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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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1)

하로동선 7 3973
- 다시 여행을 시작하며 -
 

누구나가 그러하듯이 내게도 가끔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 중 한 부류는 과거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던 이들인데, 그들 중 가끔씩 [앙코르 와트]를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다. (표현은 “친구”라고 했지만, 사실 그 분은 나보다 8살이나 많다)
이런 대화가 시작되면, 과거에 동남아를 몇 번 드나들었던 경험이 있는 내가 약간은 과장을 보태서 앙코르 와트는 동남아시아의 진주이며, 따라서 누구든 한번쯤은 들러서 돌아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떠들어댔었다. 아울러 내가 가이드의 역할을 해 줄테니 누구든 생각이 있으면 내게 말만 하라고 호기를 부렸었다. 그러면 그 형은 “난 언제든지 갈 수 있다”며 큰소리를 쳤고, 주위의 몇몇도 술의 힘을 빌어 “나도 갈 수 있다”며 맞장구를 쳤다. 이런 식의 대화가 오고 간 것은 대략 재작년부터 인 것 같다.
 

해외여행... 사실 말은 좋다.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동남아로 날아간다는데 그것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아무리 동남아로 간다 해도 100만원 이상이 드는 경비가 부담이 되고, 근본적으로는 각자가 생각하는 바가 다르니 원하는 바도 달라서 합일점을 찾는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다. 심지어 내가 다른 직장에 있을 때는 앙코르 와트를 가기 위해 7-8명이 매달 10만원씩 모은 적도 있었는데, 막상 여행을 떠나야 할 때가 되자 여러 의견이 분분해졌고, 끝내 각자 돈만 나눠 갖고 여행은 무산된 적이 있다. 이게 현실인 것이다.
 

이미 이런 경험을 해 본 나는 이번에도 결국은 말의 잔치로 끝나리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술자리에서의 내 호기는 불을 뿜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형의 열의는 식을 줄을 몰랐다. 따로 적금같은 것을 부을 필요도 없이 그냥 언제든지 말만 하면 떠날 수 있다고까지 했다.
이렇게 되자 곤란해지는 쪽은 “나”였다. 사실 나는 가족들한테 이런 식의 여행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한 적이 없는데, 형은 언제든 갈 수 있다고 나오고, 또 다른 동생 하나까지 따라 나서겠다고 나오니, 정말 상황은 “대략난감”이었다.
나도 어엿한 한 가족의 가장이고 자식이 둘이나 있는 입장에서, 제 식구들을 제쳐두고 “남”이랑 여행을 떠나겠다고 한다면 어떤 가족이 좋아하겠으며, 근본적으로 가족 앞에서 그런 말을 꺼내는 사람이 가장의 자격이 있다고나 할 수 있을까? 그런 행동은 가족들의 의견을 떠나서 내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비겁하지만 “안된다”고 했다. 나는 가족들하고 먼저 여행을 다녀온 후에 여러분들과의 여행을 생각하겠다고 했다.
 

작년 이맘 때(2010.12.28 - 2011.01.05) 나는 가족들과 방콕-파타야로 8박9일의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기 게시판에 총 9편에 걸쳐 실린 <서현이 가족의 어메이징 타일랜드>가 이때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나서 내 나름대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친구들과의 여행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거리낄 것도 없이 아주 편안한” 상황이라고 믿은 것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아내는 마지못해 승낙했지만 아이들에게는 뭐라 설명할 길이 없었다. 결국 “아빠는 출장 간다”는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라고 아내가 말해 줬다. 다른 멤버들의 상황도 나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이번 여행은 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라고 시키지도 않는 다짐을 하며 미안함을 대신했다.
 

- 출발 -
 

여행을 떠나는 전날 밤. 낮동안 야반도주하는 사람처럼 몰래 여행 갈 짐을 꾸려 놓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내일을 위해 10시반에 아내보다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불과 한 시간이나 잤을까? 아직도 거실에서는 TV 소리가 들려오는데 잠이 확 달아나서 좀처럼 다시 오질 않는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는 죄 때문에 “들떠서 그렇다”는 말조차 못하고, 그냥 조용히 죽은 사람처럼 뜬눈으로 밤을 샜다.
 

1월26일 목요일 새벽 4시. 알람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일어났다. 어디를 가던 꼭 아침을 먹어야 하는 습성이 있는지라 조용히 도둑고양이처럼 밥만 먹고 사라지려고 했는데, 아내가 따라 일어나더니 밥을 차려준다. “출근해야 하는데 당신은 그냥 들어가서 자”라고 해도 평소에는 어머니가 하시는 아침상을 본인이 차려 준다. 이거 정말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밥을 먹고 났더니 이번에는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한다. 너무나 염치가 없어진 내가 그랬다. 그런 것은 정말로 출장을 갈 때나 해 달라고... 사양했다. 아내가 “밖이 춥다”고 걱정을 하길래 내가 “안 얼어죽는다”고 대답했다.
현관을 나서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시키지도 않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어둠이 짙게 깔린 길을 나섰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한 것이 아파트를 빠져 나오자마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차가운 아침공기를 맞으며 주차장에 서서 전날 사 놓은 새 담배를 뜯어 한 대를 꺼내 물었다. 평소에 담배는 술을 마실 때만 피우는데, 이번 여행 때만은 예외로 하기로 이미 스스로 계획했었다.
 

- 뜻밖의 상황 -
 

새벽 5시25분에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7시가 조금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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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에 오른 네 남자가 기념촬영을 했다. (맨 오른쪽이 나) 곧이어 체크인을 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일행 중 하나의 영문 이름이 여권과 항공권에 철자가 하나 다른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일이... 공항직원 曰 “항공권의 이름은 수정이 불가능하고, 일단 여기서는 보내드리지만 경유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되돌아와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안하면 티켓을 반환하고, 다시 새로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무조건 싼 티켓을 끊는다고 중국남방항공의 인천-방콕 왕복행 광저우 경유편을 TAX 포함 55만 1천원에 샀다. 조건은 환불, 탑승자 교체, 일정 변경 등이 모두 안 된다. 따라서 타지 않으면 탑승료는 날아가는거고 20만원 조금 넘는 TAX만 돌려받을 수 있다.
 

지금같은 성수기에 항공권이 있을 리가 만무하고, 만약에 있더라도 값이 얼마나 비싸겠는가?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속된 말로 “못 먹어도 GO”하는 수밖에 다른 선택이란 없었다. 결국 인천공항에서 요구한 “앞으로 만일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비행기에 올랐다.
 

- 중국 남방항공 -
 

지난 2005년 8월에 학생들을 인솔하고 북경에 간 적이 있다. 당시에 이용했던 비행기가 중국남방항공이었는데, 체크인을 하고 GATE에서 기다리는데 비행기가 없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우리를 태우고 가야 할 비행기가 아직 중국에서 출발도 하지 않았다고... 뭐 이런 유쾌하지 않은 기억 속의 중국남방항공이지만 막상 타 보니 생각보다 양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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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본 비행기는 이렇게 날렵하고, 특히 기내식은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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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편인지라 식사는 가면서 2번 했는데, 각각 생선덮밥과 닭고기덮밥이다. 따뜻하게 덥혀진 덮밥의 맛도 기내의 다른 서비스도 모두 좋았다. 이런 느낌은 내가 바로 지난 여행에서 [제주항공]을 이용했기 때문에 갖게 됐는지도 모른다. 거기는 정말... 끔찍했었다....
 

- 광저우 공항 -
 

비행기에 붙은 얼음을 제거한다고 인천공항에서의 출발은 약간 지연되었다. 얼음 제거는 사람이 올라가서 하는 것이 아니고 화학약품을 분사한다. 광저우 공항에서의 [트랜스퍼]는 매우 삼엄하다. 입국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거쳐가는 것인데도 얼굴 사진을 찍고 여권에 스탬프까지 찍어준다. (나중에 보니 요즘은 어디를 가나 그런 모양이었다. 심지어 캄보디아에서도) 광저우 공항은 처음에는 그냥 지방 공항인줄 알았는데 도쿄, 오사카, 인천, 호치민, 하노이, 프놈펜, 방콕, 자카르타, 델리, 심지어 두바이까지 아시아 거의 전역을 커버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은 낙후되어 화장실 바닥에는 물인지 오줌인지 모를 것들로 질척이고, 난방이 안 되는지 엄청나게 춥다. 현재 바깥기온은 5℃라는데, 여기는 안이 더 추울 것 같다. 게다가 공항의 모든 의자에는 팔걸이가 있다. 따라서 승객은 아무리 피곤해도 절대로 의자에 누울 수 없다. 사람에 대한 배려가 이렇게 없어서야...
 

- 드디어 방콕 -
 

예정보다 30분쯤 늦은 6시 반에 방콕의 쑤완나품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장에 이르니 사람으로 산과 바다를 이룬다. 여기가 일년 내내 이런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성수기의 방콕공항은 이렇게 하루종일 북새통일 것 같다.
 

공항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열대의 뜨거운 바람이 얼굴에 와 닿는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방콕에 와 있음도 더불어 실감했다. 택시를 타고 [카오산로드]로 내달렸다. 미터요금은 317B. 중간에 고속도로를 경유하느라 25B과 45B의 통행료를 지불했고, 공항에서 끊어준 종이쪽지 때문에 50B이 추가되었다.
 

미리 예약해 둔 [람푸 하우스] 앞의 [람부뜨리 로드]에는 언제나처럼 사람으로 넘쳐난다. 배가 몹시 고팠던 우리들은 방에 가방을 던져두고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왔다. 내가 점찍어 둔 곳은 [땅 후아 생 백화점] 앞의 [벅 씨에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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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랑에서 돌아감 님이 추천해 준 글을 보고 찾아갔다. 씨푸드 솜땀, 야문센, Fried pork with garlic, 팟 카파우 까이 이렇게 네 개의 요리와 카우니여우 4개를 주문했다. 일행 넷 중 동남아가 처음인 사람이 두 명, 나머지 한 사람은 여기에 여러 번 왔는데 모두 패키지였다고 한다. 나는 이번이 4번째 태국여행인데, 이런 요리들은 나도 처음이다. 그동안은 맨날 카우팟만 먹고 다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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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씨푸드 솜땀]으로 추정되는 음식이다. 너무 배가 고파서 사진 찍는 것을 깜빡 잊는 바람에 먹다가 중간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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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야문센] 같다. 당면과 새우와 오징어 같은 씨푸드, 양파, 야채 등을 매콤하게 버무린 샐러드인데, 태국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이다. 그러나 맛은? 모두들 그런대로 먹을 만은 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난 모르겠다....
 

사람들은 이런 음식보다는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들을 더 좋아했다. 식사를 마치고도 허기가 느껴지는지 숙소로 돌아가다가 멈추고 야식들을 장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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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감탄한 람부뜨리 표 닭다리와 새우구이이다. 여기에 세븐 일레븐에서 맥주를 사서 우리 나름대로의 환영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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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람푸하우스의 앞마당인데, 여기는 이런 공간이 있는 것이 참 매력적이다. 카오산로드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도 이런 곳은 찾기 힘들 것 같다.
 

사족:
 

1) 비행기 날개에 얼음이 붙으면 비행에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게 하는 힘은 날개의 아래 부분에서 위쪽으로 작용하는 양력입니다. 비행기 날개의 단면은 위쪽으로 굽은 유선형인데, 이 경우 날개의 위로 지나는 풍속은 세고 아래쪽이 약해지면, 반대로 기압은 위쪽이 작아지고 아래쪽이 커집니다. 이것이 학교 다닐 때 배운 [베르누이의 원리]입니다. 그런데 날개에 얼음들이 붙어 있으면 날개 위와 아래 부분의 풍속이 비슷해져서 양력이 작아지니까 비행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2) 같은 이유로 스키점프 선수는 점프대를 이탈해 공중에 부양하면 허리를 앞으로 숙여서 몸을 유선형으로 만듭니다. 신고 있는 스키는 평평하지만 몸을 구부림으로써 양력을 받아 더 높이 떠서 더 멀리 날겠다는 의도입니다.
 

3) 제가 아는 체를 좀 했는데요, 제 직업이 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일이거든요. 저의 친구들은 모두 10년 전 쯤에 구리여고에서 함께 일했던 분들입니다.
7 Comments
하로동선 2012.02.08 16:21  
이 여행기는 태국과 캄보디아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나, 주된 포인트가 캄보디아인 것 같아서 이리로 옮겨서 다시 올립니다.
헐김 2012.02.08 20:35  
베리굿^^ 이게 진정한 사나이 아닌가
챠리캄 2012.02.10 09:47  
부럽네요ㅠ.ㅠ
전 아직 혼자서는 절대 보내주지 않는 누라님때문에,,,,,
하로동선 2012.02.10 10:19  
저는 신혼여행을 포함하여 집사람하고 해외여행 11년동안 4번(모두 배낭여행) 했고요, 따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장일단이 있긴 한데요, 혼자가면 좋은 점은 간섭받지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죠. 예를들어 집사람은 더럽다는 이유로 노점에 있는 음식을 못먹게 하거든요. 솔직히 짜증납니다... 하지만 단점은 미안하다는거죠. 같이 다니세요.
동쪽마녀 2012.02.16 12:30  
선생님이셨구먼요.
네 분 맨 처음 사진 보면서 혹시, 그랬었는데.^^
저 중, 고등학교 때 물리 엄청 못하는 학생이었는데,
왠지 찔립니다.
그래도 여행기는 열심히 읽어요!^^
하로동선 2012.02.17 10:20  
하하.. 저도 물리를 못했었는데 심지어 가르치고 있잖습니까? 껄껄...
산천초목 2012.02.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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