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2?] 뜨랑 폭포에서 길 잃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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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2?] 뜨랑 폭포에서 길 잃었던 이야기

공심채 17 735

아래 박리키 님의 글을 보다가 올해 뜨랑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 나 오랜만에 짧게 글을 올려 봅니다. 그 날은 마가 끼기라도 한 건지 이상하게 운이 좋지 않더군요. 그 날일이 액땜이었던지 이후 여정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뜨랑 시내에서 반나절 내로 다녀 올만한 곳을 찾아보다 2개의 폭포가 인접해 있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똔 때(Ton Tae) 폭포, 나머지 하나는 똔 똑(Ton Tok) 폭포. 리뷰들을 보니 현지인들이 주로 놀러가가는 곳은 똔 때 폭포인 것 같아서 똔 때를 먼저 들렀다가 내키면 똔 똑까지 가 보는 걸로 하고 뜨랑 역 앞에서 스쿠터를 빌려 출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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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검색해 본 게 맞았던 건지 역시 똔 때 쪽은 뭔가 관리된 느낌입니다. 입구에서 공원 입장료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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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쿠터는 입구에서 더 이상 못 들어가지만 내부에도 이렇게 포장된 도로들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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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표를 따라 가다보면 이런 조형물도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계곡를 따라 폭포로 이어지는 산 길로 들어 섰습니다. 아래 쪽 계곡에 보니 놀러 온 현지인들이 좀 있었는데, 생각보다 폭포가 높은 곳에 있고 계곡이 구불구불해서 그런 지 아래 쪽 계곡에서는 폭포가 제대로 보이지가 않습니다. 대략 300m 정도 산길을 따라 올라가야 폭포 아래에 이를 수 있는 것 같더군요. 

 

날도 덥고 해서 산길 오르기가 부담스러워 그냥 돌아 갈 까 하다가 여기까지 왔으니 그래도 폭포는 제대로 보고 가야지 하는 생각에 산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대략 중간 쯤까지 올라갔을까.. 등산로처럼 보이던 길이 끝이 나고 그때부터는 길이라고 할 만한 게 애매해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래도 올라가는 방향이 확실하고 바위 사이 사이 사람들이 오간 것 같은 흔적들이 있어 갈 수는 있겠다는 생각에 한참을 이리저리 찾아 올라가다 보니 폭포 아래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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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한 것에 비하면 폭포 자체는 그리 멋있지가 않습니다.. 길이가 320m 정도 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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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라 오는 길에 마주 치는 사람이 전혀 없더니 폭포나 그 밑에 소에도 아무도 없고..

 

 

잠깐 땀 좀 식히다가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이런... 올라 올 때와 달리 내려 갈 때는 길이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이 쪽으로 난 흔적도 길 같고, 저 쪽으로 난 흔적도 길 같고.. 감에 따라 내려가다보니 길을 잘못 찾아 바위들 사이 수북히 쌓인 나뭇잎 속으로 종아리까지 쑥 빠져 들기도 하고.. 발을 잘못 디뎌 이리 저리 긁히기도 하고.. 나무들 때문에 시야가 제한적이라 더욱 길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계곡 쪽으로 들어 가 계곡의 바위들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조금 가다 보니 낙차가 커서 도저히 내려갈 수 없는 지점이 나옵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산길을 찾아보려고 들어갔는데.. 이후로도 몇 번 길을 잘못 찾다보니 점점 마음이 급해져 옵니다.. 산 중이라 해가 언제 떨어질지 예상도 안 되고.. 

 

입구에서 요금을 걷던 관리 사무실에 구조 요청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마트폰을 봤더니 신호가 잡히다 말다 합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계곡 쪽으로 다시 나오니 다행이 좀 나아지더군요.. 근데, 외국인이 거의 안 오는 곳이라 그런지 구글링을 해 봐도 관리 사무실 전화 번호가 나오질 않습니다.. 받았던 티켓에도 전화번호가 없고.. 그때부터는 정말 큰 일 났다는 생각에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구글맵을 켜고 돌아다녔던지라 배터리도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고.. 오토바이 빌렸던 곳에도 전화하고, 대사관에도 전화하고 한 바탕 난리를 쳤는데... 다행히 대사관 당직자 분이 공원 관리 사무소에 연락을 해 줘서 관리소 직원이 와서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올라가는 길에 사람이 없고, 중간에 길이 모호해졌을 때 되돌아 왔었어야 하는 건데, 태국을 돌아 다니면서 이런 저런 폭포들을 많이 가 봤던 지라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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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길에 아래 쪽 똔 똑 폭포에도 가 봤는데, 폭포가 크지는 않지만, 접근하기도 쉽고 물놀이 하기에도 좋아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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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에 젖고 흙투성이가 되어 버린 운동화를 씻으려다 놓치는 바람에 떠 내려가는 운동화 주우러 가느라 고생한 걸 제외하면.. 

 

 

예전에 구글맵 믿고 마을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가다 길이 끊어져 고생한 적이 있어 그 후로는 경로를 찾을 때 좀 돌아가더라도 큰 길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제 앞으로는 길이 애매한데도 무모하게 혼자서 산길을 올라가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일은 없으시겠지만, 그 때 도움을 주신 대사관 직원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7 Comments
필리핀 2018.09.12 10:36  
제 컴이 이상한가요? 사진이 안 보여요ㅠㅠ
아래 박리키님 글의 사진은 보이는데ㅠㅠ
공심채 2018.09.12 20:53  
구글 포토에 올린 후 긁어 왔는데 제 컴에서도 크롬 브라우저로는 보이는데 MS Edge에서는 안 보이네요.. 예전에는 이렇게 하면 다 잘 보였었는데.. 일단 사진이 몇 장 되지 않는지라 태사랑 게시판의 사진 올리기로 수정해서 올렸습니다..
필리핀 2018.09.13 11:03  
이제 사진 잘 보여요!

이 글을 외교부 홈피에도 올려서
그 대사관 직원 칭찬 받게 해주세요~^^;;
공심채 2018.09.14 02:59  
그 당시 경황이 없어 성함도 못 물어 본지라... ^^;
펀낙뻰바우 2018.09.12 10:58  
제 폰도 이상한가봐요? 사진이 안 보여요ㅠㅠ 
아래 박리키님 글의 사진은 보이는데ㅠㅠ
필리핀 2018.09.12 13:48  
어머! 소설가 신** 이래 최악의 표절이네요?

이제 절필하시고, 댓글계에서 은퇴하세요!!
펀낙뻰바우 2018.09.12 14:12  
위대한 작가들의 글은 표절이라도 해야...
K. Sunny 2018.09.12 13:07  
흑흑 얼릉 보고 싶어요 사진 ㅎㅎㅎ
K. Sunny 2018.09.12 13:09  
어휴.. 그냥 글만 읽어도 손에 땀이 삐질 하네요.
근데 그 와중에 ㅋㅋㅋ  돌아오는 길에 아래 쪽 똔 똑 폭포에도 가 보셨다니 ㅋㅋㅋ
대단하십니다 ㅎㅎ 저라면 힘 다 빠져서 바로 숙소로 직행했을텐데 말예요~
공심채 2018.09.12 21:03  
공원 관리 사무소에서 배터리 충전하면서 생각해 보니 저 일 때문에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원래 시내로 돌아가는 길에 들릴려고 했던 Thung Khai Botanic Garden은 포기해야 할 것 같더군요.. 저 날이 여행 첫 날이다보니 왠지 억울한 생각도 들고 오기도 생기고, 게다가 똔 똑 폭포는 관리 사무실에서 가깝기도 하고 해서 한번 가 봤습니다.. 덕분에 신발 잃어버릴 뻔 했지만.. ^^;
클래식s 2018.09.12 21:06  
https://goo.gl/XBVHSD Ton Tae Waterfall
공심채 2018.09.12 21:25  
위성 사진으로 보시면 실제 Ton Tae 폭포는 지도에 표시된 지점보다 더 위 쪽에 있고 지도 상으로는 길이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면에 Ton Tok 폭포는 지도에 표시된 그 지점에 있고 지도 상에서 보시듯이 바로 인근까지 길이 나 있습니다. 루트 짤 때 이미 확인했던 사항인데, 정작 가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Ton Tae가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잊을 거라 착각을 했었었네요..
박리키 2018.09.13 11:12  
구글은.. 참고용!!! ㅋㅋㅋㅋㅋ 고생하셨으요~~
공심채 2018.09.14 02:35  
구글맵에 나오는 길로 가도 길이 끊어지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구글맵에 길도 없는 곳을 무턱대고 올라갔으니.. 평소 산을 다니는 사람도 아니다 보니 내려 올 때 길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던 거죠.. ㅜㅜ
어랍쇼 2018.09.13 15:12  
어후... 저는 글도 한번에 못 읽겠네요.
너무 무섭고 심장떨려서 중간에 심호흡좀 하고 읽었어요.
저런곳에서 길 잃었는데 연락까지 안되면 어떻게 해야 되는거죠??
연락되도 위치 설명 막막....ㅜㅜ
헨델과 그레텔처럼 과자라도 흘리고 가야되나..?
K. Sunny 2018.09.13 15:58  
애초에 그런 곳을 갈리가 없는 분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ㅎㅎㅎ
전 작은 끈을 가져가서 가는길의 나무가지에 리본을 살짝 묶어두는 전형적인 방법을 쓰면 괜찮지 않을까, 읽으면서 생각해 봤었어요 ㅎㅎ
공심채 2018.09.14 02:28  
K.Sunny님 말씀처럼 애초에 가지 않는 게 답일 것 같습니다. 저런 상황에 처해 보니 정말 답이 안 나오더군요. 혼자 간 여행이라 저 산 속에서 못 내려가고 있어도 아무도 그 사실을 알 지 못 하니 구조해 주러 오지도 않을테고.. 스마트폰 신호가 잡혀서 현재 위치를 구글 맵으로 찍어 보내 줄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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