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24 (씨엠립)
이전부터 보신분은 모르겠습니다만 나라가 바껴서 갑자기 보시는 분은, 제 여행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이해하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목적 자체가 심시티 보다는 심즈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정보 전달 보다는 감정 전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을 위해 쓰는거라 그런거니 이해 바랍니다.
혹시라도 여기 게시판에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시면 언제든지 얘기해주시면 내리겠습니다.
오늘은 꽤 긴 하루여서 내용도 꽤 기네요. 사진은 다 올리면 난리 날듯 해서 대략 30장을 선별해서 올립니다. 역시 사진은 블로그데서 확인바랍니다.
http://lkfar.tistory.com/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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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딩딩"
알람소리에 갑자기 눈이 팍 떠진다. 알람? 혹시 늦잠 잔건가? 서둘러 시계를 보니 4시반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알람소리에 잠을 깬 첫 날이다.
바깥보다 더운 이곳에서 나름 선방하며 잘 잤다. 모기 몇방 물리긴 했지만 홈매트의 효과는 이곳에서도 통했다. 한국에서 가져오기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홈매트이다.
10인 도미토리지만 나 혼자이기에 편하긴 하다. 옷을 서둘러 갈아입고 짐을 싼다. 10분 안에 나가야 한다. 40분까지 오라고 어제 얘기를 했었다. 과연 시간 맞춰 올까. 조금 불아낳지만 지금은 믿고 가는 수 밖에 없다.
어제 저녁에 들어오면서 산 1리터짜리 물과 메인배낭, 그리고 오늘 들고 다닐 세컨드백을 들고 길을 나선다. 일층에는 스탭 하나가 잠들어 있다. 안깨게 조용히 밖으로 나온다.
아직 시간이 좀 이르지만 안와있다. 오겠지? 픔 안오면 진짜 캄보디아에 실망할거 같다. 일단 들어오는 입구가 좁으니 조금 나가 앉아있는다.
45분인데 아직 안왔다. 가끔 지나가는 뚝뚝을 다 눈여겨 보지만 내 뚝뚝은 안보인다. 불안감이 갈수록 커빈다.
55분까지 기다려도 안온다. 바람 맞은걸까? 이번까지 바람 맞으면 진짜 캄보디아에 대한 인상이 무척 안좋아질거 같다. 더 많은 돈을 준다는 사람이라도 있었던걸까.
다른 뚝뚝이 지나가며 물어보길래 일단 얘기를 좀 해본다. 19달라를 달라기에 일단 상황을 얘기하고 15달라로 흥정해본다. 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그래도 5시까지는 기다려본다.
멀리서 뚝뚝이 하나 온다. 가까이 오는걸 보니 픔 같다. 맞나? 보니까 맞다. 아 고맙다. 오늘 하루를 구해줘서 고맙다기보다, 캄보디아에 대한 최소한의 마음을 가지고 갈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잠시 기다리던 뚝뚝 아저씨한테는 미안하다고 얘기를 하고 나의 뚝뚝에 오른다. 그래도 오늘 하루가 완전히 망하지는 않을듯 싶다. 갑자기 앙코르와트를 볼 기대감에 기분이 업된다.
일단 Cercle d'Angkor로 향한다. 가방을 들고 들어서니 스탭이 자고 있다. 어쩌지? 살짝 깨워보지만 비몽사몽으로 헛소리를 해댄다. 어쩔 수 없다. 옆에 가방을 두고 그 위에 A4용지에 메모를 적어놓는다. 이거 잘 지켜질려나. 뭐 중요한거 다 뺀, 내 속옷 등을 가져갈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나름 놀라운 일이겠다.
이제 다시 뚝뚝에 오르고 앙코르와트로 향한다.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 참 부지런하다. 자전거를 타고 발을 겁나 돌리는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뚝뚝들이 나와 같이 이곳에 해돋이를 보기 위해 같은 길을 간다. 평지라서 자전거를 타도 괜찮을거 같았다. 만달레이에서 마리오가 해준 얘기인데 여기 와서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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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어제 사둬서 그쪽은 쉽게 통과한다. 5분 정도 더 가서 앙코르와트에 도착한다. 어제 저녁에 한 두어시간 조사를 해서 대략 어디가 앙코르와트이고 어제 저녁에 올라간 곳이 앙코르와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임을 알게 되었다. 픔이 뚝뚝을 세운다. 내리면서 이 안에서 일출 보기 좋은 장소를 물어보니, 앙코르와트란다. 그러니까 앙코르와트 안에서 어디 좋은데 있냐고 물어보니 그냥 앙크로와트가 보기 좋단다. 그래 그냥 들어가자.
언제 나올거냐고 묻기에 11시와 12시를 고민한다. 점심을 먹어야 하니 그쯤 나와야 할듯 한데, 지금이 5시니 6시간 이상을 있는거다. 워낙 넓다니 볼만하겠지? 애매해서 그냥 11시반을 얘기한다. 참 우유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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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서 앙코르와트를 쳐다보니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 탄성이 나온다. 아직 남아있는 달의 모습과 이 신전, 그리고 호수까지, 이국적인 조화를 드러낸다. 사진을 몇장 찍지만 내 비루한 실력으로 사진에 담을 광경이 아니다.
들어가는 곳에서는 다시 표를 검사한다. 역시 철저하다. 표를 내고 긴 다리를 지나서 안으로 들어선다. 벽 하나하나가 이국적인 느낌을 낸다. 어제 잠시 본 바로는 모래를 이용한 건축이고, 비슷한 건축물인 피라미드보다 훨씬 거대하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와서 좀 걸어오니 앞에 호수 근처에 사람들이 쫙 모여있는듯 하다. 저기가 뭐가 좋나? 아마 앞에 강에 반사되는 해를 보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뒤에 작은 건축물에 배낭여행자들이 털썩 털썩 앉아있다. 왠지 내 자리는 저 호수가 아니라 이 뒤 구조물인거 같아 그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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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끄트머리 좋은 자리에 걸터앉아있다. 나도 자리를 잡는다. 난 양반다리가 편한지라 맨 앞에 자리를 잡는다. 동양인, 서양인을 비롯한 다양한 여행자들끼리 말 없이 물끄러미 해를 바라본다.
확실히 여기는 관광객이 많다. 내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하나씩 찍고 간다. 한국말, 중국말, 일본어도 여기저기서 많이 들린다. 뭐 걔네는 걔네고 나는 나다. 그냥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앞에 있는 이국적인 건축물 뒤로 펼쳐지는 일몰로 인한 붉은 기운이 꽤나 멋지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국적'이다. 그러면서도 뭔가 조화롭다. 중간중간 심어져있는 야자수까지도 조화롭다. 역시 사진에는 잘 담기 힘들다. 키보드를 펴고 글을 쓰면서 눈은 앞에 고정시킨다. 최대한 내 안에 담아둔다.
커피, 조식을 사라는 얘기를 하며 걸어다니는 행상원들이 살짝 신경쓰인다. 확실히 뭔가 집중해서 해돋이를 보기에는 좋지 않다. 물론 엄청난 장면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빠이에서 빠이린 숙소 뒤 방갈로에서 봤던 해돋이가 더 감동적이었다. 그러고보니 들리는 새소리등은 그때와 거의 동일하다. 좋은 옷이 사람을 잠시 돋보이게 할 수는 있어도 진정 아름답게 하는 건 내면이다. 이곳의 내면은 오늘 얼마만큼 알 수 있을까.
해가 좀 올라오니 좀 밝아지면서 자연의 조명이 더 멋드러지게 이곳을 비춘다. 그래도 장관은 장관이다. 그래도 내가 이곳까지 왔구나. 원래 31일 계획했던 여행에서 24일째면 딱 일주일 남은 상황, 원래라면 정리를 할 단계일거다. 연장을 해서 그런 마음은 덜하지만 나름 잘 해왔음에 스스로가 대견하다.
이로서 8대 불가사의중, 피라미드, 아그라, 그리고 앙코르왓, 3개는 찍은 셈이다. 나머지 5개가 뭐였더라? 볼일이 언젠가는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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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일어나서 관광객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본다. 호수에 비치는 해를 찍기 위해서 사람들이 손만 쭉 뻗어서 사진을 찍고 있다. 뭐가 그리 대단하기에 그러지? 나도 오늘은 관광객들 좀 따라해봐야겠다. 카메라를 위로 들고 사진을 한번 찍어본다. 오, 확실히 멋있다. 하지만 내 눈이 담은 장면이 아니고 카메라만이 담은 장면이다. 가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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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또 우루루 몰리기 전에 다른 곳을 좀 볼까 싶어 일어난다. 걸어가다 뒷편을 봐도 그림이다. 아니, 어디를 봐도 이국적인 느낌이 완전히 아름답다. 혼자 다니는 여행자의 묘미를 최대한 살린다. 급할 것도 없고 반드시 봐야 할 것도 없다. 그냥 터벅터벅 가다가 아무데나 털썩 앉아서 글도 쓰고 구경도 한다. 지금까지는 호수 옆에 사람 구경이 가장 잼있었던 것 같다.
안으로 들어가니 가운데로 통하는 길은 막혀있고 좌우로 길게 통로가 이어져있다. 벽에는 벽화가 아닌 양간된 그림들이 쭉 이어진다. 설명하는 가이드 뒤를 따라가며 살짝 훔쳐 들으니 전쟁을 묘사한거란다. Khmer인들과 Siam인들, 즉 캄보디아와 태국간에 있었던 전쟁을 뜻하는듯 하다. 벽화가 생각보다 매우 정교하다. 이 오랜 시간동안 헤지긴 했지만 윤곽은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긴 하다. 하지만 끝없이 이어지고 있기에 다른 곳으로 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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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을 둘러싸는 구조물 안쪽으로 메인 구조물이 있는듯 하다. 그 사이에는 넓은 평원이 펼쳐져있다. 그쪽으로 들어서니 오른쪽에 홀로 서 있는 건축물이 하나 보인다.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듯 한데 한번 올라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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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니 계단이 매우 헤져있다. 맨들맨들한게 세월의 흔적을 보이고 있다. 이거 계단의 기능을 수행하기는 할까. 조심스레 올라가본다.
아 여기 마음에 든다. 아무도 없는 곳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본다. 높이가 있어서인지 뷰가 멋지다. 오늘 낮에는 그냥 여기서 자리 잡아볼까.
앉아있는데 내가 있는걸 보고 사람들이 올라온다. 아 이게 아닌데. 카우보이 모자를 쓴 중국인 두명은 내 사진을 찍어간다. 내가 광대니... 아랑곳하지 않고 발을 쭉 펴고 앉아서 글을 좀 쓴다. 그래도 조용한 곳에 이러고 있으니 심신이 힐링되는 느낌이다.
노여사가 패키지로 온 이후에 나한테 추천한 이유를 알겠다. 워낙 넓다보니 관광객이 많아도 곳곳에 나만의 장소를 찾기가 어렵지 않아보인다. 일단 앉아서 저번에 다 안보고 아껴놓은 '연금술사'를 꺼낸다. 근데 그러고 보니 여기 화장실을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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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앉아서 책을 보니 온 세상이 내 것 같은 기분이다. 뭔가 분위기가 풍겼는지 더이상 아무도 안올라온다. 미안하지만 여기 오전에만 좀 세놓을께. 어차피 해가 제대로 나오면 더워서 여기 못 있는다. 잠시 둘러보니 여기도 장식들이 정교하고 화려하다. 앙코르왓은 어디에 있든 그냥 그림이 된다.
이곳의 최대 명당을 잡은 것이 확실하다. 새소리로 그득하고 주변은 간혹 사람들의 소리만 들릴뿐 조용하다. 수 없이 많은 세월을 견뎌낸 바닥에 앉아서 역사를 담은 기둥을 기대고 앉아서 책을 보니 이보다 좋은 도서관이 세상에 어디있으랴. 가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사진을 찍으면 배려깊은 모델답게 의식적으로 우수에 찬 눈빛으로 먼 곳을 한번씩 응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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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면 살짝 졸기도 하고, 햇빛이 강해져서 기둥 뒤 그늘로 피하기도 하면서 두시간 가량 책을 읽는다. '연금술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고개를 들어보니 해가 꽤 올라와있다. 8시다.
생각보다 종교적인 색깔이 꽤나 강한 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큰 주제보다 중간 중간 나오는 문구들이 마음을 많이 흔들었다.
'They were seeking the treasure of their Personal Legend, without wanting actually to live out the Personal Legend.'
이 작가가 하려는 여러가지 얘기 중에서 현재를 살라는 얘기를 가장 귀담아 듣게 된다. 꿈을 이루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 자체도 꿈이여야지만 후회없는 삶을 살게된다.
사실 가장 감명 깊은 것은 본편의 마지막을 덮고 나서이다. 파올로 코엘로가 자신의 첫번째 책인 '연금술사'를 출판한게 38살인 것을 알게된다. 그전에 다양한 일을 했지만 결국 본인의 꿈인 작가를 그 나이에 성취하게 된 거다.
내 나이, 서른여섯, 많다면 많은 나이다. 허나 그렇다고 현실과 타협을 해서 살아야 하는 나이일까? 타협을 하려는 이유는 뭘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져서? 아니면 남들에 대한 눈이 두려워서?
만번의 픽션보다 하나의 논픽션이 주는 메세지가 크다. 이 작가는 꿈을 쫓으라는 얘기를 할만한 자격이 있다. 본인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해냈으니 훌륭한 삶이며, 그걸 녹여낸 소설 또한 훌륭하다.
나도 참 약해졌다. 일단 부딪치고 보는 성격이었는데, 꿈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이었는데 몇번의 좌절에 무너져버렸다. 실패가 갖는 의미를 알게 되었고, 실패가 고맙게도 제공하는 씁쓸한 열매는 나만 먹는게 아니라 내 주변에 내가 아끼는 사람들도 먹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꿈을 쫓는다는게 이기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연 코엘료 말처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할까.
햇볕이 뜨거워진다. 이제는 이동할 시간이다. 3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3시간이 남았으니 여기를 좀 더 탐험해보도록 해보자.
안쪽으로 들어가니 새벽에 해돋이를 봤을때 배경이 되어주었던 탑이 보인다. 근데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있다. 어제 얼핏 론리에서 예전에는 못 알라갔지만 지금은 개방됐다는 얘기를 들은거 같다. 일단 저기부터 올라가볼까.
올라가는 길이 다 막혀 있어서 구조물 외부를 돌면서 보니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 여기도 어제처럼 줄서는구나. 하지만 오늘은 시간이 많아서 괜찮다. 나도 가서 줄을 서본다.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여기도 사원이라고 민소매 옷은 안된단다. 나는 상관없지만 여자분 몇몇은 아쉬워하며 돌아선다. 동남아여행 다닐때 숄 하나 가지고 다니는건 상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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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차례가 와서 올라간다. 계단이 꽤나 가파르다. 어르신들은 올라가기 좀 무리가 있겠다 싶다. 높은 곳으로 올라오니 확실히 뷰가 바뀐다. 여기는 안에를 본다기보다는 하나의 전망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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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를 한번 쭉 둘러보며 앙코르왓을 한눈에 담아본다. 아까 들어왔던 곳과 작은 연못도 보인다. 그 옆에는 가판대도 설치되어 있다. 이따 봐서 물이라도 마시러 한번 가볼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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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에도 두군대 불상이 배치되어 있다. 여기 원래 비슈누 신엑 바쳤다가 나중에 불교사원으로 바뀐걸로 알고 있다. 아니 무슨 신전에서 신이 변하지. 불교 나라라 그런지 불상만 깨끗한 옷을 입혀놨다. 그 앞에서 절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래서 민소매 출입을 금지시켰나보다.
확실히 종교의 힘은 강대하다. 대부분의 이정도 규모의 유적은 종교의 힘으로 건축이 된듯 하다. 그래서 옛날 왕들은 자꾸 자기를 신격화시킬려고 했겠지. 갑자기 쌩뚱맞게 마키아벨리 군주론이 보고 싶어진다. 킨들에 있을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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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왓의 느낌은 생각보다 아담(?)하다. 내가 하도 거대하다 거대하다 얘기를 들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앙코르왓 말고 다른 사원들도 있으니 합치면 크겠지만 이곳만으로도 하루 이상은 봐야 한다고 난리친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내가 공부를 덜 하고 와서 안보이는 걸 수도 있지만 오늘 정도가 난 딱 좋은거 같다. 웅장하지만 내 마음 깊이 들어오지는 못한다. 어릴때 피라미드를 보고 정말 감탄했던거와 비교된다. 그러고보면 사람들은 아기자기한것보다 사이즈에서 먼저 감탄하는게 맞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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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같은 장면이 반복되니 살짝 지친다. 9시니 아직 2시간 반이 남았지만 이제 슬슬 나가야겠다. 천천히 걸어서 밖으로 나온다. 중간에 보니 바닥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고, 곳곳에 사람들이 있다. 확실히 관광객이 많아도 장소가 넓으니까 어디든 사람이 덜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다.
밖으로 나와서 다시 한번 돌아보니 장관은 장관이다. 나야 너무 거대한 기대를 하고 와서 그렇고,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왔으면 입이 떡 벌어졌을거다. 그래서 여행에도 스포가 있다고 얘기하는거다.
나와서 가판대 쪽으로 걸어가니 화장실 신호가 보인다. 응? 여기서 한번 시도를? 하지만 신호가 약해서 그냥 가벼운 화장실 이용만 하기로 한다. 찾아가보니 생각보다 깨끗하다. 일단 인레 트레킹 보다는 확실히 깨끗하다. 급하면 여기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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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식당이 하나 보인다. 화장실 앞에 식당이라... 다른데보다 좀 저렴하지 않을까? 9시라 시간이 애매하지만 조금 늦은 아침을 먹기로 결심한다. 점심은 다음 유적지를 돌고 좀 늦게 먹어도 괜찮을듯 하다.
메뉴는 국수 하나이고 노란면과, 흰면이 있단다. 가격은 둘다 2달라. 노란면이 일반적이라고 하고 흰면은 좀 특이한 맛이라길래, 그냥 흰면을 시킨다. 근데 2달라면 꽤나 비싸긴 하다. 아마 현지인한테는 다른 가격을 매기지 않을까 혼자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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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면이라고 한건 그냥 쌀국수다. 그래도 고기도 꽤나 들어가고 맛이 나쁘지 않다. 헌데 모기, 파리, 벌이 너무 많아서 오래 있기는 좀 그렇다. 맛있긴 했지만 먹자마자 일어난다. 이곳 근처에서 커피 한잔 마실 곳이 있을려나.
나와서 앞쪽으로 나오니, 가판대가 펼쳐져있긴 한데 거의 다 옷가게이다. 앉아서 선풍기 바람도 좀 쐬면서 커피한잔에 책 좀 보고 싶은데... 좀 더 가보니 뭔가 비슷한 장소가 보인다. 이정도면 괜찮을듯.
커피 가격을 물어보니 1달라이다. 괜찮아보인다. 여기로 당첨. 들어가서 얼음 동동 아이스커피를 주문하고 앉아서 키보드를 핀다. 그때 옆에 캄보디아 연인이 앉았다가 선풍기 때문에 내 앞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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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앉아있으면 거의 버릇처럼 말을 걸게 된다. 혼자 여행 다니면서 생긴 버릇이다. 한국 가서도 이러면 바람둥이 될텐데. 슬쩍 캄보디아인이냐고 물어보니 맞단다. 영어를 좀 할려나? 보니 남자는 영어를 거의 못하지만 여자는 꽤나 영어를 잘한다. 꽤나라기 보다는 캄보디아에서 본 사람 중 제일 잘한다.
이런 저런 수다를 떤다. 나름 둘도 잼있어한다. 남자는 베트남에 살고 여자는 캄보디아에 사는데 2년 동안 만났단다. 대단한데. 여자가 부자인가? 물어보니 여자는 이런저런 교환 프로그램으로 한국에도 왔었고, 인도에도 갔었단다. 매우 활발한 사람이구먼. 둘다 훈남, 훈녀라 보기 좋다. 24살, 21살이란다. 귀여운 애기들이구먼.
노여사 자랑도 좀 하고 좀 약올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참 여행다니면서 사람을 만나보면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는 살아가는 방식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며 내가 선택할 길도 한두가지에서 하나를 고르는게 아니다. 두려움을 털어내고 눈을 열고 보면 엄청난 가능성들이 열려있지만 그 가능성이 보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닫아낸다. 나한테 지금 열려 있는 길들은 무엇일까.
11시가 다가와서 일어선다. 이 커플에게도 영원한 사랑을 기원한다. 둘이 은근 어울려서 잘되지 싶다. 잠시 고민하다가 화장실로 향한다. 그래, 근심을 털어내야 앞으로가 편해지는 법이다.
이쯤이야 뭐. 간단히 해결하고 나온다. 천천히 바깥으로 향한다. 아직 11시라 시간이 좀 이르지만 왠지 픔씨는 지금도 기다리고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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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돌아본다. 서둘러 나가고 싶지 않다. 한번 더 전경을 눈에 담는다. 이곳은 왠지 다시 올일이 없을거 같다. 약간 실망한 곳이었지만 그래도 돌아서 다시 한번 보니 이국적인 모습이 확실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가 죽고, 내 자식이 죽고, 그 자식이 죽어도 얘는 그대로 살아남겠지. 어찌보면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은 유물을 남기는것이 유일하다.
나와서 아까 픔이 얘기한 곳으로 가보니 뒤에서 곤히 잠들어있다. 어디라도 갔다 오는줄 알았더니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마음이 굉장히 불편하다. 이런 대접은 내 스타일이 아닌데. 그래도 너무 귀엽게 자고 있어서 사진 한장을 찍고 살짝 깨운다.
침을 닦으며 일어서더니 바로 어디로 가고 싶냐고 한다. 그래도 참 친절하시다. 어제 그 친구와 이별하기를 정말 잘했다. 아까 커피 마시면서 론리를 쭉 보고, 더운 이 시간에는 숲과 유적이 얽혀있다는 Ta Prohm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 얘기하니 바로 헬멧을 쓰고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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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이 생각보다 가깝진 않다. 가는 길에 전기자전거와 일반 자전거, 그리고 심지어 걸어가는 여행자들이 많이 보인다. 나도 조금 여유가 있었으면 저런 방법을 썼을텐데, 아쉽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쓴다는 사실이, 내가 여유를 부리는 동안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든다. 그래도 그 사람에게 벌이를 제공하는거니 당연히 좋은거라 생각하며 넘어간다.
프롬에 도착하니 픔이 여기는 동쪽 입구이고 서쪽 입구에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지금이 11시반이니 2시반에서 3시쯤 나오겠다고 하니 아무때나 나오라고 한다. 어디 가서 쉬다가 오든가 하지. 익숙해지는게 쉽지 않다.
이곳에 들어서니 무슨 수목원에 들어온 느낌이다. 아까 앙코르왓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조금 더 들어오니 역시 티켓 체크를 한번 한 후 나무들에게 괴상하게 정복당한 건출물이 눈 앞에 나온다. 론리에서 볼때 여기에서 나무를 제거해야 하나, 놔둬야 하나에 대한 토론이 많다는 글을 봤다. 나무로 인해 로맨틱한 정취를 풍기지만 유적지 파괴가 문제라는 얘기다.
들어가기에 앞서 그 앞에서 잠시 앉아서 글을 좀 쓰고, 론리를 피고 이곳에 대한 얘기를 먼저 좀 읽는다. 역시 좀 읽고 들어가야 도움이 되는거 같다. 그늘이라도 땀이 주룩 주룩 나지만 이제 땀은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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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와서 느낀 것이 홀로 여행자가 확 줄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래도 꽤나 보였는데 여기는 모두가 일행이 있다. 뚝뚝을 혼자 타는 것이 비효율적인 이유도 있을거고,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아예 처음부터 기획해서 같이 다니는 사람들도 많은듯 하다. 하지만 홀로 다니는 여행의 주는 자유로움과 여유는 다닌 사람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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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 앞의 큰 나무의 그늘에 앉아서 론리를 20분 정도 찬찬히 정독한다. 이곳에 대한 설명이 철학적이다. '사람이 먼저 자연을 파괴하며 엄청난 문명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자연이 그 문명을 조금씩 파괴하고 있는 곳' 인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결국은 자연이 이길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기껏해야 100년이다. 자연 입장에서는 하루살이에 불과한 인생일진데 뭔 이리 고민과 걱정이 많을까. 누구든 죽고나면 한줌 흙이 될뿐일진데.
앙코르왓은 일몰 때문에 좀 서두룬 감이 있어서 이곳은 한껏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들어선다. 여기 말고 딱 한군대만 더 갈것이라 한 곳에서 3시간 이상 있으니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이곳에서 툼레이더 영화 촬영을 했다더니 이해가 간다. 나무와 유적물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 나무들은 몇년이나 된걸까? 이곳이 생긴걸 생각하면 천년 정도를 예상할 수 있을듯 하다. 그리고 뿌리를 보면 그정도는 된 느낌이 든다. 이 정도의 문명도 끈질긴 자연 앞에서는 모두 무너진다.
Khmer인들은 아치 기술을 마스터 못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모든 통로고 좁고 위를 보면 아치로 구성이 되어 있지 않고 그냥 벽돌을 쌓듯이 쌓여있다. 헌데 보면 10군대 중 서너군대는 위가 뻥 뚫려있고 그 돌들이 바닥에 있다. 아치형이 아니라서 기초가 단단하지 못했나보다. 이거 근데 안전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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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가는데 세군대서 바람이 불며 갑자기 시원해진다. 둘러보니 여기가 명당인거 같다. 사방으로 구멍이 뚫려있어서 바람이 항시 불며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헌데 위를 보니 돌맹이가 위태롭게 얹혀져있다. 저거 하나만 떨어져도 난 사망이다. 여기 진짜 안전한걸까? 잠시 앉아서 책을 보려다 돌아선다. 아직은 내 목숨이 소중하다.
앙코르왓에 비하면 유적이 체계적이지도 않고 그만큼 넓지도 않다. 조금 보다 보니 다 본듯 하여 큰 나무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갑자기 앞에서 한국인 가이드가 큰 소리로 사람들을 소집한다. 암기과목 명시하듯이 이곳에 대한 설명을 한다. 지켜보는게 나름 잼있다. 슬쩍 엿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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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어떤 방에 들어가더니 다같이 손바닥을 3번 치고, 다 같이 "야!"하고 소리도 지른다. 이 방이 안울림을 얘기하기 위함이다. 강의(?) 방식이겠지만 조용하던 이곳에 울려퍼지는 "아~" 소리에 순간 민망해진다. 누가 물어보면 지금 이순간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와따시와 칸코크진가 나이데스. 우리 어머니도 단체 관광 가면 저럴려나. 앗, 그러고보니 노여사도 어머니와 패키지 왔는데 저 방에서 소리 질렀을려나? 근데 방이 안울리는게 무슨 과학적으로 그런걸가? 소리가 난반사된다는건데 여기 구조물 특징상 모두 난반사되지 않을까. 원래 관광지에는 포인트가 필요하니 뭐라도 스토리를 만드는게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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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앉은 곳이 중심인가보다. 아주 사람들이 나무 사이에 얼굴을 집어넣고 사진찍고 난리가 났다. 한 외국 아저씨는 정확하게 서야 하는 장소를 물어본다. 사진찍는데 꼭 서야 하는 곳이 어딨을까. 자기가 포인트를 잡아야 더 의미 있는거지. 유적 구경하러 와서 사람 구경을 시작했다. 역시 사람 구경이 더 잼있다.
여행 이후 처음으로 책 한권을 끝내고 새로운 책을 편다. 내용도 전혀 모르지만 누군가한테 추천받은 Pearl S. Buck의 'The Good Earth', Kindle Unlimited에 있길래 받아왔다. 아 그런데 지금 카드를 다 취소시켜서 킨들 언리미티드 갱신을 못한다. 와이파이 연결하는 순간 내 론리는 다 날라간다. 새로운 책 받고 싶은데, 이것도 문제다.
좀 안좋은 생각이지만 이곳에 앉아서 관광객들을 보면 내가 자유롭다는 행복감을 더 강하게 느낀다. 일종의 우월감이라 안좋다는건 알지만 일단 지금은 즐길련다. 줄 서서 한명씩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통곡의 방에 들어가서 "하나, 둘, 셋, 아!!"를 한 팀은 한국 밖에 없다. 중국 사람들은 안올려나.
한국팀이 또 왔다. 이번에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데 한이 많으면 "둥둥" 소리가 크게 난다고 가이드가 얘기한다. 그리고 부부 두팀씩 들어가서 실습을 한다. 줄서서 들어가서 "둥둥", "둥둥" 아 진짜 중국 패키지 팀 안오나? 왜 우리나라만 이런거야....... 여기 한시간째 앉아있는데 당황스럽다. 실습 이후에는 나와서 줄 서서 사진을 찍는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란다.
1시반이 되어가기에 같이 따라나온다. 밥을 여기서 먹고 이동해야할 생각이다. 근데 내가 한국인인줄 알까? 왠 이상한 거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여튼 뒷다마 작렬했지만, 왠지 우리 어머니 아버지 같아서 뭔가 정감이 간다.
나오니 앞에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픔이 있나보는데 잘 안보인다. 지금 보면 애매한데 잘됐다. 일단 Khmer 전통 음식이 Amok을 먹으려 하는데 6달라란다. 헐, 이거 2달라 정도일텐데, 바가지가 장난아니다. 내가 헐, 하는 표정으로 보고 있으니 역시 알아서 네고가 들어간다. 메뉴판 가격은 그냥 보여주기 위함인걸까. 결국 망고쉐이크까지 같이 해서 5달라에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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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대표 메뉴를 처음 먹는건데 좀 느끼하다. 똠얌꽁하고 비슷하지만 맵지 않다. 결론적으로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도 비싸게 주고 산건데, 싹 다 비운다. 그리고 물 한잔 얻어먹는다. 그냥 여기 물인데 이거 먹고 설사하지는 않겠지. 하루종일 땀을 흘리니 수분 섭취가 필수적이다. 땀 흘리는건 거의 인레 트레킹할때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밥을 먹고 픔이 뚝뚝을 찾아 해메니 픔이 먼저 날 알아보고 저 앞에서 손을 흔든다. 다시 뚝뚝 타고 이동할 시간. 두개를 거치니 이제 진짜 체력의 한계가 좀 와서 뚝뚝 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늘 안에서 편하게 이동하니 살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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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내가는 곳은 Bayon이라는 얼굴 모양이 많은 사원이 있는 곳, 하지만 그건 일부분이고 더 넓게 듬섬듬섬 펼쳐져 있단다. Bayon을 마지막으로 보고 그 출구에서 만나자며 픔이 나를 반대편에서 내려준다.
들어가니 그냥 숲이고 군데 군데 유적들이 보인다. 아무리 유적이 많다 해도 이제 좀 지친다. 김한별이 여친이라도 계속 보면 바람을 피는게 인간인데, 같은 유적을 하루 종일 보니 이제 눈과 몸이 익숙해져버렸다. 이곳은 큰 유적은 없지만 모든게 그냥 유적이다. 깔고 앉는 돌맹이부터 통로까지, 이 광활한 곳을 관리하는것은 불가능해보인다.
아 이제 귀찮다. 그냥 바욘에 가서 책이나 보면서 쉬다가 일몰이나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허나 가는 길에 길다란 길이 있고 거기서 이어지는 파고다가 하나 나타난다. 아 그래도 여기는 걸어봐야겠다. 이거 진짜 진이 빠지는데. 오늘 저녁에는 필히 맥주 한잔해야겠다. 아, 그러고보니 내일 고아원 같이 가기로 한분하고 한잔하자는 얘기를 하다 마무리를 못했다. 카톡이 안되니 천상 숙소에 가서 확인할 수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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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길을 걸어가려고 하는데 뒤에 그리 안보이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나타났다. 군중 속에 파묻힐까봐 앞으로 나서서 그 길을 걸어본다. 아 좋군, 하며 걸어가는데 뒤에서 카메라 소리가 들린다. 뒤를 보니 10여명이 다 나를 향해 사진을 찍고 있다. 정확히는 사원을 향한 거겠지만 거기에 내가 있으니 문제다.
공짜로 찍혀주지 뭐. 무시하고 길을 끝까지 간다. 다가오니 높은 사원 맨 꼭대기에 사람이 있는게 보인다. 올라가는 길이 있나보다. 아, 왜 있는거야. 있으면 또 올라가야 하잖아. 그래 가자 가. 꽤 높아서 위에서 보면 멋있을거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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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앙코르왓 올라가는거에 두배는 된다. 가파른 계단 하나를 오르니 하나 더 나타난다. 그 이후에 또 나타난다. 3개를 오르고서야 정상에 도착한다.
아찔하다. 이 천년된 나무들과 눈높이를 같이 한다. 아파트로 치면 대충 10층 정도 높이가 아닌가 싶은데 안전장비는 거의 전무하다. 하나 더 올라가는게 있길래 올라갈까 싶었더니 막아놨다. 일몰을 여기서 보면 어떨까 싶어서 봤더니 아쉽게도 나무가 우거져서 안보일듯 하다. 누군가 그랬지. 사람이 몰리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라고. 일몰은 Bayon에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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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이 보이는 곳에 앉아서 큰 심호흡을 이삼회 한다. 그래도 좋긴 좋다. 이곳 확실히 매력적인 곳이긴 한데, 그냥 하루에 서너시간 하니씩 보면 좋을듯 하다. 이렇게 다니면 좋은 곳도 힘겨워지고 버거워진다. 난 그래도 3개만 쉬엄 쉬엄 봐도 이런데, 패키지로 5개 이렇게 다니면 어떻게 될려나.
멀리서 폭풍우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새지길래 일단 내려가기로 한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는 길에 힘을 가득 실은 바람이 불어온다. 노여사라면 날라갔겠는걸? 나는 물론 괜찮다.
아 진짜 이제 진이 빠진다. 이제 그냥 Bayon으로 직행해서 쉬다가 일몰을 봐야겠다. 그 생각으로 나와서 5분 걸으니 또 큰 사원이 보인다. 아 또 뭐야...
이번에는 진짜 안들어가! 과감하게 지나가려고 하는데 안에 사람이 너무 많다. 후... 여기 유명한데인가? 근데 위쪽에 얼굴이 보이는거 같기도 하다. 혹시 여기가 Bayon?
옆에 뚝뚝 기사님한테 물으니 여기란다. 아 생각이랑 많이 다르다. 하지만 잘됐다. 근데 여기 아까랑 비슷한데 일몰을 볼 그림이 나올려나? 일단 들어가는데 표 검사를 한다. 여기 Bayon이냐고 다시 확인 질문하니 아니란다. 헉, 뭐지?
장난친거란다. 그런 장난치지마... 정말 힘들어... 들어와서 좀 돌다가 위로 올라간다. 다리가 이제 후들후들 거린다. 올라가니 여러 얼굴은 보이는데 이곳이 왜 일몰을 보기 좋다는지 이해가 안된다. 숲으로 가려져 있어서 보이지도 않을거 같다. 게다가 구름도 쫙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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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그냥 돌아가자. 이거는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 아니다. 너무 지치고 진이 빠졌다. 인레호수도 안봐놓구서는 이게 뭔짓인지. 그냥 귀가하기로 결정한다. 근데 4시반인데 픔이 지금 있을까?
찾아보니 안보인다. 마냥 기다리고 있는건 아니었던건가. 일단 너무 목이 말라서 둘러본다. 혹시 잔돈을 못 바꿀 거를 대비하자면 1달라만 사용 가능하다. 근데 다른 곳에는 그리 많이 보이던 가판대들이 여기서는 잘 안보인다.
그러다 하나 발견하고 다가서니 언제나 그렇듯이 호객을 한다. 이번에는 나도 필요하니 물어본다. 물이 2병에 1달라, 그리고 코코넛이 하나에 1달라이다. 항상 느끼지만 달라를 메인 화폐로 쓰기에는 1달라가 너무 크다. 나야 몇일 안있으니 그냥 쓰지만 여기서 일주일 이상 있을려면 반드시 이곳 화폐로 바꾸는게 이득이지 싶다.
물 두병 받아봤자 들고 다니는 것도 쉽지 않아서 그냥 코코넛을 처음으로 주문해본다. 한국에서 먹어봤을때 너무 밍숭맹숭해서 안좋았던 기억이 커서 그 이후 사서 먹어본 적이 없다. 정글의 법칙에서는 그리 힘들게 자르더니, 얘네는 두세번 도끼질에 쉽게 잘라서 먹기 좋게 빨대를 꼽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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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모금 빨아 먹어보니 나쁘지 않다. 시원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단맛이 있고, 또 양이 상당하다. 오늘 내내 수분 섭취를 못해서 몸이 고달팠는지 바로 원샷해버린다.
이제 픔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할려나. 혹시 몰라서 주변을 산책도 할겸 돌아본다. 사실 산책할 다리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다리는게 더 싫다. 저쪽 구석에 뚝뚝이 하나 있길래 걸어가보니 멀리서 픔이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듯 하다. 확인하기 위해서 조금 가까이 가니 자고 있던 픔이 무슨 예감이 들었는지 일어나서 나를 쳐다본다.
또 일어나자마자 이제 어디로 갈까, 하며 물어본다. 참 성실하다. 가긴 어딜 가, 힘들어서 집에 가자니까 갑자기 티가 안나는 미소가 드러난다. 그래, 당신도 힘들었을거야.
올라타고 집으로 향한다. 중간에 스님도 한명 무임승차해도 되냐고 물어서 그러라고 한다. 스님의 영어 연습 상대가 되어주면서 집으로 향한다.
숙소에서 내리니 픔이 내일은 어떤 계획이 있냐고 묻는다. 내일은 도저히 못 나가지. 일단 고아원 일이 있고 그게 취소되더라도 앙코르를 갈 생각은 없다. 입장권도 하루치를 사서 어차피 못 간다.
오늘 열심히 고생했는데 미안하다. 그래도 내가 블로그를 하니 올려준다고 얘기한다. 엄청나게 추천할 기사님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어 어느정도 통하고 착하셔서 손해를 안볼 기사님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가방을 챙긴다. 전에 있던 여자 스탭이 아닌 남자애가 있는데 얘도 인상이 좋다. 그때 여자스탭하고 했던 얘기를 들려주는데 영어를 잘못해서 의사소통이 쉽지는 않다. 일단 이름부터 물어본다. 여행 다닐때의 버릇이다. 사람은 이름으로 부르는게 예의라고 믿는다. 그래도 친절하고 착하니까 바디랭귀지로 그럭저럭 잘 통한다.
가방을 들고 숙소로 올라간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들이 서너명 이미 있다. 살짝 눈인사를 하고 안명을 틀려고 하는데 다 씹는다. 아 여기 서로 잠만 자는 그런 게스트하우스인가보다. 뭐 내가 먼저 와있었던 것도 아니니 분위기가 그러면 맞춰줘야지.
일단 샤워부터 한다. 샤워실이 도미토리 안에 있어서 남녀 같이 쓰는 상황에서 썩 바람직하지 않다. 동양 여자 하나, 서양 여자 하나, 그리고 서양 남자 둘 이렇게 4명이서 방을 쉐어하게 될듯 하다.
빨래를 할까 하다가 여건이 애매해서 들고 가서 맡긴다. 아 내 더러운걸 떠나서 드러운 속옷을 맡길려니 뭔가 민망하지만 여기는 빨래 여건이 어렵다. 빨래 여건이란, 세면대에 물을 받을 수 있게 마개가 있냐는건데, 여기는 없다. 이왕 맡기는거 이것저것 다 넣어보지만 그래봤자 딱 1키로다. 1.25달라로 해결한다. 속옷 민망한데...
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으니 한명 두명 밖으로 나간다. 아 이렇게 안면 안트고 있는 도미토리는 뭔가 숨이 막힌다. 만달레이 Ace Star는 뭔가 내 영역인 느낌이라 내가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여기서는 그럴 환경이 아니다.
7시반이 되서 나도 밥을 먹으러 나온다. 이곳에 Pub Street가 있다기에 오늘은 그리로 갈 생각이다. 물론 관광객 냄새 물씬 나겠지만 하루정도는 그런 체험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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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분 걸어서 거리를 들어서니 좌우로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다. 메뉴를 보며 쭉 걷다가 가장 저렴해보이는 마지막에 정착한다. 어차피 퀄리티는 다 그게일거라 추측한다. 악어 고기 등 별의별 고기를 BBQ에 하는 캄보디아식 구이가 궁금하긴 한데, 궁금해서 9달라를 쓸수는 없다. 확실히 비싸다. 안동소주라도 있었으면 생각이라도 해봤을텐데.
자리를 잡고 앉아서 Khmer Loklok을 시킨다. 전통 요리를 시켜야 그래도 안비싸다. 2달라 정도다. 이곳도 미얀마와 마찬가지로 생맥주가 0.5달라다. 당연히 하나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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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klok은 고추장이 아닌 이곳 양념으로 한 돼지불백 느낌이다. 좀 매콤하게 해달라고 했더니 약간 매운 느낌이 나게 나왔다. 더 매워도 되는데. 캄보디아는 태국과 다르게 그다지 안매운가보다.
먹으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왠 중국인 5명 정도가 큰 소리를 내며 지나가다가 내 앞가게에 자리를 잡는다. 저번에 노여사 얘기 들으니 패키지는 나오지도 못해서 겨우 탈출했다고 들은거 같은데.
이 사람들 자리 붙이고 한참 얘기하다 갑자기 나한테 오더니 다짜고짜 중국어로 말을 건다. 저기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중국인은 아니랍니다. 중국인이 아니라고 영어로 말을 해도 중국어로 얘기한다. 천천히 "코리안" 하니까 아아 하며 당황하며 자리로 간다. 근데 스타일이 바껴서 중국인 같나? 왜 어디가도 현지인 같다는 거지? 그냥 멀티내셔널인건가.
이 사람들 앉아서 시끌벅적 10분이 넘게 놀더니 일어나서 가버린다. 이건 또 뭐다냐. 앞에 메뉴판 있어서 다 보고 앉아놓구서는, 당황스럽다. 테이블 정리를 다시 하는 직원분과 어쩌다 눈이 마주쳐서 둘다 황당한 웃음을 교환한다. 내가 외식업을 했어서서 그런지 저런 인간들 꼴보기 싫다.
좀 앉아있으니 갑자기 한국말이 들리더니 가이드를 앞에 내세우고 한국인 팀이 우루루 온다. 중국인들도 안그러는데, 한국인 관광객들은 너무 감싸고 돈다. 밥 먹는것도 꼭 같이 다녀야 하고 여행지에서도 벗어나는거를 극도로 경계한다. 사고 방지용일려나. 내 건너편을 보고 여기가 피자 제일 유명한 곳이에요라고 가이드가 외친 이후에 다 같이 아아 하면서 지나간다. 이것도 문화차이라고 인정해야 하는거겠지. 다른데서는 못 보던 것을 이곳에서 보는거 보니 확실히 관광지는 맞는가보다.
오늘은 돌아가는 길에 두리안이나 사서 먹어볼까 한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시도한적이 없다. 비싼 한국에서 못 먹으니 1달라인 이곳에서 뭐든 시도해봐야겠다. 망고쥬스도 1달라던데, 망고쥬스를 먹을까.
오늘은 앙코르 사원들의 탐방으로 보낸 하루다. 내 체력이 비루하고 공부가 부족해서 내 개인적인 경험은 별로였지만 분명 한번 와봐야 하는 곳임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캄보디아가 매력적인게, 패키지 관광객도 배낭여행객도 모두 다 할일들이 있다. 비싼 음식도 있고, 싼 음식도 있다. 나는 이곳을 4일만으로 잡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환상적인 도시일거라 생각한다. 내일은 어떤 경험이 이어질까.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고아원 봉사활동 리더분에게 연락하고 생각해봐야겠다. 거기 꼭 갔으면 좋겠는데. 취소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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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곳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맥주 한잔 하고 하루를 정리하니 기분이 좋다. 노여사가 여기를 작년에 지나갔었을거라 생각하니 더 기분이 좋다. 돌아가는 길에 두리앙을 물어보니 2키로에 2달라로 비싸서 그냥 망고 주스 하나를 1달라에 사온다. 이곳은 이렇게 오는게 아니라 차라리 한달을 기획하고 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혹시라도 여기 게시판에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시면 언제든지 얘기해주시면 내리겠습니다.
오늘은 꽤 긴 하루여서 내용도 꽤 기네요. 사진은 다 올리면 난리 날듯 해서 대략 30장을 선별해서 올립니다. 역시 사진은 블로그데서 확인바랍니다.
http://lkfar.tistory.com/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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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딩딩"
알람소리에 갑자기 눈이 팍 떠진다. 알람? 혹시 늦잠 잔건가? 서둘러 시계를 보니 4시반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알람소리에 잠을 깬 첫 날이다.
바깥보다 더운 이곳에서 나름 선방하며 잘 잤다. 모기 몇방 물리긴 했지만 홈매트의 효과는 이곳에서도 통했다. 한국에서 가져오기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홈매트이다.
10인 도미토리지만 나 혼자이기에 편하긴 하다. 옷을 서둘러 갈아입고 짐을 싼다. 10분 안에 나가야 한다. 40분까지 오라고 어제 얘기를 했었다. 과연 시간 맞춰 올까. 조금 불아낳지만 지금은 믿고 가는 수 밖에 없다.
어제 저녁에 들어오면서 산 1리터짜리 물과 메인배낭, 그리고 오늘 들고 다닐 세컨드백을 들고 길을 나선다. 일층에는 스탭 하나가 잠들어 있다. 안깨게 조용히 밖으로 나온다.
아직 시간이 좀 이르지만 안와있다. 오겠지? 픔 안오면 진짜 캄보디아에 실망할거 같다. 일단 들어오는 입구가 좁으니 조금 나가 앉아있는다.
45분인데 아직 안왔다. 가끔 지나가는 뚝뚝을 다 눈여겨 보지만 내 뚝뚝은 안보인다. 불안감이 갈수록 커빈다.
55분까지 기다려도 안온다. 바람 맞은걸까? 이번까지 바람 맞으면 진짜 캄보디아에 대한 인상이 무척 안좋아질거 같다. 더 많은 돈을 준다는 사람이라도 있었던걸까.
다른 뚝뚝이 지나가며 물어보길래 일단 얘기를 좀 해본다. 19달라를 달라기에 일단 상황을 얘기하고 15달라로 흥정해본다. 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그래도 5시까지는 기다려본다.
멀리서 뚝뚝이 하나 온다. 가까이 오는걸 보니 픔 같다. 맞나? 보니까 맞다. 아 고맙다. 오늘 하루를 구해줘서 고맙다기보다, 캄보디아에 대한 최소한의 마음을 가지고 갈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잠시 기다리던 뚝뚝 아저씨한테는 미안하다고 얘기를 하고 나의 뚝뚝에 오른다. 그래도 오늘 하루가 완전히 망하지는 않을듯 싶다. 갑자기 앙코르와트를 볼 기대감에 기분이 업된다.
일단 Cercle d'Angkor로 향한다. 가방을 들고 들어서니 스탭이 자고 있다. 어쩌지? 살짝 깨워보지만 비몽사몽으로 헛소리를 해댄다. 어쩔 수 없다. 옆에 가방을 두고 그 위에 A4용지에 메모를 적어놓는다. 이거 잘 지켜질려나. 뭐 중요한거 다 뺀, 내 속옷 등을 가져갈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나름 놀라운 일이겠다.
이제 다시 뚝뚝에 오르고 앙코르와트로 향한다.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 참 부지런하다. 자전거를 타고 발을 겁나 돌리는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뚝뚝들이 나와 같이 이곳에 해돋이를 보기 위해 같은 길을 간다. 평지라서 자전거를 타도 괜찮을거 같았다. 만달레이에서 마리오가 해준 얘기인데 여기 와서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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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어제 사둬서 그쪽은 쉽게 통과한다. 5분 정도 더 가서 앙코르와트에 도착한다. 어제 저녁에 한 두어시간 조사를 해서 대략 어디가 앙코르와트이고 어제 저녁에 올라간 곳이 앙코르와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임을 알게 되었다. 픔이 뚝뚝을 세운다. 내리면서 이 안에서 일출 보기 좋은 장소를 물어보니, 앙코르와트란다. 그러니까 앙코르와트 안에서 어디 좋은데 있냐고 물어보니 그냥 앙크로와트가 보기 좋단다. 그래 그냥 들어가자.
언제 나올거냐고 묻기에 11시와 12시를 고민한다. 점심을 먹어야 하니 그쯤 나와야 할듯 한데, 지금이 5시니 6시간 이상을 있는거다. 워낙 넓다니 볼만하겠지? 애매해서 그냥 11시반을 얘기한다. 참 우유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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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서 앙코르와트를 쳐다보니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 탄성이 나온다. 아직 남아있는 달의 모습과 이 신전, 그리고 호수까지, 이국적인 조화를 드러낸다. 사진을 몇장 찍지만 내 비루한 실력으로 사진에 담을 광경이 아니다.
들어가는 곳에서는 다시 표를 검사한다. 역시 철저하다. 표를 내고 긴 다리를 지나서 안으로 들어선다. 벽 하나하나가 이국적인 느낌을 낸다. 어제 잠시 본 바로는 모래를 이용한 건축이고, 비슷한 건축물인 피라미드보다 훨씬 거대하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와서 좀 걸어오니 앞에 호수 근처에 사람들이 쫙 모여있는듯 하다. 저기가 뭐가 좋나? 아마 앞에 강에 반사되는 해를 보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뒤에 작은 건축물에 배낭여행자들이 털썩 털썩 앉아있다. 왠지 내 자리는 저 호수가 아니라 이 뒤 구조물인거 같아 그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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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끄트머리 좋은 자리에 걸터앉아있다. 나도 자리를 잡는다. 난 양반다리가 편한지라 맨 앞에 자리를 잡는다. 동양인, 서양인을 비롯한 다양한 여행자들끼리 말 없이 물끄러미 해를 바라본다.
확실히 여기는 관광객이 많다. 내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하나씩 찍고 간다. 한국말, 중국말, 일본어도 여기저기서 많이 들린다. 뭐 걔네는 걔네고 나는 나다. 그냥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앞에 있는 이국적인 건축물 뒤로 펼쳐지는 일몰로 인한 붉은 기운이 꽤나 멋지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국적'이다. 그러면서도 뭔가 조화롭다. 중간중간 심어져있는 야자수까지도 조화롭다. 역시 사진에는 잘 담기 힘들다. 키보드를 펴고 글을 쓰면서 눈은 앞에 고정시킨다. 최대한 내 안에 담아둔다.
커피, 조식을 사라는 얘기를 하며 걸어다니는 행상원들이 살짝 신경쓰인다. 확실히 뭔가 집중해서 해돋이를 보기에는 좋지 않다. 물론 엄청난 장면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빠이에서 빠이린 숙소 뒤 방갈로에서 봤던 해돋이가 더 감동적이었다. 그러고보니 들리는 새소리등은 그때와 거의 동일하다. 좋은 옷이 사람을 잠시 돋보이게 할 수는 있어도 진정 아름답게 하는 건 내면이다. 이곳의 내면은 오늘 얼마만큼 알 수 있을까.
해가 좀 올라오니 좀 밝아지면서 자연의 조명이 더 멋드러지게 이곳을 비춘다. 그래도 장관은 장관이다. 그래도 내가 이곳까지 왔구나. 원래 31일 계획했던 여행에서 24일째면 딱 일주일 남은 상황, 원래라면 정리를 할 단계일거다. 연장을 해서 그런 마음은 덜하지만 나름 잘 해왔음에 스스로가 대견하다.
이로서 8대 불가사의중, 피라미드, 아그라, 그리고 앙코르왓, 3개는 찍은 셈이다. 나머지 5개가 뭐였더라? 볼일이 언젠가는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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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일어나서 관광객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본다. 호수에 비치는 해를 찍기 위해서 사람들이 손만 쭉 뻗어서 사진을 찍고 있다. 뭐가 그리 대단하기에 그러지? 나도 오늘은 관광객들 좀 따라해봐야겠다. 카메라를 위로 들고 사진을 한번 찍어본다. 오, 확실히 멋있다. 하지만 내 눈이 담은 장면이 아니고 카메라만이 담은 장면이다. 가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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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또 우루루 몰리기 전에 다른 곳을 좀 볼까 싶어 일어난다. 걸어가다 뒷편을 봐도 그림이다. 아니, 어디를 봐도 이국적인 느낌이 완전히 아름답다. 혼자 다니는 여행자의 묘미를 최대한 살린다. 급할 것도 없고 반드시 봐야 할 것도 없다. 그냥 터벅터벅 가다가 아무데나 털썩 앉아서 글도 쓰고 구경도 한다. 지금까지는 호수 옆에 사람 구경이 가장 잼있었던 것 같다.
안으로 들어가니 가운데로 통하는 길은 막혀있고 좌우로 길게 통로가 이어져있다. 벽에는 벽화가 아닌 양간된 그림들이 쭉 이어진다. 설명하는 가이드 뒤를 따라가며 살짝 훔쳐 들으니 전쟁을 묘사한거란다. Khmer인들과 Siam인들, 즉 캄보디아와 태국간에 있었던 전쟁을 뜻하는듯 하다. 벽화가 생각보다 매우 정교하다. 이 오랜 시간동안 헤지긴 했지만 윤곽은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긴 하다. 하지만 끝없이 이어지고 있기에 다른 곳으로 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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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을 둘러싸는 구조물 안쪽으로 메인 구조물이 있는듯 하다. 그 사이에는 넓은 평원이 펼쳐져있다. 그쪽으로 들어서니 오른쪽에 홀로 서 있는 건축물이 하나 보인다.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듯 한데 한번 올라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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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니 계단이 매우 헤져있다. 맨들맨들한게 세월의 흔적을 보이고 있다. 이거 계단의 기능을 수행하기는 할까. 조심스레 올라가본다.
아 여기 마음에 든다. 아무도 없는 곳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본다. 높이가 있어서인지 뷰가 멋지다. 오늘 낮에는 그냥 여기서 자리 잡아볼까.
앉아있는데 내가 있는걸 보고 사람들이 올라온다. 아 이게 아닌데. 카우보이 모자를 쓴 중국인 두명은 내 사진을 찍어간다. 내가 광대니... 아랑곳하지 않고 발을 쭉 펴고 앉아서 글을 좀 쓴다. 그래도 조용한 곳에 이러고 있으니 심신이 힐링되는 느낌이다.
노여사가 패키지로 온 이후에 나한테 추천한 이유를 알겠다. 워낙 넓다보니 관광객이 많아도 곳곳에 나만의 장소를 찾기가 어렵지 않아보인다. 일단 앉아서 저번에 다 안보고 아껴놓은 '연금술사'를 꺼낸다. 근데 그러고 보니 여기 화장실을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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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앉아서 책을 보니 온 세상이 내 것 같은 기분이다. 뭔가 분위기가 풍겼는지 더이상 아무도 안올라온다. 미안하지만 여기 오전에만 좀 세놓을께. 어차피 해가 제대로 나오면 더워서 여기 못 있는다. 잠시 둘러보니 여기도 장식들이 정교하고 화려하다. 앙코르왓은 어디에 있든 그냥 그림이 된다.
이곳의 최대 명당을 잡은 것이 확실하다. 새소리로 그득하고 주변은 간혹 사람들의 소리만 들릴뿐 조용하다. 수 없이 많은 세월을 견뎌낸 바닥에 앉아서 역사를 담은 기둥을 기대고 앉아서 책을 보니 이보다 좋은 도서관이 세상에 어디있으랴. 가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사진을 찍으면 배려깊은 모델답게 의식적으로 우수에 찬 눈빛으로 먼 곳을 한번씩 응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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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면 살짝 졸기도 하고, 햇빛이 강해져서 기둥 뒤 그늘로 피하기도 하면서 두시간 가량 책을 읽는다. '연금술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고개를 들어보니 해가 꽤 올라와있다. 8시다.
생각보다 종교적인 색깔이 꽤나 강한 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큰 주제보다 중간 중간 나오는 문구들이 마음을 많이 흔들었다.
'They were seeking the treasure of their Personal Legend, without wanting actually to live out the Personal Legend.'
이 작가가 하려는 여러가지 얘기 중에서 현재를 살라는 얘기를 가장 귀담아 듣게 된다. 꿈을 이루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 자체도 꿈이여야지만 후회없는 삶을 살게된다.
사실 가장 감명 깊은 것은 본편의 마지막을 덮고 나서이다. 파올로 코엘로가 자신의 첫번째 책인 '연금술사'를 출판한게 38살인 것을 알게된다. 그전에 다양한 일을 했지만 결국 본인의 꿈인 작가를 그 나이에 성취하게 된 거다.
내 나이, 서른여섯, 많다면 많은 나이다. 허나 그렇다고 현실과 타협을 해서 살아야 하는 나이일까? 타협을 하려는 이유는 뭘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져서? 아니면 남들에 대한 눈이 두려워서?
만번의 픽션보다 하나의 논픽션이 주는 메세지가 크다. 이 작가는 꿈을 쫓으라는 얘기를 할만한 자격이 있다. 본인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해냈으니 훌륭한 삶이며, 그걸 녹여낸 소설 또한 훌륭하다.
나도 참 약해졌다. 일단 부딪치고 보는 성격이었는데, 꿈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이었는데 몇번의 좌절에 무너져버렸다. 실패가 갖는 의미를 알게 되었고, 실패가 고맙게도 제공하는 씁쓸한 열매는 나만 먹는게 아니라 내 주변에 내가 아끼는 사람들도 먹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꿈을 쫓는다는게 이기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연 코엘료 말처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할까.
햇볕이 뜨거워진다. 이제는 이동할 시간이다. 3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3시간이 남았으니 여기를 좀 더 탐험해보도록 해보자.
안쪽으로 들어가니 새벽에 해돋이를 봤을때 배경이 되어주었던 탑이 보인다. 근데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있다. 어제 얼핏 론리에서 예전에는 못 알라갔지만 지금은 개방됐다는 얘기를 들은거 같다. 일단 저기부터 올라가볼까.
올라가는 길이 다 막혀 있어서 구조물 외부를 돌면서 보니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 여기도 어제처럼 줄서는구나. 하지만 오늘은 시간이 많아서 괜찮다. 나도 가서 줄을 서본다.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여기도 사원이라고 민소매 옷은 안된단다. 나는 상관없지만 여자분 몇몇은 아쉬워하며 돌아선다. 동남아여행 다닐때 숄 하나 가지고 다니는건 상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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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차례가 와서 올라간다. 계단이 꽤나 가파르다. 어르신들은 올라가기 좀 무리가 있겠다 싶다. 높은 곳으로 올라오니 확실히 뷰가 바뀐다. 여기는 안에를 본다기보다는 하나의 전망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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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를 한번 쭉 둘러보며 앙코르왓을 한눈에 담아본다. 아까 들어왔던 곳과 작은 연못도 보인다. 그 옆에는 가판대도 설치되어 있다. 이따 봐서 물이라도 마시러 한번 가볼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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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에도 두군대 불상이 배치되어 있다. 여기 원래 비슈누 신엑 바쳤다가 나중에 불교사원으로 바뀐걸로 알고 있다. 아니 무슨 신전에서 신이 변하지. 불교 나라라 그런지 불상만 깨끗한 옷을 입혀놨다. 그 앞에서 절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래서 민소매 출입을 금지시켰나보다.
확실히 종교의 힘은 강대하다. 대부분의 이정도 규모의 유적은 종교의 힘으로 건축이 된듯 하다. 그래서 옛날 왕들은 자꾸 자기를 신격화시킬려고 했겠지. 갑자기 쌩뚱맞게 마키아벨리 군주론이 보고 싶어진다. 킨들에 있을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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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왓의 느낌은 생각보다 아담(?)하다. 내가 하도 거대하다 거대하다 얘기를 들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앙코르왓 말고 다른 사원들도 있으니 합치면 크겠지만 이곳만으로도 하루 이상은 봐야 한다고 난리친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내가 공부를 덜 하고 와서 안보이는 걸 수도 있지만 오늘 정도가 난 딱 좋은거 같다. 웅장하지만 내 마음 깊이 들어오지는 못한다. 어릴때 피라미드를 보고 정말 감탄했던거와 비교된다. 그러고보면 사람들은 아기자기한것보다 사이즈에서 먼저 감탄하는게 맞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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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같은 장면이 반복되니 살짝 지친다. 9시니 아직 2시간 반이 남았지만 이제 슬슬 나가야겠다. 천천히 걸어서 밖으로 나온다. 중간에 보니 바닥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고, 곳곳에 사람들이 있다. 확실히 관광객이 많아도 장소가 넓으니까 어디든 사람이 덜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다.
밖으로 나와서 다시 한번 돌아보니 장관은 장관이다. 나야 너무 거대한 기대를 하고 와서 그렇고,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왔으면 입이 떡 벌어졌을거다. 그래서 여행에도 스포가 있다고 얘기하는거다.
나와서 가판대 쪽으로 걸어가니 화장실 신호가 보인다. 응? 여기서 한번 시도를? 하지만 신호가 약해서 그냥 가벼운 화장실 이용만 하기로 한다. 찾아가보니 생각보다 깨끗하다. 일단 인레 트레킹 보다는 확실히 깨끗하다. 급하면 여기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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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식당이 하나 보인다. 화장실 앞에 식당이라... 다른데보다 좀 저렴하지 않을까? 9시라 시간이 애매하지만 조금 늦은 아침을 먹기로 결심한다. 점심은 다음 유적지를 돌고 좀 늦게 먹어도 괜찮을듯 하다.
메뉴는 국수 하나이고 노란면과, 흰면이 있단다. 가격은 둘다 2달라. 노란면이 일반적이라고 하고 흰면은 좀 특이한 맛이라길래, 그냥 흰면을 시킨다. 근데 2달라면 꽤나 비싸긴 하다. 아마 현지인한테는 다른 가격을 매기지 않을까 혼자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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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면이라고 한건 그냥 쌀국수다. 그래도 고기도 꽤나 들어가고 맛이 나쁘지 않다. 헌데 모기, 파리, 벌이 너무 많아서 오래 있기는 좀 그렇다. 맛있긴 했지만 먹자마자 일어난다. 이곳 근처에서 커피 한잔 마실 곳이 있을려나.
나와서 앞쪽으로 나오니, 가판대가 펼쳐져있긴 한데 거의 다 옷가게이다. 앉아서 선풍기 바람도 좀 쐬면서 커피한잔에 책 좀 보고 싶은데... 좀 더 가보니 뭔가 비슷한 장소가 보인다. 이정도면 괜찮을듯.
커피 가격을 물어보니 1달라이다. 괜찮아보인다. 여기로 당첨. 들어가서 얼음 동동 아이스커피를 주문하고 앉아서 키보드를 핀다. 그때 옆에 캄보디아 연인이 앉았다가 선풍기 때문에 내 앞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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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앉아있으면 거의 버릇처럼 말을 걸게 된다. 혼자 여행 다니면서 생긴 버릇이다. 한국 가서도 이러면 바람둥이 될텐데. 슬쩍 캄보디아인이냐고 물어보니 맞단다. 영어를 좀 할려나? 보니 남자는 영어를 거의 못하지만 여자는 꽤나 영어를 잘한다. 꽤나라기 보다는 캄보디아에서 본 사람 중 제일 잘한다.
이런 저런 수다를 떤다. 나름 둘도 잼있어한다. 남자는 베트남에 살고 여자는 캄보디아에 사는데 2년 동안 만났단다. 대단한데. 여자가 부자인가? 물어보니 여자는 이런저런 교환 프로그램으로 한국에도 왔었고, 인도에도 갔었단다. 매우 활발한 사람이구먼. 둘다 훈남, 훈녀라 보기 좋다. 24살, 21살이란다. 귀여운 애기들이구먼.
노여사 자랑도 좀 하고 좀 약올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참 여행다니면서 사람을 만나보면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는 살아가는 방식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며 내가 선택할 길도 한두가지에서 하나를 고르는게 아니다. 두려움을 털어내고 눈을 열고 보면 엄청난 가능성들이 열려있지만 그 가능성이 보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닫아낸다. 나한테 지금 열려 있는 길들은 무엇일까.
11시가 다가와서 일어선다. 이 커플에게도 영원한 사랑을 기원한다. 둘이 은근 어울려서 잘되지 싶다. 잠시 고민하다가 화장실로 향한다. 그래, 근심을 털어내야 앞으로가 편해지는 법이다.
이쯤이야 뭐. 간단히 해결하고 나온다. 천천히 바깥으로 향한다. 아직 11시라 시간이 좀 이르지만 왠지 픔씨는 지금도 기다리고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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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돌아본다. 서둘러 나가고 싶지 않다. 한번 더 전경을 눈에 담는다. 이곳은 왠지 다시 올일이 없을거 같다. 약간 실망한 곳이었지만 그래도 돌아서 다시 한번 보니 이국적인 모습이 확실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가 죽고, 내 자식이 죽고, 그 자식이 죽어도 얘는 그대로 살아남겠지. 어찌보면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은 유물을 남기는것이 유일하다.
나와서 아까 픔이 얘기한 곳으로 가보니 뒤에서 곤히 잠들어있다. 어디라도 갔다 오는줄 알았더니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마음이 굉장히 불편하다. 이런 대접은 내 스타일이 아닌데. 그래도 너무 귀엽게 자고 있어서 사진 한장을 찍고 살짝 깨운다.
침을 닦으며 일어서더니 바로 어디로 가고 싶냐고 한다. 그래도 참 친절하시다. 어제 그 친구와 이별하기를 정말 잘했다. 아까 커피 마시면서 론리를 쭉 보고, 더운 이 시간에는 숲과 유적이 얽혀있다는 Ta Prohm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 얘기하니 바로 헬멧을 쓰고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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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이 생각보다 가깝진 않다. 가는 길에 전기자전거와 일반 자전거, 그리고 심지어 걸어가는 여행자들이 많이 보인다. 나도 조금 여유가 있었으면 저런 방법을 썼을텐데, 아쉽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쓴다는 사실이, 내가 여유를 부리는 동안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든다. 그래도 그 사람에게 벌이를 제공하는거니 당연히 좋은거라 생각하며 넘어간다.
프롬에 도착하니 픔이 여기는 동쪽 입구이고 서쪽 입구에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지금이 11시반이니 2시반에서 3시쯤 나오겠다고 하니 아무때나 나오라고 한다. 어디 가서 쉬다가 오든가 하지. 익숙해지는게 쉽지 않다.
이곳에 들어서니 무슨 수목원에 들어온 느낌이다. 아까 앙코르왓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조금 더 들어오니 역시 티켓 체크를 한번 한 후 나무들에게 괴상하게 정복당한 건출물이 눈 앞에 나온다. 론리에서 볼때 여기에서 나무를 제거해야 하나, 놔둬야 하나에 대한 토론이 많다는 글을 봤다. 나무로 인해 로맨틱한 정취를 풍기지만 유적지 파괴가 문제라는 얘기다.
들어가기에 앞서 그 앞에서 잠시 앉아서 글을 좀 쓰고, 론리를 피고 이곳에 대한 얘기를 먼저 좀 읽는다. 역시 좀 읽고 들어가야 도움이 되는거 같다. 그늘이라도 땀이 주룩 주룩 나지만 이제 땀은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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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와서 느낀 것이 홀로 여행자가 확 줄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래도 꽤나 보였는데 여기는 모두가 일행이 있다. 뚝뚝을 혼자 타는 것이 비효율적인 이유도 있을거고,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아예 처음부터 기획해서 같이 다니는 사람들도 많은듯 하다. 하지만 홀로 다니는 여행의 주는 자유로움과 여유는 다닌 사람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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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 앞의 큰 나무의 그늘에 앉아서 론리를 20분 정도 찬찬히 정독한다. 이곳에 대한 설명이 철학적이다. '사람이 먼저 자연을 파괴하며 엄청난 문명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자연이 그 문명을 조금씩 파괴하고 있는 곳' 인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결국은 자연이 이길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기껏해야 100년이다. 자연 입장에서는 하루살이에 불과한 인생일진데 뭔 이리 고민과 걱정이 많을까. 누구든 죽고나면 한줌 흙이 될뿐일진데.
앙코르왓은 일몰 때문에 좀 서두룬 감이 있어서 이곳은 한껏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들어선다. 여기 말고 딱 한군대만 더 갈것이라 한 곳에서 3시간 이상 있으니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이곳에서 툼레이더 영화 촬영을 했다더니 이해가 간다. 나무와 유적물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 나무들은 몇년이나 된걸까? 이곳이 생긴걸 생각하면 천년 정도를 예상할 수 있을듯 하다. 그리고 뿌리를 보면 그정도는 된 느낌이 든다. 이 정도의 문명도 끈질긴 자연 앞에서는 모두 무너진다.
Khmer인들은 아치 기술을 마스터 못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모든 통로고 좁고 위를 보면 아치로 구성이 되어 있지 않고 그냥 벽돌을 쌓듯이 쌓여있다. 헌데 보면 10군대 중 서너군대는 위가 뻥 뚫려있고 그 돌들이 바닥에 있다. 아치형이 아니라서 기초가 단단하지 못했나보다. 이거 근데 안전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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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가는데 세군대서 바람이 불며 갑자기 시원해진다. 둘러보니 여기가 명당인거 같다. 사방으로 구멍이 뚫려있어서 바람이 항시 불며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헌데 위를 보니 돌맹이가 위태롭게 얹혀져있다. 저거 하나만 떨어져도 난 사망이다. 여기 진짜 안전한걸까? 잠시 앉아서 책을 보려다 돌아선다. 아직은 내 목숨이 소중하다.
앙코르왓에 비하면 유적이 체계적이지도 않고 그만큼 넓지도 않다. 조금 보다 보니 다 본듯 하여 큰 나무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갑자기 앞에서 한국인 가이드가 큰 소리로 사람들을 소집한다. 암기과목 명시하듯이 이곳에 대한 설명을 한다. 지켜보는게 나름 잼있다. 슬쩍 엿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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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어떤 방에 들어가더니 다같이 손바닥을 3번 치고, 다 같이 "야!"하고 소리도 지른다. 이 방이 안울림을 얘기하기 위함이다. 강의(?) 방식이겠지만 조용하던 이곳에 울려퍼지는 "아~" 소리에 순간 민망해진다. 누가 물어보면 지금 이순간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와따시와 칸코크진가 나이데스. 우리 어머니도 단체 관광 가면 저럴려나. 앗, 그러고보니 노여사도 어머니와 패키지 왔는데 저 방에서 소리 질렀을려나? 근데 방이 안울리는게 무슨 과학적으로 그런걸가? 소리가 난반사된다는건데 여기 구조물 특징상 모두 난반사되지 않을까. 원래 관광지에는 포인트가 필요하니 뭐라도 스토리를 만드는게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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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앉은 곳이 중심인가보다. 아주 사람들이 나무 사이에 얼굴을 집어넣고 사진찍고 난리가 났다. 한 외국 아저씨는 정확하게 서야 하는 장소를 물어본다. 사진찍는데 꼭 서야 하는 곳이 어딨을까. 자기가 포인트를 잡아야 더 의미 있는거지. 유적 구경하러 와서 사람 구경을 시작했다. 역시 사람 구경이 더 잼있다.
여행 이후 처음으로 책 한권을 끝내고 새로운 책을 편다. 내용도 전혀 모르지만 누군가한테 추천받은 Pearl S. Buck의 'The Good Earth', Kindle Unlimited에 있길래 받아왔다. 아 그런데 지금 카드를 다 취소시켜서 킨들 언리미티드 갱신을 못한다. 와이파이 연결하는 순간 내 론리는 다 날라간다. 새로운 책 받고 싶은데, 이것도 문제다.
좀 안좋은 생각이지만 이곳에 앉아서 관광객들을 보면 내가 자유롭다는 행복감을 더 강하게 느낀다. 일종의 우월감이라 안좋다는건 알지만 일단 지금은 즐길련다. 줄 서서 한명씩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통곡의 방에 들어가서 "하나, 둘, 셋, 아!!"를 한 팀은 한국 밖에 없다. 중국 사람들은 안올려나.
한국팀이 또 왔다. 이번에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데 한이 많으면 "둥둥" 소리가 크게 난다고 가이드가 얘기한다. 그리고 부부 두팀씩 들어가서 실습을 한다. 줄서서 들어가서 "둥둥", "둥둥" 아 진짜 중국 패키지 팀 안오나? 왜 우리나라만 이런거야....... 여기 한시간째 앉아있는데 당황스럽다. 실습 이후에는 나와서 줄 서서 사진을 찍는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란다.
1시반이 되어가기에 같이 따라나온다. 밥을 여기서 먹고 이동해야할 생각이다. 근데 내가 한국인인줄 알까? 왠 이상한 거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여튼 뒷다마 작렬했지만, 왠지 우리 어머니 아버지 같아서 뭔가 정감이 간다.
나오니 앞에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픔이 있나보는데 잘 안보인다. 지금 보면 애매한데 잘됐다. 일단 Khmer 전통 음식이 Amok을 먹으려 하는데 6달라란다. 헐, 이거 2달라 정도일텐데, 바가지가 장난아니다. 내가 헐, 하는 표정으로 보고 있으니 역시 알아서 네고가 들어간다. 메뉴판 가격은 그냥 보여주기 위함인걸까. 결국 망고쉐이크까지 같이 해서 5달라에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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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대표 메뉴를 처음 먹는건데 좀 느끼하다. 똠얌꽁하고 비슷하지만 맵지 않다. 결론적으로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도 비싸게 주고 산건데, 싹 다 비운다. 그리고 물 한잔 얻어먹는다. 그냥 여기 물인데 이거 먹고 설사하지는 않겠지. 하루종일 땀을 흘리니 수분 섭취가 필수적이다. 땀 흘리는건 거의 인레 트레킹할때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밥을 먹고 픔이 뚝뚝을 찾아 해메니 픔이 먼저 날 알아보고 저 앞에서 손을 흔든다. 다시 뚝뚝 타고 이동할 시간. 두개를 거치니 이제 진짜 체력의 한계가 좀 와서 뚝뚝 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늘 안에서 편하게 이동하니 살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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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내가는 곳은 Bayon이라는 얼굴 모양이 많은 사원이 있는 곳, 하지만 그건 일부분이고 더 넓게 듬섬듬섬 펼쳐져 있단다. Bayon을 마지막으로 보고 그 출구에서 만나자며 픔이 나를 반대편에서 내려준다.
들어가니 그냥 숲이고 군데 군데 유적들이 보인다. 아무리 유적이 많다 해도 이제 좀 지친다. 김한별이 여친이라도 계속 보면 바람을 피는게 인간인데, 같은 유적을 하루 종일 보니 이제 눈과 몸이 익숙해져버렸다. 이곳은 큰 유적은 없지만 모든게 그냥 유적이다. 깔고 앉는 돌맹이부터 통로까지, 이 광활한 곳을 관리하는것은 불가능해보인다.
아 이제 귀찮다. 그냥 바욘에 가서 책이나 보면서 쉬다가 일몰이나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허나 가는 길에 길다란 길이 있고 거기서 이어지는 파고다가 하나 나타난다. 아 그래도 여기는 걸어봐야겠다. 이거 진짜 진이 빠지는데. 오늘 저녁에는 필히 맥주 한잔해야겠다. 아, 그러고보니 내일 고아원 같이 가기로 한분하고 한잔하자는 얘기를 하다 마무리를 못했다. 카톡이 안되니 천상 숙소에 가서 확인할 수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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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길을 걸어가려고 하는데 뒤에 그리 안보이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나타났다. 군중 속에 파묻힐까봐 앞으로 나서서 그 길을 걸어본다. 아 좋군, 하며 걸어가는데 뒤에서 카메라 소리가 들린다. 뒤를 보니 10여명이 다 나를 향해 사진을 찍고 있다. 정확히는 사원을 향한 거겠지만 거기에 내가 있으니 문제다.
공짜로 찍혀주지 뭐. 무시하고 길을 끝까지 간다. 다가오니 높은 사원 맨 꼭대기에 사람이 있는게 보인다. 올라가는 길이 있나보다. 아, 왜 있는거야. 있으면 또 올라가야 하잖아. 그래 가자 가. 꽤 높아서 위에서 보면 멋있을거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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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앙코르왓 올라가는거에 두배는 된다. 가파른 계단 하나를 오르니 하나 더 나타난다. 그 이후에 또 나타난다. 3개를 오르고서야 정상에 도착한다.
아찔하다. 이 천년된 나무들과 눈높이를 같이 한다. 아파트로 치면 대충 10층 정도 높이가 아닌가 싶은데 안전장비는 거의 전무하다. 하나 더 올라가는게 있길래 올라갈까 싶었더니 막아놨다. 일몰을 여기서 보면 어떨까 싶어서 봤더니 아쉽게도 나무가 우거져서 안보일듯 하다. 누군가 그랬지. 사람이 몰리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라고. 일몰은 Bayon에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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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이 보이는 곳에 앉아서 큰 심호흡을 이삼회 한다. 그래도 좋긴 좋다. 이곳 확실히 매력적인 곳이긴 한데, 그냥 하루에 서너시간 하니씩 보면 좋을듯 하다. 이렇게 다니면 좋은 곳도 힘겨워지고 버거워진다. 난 그래도 3개만 쉬엄 쉬엄 봐도 이런데, 패키지로 5개 이렇게 다니면 어떻게 될려나.
멀리서 폭풍우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새지길래 일단 내려가기로 한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는 길에 힘을 가득 실은 바람이 불어온다. 노여사라면 날라갔겠는걸? 나는 물론 괜찮다.
아 진짜 이제 진이 빠진다. 이제 그냥 Bayon으로 직행해서 쉬다가 일몰을 봐야겠다. 그 생각으로 나와서 5분 걸으니 또 큰 사원이 보인다. 아 또 뭐야...
이번에는 진짜 안들어가! 과감하게 지나가려고 하는데 안에 사람이 너무 많다. 후... 여기 유명한데인가? 근데 위쪽에 얼굴이 보이는거 같기도 하다. 혹시 여기가 Bayon?
옆에 뚝뚝 기사님한테 물으니 여기란다. 아 생각이랑 많이 다르다. 하지만 잘됐다. 근데 여기 아까랑 비슷한데 일몰을 볼 그림이 나올려나? 일단 들어가는데 표 검사를 한다. 여기 Bayon이냐고 다시 확인 질문하니 아니란다. 헉, 뭐지?
장난친거란다. 그런 장난치지마... 정말 힘들어... 들어와서 좀 돌다가 위로 올라간다. 다리가 이제 후들후들 거린다. 올라가니 여러 얼굴은 보이는데 이곳이 왜 일몰을 보기 좋다는지 이해가 안된다. 숲으로 가려져 있어서 보이지도 않을거 같다. 게다가 구름도 쫙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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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그냥 돌아가자. 이거는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 아니다. 너무 지치고 진이 빠졌다. 인레호수도 안봐놓구서는 이게 뭔짓인지. 그냥 귀가하기로 결정한다. 근데 4시반인데 픔이 지금 있을까?
찾아보니 안보인다. 마냥 기다리고 있는건 아니었던건가. 일단 너무 목이 말라서 둘러본다. 혹시 잔돈을 못 바꿀 거를 대비하자면 1달라만 사용 가능하다. 근데 다른 곳에는 그리 많이 보이던 가판대들이 여기서는 잘 안보인다.
그러다 하나 발견하고 다가서니 언제나 그렇듯이 호객을 한다. 이번에는 나도 필요하니 물어본다. 물이 2병에 1달라, 그리고 코코넛이 하나에 1달라이다. 항상 느끼지만 달라를 메인 화폐로 쓰기에는 1달라가 너무 크다. 나야 몇일 안있으니 그냥 쓰지만 여기서 일주일 이상 있을려면 반드시 이곳 화폐로 바꾸는게 이득이지 싶다.
물 두병 받아봤자 들고 다니는 것도 쉽지 않아서 그냥 코코넛을 처음으로 주문해본다. 한국에서 먹어봤을때 너무 밍숭맹숭해서 안좋았던 기억이 커서 그 이후 사서 먹어본 적이 없다. 정글의 법칙에서는 그리 힘들게 자르더니, 얘네는 두세번 도끼질에 쉽게 잘라서 먹기 좋게 빨대를 꼽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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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모금 빨아 먹어보니 나쁘지 않다. 시원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단맛이 있고, 또 양이 상당하다. 오늘 내내 수분 섭취를 못해서 몸이 고달팠는지 바로 원샷해버린다.
이제 픔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할려나. 혹시 몰라서 주변을 산책도 할겸 돌아본다. 사실 산책할 다리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다리는게 더 싫다. 저쪽 구석에 뚝뚝이 하나 있길래 걸어가보니 멀리서 픔이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듯 하다. 확인하기 위해서 조금 가까이 가니 자고 있던 픔이 무슨 예감이 들었는지 일어나서 나를 쳐다본다.
또 일어나자마자 이제 어디로 갈까, 하며 물어본다. 참 성실하다. 가긴 어딜 가, 힘들어서 집에 가자니까 갑자기 티가 안나는 미소가 드러난다. 그래, 당신도 힘들었을거야.
올라타고 집으로 향한다. 중간에 스님도 한명 무임승차해도 되냐고 물어서 그러라고 한다. 스님의 영어 연습 상대가 되어주면서 집으로 향한다.
숙소에서 내리니 픔이 내일은 어떤 계획이 있냐고 묻는다. 내일은 도저히 못 나가지. 일단 고아원 일이 있고 그게 취소되더라도 앙코르를 갈 생각은 없다. 입장권도 하루치를 사서 어차피 못 간다.
오늘 열심히 고생했는데 미안하다. 그래도 내가 블로그를 하니 올려준다고 얘기한다. 엄청나게 추천할 기사님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어 어느정도 통하고 착하셔서 손해를 안볼 기사님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가방을 챙긴다. 전에 있던 여자 스탭이 아닌 남자애가 있는데 얘도 인상이 좋다. 그때 여자스탭하고 했던 얘기를 들려주는데 영어를 잘못해서 의사소통이 쉽지는 않다. 일단 이름부터 물어본다. 여행 다닐때의 버릇이다. 사람은 이름으로 부르는게 예의라고 믿는다. 그래도 친절하고 착하니까 바디랭귀지로 그럭저럭 잘 통한다.
가방을 들고 숙소로 올라간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들이 서너명 이미 있다. 살짝 눈인사를 하고 안명을 틀려고 하는데 다 씹는다. 아 여기 서로 잠만 자는 그런 게스트하우스인가보다. 뭐 내가 먼저 와있었던 것도 아니니 분위기가 그러면 맞춰줘야지.
일단 샤워부터 한다. 샤워실이 도미토리 안에 있어서 남녀 같이 쓰는 상황에서 썩 바람직하지 않다. 동양 여자 하나, 서양 여자 하나, 그리고 서양 남자 둘 이렇게 4명이서 방을 쉐어하게 될듯 하다.
빨래를 할까 하다가 여건이 애매해서 들고 가서 맡긴다. 아 내 더러운걸 떠나서 드러운 속옷을 맡길려니 뭔가 민망하지만 여기는 빨래 여건이 어렵다. 빨래 여건이란, 세면대에 물을 받을 수 있게 마개가 있냐는건데, 여기는 없다. 이왕 맡기는거 이것저것 다 넣어보지만 그래봤자 딱 1키로다. 1.25달라로 해결한다. 속옷 민망한데...
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으니 한명 두명 밖으로 나간다. 아 이렇게 안면 안트고 있는 도미토리는 뭔가 숨이 막힌다. 만달레이 Ace Star는 뭔가 내 영역인 느낌이라 내가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여기서는 그럴 환경이 아니다.
7시반이 되서 나도 밥을 먹으러 나온다. 이곳에 Pub Street가 있다기에 오늘은 그리로 갈 생각이다. 물론 관광객 냄새 물씬 나겠지만 하루정도는 그런 체험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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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분 걸어서 거리를 들어서니 좌우로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다. 메뉴를 보며 쭉 걷다가 가장 저렴해보이는 마지막에 정착한다. 어차피 퀄리티는 다 그게일거라 추측한다. 악어 고기 등 별의별 고기를 BBQ에 하는 캄보디아식 구이가 궁금하긴 한데, 궁금해서 9달라를 쓸수는 없다. 확실히 비싸다. 안동소주라도 있었으면 생각이라도 해봤을텐데.
자리를 잡고 앉아서 Khmer Loklok을 시킨다. 전통 요리를 시켜야 그래도 안비싸다. 2달라 정도다. 이곳도 미얀마와 마찬가지로 생맥주가 0.5달라다. 당연히 하나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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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klok은 고추장이 아닌 이곳 양념으로 한 돼지불백 느낌이다. 좀 매콤하게 해달라고 했더니 약간 매운 느낌이 나게 나왔다. 더 매워도 되는데. 캄보디아는 태국과 다르게 그다지 안매운가보다.
먹으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왠 중국인 5명 정도가 큰 소리를 내며 지나가다가 내 앞가게에 자리를 잡는다. 저번에 노여사 얘기 들으니 패키지는 나오지도 못해서 겨우 탈출했다고 들은거 같은데.
이 사람들 자리 붙이고 한참 얘기하다 갑자기 나한테 오더니 다짜고짜 중국어로 말을 건다. 저기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중국인은 아니랍니다. 중국인이 아니라고 영어로 말을 해도 중국어로 얘기한다. 천천히 "코리안" 하니까 아아 하며 당황하며 자리로 간다. 근데 스타일이 바껴서 중국인 같나? 왜 어디가도 현지인 같다는 거지? 그냥 멀티내셔널인건가.
이 사람들 앉아서 시끌벅적 10분이 넘게 놀더니 일어나서 가버린다. 이건 또 뭐다냐. 앞에 메뉴판 있어서 다 보고 앉아놓구서는, 당황스럽다. 테이블 정리를 다시 하는 직원분과 어쩌다 눈이 마주쳐서 둘다 황당한 웃음을 교환한다. 내가 외식업을 했어서서 그런지 저런 인간들 꼴보기 싫다.
좀 앉아있으니 갑자기 한국말이 들리더니 가이드를 앞에 내세우고 한국인 팀이 우루루 온다. 중국인들도 안그러는데, 한국인 관광객들은 너무 감싸고 돈다. 밥 먹는것도 꼭 같이 다녀야 하고 여행지에서도 벗어나는거를 극도로 경계한다. 사고 방지용일려나. 내 건너편을 보고 여기가 피자 제일 유명한 곳이에요라고 가이드가 외친 이후에 다 같이 아아 하면서 지나간다. 이것도 문화차이라고 인정해야 하는거겠지. 다른데서는 못 보던 것을 이곳에서 보는거 보니 확실히 관광지는 맞는가보다.
오늘은 돌아가는 길에 두리안이나 사서 먹어볼까 한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시도한적이 없다. 비싼 한국에서 못 먹으니 1달라인 이곳에서 뭐든 시도해봐야겠다. 망고쥬스도 1달라던데, 망고쥬스를 먹을까.
오늘은 앙코르 사원들의 탐방으로 보낸 하루다. 내 체력이 비루하고 공부가 부족해서 내 개인적인 경험은 별로였지만 분명 한번 와봐야 하는 곳임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캄보디아가 매력적인게, 패키지 관광객도 배낭여행객도 모두 다 할일들이 있다. 비싼 음식도 있고, 싼 음식도 있다. 나는 이곳을 4일만으로 잡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환상적인 도시일거라 생각한다. 내일은 어떤 경험이 이어질까.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고아원 봉사활동 리더분에게 연락하고 생각해봐야겠다. 거기 꼭 갔으면 좋겠는데. 취소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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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곳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맥주 한잔 하고 하루를 정리하니 기분이 좋다. 노여사가 여기를 작년에 지나갔었을거라 생각하니 더 기분이 좋다. 돌아가는 길에 두리앙을 물어보니 2키로에 2달라로 비싸서 그냥 망고 주스 하나를 1달라에 사온다. 이곳은 이렇게 오는게 아니라 차라리 한달을 기획하고 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