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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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7)

하로동선 2 3695
- 아.. 똔레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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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9일 일요일 아침 6시. 오늘은 씨엠립으로 가는 날이다.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뚝뚝을 탔다. 불과 5분도 안 걸려서 선착장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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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 보이는 매표소에서 씨엠립 행 보트티켓을 구입했다. 1인당 20불. 씨엠립으로 가는 방법은 버스가 값도 싸고(6불) 시간도 적게 걸리지만(4-5시간) 우리는 특별히 동남아시아 최대의 담수호인 똔레삽을 보기 위해 일부러 배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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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야 할 배다. 원래 아침 7시 출발인데, 승객을 좀 더 태우느라 30분 정도 늦게 출발했다. 여기 와서는 기다리는 것이 습관이자 일상이 되어 버렸다. 30분 정도 늦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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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비좁고 지저분하다. 특히 앞뒤 간격이 좁아서 앉아있으면 다리가 많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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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지에서 바라 본 상커강(Tonle Sangker)의 모습이다. 건기의 상커강은 수심이 얕아서 배가 빨리 달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씨엠립까지의 소요시간도 8시간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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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주변의 마을 풍경은 이렇듯 가난하다. 물론 이 사진은 그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모습이리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강을 터전으로 고기를 잡거나 강둑 위의 농경지에서 농사를 지어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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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 강에서 목욕을 한다. 내 눈에는 강물이 너무 더러워서 목욕을 한다고 해도 몸이 깨끗해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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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아줌마가 이 강에서 빨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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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안에 있는 것이 답답하고 불편해진 나는 보트의 천장으로 올랐다. 이렇게 앉아서 상커강을 조망하니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하고 기분도 한결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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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서 바라보는 강변 마을의 풍경은 평화롭다. 이런 분위기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며 감상에 빠져 있는데 옆의 처자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한다.
얼굴이 우리랑 비슷해서 물어보니 중국에서 왔단다. 호치민을 비롯한 남부 베트남을 돌아보고 이리로 넘어왔다고 한다. 혼자서 여행 다니는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
 

이렇게 4시간을 가는데도 여전히 상커강이다. 거리가 멀어서라기보다는 빨리 달리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수위가 낮기도 하지만 마주 오는 배가 있으면 속력을 줄여야 한다. 그 이유는 우리 배는 크기가 커서 배가 지나가면 파도가 생기는데 그 파도에 마주 오는 배는 전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룻배를 타고 있던 아줌마 하나는 우리 배가 만드는 파도에 맞아 배가 그대로 전복되었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규칙으로 이 터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아침을 시원치 않게 먹어서 출발때부터 배가 고팠는데, 이젠 고파다 못해 아프기까지 하다. 아무데서나 내려서 요기를 하면 좋으련만... 생각하고 있는데 배가 마침 어느 수상가옥에 멈춰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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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신난다. 점심시간이다!! 먼저 소변이 급했기 때문에 화장실부터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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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화장실이다. 참으로 간단한 것이 배설을 하면 바로 강물로 떨어진다. 자세히 보면 먹을 것을 기다리는 물고기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는데, 오줌만 눠도 이들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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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서 풍기는 냄새 또는 비위생적인 환경을 극도로 싫어하는 친구들은 기껏해야 과자를 먹는데,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다. 저 덮밥은 저래뵈도 2불짜리다. 아무래도 수상마을이다 보니 음식값이 다른 곳의 2배 이상이다.
나는 배고픈 차에 아주 잘됐다고 생각하며 맛있게 먹는데 친구들이 묻는다.
“이 그릇은 어디서 씼었을까? 이 밥은 어떤 물로 했을까?”
수상마을을 지나다보면 식수를 정화하는 곳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여기 사람들도 이 물을 식수로 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그렇더라도 설거지나 밥물은 아마 저 똔레삽의 똥물로 하지 않았을까? 혹시 화장실에서 퍼 왔을지도...
 

식사를 위해 30분 정도 정차했던 배는 다시 출항한다. 밥도 부족해서 컵라면까지 먹었더니 배가 든든하고 정말 살 것 같다. 캄보디아 라면을 어디서 또 먹어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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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부르니까 잠이 쏟아진다. 여기와서는 지금까지 연일 강행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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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쓰러져서 자다가 또 일어나서 바깥 구경을 하는데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러면 다시 쓰러져서 자고.. 다시 일어나서 사진 찍고... 또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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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마을에는 민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도 있고, 파출소도 있고, 교회도 있고, 공공기관도 있다. 그리고 곳곳에 저렇게 핸드폰 기지국이 서 있다.
 

그렇게 한참을 더 달리니 강폭이 점점 넓어진다. 그리고 육지라고 생각했던 강둑 너머로 또 다른 강물이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보고 있는 수풀들은 물에 떠 있는 것들이란 말인가? 마침내 상커강이 똔레삽과 만났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수!평!선!이다. 너무 기분이 좋아진 친구들이 만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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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눈에 보이는 것은 망망대해이다. 우기 때 똔레삽의 담수면적은 우리나라의 충청남북도를 합한 크기와 같다. 이러니 강이라 하기에는 너무 좁고, 이 정도라면 호수가 아니라 <바다>라 불러야 마땅할 것 같다.
 

이렇게 한참을 바다를 가로질러 달렸다. 눈앞에 펼쳐진 자연경관의 위대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까까지만 해도 상커강보다 차라리 청평호수가 더 좋다고 떠들던 친구는 조용해졌다. 나는 신이 나서 내가 왜 값싸고 빠르게 가는 버스를 놔두고 구태여 배를 탔는지 이제는 알겠느냐며 큰소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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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망망대해를 건넌 우리의 배는 다시 좁은 수로로 접어들었다. 이제 씨엠립이 정말로 가까워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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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출발한지 9시간 만에 씨엠립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번 수로여행은 태국-캄보디아 12일 여정의 백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족:
 

1)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똔레삽을 호수라고 부릅니다. 사실 Tonle는 “강”이라는 뜻이니 우리말로 똔레삽은 “삽 강”입니다. 같은 이유로 메콩강은 똔레 메콩. 따라서 <똔레삽 호수>라고 하지 말고 그냥 <똔레삽>이라 하는 것이 맞습니다.
 

2) 똔레삽 주변 마을의 아이들은 보트가 지나가면 손을 흔들며 “헬로!! 헬로!!”하면서 소리를 지릅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우리도 손을 흔들어 주는데, 그러면 저희들끼리 아주 깔깔대면서 무척 좋아합니다. 특별한 소일거리가 없는 아이들에게 여행객을 보며 손을 흔들고 그 답장을 받는 것은 하나의 놀이로 보였습니다.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이들입니다.
 

3) 똔레삽 수상마을의 구성원은 베트남전쟁 때 고향을 떠나온 보트 피플과 캄보디아 내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4) 똔레삽의 담수 면적은 건기 때가 2700 제곱킬로미터(서울 면적의 4배)이다가 우기가 되면 16,000 제곱킬로미터(충청남북도 면적이 16,031 제곱킬로미터)로 늘어납니다.
2 Comments
동쪽마녀 2012.02.16 13:53  
톤레삽의 수질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화장실 사진을 보니 정신이 확 듭니다.
음식이야 정수한 물로 만들었겠지만서도.ㅠㅠ
배로 가는 시엠립으로의 여정 많이 멋집니다, 하로동선님!
하로동선 2012.02.17 10:36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보트여행이었습니다. 조금 지루한 감도 없진 않았지만 여러 풍광들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음식은 깨끗한 물로 했겠지만 설거지는 저 똥물로 하지 않았을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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