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ja의 배낭여행 (롭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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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ja의 배낭여행 (롭부리)

산달마 8 3128

'원숭이와 Santana 음악의 도시 롭부리'


[7/24(목), 여행 8일차, 저녁에 롭부리로 이동 1일차]


책과 인터넷에는 롭부리의 게스트하우스 정보가 없다. 기차역에서 시내로 가면서 보이는 외국인에게 닥치는대로 물어 보았다. 다행히 하나 밖에 없는 게스트하우스 정보가 금방 들어온다.

눔(NOOM) 게스트하우스
싱글, 팬, 공동욕실이 기본 150밧이다.


주인의 뒤를 따라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 가면서, 직감적으로 주인의 인상이 좋아 보이고 친절하게 느껴진다. 솔직하게 '저렴한 방을 달라, 여기는 게스트하우스가 여기 밖에 없어 선택이 없지 않느냐' 고 얘기 하니까 일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냥 100밧에 머물라고 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하며 배낭도 내려놓기 전에 '돈은 지금...?' 하니까,
"헤이~ 서두르지 마세요. 샤워하고 천천히 나오세요" 라며 레스토랑 일이 바쁜지 후다닥 내려간다.

그렇구나. 나는 평소 습관대로 그렇게 물었지만 그들의 눈으로 보기엔 내가 무척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차이가 아닐까?


방은 넓었고 창문 밖으로 전망도 좋았다. 침대는 없었지만 메트리스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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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은 내가 머문 메트리스형 숙소, 우측은 150밧짜리 침대형,
방이 넓어 빨래를 널었고(빨래줄은 내가 설치),
1층 가든쪽의 좋아 보이는 숙소, 맨아래 우측은 TV가 있는 2층마루 휴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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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창문에서 바라본 '화이트하우스 가든 레스토랑'


주인 배려로 저렴하게 숙소를 얻었으니 괜히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

샤워 후, 숙소 레스토랑을 이용하자고 마음먹고 내려가 좌식테이블에 자리잡고, 등은 벽에 기대고 다리는 앞으로 쭉 펴고 앉아 맞은편 가든레스트랑과 거리를 바라보니 마냥 좋다.

같은 숙소를 얻었던 유럽인 커플이 세븐일레븐에서 술과 안주를 사 들고 숙소 쪽으로 올라가려 하자, 주인 '텅'이 직감적으로 눈치를 채고 레스토랑의 좋은 자리를 가르키며, '그냥 여기 앉아 마시라'고 오히려 권한다.

이런 경우는 처음 목격한다. 주인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친절함과 배려가 아닌가 한다. 이런모습을 보면 왜 이렇게 덩달아 기분이 좋을까? 그저 한평생 경쟁속에서 각박하게만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 커플도 좌식테이블이 운치있고 좋아 보였는지 신발을 신고 올라온다. '여기서는 신발을 벗어야..' 하고 가르쳐 주며 인사를 하게 되는데, 그렇게 옆에 나란히 앉게 된 프랑스 남부 리용에서 온 세바스챤은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선생인 여자친구가 방학을 하자 같이 동남아 배낭여행을 왔단다.

세바스챤은 그저 다정다감한 말과 행동으로 여자친구를 배려하고 있고, 여친은 여행을 기획하고 꼼꼼히 예산을 점검하며 주요사항을 메모하는 타입이다. 너무 사랑스러워 보이는 커플이다. 다만 내가 북한이 아닌 당연히 남한에서 왔을 거라는 것은 눈치로 알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이 커플을 나중에 북부 치앙센에서 우연히 또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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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챤 여자친구의 표정이 참 재미있다.



[7/25(금), 여행 8일차, 롭부리 2일차]


시내를 한바퀴 돌아보고 시장을 가본다. 원숭이가 점령한 거리와 원숭이사원(공원)은 그야말로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시내 곳곳에 원숭이들이 전깃줄과 전봇대를 타고 놀고 있고, 가게 주인들은 새총으로 위협 사격 시늉을 하며 쫓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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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10밧의 착한가격으로 인터넷을 하고, 썽테우를 타고 시내를 벗어난 곳에 있는 빅씨로 가서 캠핑개스를 찾았으나 역시 없다.


야시장에서 식사와 맥주를 한잔하는데 여주인 남편이 심심하던차에 말을 걸어온다. 롭부리에도 여행객이 머무르나 싶어 궁금 했는지, '롭부리가 마음에 드느냐' '어디가 좋으냐?면서 물어온다. 내친김에 태국어로 음식부르는 공부를 좀한다. 간단한 태국어가 나같은 여행객에는 너무 소중하다. 2~3주 기초태국어라도 배우고 왔다면 여행이 한층 더 즐거웠으리라...


한국인이 이들에게 왜 이렇게 좋은 이미지를 주었을까?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느낄 수없는 그런 따뜻한 느낌 말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때 유럽에서 한국여행자들을 '어글리 코리언' 이라고 해서 '한국인 출입금지'라며 써 붙여 놓고 심지어 게스트하우스에서 조차 손님으로 받아 주지 않는 믿지 못할 일도 있었지 않은가?


얼마 전 인터넷에선 요즘 제법 알려진 스페인 북부 순례자의 길인 '까미노 데 산티아고' 길에 대한 순수한 정보를 악용해서 '어느 알베르게(숙소)는 돈 안내고 숙박할 수 있다(공짜로 숙박하는 게 아니라 숙박료 대신 기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디는 공짜로 포도주를 마실 수 있다'는 등 정보를 나누며 자랑스레 성공사례(?)를 올린다고 한다.


한마디로 고개가 잘래잘래 흔들어진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 그 순례길은 몇 년 전만 해도 불과 열손가락 꼽을 정도의 사람들이 다녀오곤 했다는데, 가까운 시일 내에 그 길을 걸으려 계획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런 성공사례(?)를 자랑하는 사람들은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순례길을 뭐하러 가는지..? 정말 묻고 싶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방콕 리버라인에서 만난 한 장기체류자의 말이 떠오른다. '관광객이나 여행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는 순간 그곳을 떠나야 할때' 라면서, 여행자가 물가도 시스템도 순수한 현지인도 변화 시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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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주인인 '텅'은 내또래(?)의 나이로 보이는데, 저녁무렵 레스토랑에서 틀어주는 음악을 듣고 깜짝 놀란다.

수십년 전 학창시절 들었었던, 추억의 연주곡 Santana의 'Samba Party', 'Europa' 같은 곡이다. 나는 어떻게 이런 곡들을 아느냐? 앨범을 가지고 있느냐? Lynyrd Skynyrd나 Uriah Heep은 없느냐?며 너스레를 떨며 신청곡을 주문한다. 그렇게 하루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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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토), 여행 9일차, 롭부리 3일차, 밤기차로 치앙마이로 이동]


오전 일찍 치앙마이 밤기차(446밧, 13시간소요)를 예매해두고 하루 종일 음악, 인터넷등을 하며 휴식을 취한다.


17:00시발 치앙마이행 기차는 다음날 아침 6시경 도착했으니 약 13시간이 걸린다. 기차는 생각보다 훨씬 낡은 오래된 3등기차 같았다. 열차 맨 뒤편에 있는 내 좌석에 갔는데, 헉??? 침대칸은 없고 서로 마주보고 앉는 일반좌석에 앞쪽엔 중국인처럼 생기신 노인분이 턱하니 앉아 있어, 내 쪽에선 발을 뻗기도 뭐하다.


순간, 기차표 끊기가 어렵긴 어렵던데 결국 내가 표를 잘못 끊은 것인가? 13시간을 꼿꼿이 앉아 발도 앞으로 제대로 못 뻗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한다. 여행이후 처음으로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묻기도 하고, 차장을 찾아 다소 흥분된 목소리에 더듬거리는 영어로 문의를 하니,


시간이 되면, 즉 8시 이후 잠잘 시간이 되면 침대칸으로 변경 시켜주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킨다. 휴~~~ 십년감수했다.


침대칸은 내가 위쪽이었는데, 그런대로 잘만하다. 자리에 따라서는 틈새로 바람이 많이 들어와서 밤새추위에 떨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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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칸이 마침 기차의 끝차량이라 기차 맨 뒤쪽 여유공간에 방석을 깔고 퍼질고 앉아 끝없이 멀어지는 철길을 보며 음악을 듣고 있노라니 마침 석양이 진다. 그 풍경이 그리 좋다.

몇몇 사람들이 DSLR을 들고와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고, 나는 마냥 앉아 음악을 들으며 여행후 두번째로 아내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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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을 지독히 싫어하는 나를 위해 아내가 차를 가지러 올 때까지, 과음으로 녹초가 되어 차안에 앉아서 듣곧 하던 Uriah Heep의 'July Morning'이 흘러 나올 때는 주르륵~ 눈물이 흐른다.

8 Comments
etranger 2008.09.10 11:41  
  매우 감성이 풍부 하십니다. santana 정말 좋지요.
계속 후기 읽고 있읍니다. 마치제가 여행하는 느낌 입니다.
산달마 2008.09.11 11:48  
  아~ 산타나 세대?? 반갑습니다.
벌써 30년이 다되어 가네요. 선배들이 음을 못딴다고 구박주던 시절... 그립습니다.
수이양 2008.09.12 00:51  
  산타나가 멀까요 ㅋㅋ
안쒸 2008.09.12 11:52  
  10여행을 위해 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기초 문법부터 배우고 있죠. ^^; 멍청한건지.. 미친건지.. ㅋ. 타이룹 컹 군 마이다이? 어제 배운 태국어입니다. 당신의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 이런 뜻이죠.
산달마 2008.09.12 16:50  
  앗~ 수이양님이 여기까지, ^^ 영광중의 영광!
산타나는 수이양님이 태어나기 전 일이라서.. ^^;;
안쒸님, 맞습니다. 저도 태국어를 못하는게 참 아쉽드라구요..
소요산 2008.10.13 22:33  
  산달마님~~정말 나중에 여행중 동행해보고 싶군요^^
산달마 2008.10.14 12:53  
  소요산님, 댓글 주욱~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 일정을 맞으신다면 한번 떠나시죠.
요즘 눈치가 보여서 ^^;;
shtersia 2008.12.12 20:23  
눈에 선하게 보이는게...넘 기뻐요...가보지 않은 북부가 몹시 궁금하고 언능 시간이 지나서
자유롭게 여행다닐수 있는 그날을 위해 오늘 꾸~욱 참습니다...
올려주신 글 감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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