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를 빙자한 주뇽이의 북경여행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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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를 빙자한 주뇽이의 북경여행기(5)

하로동선 0 2097
-만리장성-

강의를 마친 오후에는 만리장성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북경시의 도심을 벗어나니 차창밖으로는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동안 보아왔던 마천루들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장성에 가까이 이르자 눈 앞에 산들이 보이는데 산에 나무가 없는 것이 좀 특이하고 지형도 좀 색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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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도착한 곳은 거용관 장성. 현재기온이 7.2도라니 겨울치고는 이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장성에 오르지 않은 사내는 장부라 부를 수 없다."는 모택동의 글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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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거용관의 장성은 상당히 가파른 산비탈에 세워져 있어서 오르는 게 보통의 고생이 아니었다. 물론 오르는 와중에 뒤를 돌아보면 멋진 풍광들을 볼 수 있기는 하다. 가이드는 봉수대 3개를 다녀오라는데 그러기엔 시간과 체력이 모두 달린다. 결국은 그냥 2개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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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13릉-

장성에서 내려와 향한 곳은 명13릉이다. 우리의 동구릉처럼 명나라 황제 13위의 묘소인데, 오늘 보는 것은 그 가운데에서 정릉이다. 내가 사는 고장에는 동구릉(태조 이성계 포함 9분)과 홍유릉(고종과 순종)이 있고 처가 동네에는 서오릉(장희빈 포함 5분)이 있어서 무덤이라면 충분히 익숙한데, 솔직히 처음에는 '남의 산소에 뭐 볼게 있겠나?' 하는 마음으로 갔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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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본 이런 비석에는 아무런 글귀가 적혀있지 않다. 정릉의 주인공은 신종(주익균)인데 평소에 주색에만 빠져 있었던 까닭에 48년 동안 재위했어도 적을 것이 없었다고 한다.
비석을 지나 더 들어가면 멀리 큰 건물이 보이고 주변은 이렇게 고즈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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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주변에 건물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당시에 세워졌던 목조건물들이 1644년 이자성의 난 때 농민군에 의해 불탔고, 이후에 재건된 것은 1914년의 방화로 인해 모두 불탔기 때문이라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엄청나게 웅장한 규모의 명루가 나타난다. 이것이 불타지 않은 이유는 석조건물이기 때문인데, 그 앞에 서서 바라보노라면 황제의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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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루의 옆을 돌아 올라가면 오늘의 하이라이트 [지하궁전]이 나타난다. 지하 27미터의 깊이에 약 400평의 넓이로 만들어진 이곳은 '무덤'이라기 보다 말 그대로 '궁전'의 모습이었다. 계단을 따라 아래로 한참 내려가면(아파트 9층 높이) 이와 같이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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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들어가면 황제의 옥좌를 비롯한 여러 부장품들을 볼 수 있는데, 지하에 이런 곳이 있다는 점만으로도 마냥 신기했다. 석실 내부에는 붉은색의 관이 3개 놓여 있는데 가운데의 가장 큰 것이 황제의 것이고, 나머지 2개는 황후의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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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지는 가운데 능을 내려오니 풍광 한번 기가막히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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