위로 해 주는 스티커의 문구를 바라보며. ㅠ

곧이어 점원이 커피를 들고 내 자리로 왔고 저 문구를 봤는지 어쨌는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Sure. U R Pretty.

나도 웃으며 응대했다.

-Thanks. but I know.


프롤로그에서 잠깐 예고한 바 있듯이.
그렇다.
이것은 나의 연애 이야기다.




                                                                               -다음편에 계속


 

26 Comments
던힐만 피쥐 2008.04.29 03:28  
  일등~~~
부장님을 믿지 마세요..윤대리 입니다...
쿠쿠....
담 편두 쭉 기대요^^*.....
태사랑 넘 재미 있어요.....
Leona 2008.04.29 03:39  
  이등~~~
하하 저네요. 부장님을 믿지 마세요 넘 재밌게 보고 있어요. 소리소문 없이 Fan이라는. ㅋ 
자니썬 2008.04.29 03:56  
  시장스타일란말이너무웃겨요...아무튼여행기가기대가되는데요...
여유가있으실가봐요..렌트하실다고그러니까!
사진도이쁘게찍으셔네요....
[[씨익]]아무튼다음이야기도기대되네요.......~~~~~~~감사.^^**......
월야광랑 2008.04.29 06:21  
  시장 스타일도 좋죠. ^.^
아직도 재래시장에서 말아 주는 국수 한그릇이 더 맛있는 것 같던데... :-)
sFly 2008.04.29 11:26  
  글쿠나!!!!
저두 난전에서 밥먹구 스타에서 커피마시면서도...^^
pny1008 2008.04.29 14:18  
  여행기 기대돼요~^^빨리 다음편도올려주세요~여행기볼때마다 태국병은 깊어간다는...ㅜㅜ 이렇게라도 대리만족을 해야 할꺼 같아요~ㅎㅎ
mloveb 2008.04.29 19:18  
  글고 잘 쓰시고 재미있어요~ 다음편도 빨리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로이킴 2008.04.29 19:21  
  잘보구있습니다.
빠른 업뎃도 부탁드려요. 번거로우시겠지만은..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여 ~~
열혈쵸코 2008.04.29 20:49  
  다음이야기 기다리겠습니다.
잠신 2008.04.30 00:05  
  로그인하게 만드는 님의글쏨씨!!
리플한줄 적습니다^^
씨암파리곤보다 씨암스퀘어가 정감이 간다는 님의 생각!!!  그생각에 저도 한표 꾹~~~ ^^
블루파라다이스 2008.04.30 01:48  
  숙소가 무척 예쁘네요~!!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지고..

저도 커피가 고파지고..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김우영 2008.04.30 08:36  
  숙소짱...
꼼팅 2008.05.01 03:03  
  꺍끍꿹쀍~ 따라읽고 있었다는!ㅋㅋㅋㅋ
저도 휘황찬란 쇼핑몰보단 씨암스퀘어 골목골목이 더 좋더라구요~^^
Leona 2008.05.01 04:28  
  ㅎㅎ MTV를 보다가 켜놓고 잠들었는데 태국인 VJ가 멘트를 하는게 잠결에 제 귀에 저렇게 들리더라구요...그땐 태국에 갓 도착했을 때라서 태국어에 익숙하지 않았거든요...ㅋ
앤디 2008.05.05 00:10  
  일단은...사진을 무척 잘 찍는 분이다...싶네요
부러워요^^
Leona 2008.05.05 03:44  
  칭찬 감사합니다.
사진 잘 찍는단 얘기 여기서 처음 들어봤어요. ㅎㅎ
사진은 좋아하지만 기계랑 안친해서...
일명 막디카 후뽀샵이라고 하는
밀레니엄 테크놀로지를 구사하는 중이랍니다...^^; 
닥터조 2008.05.08 15:59  
  진짜 숙소는 알록달록 이쁘네요...^^ 태국의 된장녀.......ㅋㅋ 재밋는 발상이시네요....
굿샷 2008.05.10 21:44  
  ㅋㅋㅋ 벗 아이 노우 ㅋㅋㅋㅋ
khs9963 2008.05.11 08:45  
  글을 엄청 잘 쓰시네요..사진도 잘 찍으시고... 그러나 모닝 담배는 해로우니 끊으세요..  48세 애아빠가..
Leona 2008.05.11 22:17  
  하하...그럴께요.
저도 이래저래 준비하는 게 있어서 올해 안에는 끊을 생각이에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자아자!
funnyjeff 2008.05.20 13:23  
  헉.. 모닝시가렛.. 대단합니다. ^^
lovelypink 2008.05.23 10:44  
  ㅋㅋㅋㅋ 다죽어가는 노인 넘 웃겨염
자니썬 2009.02.24 23:44  
와 ,,,,,,,,,,,,,,,,,,,,,,,,,,,,,,,,,,,,..................!



역시나 습관처럼 한 손엔 휴대폰, 한 손엔 모닝 시가렛을 들고 욕실로 갔다.
꿀맛 같은 독을 입에 물고 문자메시지의 답장을 보냈다.
      ㅡ저도 아침에 일어나면 담배부터  무는 습관이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담배 피는게 별로 않 좋대요...레오나님...



참고로 나의 원츄리스트를 공개하자면...

-쇼핑(주로 태닝오일, 비키니, 샌들 등 여름 물품들)
-뚝뚝 타기
-타이 마사지
-해변에서 뒹굴며 음악듣고 책 보기
-봉지커피, 봉지주스 마시기
-레게머리, 헤나 하기
-렌트카로 드라이브
-일일 타이푸드 쿠킹클래스 수강
-해변에서 뒹굴며 음악듣고 책 보기 (두 번이나 써놨다 -_-;)
-라이브바&클럽파티

  ㅡ 와 대단 하세요..이걸 다 하실라고요....
        혼자 여행 하면서도 하고 싶은 리스트를 보니
            이건..................!
                  뭐.......................!
                      진짜 ....................!
                            대단  하세요..레오나님

      역시 여행에 준비와 목적이 투철해요...ㅎㅎㅎ...

            시장 스타일 ㅡ 그러지 마세요..ㅎㅎㅎ...
       
    다국적 감각이 약간 느껴져요....

시암 파라곤,,,,음,,,,,,,,

실제로 다 죽어가는 노인과 젊은여자 커플을 이 곳에서 집중적으로 만날 수 있다)
                            음 ,,,,,,,,,,,,,,,,,,,,

  일수 공책 ....ㅋㅋㅋ...


          ~ 재미도있고 다국적 감각이 조금 엿 보이는 레오나님 여행일기~
                          잘 봤어요...
                                    다음편 조금 기대가 되네요...    ~ 감 사 ~
달봉킴 2009.03.24 14:13  
ㅇㅏ 중독성있어요 이거..아직 두번밖에 안본주제에 빨려들어가고잇어요
시리우스70 2009.03.28 20:46  
You're so pretty^^
Bua 2022.12.04 21:22  
전 지금도 이때를 자주 그리워합니다... ㅠ 레오나님의 글이 언제 올라오나 매일 기다렸었고 태사랑이 엄청 활기찼던 때라 사이트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죠.
거의 눈팅회원이라 댓글을 매번 남기진 않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부족하고 부끄럽고..) 레오나님의 매력과 레오나님의 이야기에 깊이 빠졌었기에 지금까지도 어찌 지내시는 지 자주 궁금해하고 있답니다 ㅎ :)  암쪼록, 어디에서든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