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2014년 7월 여행기--콘캔 그 네 번째 이야기(왓농웽, 븡캔나콘, 저녁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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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14년 7월 여행기--콘캔 그 네 번째 이야기(왓농웽, 븡캔나콘, 저녁 풍경)

Cal 8 2023

아마도 왓농웽 지킴이인 듯한, 그 호리호리한 청년이

저더러 여기에서 [곧장 뒤돌아서 고향 앞으로 가!]라고 하면 그래야 하는 터,

약간 긴장하고 있는데 그 청년은 의외로 친절하게

[한국인이셔요?  저 2PM 아주 좋아하는데(저: 저도 아주 좋아해요)!

어서 구경하시고, 구경하는 동안 제가 여기에서 기다릴게요]

라고 영어로 말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기뻤고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왓농웽의 꼭대기층을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하면서 이 짧은 시간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그 당시의 동영상에는 저의 기쁜 마음뿐 아니라, 이 당시의 전력질주 후 체력소모도 여실히 반영되어 있더군요.

혼자서 이걸 볼 때마다, 이 때의 추억에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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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후에 이 꼭대기층에 올라왔던 세 명의 일가족이 있었는데

지킴이 청년이 이 사람들은 입장을 거절하더군요.

저도 마침 웬만큼 구경을 끝낸 참이라, 꼭대기층에서 내려왔습니다.

그곳에서부터 1층에 내려올 때까지, 저는 다음 층을 한 바퀴 뺑 돌고

지킴이 청년은 그 층 문을 잠그고 하는 식으로, 우리는 왓 농웽을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1층에서는 지키미 청년의 친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왜 평소보다 늦게 내려왔는지를 묻는 눈치였고, 청년은 그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서, 그 중 한 사람이 제게 큰 소리로 [안녕하셔요!]라고 인사를 하길래

저도 [안녕하셔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받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곧장 자기 친구들에게

[내가 지금 한국말로 저 사람한테 인사했더니, 저 사람도 한국말로 인사했다!  들었지?]

라고 자랑을 하더군요.

너무 큰 소리로 말해서, 그 말, 제게도 들렸거든요!

한국말이 그렇게 당신을 기쁘게 하다니, 저도 기쁩니다.

오히려 늦게 도착한 관광객을 배려해 준 당신들에게, 제가 어떤 말로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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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의 왓농웽 풍경)

 

왓농웽에는 층마다 꽤 많은 창문이 있는데,

사원 지키미 청년들은 폐장 시간에는 이 창문들을 다 닫고 다녀야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창문이 하나하나 닫힐 때마다, 사원에 들어오는 석양의 빛이 차츰 달라지는 것도 멋있었습니다.

사원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꼭대기층에는 상대적으로 창문 갯수가 좀 적고, 1층에는 정~말로 많은 창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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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서 바라본 왓 농웽)

이제는 븡캔나콘 구경을 할 차례입니다.

이것이 븡캔나콘의 지도인데, 오른쪽에 있는 닭 그림이 있는 집은

매우 유명한 닭요릿집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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븡캔나콘은 정말 멋진 곳인데, 딱 한 가지의 단점은

저렇게 큰 호수에 들어가는 문이 몇 개 없다는 것입니다.

호수를 쭉 따라가는데도 문이 너무 안 나타나서, 안에서 조깅하고 계시는 시민분께 여쭤봤을 정도였습니다.

어쨌든 해질녘의 븡캔나콘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제가 콘캔 시민이었다면 이 근처에 살고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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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캔은 공룡 화석 등등이 많이 발견된 곳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곳곳에 그 유산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아이들의 미끄럼틀이 기본적으로 다 공룡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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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캔이 어둑어둑해진 이후에는, 야시장 등 시내를 걸어서 구경하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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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그래피티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시내의 다른 곳에서도 체 게바라의 상징을 본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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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피자헛 근처의 야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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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야시장으로, 루암찟 야시장이라는 곳입니다.

 

망고를 파시는 아주머니께서는, 제가 망고 1킬로에 얼마냐고 여쭈자

저렇게 망고 껍질 위에 [60]이라고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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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분좋게 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걸어서 저는 숙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이제는 천천히 짐 정리를 하고 방콕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그런데 혹시 기억하시나요?

제가 콘캔에 왔던 이유는, 앞으로 있을 정말로 어려운 수련회를 대비해서 미리 호연지기를 길러 보기 위함이었다는 것을요.

콘캔에 있었던 1박 2일 동안, 지금까지는 뭐 그렇게 어렵거나 호연지기가 함양될 일이 없었습니다.

가장 극적인 일이 있었다면 왓 농웽 폐장 직전에 뛰어올라갔다는 정도였을까요?

그것은 사실 어려웠다기보다는 운좋고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러웠던 점은,

저 자신은 여행 목적을 잠시 잊고 즐거움에 빠져 있었을지라도

콘캔은 제 여행 목적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콘캔은 [감히 벌써 나를 떠나려고 해?]라고 말하는 듯했지만, 어쨌든 저를 방콕으로 돌려보내 주었습니다.

콘캔에서의 1박 2일과 관련해서는 물론이고, 2주 동안의 이 당시의 태국 여행 전체에서도

이 이후부터 콘캔을 떠날 때까지의 30분 동안이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되니 말입니다.

그 이야기는 좀 쉬었다가 나중에 하겠습니다.

 

 


8 Comments
공심채 2015.09.12 14:51  
그래피티는 체가 아니라 레게의 전설, 밥 말리입니다. 헤어스타일이 레게 머리였으면 금방 알아 보셨을텐데.. ^^

Cal 2015.09.12 15:03  
오, 하하씨가 좋아하는 밥 말리이군요!  저도 사실 체가 아니라 이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고맙습니다!
공심채 2015.09.12 15:00  
지난 7월에 람빵에서 프래로 가는 길에 있는 Wat Phra That Suthon Mongkhon Khiri를 찾아갔었습니다.. 여기를 들리려고 좀더 빠른 길이 있음에도 일부러 이 쪽으로 둘러서 갔던 것인데.. 도착한 시간은 4시, 문 닫는 시간은 5시.. 시간에 여유가 있기에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원 앞 티크 가옥을 먼저 천천히 구경하다 내려왔었는데, 그때가 4시 30분 정도.. 그런데.. 관리인으로 보이는 태국 청년이 벌써 사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더군요.. 5시 아니냐고 물어보니 뭐라고 하는데 못 알아 듣겠고, 이 모습을 보던 사원 앞 가게 아주머니까지 나서서 청년에게 뭐라 뭐라 말하며 도움을 주시려고 하는데.. 그 청년, 오토바이 타고는 휑 하니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네요.. 뭔가 급한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지만, 황당했었다는..  같은 태국이지만 Cal님과는 180도 다른 경험을 했었었네요..
Cal 2015.09.12 15:06  
그 청년, 에이고.......  조금만 기다려 주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제가 들어도 아깝네요.
야리네 2015.09.12 15:26  
아 콘캔 저도 이번달 1일부터 6일간 그곳에서 지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은곳이어서 방 렌트해서 좀 장기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후시간 븡캔나콘 근처의 모든 사람들이 운동하면서 지내는 모습도 여유로워 보이고 야시장들도 굉장히 많은편에 규모도 꽤 크고요.
전 늘 게을러서 오후에 갔던지라 왓 농웽을 겉에서만 보고 들어가질 못해서 아쉽네요.
Cal 2015.09.12 15:36  
그러셨군요!  만 17시간 동안 머물렀던 콘캔이지만 정말로 좋은 경험을 많이 하게 해 주었던 도시였는데, 그곳에 6일이나 머무셨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꼭 해 보고 싶었던 것 중에 돈탄 야시장을 못 가 봤어요.  왓 농웽 못 올라가 보신 건 저도 아깝네요.  저처럼 심장이 쫄깃하게가 아니라 여유있게 한 번 꼭 가 보실 만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공심채 2016.01.06 23:39  
연말에 다녀왔는데.. 븡켄나콘 지도의 닭그림은 유명한 닭요리집이 맞더군요.. '까이 양'이 아니라 '까이 옵'으로 유명한 식당인가 봅니다.. 토기에 넣어 굽는 방식이라고.. 맛있더군요.. 혼자라 한마리는 많을 것 같아 반마리만 시킬려고 했더니 그렇게는 팔지 않는다고 해서 한마리 시켜 반은 먹고 반은 포장해서 저녁에 숙소 입구 경비실에 줬더니 다음날 아침에 엄청 맛있었다고 고마워하더군요. ^^
Cal 2016.01.22 14:58  
그랬군요!  일부러 가 보시고 이렇게 댓글도 달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먹어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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