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35 (Vang Vieng)
어제 피곤했는지 글 업로드를 올려놓고 잠들어버렸네요. 새벽에 몇번 깨서 에러난거 다시 올렸더니 아침에 보니 잘 올라가 있군요.
오늘은 드디어 그 유명한 블루라군을 가보려 합니다. 그나저나 서울에서 돈을 좀 받아야 하는데 한국여행사가 잘 안보이네요. 슬슬 걱정이...
모두들 연휴휴유증 없는 화요일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http://lkfar.tistory.com/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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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게스트하우스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았다! 이곳은 숙박업소가 아니라 양계장이었던거다. 한달간 다니면서 새벽부터 울려퍼지는 닭소리에 익숙해졌다고 믿었지만 임자를 제대로 못 만났을뿐이었다.
온라인 리뷰에서 닭소리 얘기가 나올때만 해도 '이런 아마추어들 같으니라고. 여행 다니면서 닭소리는 기본이지'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을 반성한다. 방 한켠에 붙어 있는 '닭소리가 심하면 귀마개를 하세요'라는 경고문구를 살짝 비웃으며 무시했던 것도 반성한다. 새벽 4시부터 울려퍼지는 닭소리의 향연은 지금까지 겪었던 그 무엇보다도 우렁찼다. 건강한 치킨들 같으니라고.
어제 일찍 자리에 누웠지만 여행기 사진 업로드가 느린 바람에 자다깨다 하면서 12시 넘어서까지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아예 안되면 포기하고 말텐데, 속도는 느린것이 접속은 또 안정적이라서 오류는 몇번 안나면서 두어시간 걸려서 결국 업로드를 했다. 9시부터 졸려 죽던 나는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발을 뻗고 잠이 들었다. 애증의 여행기다.
양계장에서 잤다는 죄로 새벽 4시 이후에는 또 제대로 못 잤다. 결국 5시간이나마 잠을 잔걸까? 오늘 나름 액티브한 날인데 괜찮을런지. 이리 얘기하지만 막상 큰 걱정은 안한다. 원래 불면증에 시달리며 살아왔기에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활동하는건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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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난 장점으로 근심을 두번이나 깔끔히 해결한다. 이런 날에 오전 일찍 근심부터 해결했다는 것은 축복이다. 헌데 이곳은 수동비데가 없다. 이용하다 없으니 또 뭔가 허전하다. 양계장이라 그런가.
9시까지 여행사로 가야 하고 짐도 옮겨야 함으로 7시에는 짐을 싸기 시작한다. 오늘 옷을 뭘 입지? 뭘 입어도 더럽다. 어떤 의미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게 고맙다. 한국에서 입고 온 티의 냄새를 맡아본다. 왜 맡았을까. 후회는 항상 늦다. 이건 깨끗한거야, 깨끗한거야, 스스로 세뇌를 하며 축축한 옷을 걸친다. 이 축축함은 땀일까 습기일까. 어떤거든 생각 안하는게 상책이다. 오늘은 기필코 빨래를 해야 하겠다고 다시 한번 굳은 다짐을 해본다.
방을 나와서 열쇠를 가지고 리셉션으로 간다. 사실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은 숙소다. 만약 어제 저녁에 대안을 찾지 못했다면 아마도 이곳에 계속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게 다른 좋은 옵션을 보고 나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갑자기 허접해보인다. 그래서 노여사가 다른 남자를 못 만나게 한다.
여기 강아지에게 인사를 하고 가고 싶은데 안보인다. 이 귀여운놈이 이곳에서 짧지만 가장 정이 든 놈인데, 아쉽다.
이곳은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아침 일찍 부터 길이 분주하다. 비엔티안에서 아침이 워낙 조용하기에 이곳도 혹시 그럴까 우려했더니 전혀 다르다. 모두가 문을 열었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 목적이 있기에 이곳에 들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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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오늘따라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잠이 좀 부족해서 그런가? 그래도 버거울 정도는 아니다. 어제 기억을 되새기며 길을 찾는다. 매번 겪는거지만 그리도 생소했던 공간이 하루만에 익숙해지는 것은 언제나 놀랍다. 어제 한번 와서 익숙해진 길을 걸어 강가로 향한다.
하지만, 숙소를 못 찾는다. 프렌즈를 틀어놓던 바는 아직도 프렌즈를 틀고 있기에 그 근처인것은 알지만 여기인지 저기인지 햇갈린다. 결국 한번 잘못된 곳으로 들어간 후에야 내 방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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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에 빨래가 1키로에 7000킵이라고 써 있는 것을 본다. 내 빨래는 어차피 모두 모아도 1키로가 아니기에 천원이 안되는 가격이면 맡기는게 좋겠다 싶다. 오늘 액티비티 때문에 어차피 빨래를 하기도 힘들다. 방에 들어가서 짐만 푸르고 모든 빨래를 가지고 나온다. 바지도 오늘은 수영복을 입었기에 오랜만에 빨래를 맡긴다. 그래봤자 역시 예상했던 데로 1키로가 안된다. 이제 나도 좀 뽀송뽀송한 옷을 입을 수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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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아직 8시라 아침 먹을 곳을 찾는다. 공항에서도 게이트 앞이 편하듯이 여기도 여행사가 눈앞에 보여야 마음이 편하다. 여행사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쌀국수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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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4팀이 있는데 그중 나를 포함한 3팀이 한국인이다. 옆에는 여자분 두분이서 조용히 밥을 먹고 있는데 앞에는 아저씨 4분이 시끌시끌하게 식사를 하신다.
나이가 든 후에 여행을 떠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아니, 나이를 떠나서 언제든 여행을 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헌데 왜 우리나라 어른들이 여행 다니는 것을 보면 이리도 큰소리를 뻥뻥 치는걸까? 이분들이 과연 유럽이나 미국 가서도 그럴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언어가 안통해서 어쩔 수 없이 한국말로 현지인에게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Hello"나 "Water"를 모르는 한국인이 있었나. "아줌마, 어이"라고 부르는 행동에서 나도 모르게 눈쌀이 찌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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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동남아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갖는 우월감은 의식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나도 이로부터 자유롭다고 단정은 못하겠다. 하지만 만약 그런 우월감이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더 배려해주고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약한 자에게 강한 것은 자랑이 아니다. 그냥 횡포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려면 멀었다.
이리 얘기하지만 지금 이 식당의 다른 한 서양인은 현지 여성분과 식사 중이다. 둘이 정말 사랑하는 사이겠지. 사랑은 국경을 초월하니까.
아침에 두번이나 근심을 털었음에도 속이 더부룩하다. 여행 다니면서 속이 편했던 적이 사실 단 한번도 없었다. 이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곳 화장실이 깨끗해보이길래 가보지만 전통식임을 보고 그냥 여행사로 나선다.
이 산이 아니었다. 내가 지켜보며 식사를 한 곳은 내가 어제 왔던 곳이 아님을 영수증을 준 후에 깨닫는다. 아 나의 길눈이란 참으로 완벽하다. 그렇다면 내 산은 어디에 있는걸까.
시간에 여유가 그래도 좀 있어서 다행이다. 어제 왔던 길을 더듬으며 영수증에 써 있는 장소를 찾는다. 두어번 돌아다녀봤는데도 햇갈린다. 그래도 서너번 헤멘 끝에 겨우 찾는다.
7명이라더니 몇명이 앉아있다. 서로 어색하게 있는다. 여러명이라 한국인이 한명이라도 있을까 싶었는데 단 한명도 없다. 여행사를 잘 찾은걸까 잘못 찾은걸까. 어제 회식(?) 하는 사람들이 살짝 부럽긴 했나보다. 은연 중에 한국인이 한명이라도 있기를 원했던 마음 같다.
9시가 되니 방수 가방을 주고 출발하기 위해 쌩따우에 올라타라고 한다. 가방에 몇개 안가지고 왔기에 키보드와 지갑, 여권 등 중요한 것만 넣고 카메라는 손에 쥔채 원래 가방은 여행사에 두고 차에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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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행은 영국인 남자 3명과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커플 한팀, 그리고 서양남자와 동남아 여자로 구성된 커플 한팀, 그리고 외로운 나 하나,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혼자 온 사람이 없다. 오늘 외로운 일정이 될지 모르겠다.
옆에 영국인이 앉기에 대화를 좀 시도하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다. 교류할 생각이 없나보다. 이곳도 어찌 보면 유명 관광지처럼 목적이 있는 곳인지라 나처럼 한량처럼 다니며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걸 즐기는 사람이 적다. 진짜 오늘 외로울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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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출발하고 조금 지나니 라오스의 산맥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의 푸른 절벽과 산들이 너무 매력적이다. 우리나라 정선 같은 느낌이 곳곳에 쉽사리 눈에 띈다. 최근 라오스에 숲이 줄어들고 있다던데 이게 줄어든거라면 원래는 어땠을까.
조금 가다 차 앞에 왠 늪지대 같은게 나타난다. 운전수가 잠시 흠짓하고 멈추더니 마음을 먹은듯 차를 급발진시킨다. 그리고 보기 좋게 바퀴가 헛돌며 우리는 갇힌다. 운전수가 뒤를 보며 내리라는 신호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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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밀어야지. 다들 내려서 밀어준다. 버티던 차도 우리 모두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지 어마어마한 흙탕물을 튀기며 앞으로 나간다. 모두가 흙을 뒤집어 쓰지만 재싹빠르게 옆으로 도망간 나는 괜찮다. 역시 사람은 행동이 재싹빨라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뭐라고 불평하지 않는다. 여행 다니다 보면 보면 이런 일은 뭐 있을 수 있다.
차가 멈추가 영국인 3명이 내린다. 따라 내리려고 하니 내리지 말란다. 이곳은 영국인 3명만 가는 곳이라고 일러준다. 아마 반일 투어인가 보다. 이러면 난 짝이 없는거 아닌가? 저팀이 3명이길래 저중 하나와 내가 같이 하려나 했는데 이거 정말 외롭게 되었다. 뭐 어떻게든 알아서 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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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내려주고 쌩따우는 다시 출발한다. 몇명 안남아서 그런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어쩌다보니 서양인은 남자 하나가 남았고 나를 포함하여 동양인만 4명이 되었다. 서양남자는 딱 보니 독일 아니면 벨기에 같아서 물어보니 역시 벨기에다. 이제는 억양을 들으면 대충 감이 온다. 나보고 일본인이냐고 해서 다시 맞춰보라고 하니 옆에 있던 여자친구가 한국인임을 맞춘다.
나머지 분들은 모두 태국 아이들이다. 커플로 보였던 태국 남녀는 절대 커플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근데 같이 여행을 다녀? 태국도 꽤나 개방적이다. 아님 썸남썸녀일려나. 이 여행이 끝나면 커플이 될수도 있겠지. 늙었는지 자꾸 젊은 남녀를 보면 이어주고 싶다.
태국인이 많다 보니 숫자를 다시 한번 복습해본다. 이삼일 안에 어떤 숫자를 보더라도 바로 얘기할 수 있도록 마스터할거다. 내가 얘기하는게 잼있는지 태국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호의적이다. 벨기에 남자는 방콕에서 일년동안 일했다면서 숫자도 모른다. 이건 좀 예의없는거 아닌가.
통성명을 한다. 나는 이제 '경훈'으로 불리는거 포기했다. 'Key'도 뭔가 미국식 이름 같은 느낌이라 마음에 안든다. 그냥 'Lee'라고 부르라고 한다. 다니면서 두명의 'Lee'를 만날 일은 없겠지. 벨기에 남자는 '기욤', 같이 다니는 여성은 'Fam', 커플이 아닌 한쌍은 '어스'와 '눅'이다. 이름을 외워야 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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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숙이 들어가던 쌩따우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집결지 같은데 우리를 내려준다. 아까부터 따라오던 가이드가 여기서부터 동굴을 두개 보게 될거라고 설명해주며, 자기가 영어를 못해서 자세히 설명을 하니 이해해달라고 한다. 대신 태국어와 비슷해서 필요한게 있으면 서양남자와 함께 온 태국여성에게 통역을 부탁할거라 한다. 이름을 물어보니 '포'란다. 베트남 쌀국수를 연상하며 이름을 외운다. 어디서든 이름을 아는게 시작이다.
오늘 라오스 단어를 하나 더 배워야겠다. '좋다', 'OK', '딱이다' 이런 늬앙스를 어떻게 얘기하냐고 하니 잠시 고민하더니 '와우당당'이라고 한다. 이런 외우기 쉬운 단어가 있다니. 와우를 할때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하자. 와우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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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들어오니 그늘에 테이블이 많이 펼쳐져 있고 사람들이 쉬고 있다. 여기서 사람들이 모이면 이동을 한단다. 이곳에도 한글이 사방 팔방에 보인다. 오면서 여기 한국인이 많다고 했더니 자기들은 다 태국 사람인줄 알았다고 한다. 한국인을 판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일단 우산을 쓰고 있는 여성분은 거의 다 한국인이다. 이쁘게 하고 옷차림 신경쓰는 여성도 한국인이다. 여기서의 몇번을 위하여 전문적인 웨드수트를 챙겨 입은 남자들도 한국인이다. 한국에서는 등산복을 그리 입더니 여기서는 다이빙복 같은 것을 챙겨입고 왔다. 준비성 철저한 한국인들이다.
이곳에서 꽤나 기다린다. 한국인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않는 팀은 우리 밖에 없는듯 하다. 어쩌다 이 팀에 배정받았지. 한국인들과 어울리지 못할 운명인가 보다. 이곳에서 한시간 가량 수다를 떨면서 논다. 나는 틈이 난 김에 키보드를 피고 글을 쓰고 세명의 태국인에게 둘러 쌓인 벨기에 남자는 혼자 외로이 있는다.
자 이제 우리 차례란다. 내려오란다. 이게 무슨 버스를 타고 어디를 가는게 아니라 동굴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던것 같다. 짐을 못 가지고 간다고 여기 다 놔두고 가라고 하고 가이드는 상의탈의를 한다. 물 속으로 들어가는건가? 물어보니 들어가는거란다. 헌데 어제 그 아주머니는 도데체 왜 수영복을 입지 말라고 한걸까. 미스테리다. 평소 같으면 뒤도 안돌아보고 상의탈의를 하는데 한국인이 많으니 좀 신경쓰인다. 한국인들은 거의 다 입고 들어간다. 고민하다 벗는다. 어차피 아무도 나 신경 안쓴다. 한국인인줄도 모르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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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니 냇가에 튜브가 잔뜩 있고 낮은 동굴이 눈에 보인다. 그 안으로 줄이 쭉 이어져있다. 가이드가 머리에 쓰는 조명을 하나씩 나눠준다. 신발을 놔두고 가야겠지? 한쪽에 남겨놓는데 나오는 한국인이 영어로 신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해준다. 나한테 왜 영어를 하는거지. 한국말로 물어보니 안쪽에 걷는 구간이 두개 정도 있단다. 신발을 손에 든다.
튜브를 하나씩 잡고 조명을 머리에 쓴 후 번쩍 뛰어서 엉덩이를 튜브 구멍에 집어넣는다. 윽, 물이 꽤 차갑다. 다시 일어서서 몸을 물에 적시고 쪼리 두개를 배에 얹은채로 튜브에 천천히 앉는다. 훨씬 낫다.
가이드가 별다른 설명 없이 줄을 잡고 안으로 들어간다. 따라가면 되는거겠지? 나도 줄을 잡고 끌어서 가이드를 따라간다. 팜, 기욤, 어스, 눅도 따라 들어간다.
좁은 동굴 입구를 따라 들어간다. 안락한 이동은 아닐듯 하다. 줄을 팔로 끌면서 그리 깊지 않아보이는 동굴 속을 머리를 숙인채 튜브로 이동한다. 하지만 조금 이동하니 천장이 높아지면서 넓은 동굴이 나타난다. 넓어지니 이동이 훨씬 수월하다.
동굴은 굉장히 어둡다. 불을 끄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거 같다. 물이 깊지 않아서 위험해보이지는 않는다. 이 동굴은 화려한 동굴은 아니다. 종유석이 엄청나게 피어있지는 않다. 어찌 보면 에어리언 소굴 같아 보이고 어찌보면 참 소박하다. 하지만 튜브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꽤나 매력이 있다.
처음에는 잼있게 줄을 잡고 끌지만 조금 지나니 살짝 피곤해진다. 동굴이 생각보다 깊다. 그래도 오고가며 만나는 사람들과 물장난도 치면서 노니 나름 재미있다.
중간 쯤 왔을까? 물의 수위가 너무 낮아서 튜브를 타고 갈 수가 없다. 가이드인 포를 따라서 튜브를 들고 일어선다. 여기가 아까 나올때 그 친구가 얘기했던 걷는 구간인가보다. 신발을 신어야 할까? 근데 바닥이 모래처럼 부드럽다. 이걸 위해 내가 신발을 들고 여기까지 고생하면서 왔단 말인가. 그냥 손에 들고 지나간다.
대략 한시간 정도를 갔을까. 드디어 끝에 도달하였다. 안쪽으로도 길이 더 이어져는 있지만 포 말로는 이 안으로는 자기도 못 들어가봤단다. 다시 줄을 잡고 돌아서서 왔던 길을 되돌아온다. 딱히 구경할게 많지는 않으니 물놀이하며 한번 쭉 왔다가 다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줄이 하나다 보니 오는 사람들하고 계속 부딪친다. 우리가 양보를 해서 우리는 줄을 안잡고 손으로 헤엄치면서 간다. 이것도 나름 잼있다. 근데 진짜 한국 사람 천지다.
갑자기 안쪽에서 노래 소리가 은은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자그맣던 소리가 갑자기 커지면서 그 노래가 아리랑임을 알게 된다. 누가 먼저 부른걸까? 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아리랑을 들으니 뭔가 기분이 묘하다. 매너가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나도 따라 부른다. 아리랑만큼 우리나라를 잘 표현하고 한국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가 또 있을까 싶다. 이게 애국가가 되었어야 한다. 노래가 끝나고 일행에게 아리랑이 뭔지를 설명해준다. 이게 근데 영어로 설명이 참 힘들다. 여튼 이렇게 한번 정도 다 같이 부른거는 외국인들한테도 좋은 구경거리 아니었을까 싶다. 나도 묘하게 잊지 못할 경험일거 같다. 근데 여기가 한국이여 라오스여.
동굴을 나오니 아무도 없다. 그 앞에 잠시 누워서 있는다. 이 시원한 강물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 방비엥은 어디를 봐도 경치가 정말 너무 아름답다. 이런 경치가 산업화에 밀려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모두 다 동굴에서 나오고 그때서야 나도 일어난다. 뒤이어 한국인 모녀가 나오면서 어머니가 애처럼 좋아하시면서 수영도 하신다. 갑자기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난다. 오자고 할때 좀 오지. 다른 아들들처럼 부귀영광을 드리지는 못할지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효도를 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다. 5년이라도 전에 제의를 했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헌데 라오스 방비엥이라면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에도 썩 나쁘지 않을거 같다. 오기 그리 힘들지 않고 편하고 확실한 액티비티가 있고 호텔도 좋은 곳이 많다. 그러니 이리도 한국인들이 많은게 이해된다. 다음에 노여사 부모님이랑 같이 한번 모시고 와야겠다 생각을 해본다. 청혼부터 하시지?
티셔츠를 벗고 들어가기 잘했다. 어제 그 여행사의 여자분 도데체 무슨 생각으로 수영복을 입지 말라고 했을까. 내가 말을 잘 안듣는 학생이었으니 다행이지 난리날뻔했다. 아까 앉았던 자리로 일행과 다시 돌아온다.
생각해보니 나도 카메라 방수팩이 있는데 왜 안가져갔나 싶다. 그래도 기욤과 같이 다니는 팸이 액션카메라를 들고 가서 사진을 몇개 받을 수 있지 싶다. 물론 한달도 뒤에 받겠지. 문득 시포의 알봉을 비롯한 3인들에게 아직 나도 사진을 안보냈음이 떠오른다. 봐서 여기 있을때 시간 내서 보내줘야겠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이동할려나 보다. 한국인들은 또 단체로 모여서 신나게 떠들면서 밥을 먹는다. 처음에는 약간 안좋게 보였는데 자세히 보면 가족 단위로도 오고 친구들도 온게 나름 좋은 시간들을 보내는거 같아서 꼭 부정적으로 볼건 아닌거 같다. 아무래도 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니 다른 여행자와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크게 민폐를 끼치지는 않는다. 모든 나라 사람들이 싫어하는 중국인과는 다르다. 오히려 이쪽 지역 경제가 좋아지는거 같아서 현지인들을 반기는듯 하다. 이곳은 한동안 서울의 청계산 같은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한항공에서 방비엥으로 직항하는 노선도 만들지 않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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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조금 수도 떨면서 기다리니 바베큐 구이와 바게트, 그리고 볶음밥이 주어진다. 빵을 보더니 태국애들은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태국인들은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단다. 태국에 있을때는 몰랐던 태국인에 대한 것을 라오스에서 배운다. 그러고 보면 일주일 전에만 해도 현지인이었던 사람들이 현재는 여행 동료가 되어 있다. 영원한 현지인도 영원한 여행자도 없다.
나는 왠만해서는 밥을 남기지 않는다. 다른 애들이 반 이상 남기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싹싹 긁어먹는다. 우리 어머니가 어릴때 음식을 남기면 죽어서 먹어야 한다고 교육을 시키셨다. 그럼 좋은거 아니냐고 했더니 다 섞어서 준단다. 이래서 조기교육이 중요하다.
밥을 먹고 좀 쉬고 있으니 다시 이동이다. 포를 따라 어딘가로 이동한다. 나는 원래 프로그램에 그리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지라 우리가 오늘 어디 가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다. 그냥 가자고 하면 간다. 어디로 간들 어떠하리. 모든 곳에는 그곳 나름의 추억이 있는 법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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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걷는다. 약간 쉬운 트래킹 같다. 미얀마의 살벌한 태양 아래서 1박2일 트래킹을 경험한 나에게는 더운데서 걷는거는 왠만하면 애교로 느껴진다. 좀 걷다보니 앞에 멋진 오름이 보인다. 라오스에서 하도 이런 오름을 많이 보다보니 이제는 뭔가 내성이 생길려는거 같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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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름이 우리의 목표였다. 약 30분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그 오름 한켠에 있는 동굴이다. 코끼리 동굴이라는 이 작은 곳에는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옆에 돌 형상이 코끼리 모양이라 코끼리 동굴이라고 불린다는데 이건 뭐 어찌 보면 호랑이 어찌 보면 기린이겠다. 그냥 코끼리라고 하니 그러려니 한다. 작은 동굴이라 딱히 볼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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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한마리가 우리를 보더니 동굴 안쪽으로 와서 드러눕는다. 젖이 나온걸 보니 새끼 낳은지 얼마 안됐나보다. 안쓰러워서 콧잔등을 쓸어주니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동물들만 보면 왜 이리 마음이 약해질까. 네 애기들은 어디다 놔두고 여기 와서 이러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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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 이동이다. 올때 타고 왔던 쌩따우를 다시 타고 카야킹할 곳으로 이동한단다. 나오니 개도 나를 따라온다. 포가 현지인하고 얘기하느라 잠시 앉아있는 동안 개를 또 어루만져준다. 강가에 보니 새끼 강아지들이 보이는게 얘 애기들 같다. 새끼들한테 가서 손가락을 내미니 앙증맞게 문다고 난리다. 이빨도 아직 제대로 자라지 않아서 물어도 간지럽기만 하다.
인도여행 다닐때 홀로 외딴곳에 떨어져있는 앵무새 새끼를 발견했었다. 그 앵무새를 일주일이 넘게 먹이고 챙기며 살리려고 무척 노력을 했었다. 한국에 있는 수의사 친구한테까지 전화해 가면서 부단히도 애썼지만 바라나시에서 현지인에게 넘긴 이후로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넘긴 다음날 바로 죽었다는 얘기에 그 현지인한테 무척 화가 났었던 기억이 난다. 왜인지는 기억 안나지만 3명이 같이 다니던 그때 내 별명은 하나벌이, 노여사 별명이 둘벌이, 그리고 같이 다니던 다른 동생 별명이 쓰리벌이였다. 이 앵무새에게도 앵벌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었다. 노여사와 나의 첫번째 애완동물이며 어찌 보면 얘를 통해 우리가 이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요즘도 문득 문득 앵벌이 생각이 나곤 한다. 좋은 곳에 갔을려나.
이제 동굴탐험은 끝나고 카야킹을 하러 간다. 쌩따우에 올라타고 내린 곳은 처음에 영국인 세명을 내려줬던 바로 그곳이다. 차 지붕에 얹혀져있는 우리 카약을 내리고 짐을 챙긴다. 이제 이 카약을 타고 우리의 집까지 가면 된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방수팩에 잘 담아서 챙긴다. 나머지 짐은 여행사에서 준 방수가방에 담고 잘 묶어서 물이 새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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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쌍쌍인지라 나는 가이드인 포와 함께 올라탄다. 남자 둘이 젓는거니 나도 나쁠거 없다. 우리가 앞장서고 뒤에 애들이 따라온다. 슬쩍 보니 여자들은 젓는 시늉만 하고 남자들이 애써 노를 젓고 있다. 불쌍한 것들. 내가 이래서 혼자 여행 다니는걸 좋아하지. 하지만 노여사가 왔다면 분명 나보다 열심히 저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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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중간 중간에 튜브를 타고 세월아 네월아 내려가는 여행자들을 계속해서 만난다. 튜빙이 뭔가 했더니 이곳에 와서야 감이 잡힌다. 튜브를 빌려서 차를 타고 이 위에서 내려주면 강의 흐름에 맞춰서 그냥 유유자적하며 내려오는거다. 이거 마음에 든다. 내일은 오토바이를 빌려서 블루라군에 갈까 싶고, 모레 이걸 해볼까? 방비엥은 정말 할 수 있는게, 그리고 하고 싶은게 너무 많다. 물놀이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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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역시 좋다. 하지만 노를 저으니 아무래도 진정한 경치 감상에는 좀 방해된다. 진짜 튜빙이 이런 목적으로는 딱이지 싶다. 만약 킨들이 방수가 된다면 저 튜브에 누워서 책을 보면서 이곳을 내려가면 정말 천국이 따로 없겠다. 간혹 몇명은 맥주도 손에 들고 내려가고 있다. 중간에 파는 곳이 있나보다.
한시간 정도 내려가니 뭔가 다이빙을 할만한 곳이 보인다. 아 너 저거 하고 싶다. 강물이 그다지 깨끗해보이지 않지만 인도 겐지스강도 헤엄쳐서 건넌 나에게 이건 아무런 제약이 안된다. 포한테 물어보니 해도 된단다. 게다가 무료란다. 다른 일행들한테 물어보니 주저주저한다. 야 이놈들아! 어린 놈들이 뭐 이리 탐험 정신이 없어. 그 와중에 이미 지나쳐버린다. 뒤늦게 애들도 하고 싶다고 해서 또 나오냐고 하니 하나 더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무조건 세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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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내려가니 또 나타난다. 역시 무료란다. 이런건 누가 만드는거지? 강 한쪽 면에서 다른쪽 면으로 긴 줄이 있고 손잡이가 있어서 이걸 타고 강 중간까지 가서 점프에서 물에 떨어지는거다. 한두명이 이미 하고 있다. 완전 잼있어 보인다. 이번에는 애들한테 무조건 하자고 하고 세워버린다.
내가 첫번째로 올라간다. 비루한 몸이지만 역시 상의를 탈의한다. 이제는 뭐 하도 했더니 부끄럽지도 않다. 손잡이를 잡고 밑에를 보니 꽤 높다. 약간 두근거리지만 한번도 물을 무서워한적은 없다. 다른 애들이 보고 있으니 뭔가 허세도 생겨서 무섭지 않은척 과감하게 출발한다. 중간쯤 왔을때 다이빙을 한다. 물속에서 물을 조금 먹지만 바로 올라와서 수영해서 올라온다. 아까 내 사진기를 맡기고 좀 찍어달라고 했는데, 멋지게 나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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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니 여기 왠 오징어가 있다. 저거를 탈때는 다리를 붙여야 멋있구나. 나에게는 어디를 봐도 멋이 안보인다. 그래도 잼있으니 됐다. 두어번 더 해야겠다.
내가 잼있다고 난리니 무서워하던 애들도 돌아가며 다 한번씩 한다. 모두 잼있어한다. 다음은 어스와 눅 두명이 남았다. 어스가 먼저 올라가서 시도한다. 높은 곳에서 뛰어야 하는데 이놈이 무서운지 물과 가까워지는 한참 후에 가서 떨어진다. 그것까지는 괜찮은데 줄이 끊어져서 손잡이를 다시 끌고 올 수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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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구, 이놈이 문제다. 모두가 구박이다. 나도 태국말로 줏어듣고 구박한다. 당연히 장난이다. 하지만 두어번 더 하려고 했는데 김샜다. 눅은 사실 겁이 많아서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있었던거 같은데 못하게 되서 오히려 기분이 좋은거 같다. 니네가 커플이 아니라고? 진짜 아니라면 이 여행이 끝날때는 커플이 되어있을거다.
거기 사람들이 고친다고 걱정말라고 해서 다시 보트를 타고 내려간다. 중간 중간 바들이 많이 보인다. 튜빙하는 애들이 멈춰서 맥주를 마시고 하나보다. 몇군데는 애들이 취해서 난리도 아니다. 론라에서 여기서 취해서 죽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더니 그럴만하다. 분위기가 뭔가 자유롭고 편안해서 자제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좀 문제가 될 수 있겠다. 한때 마약의 명소였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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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좀 내려가다 한 바에서 멈춘다. 포가 이곳에서 한 40분 있다가 이제 돌아간단다. 카약을 세우고 다 같이 바로 올라가본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난리다. 서양인들은 다들 취해서 난리도 아니고, 한국인은 많긴 한데 의외로 취하거나 그런 사람들은 없다. 하긴 막상 외국에서 막 진상 부리는 한국인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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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갑자기 저기서 막 반가워하며 뛰어온다. 누군지 확인하는 순간 나도 반가운 마음을 금치 못한다. 기차를 타고 같이 라오스를 넘어와서 같이 숙소를 찾아 해맸던 이름 모를 그 어여쁜 처자 두명을 여기서 만난다. 방비엥에 있으니 한번은 만나지 않을까 싶어서 시간 날때 한번 주위를 둘러보고는 했는데 여기서 만날지는 몰랐다. 이 강에도 수많은 바가 있고 시간도 다양한데 딱 여기서 만나니 신기하다.
둘이 기념 사진을 찍어간다며 내 사진을 찍어간다. 그래, 내가 들어간 사진 정도면 어디가도 기념은 될거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뭔가 당황해서 어버버하는데 애들이 이제 자기들은 카야킹을 하러 간다고 인사를 하고 떠난다. 이제 파타야로 간다니 못 보겠다. 뭔가 동생 같아서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할까 생각중이었는데 뭔가 순식간에 휙 지나갔다. 그래 안전한 여행들 하렴. 남친 있는 아이는 바람 피지 말고, 없는 아이는 이곳에서 남친 하나 만들어가고. 이 여행기 얘기를 한적이 있으니 혹시 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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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앉아서 쉰다. 맥주 한잔이 땡겨서 사오는데 다들 음료수만 마신다. 어린 아이들이군. 그러다 팜만 맥주 한캔을 사와서 합류한다. 뭔가 이곳에 있으니 나른해진다. 방비엥 진짜 아무런 기대 안하고 왔는데 꽤나 매력있다. 단순히 액티비티만 좋은게 아니라 쉬어가는 곳으로서도 이용(?)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라오스가 이리 매력이 있는건가? 비엔티안을 제외하고는 이곳이 유일하니 알 수가 없다. 다음 도시도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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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도 내려가서 최종 목적지로 향한다. 튜빙하는 살마들과 카약하는 인들이 많이 보이지만 우리는 이제 볼만큼 봤다. 열심히 노를 저어서 다 추월하고 목적지에 골인한다.
이곳부터 여행사까지는 걸어가야 한단다. 뛰어난 가이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찬찬히 잘 챙겨진 포한테 인사를 하고 다섯명이서 방비엥 시내 중심으로 걸어간다. 난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겠는데 다른 애들이 잘 가니 그냥 따라간다.
태국말과 라오스말은 거의 흡사하다. 애들이 가이드인 포와 얘기하는거보면 그냥 100% 의사소통이 되는듯이 보인다. 헌데 물어보면 많이 다르단다. 그럼 어떻게 얘기를 나누는건데. 미스테리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여행사에 돌아온다. 방수가방에서 물건을 꺼내서 원래 가방으로 넘긴다. 기욤, 팸 커플이 옆에서 잠시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가자고 해서 나는 좋다고 얘기하고 합류한다. 어스, 눅 커플은 뭔 샤워가 그리 급하다고 일단 떠난다.
옆 카페에서 나는 망고쥬스를 시키고 다른 일행들은 케익과 커피를 마신다. 사실 꽤 피곤해서 씻고 싶지만 이리 헤어지기 아쉬운듯 해서 같이 앉아서 얘기를 좀 나눈다.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할까? 나는 나쁘지 않지만 뭔가 내가 먼저 권하기에는 애매하다. 기욤이 먼저 조심스럽게 시간이 되면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한다. 땡큐 기욤. 그렇게 간만에 저녁식사 일행이 생겼다. 내가 먼저 떠난 커플도 부르자고 한다. 기욤은 걔네가 어려서 썩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는듯 해보이지만 반대는 안한다.
헤어지고 일단 숙소로 돌아온다. 빨래는 이미 다 됐다. 거의 내 모든 옷을 맡겨서 이거 안됐으면 입고 나갈 옷이 없을뻔했는데 다행이다. 들어오자마자 샤워부터 한다. 방이 마음에 든다. 위치도 어제 그곳이었으면 애들하고 얘기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도 힘들었을거다. 이곳은 시내 중심이라 그런지 벌레도 거의 없다. 방비엥에 있는 동안은 이곳에서 옮기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다.
누워서 한숨 자고 싶지만 글이 밀렸다. 지금 안쓰면 오늘 술 마시고 내일이나 써야 하는데 그러면 많은 것을 잊어버린다. 피곤해도 앉아서 글을 쓴다. 한시간 정도 쓰고 있으니 팜한테 페이스북 메세지로 7시에 보자고 메세지가 온다. 좋다고 답장한다. 쉬지는 못했지만 글을 그래도 현시점까지 다 쓰고나니 마음이 편하다. 이런 액티비티 후에 글 쓰는건 하나의 중노동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부지런하고 집요하다.
7시에 맞춰가기 위하여 조금 일찍 숙소를 나선다. 이곳 거리에는 여전히 프렌즈가 열심히 방영되고 있다. 프렌즈는 어느편이나 잼이긴 하지. 오늘이 안되면 내일이라도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쪽에서는 여행자들이 헤어지면서 아쉬워하고 있다. 오래 같이 다녔는지 서로 가지 못하고 계속 인사를 나눈다. 이번 여행에서 나에게도 저런 광경이 펼쳐질까? 문득 인도 바라나시에서 노여사와 헤어질때 생각이 난다. 뚝뚝에 앉아서 멀어지는 노여사를 보며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지 아마.
이놈들 늙은이를 기다리게 한다. 7시 정각에 왔는데 아무도 없다. 바닥에 그냥 앉아서 잠시 기다리니 어스와 눅 커플이 온다. 아 커플 아니라고 했지. 하지만 아무리 봐도 커플인데. 둘다 나름 샤워하고 새로운 옷을 입고 오니 못 알아보겠다. 나야 옷이 달랑 두개니 변신할것도 없다. 한결 같아서 얼마나 좋냐. 조금 기다리니 기욤과 팜도 와서 이동을 한다.
뭘 먹고 싶냐기에 난 오늘 꼭 고기를 먹어야겠다고 한다. 고기에 맥주 한잔으로 오늘의 피로를 씻어야겠다. 구이를 생각하며 스테이크 보다는 BBQ하는 곳을 가고 싶다고 하니 다 내 의견을 존중해서 그러한 식당을 찾아간다.
들어가서 메뉴를 보고 나서야 BBQ가 내가 생각하던거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 BBQ는 한국식이 아니라 꼬치구이를 뜻한다. 차라리 한국식당을 데려갈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들지만 이 친구들이 어떤걸 좋아할지 모르니 잘한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맥주 큰거 하나를 시킨다. 다른 애들도 밥과 음료를 시키는데 맥주를 아무도 안시킨다. 아니 이런 날에 어떻게 맥주를 안먹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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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친구 요한과 알봉이 문득 그리워진다. 내가 뭐 맨날 과음하지는 않지만 먹어야 하는 날에는 마셔야 한다. 같이 다니는 사람으로서 식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무리 마음이 맞아도 식성이 안맞으면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다들 밥과 물을 먹는데 혼자 맥주를 마실려니 영 기분이 안난다. 에잇 분위기 모르는 놈들. 하지만 각자 성향이 다른거니 당연히 뭐라 할 수는 없다.
언제나 나오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 얘기가 나온다. 기욤이 갑자기 혹시 그 비행기를 땅콩 때문에 돌린 사건이 한국이냐고 묻는다. 아 땅콩항공 정말 국위선양하고 있구나. 부끄럽지만 맞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어찌 이렇다냐.
그래도 이 친구 UN 관련된 쪽에서 일을 하는지 반기문 총장을 안다. 내가 싸이를 염두에 두고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 누군지 아냐고 했더니 반기문을 얘기한다. 유식한 놈 같으니라고. 괜히 싸이를 생각한 내가 머쓱해진다.
이 친구들 다 좋은데 정말 식성이 안맞으니 신이 안난다. 이런 날은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거나 생맥주라도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데 욕구불만이다. 이래서 한국인들은 한국인들끼리 어울리는걸 좋아하나? 문화의 차이는 정말 무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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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엄청 피곤한지 한두명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내가 가자고 해서 다 같이 일어난다. 나름 대화도 많이 하고 좋은 얘기도 많이 했지만 조금 허무하다. 혹시 아까 그 처자 두명이 보이나 두리번 거리지만 인연은 찾으면 보이지 않는 법이다. 돌아가는 길에 혼자 한잔 더 마실까 하다가 그냥 만다. 오늘은 힘든 날이었으니 들어가서 쉬는게 좋겠다.
애들하고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온다. 여기 밤은 처음인데 역시 벌레가 없을 수는 없다. 게다가 치명적으로 창문에 방충망이 없다. 그럼 창문을 열수가 없다. 이건 좀 문제다. 오늘 자보고 내일 방충망이 있는 방으로 옮겨달라고 얘기를 해보든가 해야겠다. 항상 얘기하지만 싼 곳은 싼 이유가 있다.
오늘은 방비엥의 매력에 나름 흠뻑 빠진 날이었다. 이곳은 3일을 있든 7일을 다른 매력을 각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날들은 내가 느낀 매력들이 방비엥의 매력일지 라오스의 매력일지 확인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기대 안하고 왔던 라오스지만, 기대 못한 즐거움에 기분이 즐겁다.
오늘은 드디어 그 유명한 블루라군을 가보려 합니다. 그나저나 서울에서 돈을 좀 받아야 하는데 한국여행사가 잘 안보이네요. 슬슬 걱정이...
모두들 연휴휴유증 없는 화요일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http://lkfar.tistory.com/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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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게스트하우스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았다! 이곳은 숙박업소가 아니라 양계장이었던거다. 한달간 다니면서 새벽부터 울려퍼지는 닭소리에 익숙해졌다고 믿었지만 임자를 제대로 못 만났을뿐이었다.
온라인 리뷰에서 닭소리 얘기가 나올때만 해도 '이런 아마추어들 같으니라고. 여행 다니면서 닭소리는 기본이지'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을 반성한다. 방 한켠에 붙어 있는 '닭소리가 심하면 귀마개를 하세요'라는 경고문구를 살짝 비웃으며 무시했던 것도 반성한다. 새벽 4시부터 울려퍼지는 닭소리의 향연은 지금까지 겪었던 그 무엇보다도 우렁찼다. 건강한 치킨들 같으니라고.
어제 일찍 자리에 누웠지만 여행기 사진 업로드가 느린 바람에 자다깨다 하면서 12시 넘어서까지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아예 안되면 포기하고 말텐데, 속도는 느린것이 접속은 또 안정적이라서 오류는 몇번 안나면서 두어시간 걸려서 결국 업로드를 했다. 9시부터 졸려 죽던 나는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발을 뻗고 잠이 들었다. 애증의 여행기다.
양계장에서 잤다는 죄로 새벽 4시 이후에는 또 제대로 못 잤다. 결국 5시간이나마 잠을 잔걸까? 오늘 나름 액티브한 날인데 괜찮을런지. 이리 얘기하지만 막상 큰 걱정은 안한다. 원래 불면증에 시달리며 살아왔기에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활동하는건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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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난 장점으로 근심을 두번이나 깔끔히 해결한다. 이런 날에 오전 일찍 근심부터 해결했다는 것은 축복이다. 헌데 이곳은 수동비데가 없다. 이용하다 없으니 또 뭔가 허전하다. 양계장이라 그런가.
9시까지 여행사로 가야 하고 짐도 옮겨야 함으로 7시에는 짐을 싸기 시작한다. 오늘 옷을 뭘 입지? 뭘 입어도 더럽다. 어떤 의미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게 고맙다. 한국에서 입고 온 티의 냄새를 맡아본다. 왜 맡았을까. 후회는 항상 늦다. 이건 깨끗한거야, 깨끗한거야, 스스로 세뇌를 하며 축축한 옷을 걸친다. 이 축축함은 땀일까 습기일까. 어떤거든 생각 안하는게 상책이다. 오늘은 기필코 빨래를 해야 하겠다고 다시 한번 굳은 다짐을 해본다.
방을 나와서 열쇠를 가지고 리셉션으로 간다. 사실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은 숙소다. 만약 어제 저녁에 대안을 찾지 못했다면 아마도 이곳에 계속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게 다른 좋은 옵션을 보고 나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갑자기 허접해보인다. 그래서 노여사가 다른 남자를 못 만나게 한다.
여기 강아지에게 인사를 하고 가고 싶은데 안보인다. 이 귀여운놈이 이곳에서 짧지만 가장 정이 든 놈인데, 아쉽다.
이곳은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아침 일찍 부터 길이 분주하다. 비엔티안에서 아침이 워낙 조용하기에 이곳도 혹시 그럴까 우려했더니 전혀 다르다. 모두가 문을 열었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 목적이 있기에 이곳에 들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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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오늘따라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잠이 좀 부족해서 그런가? 그래도 버거울 정도는 아니다. 어제 기억을 되새기며 길을 찾는다. 매번 겪는거지만 그리도 생소했던 공간이 하루만에 익숙해지는 것은 언제나 놀랍다. 어제 한번 와서 익숙해진 길을 걸어 강가로 향한다.
하지만, 숙소를 못 찾는다. 프렌즈를 틀어놓던 바는 아직도 프렌즈를 틀고 있기에 그 근처인것은 알지만 여기인지 저기인지 햇갈린다. 결국 한번 잘못된 곳으로 들어간 후에야 내 방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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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에 빨래가 1키로에 7000킵이라고 써 있는 것을 본다. 내 빨래는 어차피 모두 모아도 1키로가 아니기에 천원이 안되는 가격이면 맡기는게 좋겠다 싶다. 오늘 액티비티 때문에 어차피 빨래를 하기도 힘들다. 방에 들어가서 짐만 푸르고 모든 빨래를 가지고 나온다. 바지도 오늘은 수영복을 입었기에 오랜만에 빨래를 맡긴다. 그래봤자 역시 예상했던 데로 1키로가 안된다. 이제 나도 좀 뽀송뽀송한 옷을 입을 수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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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아직 8시라 아침 먹을 곳을 찾는다. 공항에서도 게이트 앞이 편하듯이 여기도 여행사가 눈앞에 보여야 마음이 편하다. 여행사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쌀국수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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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4팀이 있는데 그중 나를 포함한 3팀이 한국인이다. 옆에는 여자분 두분이서 조용히 밥을 먹고 있는데 앞에는 아저씨 4분이 시끌시끌하게 식사를 하신다.
나이가 든 후에 여행을 떠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아니, 나이를 떠나서 언제든 여행을 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헌데 왜 우리나라 어른들이 여행 다니는 것을 보면 이리도 큰소리를 뻥뻥 치는걸까? 이분들이 과연 유럽이나 미국 가서도 그럴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언어가 안통해서 어쩔 수 없이 한국말로 현지인에게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Hello"나 "Water"를 모르는 한국인이 있었나. "아줌마, 어이"라고 부르는 행동에서 나도 모르게 눈쌀이 찌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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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동남아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갖는 우월감은 의식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나도 이로부터 자유롭다고 단정은 못하겠다. 하지만 만약 그런 우월감이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더 배려해주고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약한 자에게 강한 것은 자랑이 아니다. 그냥 횡포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려면 멀었다.
이리 얘기하지만 지금 이 식당의 다른 한 서양인은 현지 여성분과 식사 중이다. 둘이 정말 사랑하는 사이겠지. 사랑은 국경을 초월하니까.
아침에 두번이나 근심을 털었음에도 속이 더부룩하다. 여행 다니면서 속이 편했던 적이 사실 단 한번도 없었다. 이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곳 화장실이 깨끗해보이길래 가보지만 전통식임을 보고 그냥 여행사로 나선다.
이 산이 아니었다. 내가 지켜보며 식사를 한 곳은 내가 어제 왔던 곳이 아님을 영수증을 준 후에 깨닫는다. 아 나의 길눈이란 참으로 완벽하다. 그렇다면 내 산은 어디에 있는걸까.
시간에 여유가 그래도 좀 있어서 다행이다. 어제 왔던 길을 더듬으며 영수증에 써 있는 장소를 찾는다. 두어번 돌아다녀봤는데도 햇갈린다. 그래도 서너번 헤멘 끝에 겨우 찾는다.
7명이라더니 몇명이 앉아있다. 서로 어색하게 있는다. 여러명이라 한국인이 한명이라도 있을까 싶었는데 단 한명도 없다. 여행사를 잘 찾은걸까 잘못 찾은걸까. 어제 회식(?) 하는 사람들이 살짝 부럽긴 했나보다. 은연 중에 한국인이 한명이라도 있기를 원했던 마음 같다.
9시가 되니 방수 가방을 주고 출발하기 위해 쌩따우에 올라타라고 한다. 가방에 몇개 안가지고 왔기에 키보드와 지갑, 여권 등 중요한 것만 넣고 카메라는 손에 쥔채 원래 가방은 여행사에 두고 차에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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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행은 영국인 남자 3명과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커플 한팀, 그리고 서양남자와 동남아 여자로 구성된 커플 한팀, 그리고 외로운 나 하나,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혼자 온 사람이 없다. 오늘 외로운 일정이 될지 모르겠다.
옆에 영국인이 앉기에 대화를 좀 시도하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다. 교류할 생각이 없나보다. 이곳도 어찌 보면 유명 관광지처럼 목적이 있는 곳인지라 나처럼 한량처럼 다니며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걸 즐기는 사람이 적다. 진짜 오늘 외로울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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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출발하고 조금 지나니 라오스의 산맥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의 푸른 절벽과 산들이 너무 매력적이다. 우리나라 정선 같은 느낌이 곳곳에 쉽사리 눈에 띈다. 최근 라오스에 숲이 줄어들고 있다던데 이게 줄어든거라면 원래는 어땠을까.
조금 가다 차 앞에 왠 늪지대 같은게 나타난다. 운전수가 잠시 흠짓하고 멈추더니 마음을 먹은듯 차를 급발진시킨다. 그리고 보기 좋게 바퀴가 헛돌며 우리는 갇힌다. 운전수가 뒤를 보며 내리라는 신호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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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밀어야지. 다들 내려서 밀어준다. 버티던 차도 우리 모두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지 어마어마한 흙탕물을 튀기며 앞으로 나간다. 모두가 흙을 뒤집어 쓰지만 재싹빠르게 옆으로 도망간 나는 괜찮다. 역시 사람은 행동이 재싹빨라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뭐라고 불평하지 않는다. 여행 다니다 보면 보면 이런 일은 뭐 있을 수 있다.
차가 멈추가 영국인 3명이 내린다. 따라 내리려고 하니 내리지 말란다. 이곳은 영국인 3명만 가는 곳이라고 일러준다. 아마 반일 투어인가 보다. 이러면 난 짝이 없는거 아닌가? 저팀이 3명이길래 저중 하나와 내가 같이 하려나 했는데 이거 정말 외롭게 되었다. 뭐 어떻게든 알아서 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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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내려주고 쌩따우는 다시 출발한다. 몇명 안남아서 그런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어쩌다보니 서양인은 남자 하나가 남았고 나를 포함하여 동양인만 4명이 되었다. 서양남자는 딱 보니 독일 아니면 벨기에 같아서 물어보니 역시 벨기에다. 이제는 억양을 들으면 대충 감이 온다. 나보고 일본인이냐고 해서 다시 맞춰보라고 하니 옆에 있던 여자친구가 한국인임을 맞춘다.
나머지 분들은 모두 태국 아이들이다. 커플로 보였던 태국 남녀는 절대 커플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근데 같이 여행을 다녀? 태국도 꽤나 개방적이다. 아님 썸남썸녀일려나. 이 여행이 끝나면 커플이 될수도 있겠지. 늙었는지 자꾸 젊은 남녀를 보면 이어주고 싶다.
태국인이 많다 보니 숫자를 다시 한번 복습해본다. 이삼일 안에 어떤 숫자를 보더라도 바로 얘기할 수 있도록 마스터할거다. 내가 얘기하는게 잼있는지 태국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호의적이다. 벨기에 남자는 방콕에서 일년동안 일했다면서 숫자도 모른다. 이건 좀 예의없는거 아닌가.
통성명을 한다. 나는 이제 '경훈'으로 불리는거 포기했다. 'Key'도 뭔가 미국식 이름 같은 느낌이라 마음에 안든다. 그냥 'Lee'라고 부르라고 한다. 다니면서 두명의 'Lee'를 만날 일은 없겠지. 벨기에 남자는 '기욤', 같이 다니는 여성은 'Fam', 커플이 아닌 한쌍은 '어스'와 '눅'이다. 이름을 외워야 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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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숙이 들어가던 쌩따우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집결지 같은데 우리를 내려준다. 아까부터 따라오던 가이드가 여기서부터 동굴을 두개 보게 될거라고 설명해주며, 자기가 영어를 못해서 자세히 설명을 하니 이해해달라고 한다. 대신 태국어와 비슷해서 필요한게 있으면 서양남자와 함께 온 태국여성에게 통역을 부탁할거라 한다. 이름을 물어보니 '포'란다. 베트남 쌀국수를 연상하며 이름을 외운다. 어디서든 이름을 아는게 시작이다.
오늘 라오스 단어를 하나 더 배워야겠다. '좋다', 'OK', '딱이다' 이런 늬앙스를 어떻게 얘기하냐고 하니 잠시 고민하더니 '와우당당'이라고 한다. 이런 외우기 쉬운 단어가 있다니. 와우를 할때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하자. 와우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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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들어오니 그늘에 테이블이 많이 펼쳐져 있고 사람들이 쉬고 있다. 여기서 사람들이 모이면 이동을 한단다. 이곳에도 한글이 사방 팔방에 보인다. 오면서 여기 한국인이 많다고 했더니 자기들은 다 태국 사람인줄 알았다고 한다. 한국인을 판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일단 우산을 쓰고 있는 여성분은 거의 다 한국인이다. 이쁘게 하고 옷차림 신경쓰는 여성도 한국인이다. 여기서의 몇번을 위하여 전문적인 웨드수트를 챙겨 입은 남자들도 한국인이다. 한국에서는 등산복을 그리 입더니 여기서는 다이빙복 같은 것을 챙겨입고 왔다. 준비성 철저한 한국인들이다.
이곳에서 꽤나 기다린다. 한국인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않는 팀은 우리 밖에 없는듯 하다. 어쩌다 이 팀에 배정받았지. 한국인들과 어울리지 못할 운명인가 보다. 이곳에서 한시간 가량 수다를 떨면서 논다. 나는 틈이 난 김에 키보드를 피고 글을 쓰고 세명의 태국인에게 둘러 쌓인 벨기에 남자는 혼자 외로이 있는다.
자 이제 우리 차례란다. 내려오란다. 이게 무슨 버스를 타고 어디를 가는게 아니라 동굴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던것 같다. 짐을 못 가지고 간다고 여기 다 놔두고 가라고 하고 가이드는 상의탈의를 한다. 물 속으로 들어가는건가? 물어보니 들어가는거란다. 헌데 어제 그 아주머니는 도데체 왜 수영복을 입지 말라고 한걸까. 미스테리다. 평소 같으면 뒤도 안돌아보고 상의탈의를 하는데 한국인이 많으니 좀 신경쓰인다. 한국인들은 거의 다 입고 들어간다. 고민하다 벗는다. 어차피 아무도 나 신경 안쓴다. 한국인인줄도 모르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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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니 냇가에 튜브가 잔뜩 있고 낮은 동굴이 눈에 보인다. 그 안으로 줄이 쭉 이어져있다. 가이드가 머리에 쓰는 조명을 하나씩 나눠준다. 신발을 놔두고 가야겠지? 한쪽에 남겨놓는데 나오는 한국인이 영어로 신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해준다. 나한테 왜 영어를 하는거지. 한국말로 물어보니 안쪽에 걷는 구간이 두개 정도 있단다. 신발을 손에 든다.
튜브를 하나씩 잡고 조명을 머리에 쓴 후 번쩍 뛰어서 엉덩이를 튜브 구멍에 집어넣는다. 윽, 물이 꽤 차갑다. 다시 일어서서 몸을 물에 적시고 쪼리 두개를 배에 얹은채로 튜브에 천천히 앉는다. 훨씬 낫다.
가이드가 별다른 설명 없이 줄을 잡고 안으로 들어간다. 따라가면 되는거겠지? 나도 줄을 잡고 끌어서 가이드를 따라간다. 팜, 기욤, 어스, 눅도 따라 들어간다.
좁은 동굴 입구를 따라 들어간다. 안락한 이동은 아닐듯 하다. 줄을 팔로 끌면서 그리 깊지 않아보이는 동굴 속을 머리를 숙인채 튜브로 이동한다. 하지만 조금 이동하니 천장이 높아지면서 넓은 동굴이 나타난다. 넓어지니 이동이 훨씬 수월하다.
동굴은 굉장히 어둡다. 불을 끄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거 같다. 물이 깊지 않아서 위험해보이지는 않는다. 이 동굴은 화려한 동굴은 아니다. 종유석이 엄청나게 피어있지는 않다. 어찌 보면 에어리언 소굴 같아 보이고 어찌보면 참 소박하다. 하지만 튜브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꽤나 매력이 있다.
처음에는 잼있게 줄을 잡고 끌지만 조금 지나니 살짝 피곤해진다. 동굴이 생각보다 깊다. 그래도 오고가며 만나는 사람들과 물장난도 치면서 노니 나름 재미있다.
중간 쯤 왔을까? 물의 수위가 너무 낮아서 튜브를 타고 갈 수가 없다. 가이드인 포를 따라서 튜브를 들고 일어선다. 여기가 아까 나올때 그 친구가 얘기했던 걷는 구간인가보다. 신발을 신어야 할까? 근데 바닥이 모래처럼 부드럽다. 이걸 위해 내가 신발을 들고 여기까지 고생하면서 왔단 말인가. 그냥 손에 들고 지나간다.
대략 한시간 정도를 갔을까. 드디어 끝에 도달하였다. 안쪽으로도 길이 더 이어져는 있지만 포 말로는 이 안으로는 자기도 못 들어가봤단다. 다시 줄을 잡고 돌아서서 왔던 길을 되돌아온다. 딱히 구경할게 많지는 않으니 물놀이하며 한번 쭉 왔다가 다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줄이 하나다 보니 오는 사람들하고 계속 부딪친다. 우리가 양보를 해서 우리는 줄을 안잡고 손으로 헤엄치면서 간다. 이것도 나름 잼있다. 근데 진짜 한국 사람 천지다.
갑자기 안쪽에서 노래 소리가 은은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자그맣던 소리가 갑자기 커지면서 그 노래가 아리랑임을 알게 된다. 누가 먼저 부른걸까? 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아리랑을 들으니 뭔가 기분이 묘하다. 매너가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나도 따라 부른다. 아리랑만큼 우리나라를 잘 표현하고 한국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가 또 있을까 싶다. 이게 애국가가 되었어야 한다. 노래가 끝나고 일행에게 아리랑이 뭔지를 설명해준다. 이게 근데 영어로 설명이 참 힘들다. 여튼 이렇게 한번 정도 다 같이 부른거는 외국인들한테도 좋은 구경거리 아니었을까 싶다. 나도 묘하게 잊지 못할 경험일거 같다. 근데 여기가 한국이여 라오스여.
동굴을 나오니 아무도 없다. 그 앞에 잠시 누워서 있는다. 이 시원한 강물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 방비엥은 어디를 봐도 경치가 정말 너무 아름답다. 이런 경치가 산업화에 밀려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모두 다 동굴에서 나오고 그때서야 나도 일어난다. 뒤이어 한국인 모녀가 나오면서 어머니가 애처럼 좋아하시면서 수영도 하신다. 갑자기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난다. 오자고 할때 좀 오지. 다른 아들들처럼 부귀영광을 드리지는 못할지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효도를 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다. 5년이라도 전에 제의를 했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헌데 라오스 방비엥이라면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에도 썩 나쁘지 않을거 같다. 오기 그리 힘들지 않고 편하고 확실한 액티비티가 있고 호텔도 좋은 곳이 많다. 그러니 이리도 한국인들이 많은게 이해된다. 다음에 노여사 부모님이랑 같이 한번 모시고 와야겠다 생각을 해본다. 청혼부터 하시지?
티셔츠를 벗고 들어가기 잘했다. 어제 그 여행사의 여자분 도데체 무슨 생각으로 수영복을 입지 말라고 했을까. 내가 말을 잘 안듣는 학생이었으니 다행이지 난리날뻔했다. 아까 앉았던 자리로 일행과 다시 돌아온다.
생각해보니 나도 카메라 방수팩이 있는데 왜 안가져갔나 싶다. 그래도 기욤과 같이 다니는 팸이 액션카메라를 들고 가서 사진을 몇개 받을 수 있지 싶다. 물론 한달도 뒤에 받겠지. 문득 시포의 알봉을 비롯한 3인들에게 아직 나도 사진을 안보냈음이 떠오른다. 봐서 여기 있을때 시간 내서 보내줘야겠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이동할려나 보다. 한국인들은 또 단체로 모여서 신나게 떠들면서 밥을 먹는다. 처음에는 약간 안좋게 보였는데 자세히 보면 가족 단위로도 오고 친구들도 온게 나름 좋은 시간들을 보내는거 같아서 꼭 부정적으로 볼건 아닌거 같다. 아무래도 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니 다른 여행자와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크게 민폐를 끼치지는 않는다. 모든 나라 사람들이 싫어하는 중국인과는 다르다. 오히려 이쪽 지역 경제가 좋아지는거 같아서 현지인들을 반기는듯 하다. 이곳은 한동안 서울의 청계산 같은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한항공에서 방비엥으로 직항하는 노선도 만들지 않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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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조금 수도 떨면서 기다리니 바베큐 구이와 바게트, 그리고 볶음밥이 주어진다. 빵을 보더니 태국애들은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태국인들은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단다. 태국에 있을때는 몰랐던 태국인에 대한 것을 라오스에서 배운다. 그러고 보면 일주일 전에만 해도 현지인이었던 사람들이 현재는 여행 동료가 되어 있다. 영원한 현지인도 영원한 여행자도 없다.
나는 왠만해서는 밥을 남기지 않는다. 다른 애들이 반 이상 남기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싹싹 긁어먹는다. 우리 어머니가 어릴때 음식을 남기면 죽어서 먹어야 한다고 교육을 시키셨다. 그럼 좋은거 아니냐고 했더니 다 섞어서 준단다. 이래서 조기교육이 중요하다.
밥을 먹고 좀 쉬고 있으니 다시 이동이다. 포를 따라 어딘가로 이동한다. 나는 원래 프로그램에 그리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지라 우리가 오늘 어디 가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다. 그냥 가자고 하면 간다. 어디로 간들 어떠하리. 모든 곳에는 그곳 나름의 추억이 있는 법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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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걷는다. 약간 쉬운 트래킹 같다. 미얀마의 살벌한 태양 아래서 1박2일 트래킹을 경험한 나에게는 더운데서 걷는거는 왠만하면 애교로 느껴진다. 좀 걷다보니 앞에 멋진 오름이 보인다. 라오스에서 하도 이런 오름을 많이 보다보니 이제는 뭔가 내성이 생길려는거 같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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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름이 우리의 목표였다. 약 30분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그 오름 한켠에 있는 동굴이다. 코끼리 동굴이라는 이 작은 곳에는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옆에 돌 형상이 코끼리 모양이라 코끼리 동굴이라고 불린다는데 이건 뭐 어찌 보면 호랑이 어찌 보면 기린이겠다. 그냥 코끼리라고 하니 그러려니 한다. 작은 동굴이라 딱히 볼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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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한마리가 우리를 보더니 동굴 안쪽으로 와서 드러눕는다. 젖이 나온걸 보니 새끼 낳은지 얼마 안됐나보다. 안쓰러워서 콧잔등을 쓸어주니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동물들만 보면 왜 이리 마음이 약해질까. 네 애기들은 어디다 놔두고 여기 와서 이러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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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 이동이다. 올때 타고 왔던 쌩따우를 다시 타고 카야킹할 곳으로 이동한단다. 나오니 개도 나를 따라온다. 포가 현지인하고 얘기하느라 잠시 앉아있는 동안 개를 또 어루만져준다. 강가에 보니 새끼 강아지들이 보이는게 얘 애기들 같다. 새끼들한테 가서 손가락을 내미니 앙증맞게 문다고 난리다. 이빨도 아직 제대로 자라지 않아서 물어도 간지럽기만 하다.
인도여행 다닐때 홀로 외딴곳에 떨어져있는 앵무새 새끼를 발견했었다. 그 앵무새를 일주일이 넘게 먹이고 챙기며 살리려고 무척 노력을 했었다. 한국에 있는 수의사 친구한테까지 전화해 가면서 부단히도 애썼지만 바라나시에서 현지인에게 넘긴 이후로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넘긴 다음날 바로 죽었다는 얘기에 그 현지인한테 무척 화가 났었던 기억이 난다. 왜인지는 기억 안나지만 3명이 같이 다니던 그때 내 별명은 하나벌이, 노여사 별명이 둘벌이, 그리고 같이 다니던 다른 동생 별명이 쓰리벌이였다. 이 앵무새에게도 앵벌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었다. 노여사와 나의 첫번째 애완동물이며 어찌 보면 얘를 통해 우리가 이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요즘도 문득 문득 앵벌이 생각이 나곤 한다. 좋은 곳에 갔을려나.
이제 동굴탐험은 끝나고 카야킹을 하러 간다. 쌩따우에 올라타고 내린 곳은 처음에 영국인 세명을 내려줬던 바로 그곳이다. 차 지붕에 얹혀져있는 우리 카약을 내리고 짐을 챙긴다. 이제 이 카약을 타고 우리의 집까지 가면 된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방수팩에 잘 담아서 챙긴다. 나머지 짐은 여행사에서 준 방수가방에 담고 잘 묶어서 물이 새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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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쌍쌍인지라 나는 가이드인 포와 함께 올라탄다. 남자 둘이 젓는거니 나도 나쁠거 없다. 우리가 앞장서고 뒤에 애들이 따라온다. 슬쩍 보니 여자들은 젓는 시늉만 하고 남자들이 애써 노를 젓고 있다. 불쌍한 것들. 내가 이래서 혼자 여행 다니는걸 좋아하지. 하지만 노여사가 왔다면 분명 나보다 열심히 저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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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중간 중간에 튜브를 타고 세월아 네월아 내려가는 여행자들을 계속해서 만난다. 튜빙이 뭔가 했더니 이곳에 와서야 감이 잡힌다. 튜브를 빌려서 차를 타고 이 위에서 내려주면 강의 흐름에 맞춰서 그냥 유유자적하며 내려오는거다. 이거 마음에 든다. 내일은 오토바이를 빌려서 블루라군에 갈까 싶고, 모레 이걸 해볼까? 방비엥은 정말 할 수 있는게, 그리고 하고 싶은게 너무 많다. 물놀이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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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역시 좋다. 하지만 노를 저으니 아무래도 진정한 경치 감상에는 좀 방해된다. 진짜 튜빙이 이런 목적으로는 딱이지 싶다. 만약 킨들이 방수가 된다면 저 튜브에 누워서 책을 보면서 이곳을 내려가면 정말 천국이 따로 없겠다. 간혹 몇명은 맥주도 손에 들고 내려가고 있다. 중간에 파는 곳이 있나보다.
한시간 정도 내려가니 뭔가 다이빙을 할만한 곳이 보인다. 아 너 저거 하고 싶다. 강물이 그다지 깨끗해보이지 않지만 인도 겐지스강도 헤엄쳐서 건넌 나에게 이건 아무런 제약이 안된다. 포한테 물어보니 해도 된단다. 게다가 무료란다. 다른 일행들한테 물어보니 주저주저한다. 야 이놈들아! 어린 놈들이 뭐 이리 탐험 정신이 없어. 그 와중에 이미 지나쳐버린다. 뒤늦게 애들도 하고 싶다고 해서 또 나오냐고 하니 하나 더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무조건 세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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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내려가니 또 나타난다. 역시 무료란다. 이런건 누가 만드는거지? 강 한쪽 면에서 다른쪽 면으로 긴 줄이 있고 손잡이가 있어서 이걸 타고 강 중간까지 가서 점프에서 물에 떨어지는거다. 한두명이 이미 하고 있다. 완전 잼있어 보인다. 이번에는 애들한테 무조건 하자고 하고 세워버린다.
내가 첫번째로 올라간다. 비루한 몸이지만 역시 상의를 탈의한다. 이제는 뭐 하도 했더니 부끄럽지도 않다. 손잡이를 잡고 밑에를 보니 꽤 높다. 약간 두근거리지만 한번도 물을 무서워한적은 없다. 다른 애들이 보고 있으니 뭔가 허세도 생겨서 무섭지 않은척 과감하게 출발한다. 중간쯤 왔을때 다이빙을 한다. 물속에서 물을 조금 먹지만 바로 올라와서 수영해서 올라온다. 아까 내 사진기를 맡기고 좀 찍어달라고 했는데, 멋지게 나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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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니 여기 왠 오징어가 있다. 저거를 탈때는 다리를 붙여야 멋있구나. 나에게는 어디를 봐도 멋이 안보인다. 그래도 잼있으니 됐다. 두어번 더 해야겠다.
내가 잼있다고 난리니 무서워하던 애들도 돌아가며 다 한번씩 한다. 모두 잼있어한다. 다음은 어스와 눅 두명이 남았다. 어스가 먼저 올라가서 시도한다. 높은 곳에서 뛰어야 하는데 이놈이 무서운지 물과 가까워지는 한참 후에 가서 떨어진다. 그것까지는 괜찮은데 줄이 끊어져서 손잡이를 다시 끌고 올 수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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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구, 이놈이 문제다. 모두가 구박이다. 나도 태국말로 줏어듣고 구박한다. 당연히 장난이다. 하지만 두어번 더 하려고 했는데 김샜다. 눅은 사실 겁이 많아서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있었던거 같은데 못하게 되서 오히려 기분이 좋은거 같다. 니네가 커플이 아니라고? 진짜 아니라면 이 여행이 끝날때는 커플이 되어있을거다.
거기 사람들이 고친다고 걱정말라고 해서 다시 보트를 타고 내려간다. 중간 중간 바들이 많이 보인다. 튜빙하는 애들이 멈춰서 맥주를 마시고 하나보다. 몇군데는 애들이 취해서 난리도 아니다. 론라에서 여기서 취해서 죽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더니 그럴만하다. 분위기가 뭔가 자유롭고 편안해서 자제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좀 문제가 될 수 있겠다. 한때 마약의 명소였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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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좀 내려가다 한 바에서 멈춘다. 포가 이곳에서 한 40분 있다가 이제 돌아간단다. 카약을 세우고 다 같이 바로 올라가본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난리다. 서양인들은 다들 취해서 난리도 아니고, 한국인은 많긴 한데 의외로 취하거나 그런 사람들은 없다. 하긴 막상 외국에서 막 진상 부리는 한국인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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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갑자기 저기서 막 반가워하며 뛰어온다. 누군지 확인하는 순간 나도 반가운 마음을 금치 못한다. 기차를 타고 같이 라오스를 넘어와서 같이 숙소를 찾아 해맸던 이름 모를 그 어여쁜 처자 두명을 여기서 만난다. 방비엥에 있으니 한번은 만나지 않을까 싶어서 시간 날때 한번 주위를 둘러보고는 했는데 여기서 만날지는 몰랐다. 이 강에도 수많은 바가 있고 시간도 다양한데 딱 여기서 만나니 신기하다.
둘이 기념 사진을 찍어간다며 내 사진을 찍어간다. 그래, 내가 들어간 사진 정도면 어디가도 기념은 될거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뭔가 당황해서 어버버하는데 애들이 이제 자기들은 카야킹을 하러 간다고 인사를 하고 떠난다. 이제 파타야로 간다니 못 보겠다. 뭔가 동생 같아서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할까 생각중이었는데 뭔가 순식간에 휙 지나갔다. 그래 안전한 여행들 하렴. 남친 있는 아이는 바람 피지 말고, 없는 아이는 이곳에서 남친 하나 만들어가고. 이 여행기 얘기를 한적이 있으니 혹시 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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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앉아서 쉰다. 맥주 한잔이 땡겨서 사오는데 다들 음료수만 마신다. 어린 아이들이군. 그러다 팜만 맥주 한캔을 사와서 합류한다. 뭔가 이곳에 있으니 나른해진다. 방비엥 진짜 아무런 기대 안하고 왔는데 꽤나 매력있다. 단순히 액티비티만 좋은게 아니라 쉬어가는 곳으로서도 이용(?)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라오스가 이리 매력이 있는건가? 비엔티안을 제외하고는 이곳이 유일하니 알 수가 없다. 다음 도시도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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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도 내려가서 최종 목적지로 향한다. 튜빙하는 살마들과 카약하는 인들이 많이 보이지만 우리는 이제 볼만큼 봤다. 열심히 노를 저어서 다 추월하고 목적지에 골인한다.
이곳부터 여행사까지는 걸어가야 한단다. 뛰어난 가이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찬찬히 잘 챙겨진 포한테 인사를 하고 다섯명이서 방비엥 시내 중심으로 걸어간다. 난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겠는데 다른 애들이 잘 가니 그냥 따라간다.
태국말과 라오스말은 거의 흡사하다. 애들이 가이드인 포와 얘기하는거보면 그냥 100% 의사소통이 되는듯이 보인다. 헌데 물어보면 많이 다르단다. 그럼 어떻게 얘기를 나누는건데. 미스테리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여행사에 돌아온다. 방수가방에서 물건을 꺼내서 원래 가방으로 넘긴다. 기욤, 팸 커플이 옆에서 잠시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가자고 해서 나는 좋다고 얘기하고 합류한다. 어스, 눅 커플은 뭔 샤워가 그리 급하다고 일단 떠난다.
옆 카페에서 나는 망고쥬스를 시키고 다른 일행들은 케익과 커피를 마신다. 사실 꽤 피곤해서 씻고 싶지만 이리 헤어지기 아쉬운듯 해서 같이 앉아서 얘기를 좀 나눈다.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할까? 나는 나쁘지 않지만 뭔가 내가 먼저 권하기에는 애매하다. 기욤이 먼저 조심스럽게 시간이 되면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한다. 땡큐 기욤. 그렇게 간만에 저녁식사 일행이 생겼다. 내가 먼저 떠난 커플도 부르자고 한다. 기욤은 걔네가 어려서 썩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는듯 해보이지만 반대는 안한다.
헤어지고 일단 숙소로 돌아온다. 빨래는 이미 다 됐다. 거의 내 모든 옷을 맡겨서 이거 안됐으면 입고 나갈 옷이 없을뻔했는데 다행이다. 들어오자마자 샤워부터 한다. 방이 마음에 든다. 위치도 어제 그곳이었으면 애들하고 얘기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도 힘들었을거다. 이곳은 시내 중심이라 그런지 벌레도 거의 없다. 방비엥에 있는 동안은 이곳에서 옮기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다.
누워서 한숨 자고 싶지만 글이 밀렸다. 지금 안쓰면 오늘 술 마시고 내일이나 써야 하는데 그러면 많은 것을 잊어버린다. 피곤해도 앉아서 글을 쓴다. 한시간 정도 쓰고 있으니 팜한테 페이스북 메세지로 7시에 보자고 메세지가 온다. 좋다고 답장한다. 쉬지는 못했지만 글을 그래도 현시점까지 다 쓰고나니 마음이 편하다. 이런 액티비티 후에 글 쓰는건 하나의 중노동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부지런하고 집요하다.
7시에 맞춰가기 위하여 조금 일찍 숙소를 나선다. 이곳 거리에는 여전히 프렌즈가 열심히 방영되고 있다. 프렌즈는 어느편이나 잼이긴 하지. 오늘이 안되면 내일이라도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쪽에서는 여행자들이 헤어지면서 아쉬워하고 있다. 오래 같이 다녔는지 서로 가지 못하고 계속 인사를 나눈다. 이번 여행에서 나에게도 저런 광경이 펼쳐질까? 문득 인도 바라나시에서 노여사와 헤어질때 생각이 난다. 뚝뚝에 앉아서 멀어지는 노여사를 보며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지 아마.
이놈들 늙은이를 기다리게 한다. 7시 정각에 왔는데 아무도 없다. 바닥에 그냥 앉아서 잠시 기다리니 어스와 눅 커플이 온다. 아 커플 아니라고 했지. 하지만 아무리 봐도 커플인데. 둘다 나름 샤워하고 새로운 옷을 입고 오니 못 알아보겠다. 나야 옷이 달랑 두개니 변신할것도 없다. 한결 같아서 얼마나 좋냐. 조금 기다리니 기욤과 팜도 와서 이동을 한다.
뭘 먹고 싶냐기에 난 오늘 꼭 고기를 먹어야겠다고 한다. 고기에 맥주 한잔으로 오늘의 피로를 씻어야겠다. 구이를 생각하며 스테이크 보다는 BBQ하는 곳을 가고 싶다고 하니 다 내 의견을 존중해서 그러한 식당을 찾아간다.
들어가서 메뉴를 보고 나서야 BBQ가 내가 생각하던거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 BBQ는 한국식이 아니라 꼬치구이를 뜻한다. 차라리 한국식당을 데려갈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들지만 이 친구들이 어떤걸 좋아할지 모르니 잘한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맥주 큰거 하나를 시킨다. 다른 애들도 밥과 음료를 시키는데 맥주를 아무도 안시킨다. 아니 이런 날에 어떻게 맥주를 안먹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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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친구 요한과 알봉이 문득 그리워진다. 내가 뭐 맨날 과음하지는 않지만 먹어야 하는 날에는 마셔야 한다. 같이 다니는 사람으로서 식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무리 마음이 맞아도 식성이 안맞으면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다들 밥과 물을 먹는데 혼자 맥주를 마실려니 영 기분이 안난다. 에잇 분위기 모르는 놈들. 하지만 각자 성향이 다른거니 당연히 뭐라 할 수는 없다.
언제나 나오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 얘기가 나온다. 기욤이 갑자기 혹시 그 비행기를 땅콩 때문에 돌린 사건이 한국이냐고 묻는다. 아 땅콩항공 정말 국위선양하고 있구나. 부끄럽지만 맞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어찌 이렇다냐.
그래도 이 친구 UN 관련된 쪽에서 일을 하는지 반기문 총장을 안다. 내가 싸이를 염두에 두고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 누군지 아냐고 했더니 반기문을 얘기한다. 유식한 놈 같으니라고. 괜히 싸이를 생각한 내가 머쓱해진다.
이 친구들 다 좋은데 정말 식성이 안맞으니 신이 안난다. 이런 날은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거나 생맥주라도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데 욕구불만이다. 이래서 한국인들은 한국인들끼리 어울리는걸 좋아하나? 문화의 차이는 정말 무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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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엄청 피곤한지 한두명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내가 가자고 해서 다 같이 일어난다. 나름 대화도 많이 하고 좋은 얘기도 많이 했지만 조금 허무하다. 혹시 아까 그 처자 두명이 보이나 두리번 거리지만 인연은 찾으면 보이지 않는 법이다. 돌아가는 길에 혼자 한잔 더 마실까 하다가 그냥 만다. 오늘은 힘든 날이었으니 들어가서 쉬는게 좋겠다.
애들하고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온다. 여기 밤은 처음인데 역시 벌레가 없을 수는 없다. 게다가 치명적으로 창문에 방충망이 없다. 그럼 창문을 열수가 없다. 이건 좀 문제다. 오늘 자보고 내일 방충망이 있는 방으로 옮겨달라고 얘기를 해보든가 해야겠다. 항상 얘기하지만 싼 곳은 싼 이유가 있다.
오늘은 방비엥의 매력에 나름 흠뻑 빠진 날이었다. 이곳은 3일을 있든 7일을 다른 매력을 각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날들은 내가 느낀 매력들이 방비엥의 매력일지 라오스의 매력일지 확인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기대 안하고 왔던 라오스지만, 기대 못한 즐거움에 기분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