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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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5)

하로동선 2 3662
- 프놈 바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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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탐방 근교. 시내에서 남쪽으로 25km 떨어진 곳에는 주변 평원에서 우뚝 솟은 산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바로 프놈 바난(Phnom Bana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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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2불을 내고 표를 끊은 다음, 이렇게 띄엄 띄엄 노점이 있는 길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계단이 나온다. 입구에 다다르자 양산을 든 아줌마가 나타나서 씌워준다. 말로는 ”No Thank you“라고 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찡하다. 이 나라에서는 돈을 버는 방법이 정말 ”가지가지“ 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고단한 것이다. 계단의 이곳저곳에도 거지들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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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입구에는 저렇게 나가(Naga)상이 있고, 총 358개의 계단을 오르면 사원의 출입문인 고푸라(Gopura)가 나온다. 계단을 오르는데 어찌나 힘이 드는지 다리가 후들거린다. 아침까지 조금 먹어서 그런지 앉았다 일어나면 어지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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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뒤로 보이는 고푸라를 지나면 마침내 프라삿 바난(Prasat Banan)이라는 사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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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보이는 사원은 앙코르 와트처럼 다섯 개의 탑으로 되어 있다. 이것들은 앙코르 유적에 있는 [바푸온]을 건립한 우다야딧티야바르만2세(UdayadityavarmanⅡ: 1050 ~ 1066)때 세워져서 나중에 씨엠립에서 보는 앙코르 유적에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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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내부에는 이렇게 불상이 모셔져 있어서 신앙이 깊은 사람들이 찾아 예불을 드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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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온 길의 반대편으로 내려가려고 보니 이렇게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캄보디아 내전이 끝난 해가 1979년이니 벌써 30여 년이 흘렀건만 제거되지 않은 지뢰는 곳곳에 남아 있었다.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와 노점으로 갔다. 이제는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다. 시원한 음료들도 많이 있는데 나는 좀 더 색다른 무언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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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것은 또 무엇이냐? 바로 “곤달걀”이다. 병아리가 되려다가 만 달걀인데, 이건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먹었었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포장마차에서도 이런 것을 팔았었다만, 지금은 아마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먹겠다고 했다. 노점 아가씨가 껍질을 벗겨서 저렇게 작은 그릇에 담아 준다. 옆에 앉은 잔타가 하는 것을 보며, 나도 라임, 생강즙, 후추를 넣어 비린 냄새를 없앤 다음 허브 향채랑 같이 먹었다. 맛은 뭐... 여기가 캄보디아라서 먹는다.
 

- 프놈 삼빠우 -
 

이곳은 바탐방 시내에서 서쪽으로 13km 떨어져 있는 “언덕”이다. 뚝뚝을 타고 달리며 보는 캄보디아의 농촌은 지금 건기가 한창이라 곳곳에 물이 말라있다. 교과서를 보면 이런 나라에서는 연중 3모작도 가능하다고 적혀 있는데, 그것은 물이 확보되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 같다.
말라버린 들판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잔타의 설명에 따르면 동물을 잡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 아까 내가 먹은 들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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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마른 저수지에서는 남자 둘이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 뚝뚝에서 내려서 이 장면을 한참 구경했다. 여기서는 그물도 치지만 물고기는 손으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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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뚝뚝에서 내리면 이렇게 생긴 데가 나온다. 매표소인 것 같지만 경찰초소이다. 여기는 입장료가 없다.
입구로 오르는 길은 두 군데인데, 마치 정문처럼 보이는 계단을 따라 오르면 [왓 삼빠우]가 나오고, 그곳을 오른쪽에 두고 지나쳐서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을 오르면 [왓 케레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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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길을 따라 올랐다. 아까 계단을 오를 때보다는 조금 편했지만 그래도 힘들다.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서인지 조금 오르니까 주변으로 캄보디아 평원이 눈에 들어온다. 계속 길을 따라 오르니 멀리 왓 케레롬(Wat Kererom)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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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으로 가는 길에는 이런 것들이 여러 개 눈에 들어온다. 사람의 이름과 돈의 액수가 나란히 적힌 것으로 보아 한창 공사 중인 사원에 기부금을 낸 사람들의 명단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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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의 본당이다. 크메르 루즈 시절에는 감옥으로 쓰였다는데 가까이 가서 안을 들여다보면 감옥의 흔적은 없고, 내부는 공사중이다. 사원 내부의 몇몇 탑들을 지나 앞으로 가면 킬링 케이브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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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입구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오른 언덕인 프놈 삼빠우에는 몇 개의 동굴들이 있는데, 그곳은 크메르 루즈 시절에 바탐방 지역에서 끌려 온 수많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죽임을 당한 곳이다. 이 때문에 이곳의 동굴들은 모두 킬링 케이브(Killing Cave)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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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내부는 생각보다 넓다. 한쪽에는 와불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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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유골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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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탑의 내부를 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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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중에는 이렇게 생긴 곳도 있는데, 크메르 루즈 시절에는 여기서 어린 아이들을 산 채로 던져서 죽였다고 한다.
 

킬링 케이브에서 돌아 나와서 언덕 위를 보면 정상에 높이 솟아 황금색으로 빛나는 왓 삼빠우(Wat Sampeau)가 멀리 보인다. 이곳에는 재미있는 크메르의 전설이 숨어 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약간은 황당하고 재미도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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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멀리 보이는 사원을 향해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다가가면 아래와 같은 사원입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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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는 몇 개의 불탑과 함께 본당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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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저렇게 생긴 본당의 내부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고 신앙심이 깊은 캄보디아 사람들은 기도를 하고, 내부를 관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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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자가 아닌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불상이나 불탑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캄보디아 평원의 모습이 더 감동적이다.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서 그렇겠지만,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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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은 돌계단의 연속이다. 처음에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강이에 알이 배었다고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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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려와서 돌아보면 이렇게 생겼다. 처음에 이쪽으로 올라갔으면 우리가 다닌 길의 반대로 다니는 것이 되는데, 그랬으면 고생이 말도 못했을 것 같다.
 

사족:
 

1) 언덕과 산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캄보디아에서는 [산]이라는 말 대신 [언덕]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당장 수도의 이름도 프놈펜. “펜 언덕”입니다.
 

2) 여행기에 나오는 거리는 모두 바탐방 시내의 프레아 노레이 상(Preah Noreay Statue)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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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가 먹는 달걀은 쉽게 말해 “난자”입니다. 무정란이라고도 하고요. 곤달걀은 “수정란”입니다. 에디슨이 헛간에서 품었다는 달걀은 무정란일까요? 아니면 유정란일까요? 에디슨은 달걀을 품기 전에 그것부터 확인했어야 옳았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라”입니다. 이 때 에디슨의 일화는 좋은 예가 됩니다.
 

4) 킬링 케이브를 찾아가실 때는 길을 조심해야 합니다. 잘못해서 관람로가 아닌 곳으로 접어들면 매우 위험한 동굴을 맞게 됩니다.
 

5) 크메르 루즈에 대해서는 나중에 [프놈펜] 여행을 이야기하면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관심이 있어서 좀 알아봤는데요, 정말로 가슴 아픈 캄보디아 현대사의 비극입니다.
2 Comments
동쪽마녀 2012.02.16 13:29  
크메르 루즈의 잔혹사가 여기서도 등장하네요.
제가 캄보디아 여행을 결정하면서 시엠립만 다녀오고 만 이유가
그 잔혹사 때문입니다.
프놈펜을 갈까 말까 엄청 고민을 했었거든요.
우리나라 식민지사 같은 것만 해도 가슴 아픈데,
그 엄청난 잔혹사를 보고 듣는 걸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ㅠㅠ
곤달걀을 아시는 하로동선님,
저보다 연배가 조금 위이시거나 또래이실 듯 합니다.
하로동선 2012.02.17 10:29  
그래도 캄보디아에 가셨다면 다음번에는 꼭 프놈펜에 꼭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킬링필드 기념관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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