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57 (Hoi 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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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57 (Hoi An)

아랑다리 1 1767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모임은 파토나나 했더니 Refer님과 몽야님이 참석하신다고 하셔서 진행될거 같습니다. 이번주 금요일 7시쯤 종로로 생각중이니 다른 분들도 참석 의사 있으시면 댓글, 쪽지 등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분께는 별도로 쪽지 보내드리겠습니다.

팬서비스(?)로 여행복장으로 나가 볼까 고민중인데 왠지 두분이면 부담스러워하실듯 해서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ㅋ

그나저나 너무 과찬을 많이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어찌 보면 그냥 개인일기를 올린것 뿐인데... 다들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http://lkfar.tistory.com/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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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방을 괜히 온걸까. 낮에는 더운데 밤에는 오히려 추워서 에어컨을 끄고 잤다. 일찍 잠든 탓에 6시쯤 잠에서 깨지만 딱히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은 안든다. 정말 일정 없는 하루다. 좀 천천히 하루를 시작해보자.

8시쯤 되어서 나가본다. 어제 빨래를 드디어 다 맡겨서 옷은 하나 밖에 없다. 어제 입었던 옷이지만 뭐 그런게 하루이틀인가. 이제 더 이상 빨래도 안할려면 '땀복'을 하나 지정하고 어차피 땀흘릴거 같을때는 그냥 주구장창 입어주는게 효율적이다. 더러운거 아니다, 효율적인거다. 서울 갈때는 데이브가 준 옷을 입고 갈려고 이미 정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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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와서 거리를 천천히 걸어본다. 혹시나 싶어 오토바이 빌리는걸 물어보니 5달라다. 자전거는 3만동이다. 하지만 오늘은 빌릴 생각이 없다. 내일은 혹시 수영을 하기 위해 빌리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냥 동네를 좀 돌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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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빠이에서 만났던 베트남 여인'의 조언을 들어 Phuong이라는 빵집을 찾아간다. 헌데 나는 반미는 왜 계속 찾아가서 먹게 되는 인연인걸까. 이거 그냥 지나가면서 먹는 그런 음식 아니었던가. 첫번째 반미가 실망이었어서 그런지 큰 기대는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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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거리는 마음에 든다. 길거리 현지식당들도 즐비한 것이 내가 좋아하는 식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부자인데, 이런 서민들이 먹는 곳에서 먹어도 될려나. 한끼에 만원을 쓸 수 있는 부자이다. 부자답게 어깨를 잔뜩 올리고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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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좀 해매면서 걷고 있는데 사람이 몰려있는 반미집이 보인다. 이런 반미집이 한 동네에 두개 있을 수는 없지. 가까이 가보니 역시 그 반미집이다. 근데 여기 진짜 유명한가보다. 여행자들이 아닌 동네 주민들이 줄서서 사가고 있다. 아무런 기대를 안하던 마음이 갑자기 들뜨며 같이 줄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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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들어간 반미와 두부가 들어간 반미가 있다. 고기는 언제나 진리다. 고기 들어간 반미와 옥수수우유라는 정체모를 우유를 하나 산다. 합해서 35,000동이다. 다들 포장해 가지만 나는 구석에서 앉아서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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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 첫번째 그 반미와 비교도 안되게 맛있다. 어떤 유럽의 유명 프로에서 나와서 베트남 최고의 반미집이 호이안에 있다고 했다던데, 허언이 아니었다. 옥수수 우유도 두유와는 다른 매력이 있고 이 반미와 잘 어울린다. 아주 만족스럽다. 게걸스럽게 식사를 마친다. 헌데 결국 2달라도 안쓰고 말았다. 8달라의 여유가 더 생긴다. 거지처럼 살았어서 그런지 부자처럼 사는 것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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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나와서 모닝 동네 트레킹을 해본다. 딱히 목적지 없이 그냥 걷는다. 이 동네에는 유독 맞춤옷점이 많이 보인다. 맞춤양복만 있는게 아니라 각종 옷들이 있다. 베트남의 동대문 같은 곳일려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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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다리가 나온다. 그러고보니 여기 바다는 어디있는건지? 쭉 걷다보면 뭔가 나올려나?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계속 걷는다. 중간에 괜찮은 카페가 몇개 보인다. 나중에 돌아오면서 커피나 한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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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가니 이제 그냥 길만 있다. 햇볕이 강렬해졌다. 이제 돌아설 때다. 돌아서서 오다가 괜찮은 카페가 보여서 자리를 잡고 앉는다. 할머니 한분이 혼자 있다. 가서 '카페스이다'를 달라고 한다. 베트남 어조로 얘기하니 할머니 뭔가 신기하게 나를 쳐다보더니 호감어린 미소를 지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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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아서 글을 쓴다. 그늘이지만 좀 덥다.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날씨에 긴판을 입고 다니는걸까? 미스테리다. 앉아있으니 젊은 처자 두명이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들어온다. 한명은 반팔에 청자켓을 걸쳤고, 한명은 긴 스웨터에 장갑에 온몸을 칭칭 감았다. 베트남에서 쉽게 보이는 풍경이다. 타는게 무서운건 알겠는데, 정말 안더울까? 여자들의 미에 대한 열정은 정말 무서울 정도다.

카페스이다의 단맛에 이제 좀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연유의 그 강한 단맛이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일단 얼음이 좀 녹기를 기다린다. 연유맛도 그렇지만 커피맛이 너무 강해서 얼음이 좀 녹고 먹어야 먹을만하다. 이것도 한국 가면 그리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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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고 숙소로 향한다. 사실 뭘 더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길을 잃었다. 그냥 쉬자. 쉬는 것도 여행의 일부겠지. 그래도 지도를 안피고 숙소를 찾아가본다. 아무리 막판이라도 이정도 모험은 몸에 베었다.

길이 익숙한거 같은데 익숙하지 않다. 좀 헤멜려나. 좀 헤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나한테 활력을 줄 무엇인가가 없을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너무 일찍 여행을 접은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디 이게 내 마음대로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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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해맬줄 알았지만 역시 내공이 쌓여서인지 생각보다 쉽게 숙소에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 2만동 주고 파인애플도 두개 사온다. 저녁에 출출할때 먹어야겠다. 뭐 땀은 충분히 흘렸으니 방에 가서 씻고 좀 쉬어야겠다.

방에 전원이 안들어온다. 물어보니 차단기를 내렸다. 하긴 내가 에어컨을 키고 다니거나 할 수 있으니 그냥 차단을 내려버리는게 비용 감소에 도움이 될거다. 얘기해서 차단기를 올리고 에어컨을 킨다. 저녁에 에어컨 틀일이 없으니 낮에 활용해야겠다. 이틀간 숙소에 있는 시간이 꽤 될듯하니 에어컨방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여행기를 올린다. 올리면서 난생 처음 온라인상의 사람들에게 만나자는 제의를 해본다. 이 여행기에 내 전부를 담아서인지 이걸 본 사람들은 왠지 남 같지 않다. 그래도 잘하는건가 걱정은 된다. 뭐 근데 호응이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될대로 되는거지. 언제 그런 고민하고 일 벌렸던가. 없으면 없는데로 오랜만에 친구들 보면 되고, 있으면 있는데로 새로운 인연들을 만들면 그뿐이다.

마음이 울적하니 괜히 노여사한테 심퉁이다. 남친 너무 관리 안하는거냐고 하니 무슨 소리냐며, 열심히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여친을 관리해야 하는거 아니냐며 오히려 뭐라고 한다. 두달이나 떠나있었는데 보고싶다는 말 한마디 업어서 섭섭해서 툴툴된건데 듣고 보니 맞는 말인다. 어쨌든간에 난 놀고 있고, 그녀는 일하고 있으니 내가 툴툴될 입장은 아니다. 이번주면 어차피 만나게 된다.

게으르게 뒹굴거리가다 1시반이 넘어서야 점심을 먹으러 나온다. 아까 오면서 보니 여기저기 로컬 식당들이 많이 보였다. 그 중 괜찮아보이는 곳으로 가야겠다. 가는 길에 여행사에 한번 들려본다. 내일 마지막으로 투어를 하나 할지 말지 고민된다. 투어를 물어보니 아침 8시에 출발해서 한 섬으로 가서 2시에 돌아오는게 21달라 정도다. 조금 덜 먹고 하면 감당은 될거 같은데, 이걸 할지 말지는 모르겠다. 헌데, 여행사에서는 손님을 받기 싫은걸까? 극도의 불친절함을 겪는다. 거의 쫓아내는듯한 눈빛을 뒤로 하며 나온다. 물어봐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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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찾아 해맨다. 큰길에 있는 유명해보이는 식당들 메뉴를 보니 로컬음식인 Lau Cao가 5만동이다. 도둑놈들. 요즘은 확실히 론리플레닛이 아닌 TripAdvisor가 대세인게 다들 거기 나왔다고 자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런데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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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에 아무도 없는 빈 식당이 보인다. LauCao가 3만동인걸 확인하고 자리에 앉는다. 왠 볶음 국수 3만동짜리와, 코코아 3만동, 그리고 옥수수 뭐시기 1만동을 주문한다. 이제 먹는데 돈 안아낄거다. 근데 내가 주문한것 중에 아는 메뉴가 하나도 없다. 먹어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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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는, 뭔가 우리나라의 비빔냉면과 비슷한 느낌이다. 거기에 제육이 얹혀져있다. 나쁘지 않다.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과자는 안들어가있다. 코코아는 그냥 코코아고, 옥수수 뭐시기는 약간 아이스크림 같은거다. 헌데 코코아는 몇모금 빠니 없다. 씨엠립에서 먹었던 코코아의 반도 안된다. 이건 좀 돈이 아깝다.

앉아있으니 다른 현지인들이 우루루 들어온다. 주문해서 먹는걸 보니 뭔 과자 같은거를 반찬과 같이 먹는다. 여기는 저 과자가 메인인가보다. 저건 내 취향이 아니다. 밥과 간식을 철저히 구분하자는 가치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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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뭔가를 트니 사방에 작은 물방울이 퍼진다. 근데 이게 은은한 안개가 아니라 진짜 조금 비가 오는듯한 정도의 물이다. 다른거 다 떠나서 이거 위생적이긴 한거야? 핸드폰이야 저렴하니 신경 안쓰지만 카메라는 가방 안에 집어넣는다. 이미 물 많이 맞은 카메라다. 더 이상 맞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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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다 먹고 나오니 2시다. 좀 걸어볼까. 일단 강가길로 가서 한번 천천히 걸어본다. 확실히 강가쪽이 여행자들이 집중되는 곳인가보다. 유럽풍의 카페들이 늘어서 있고, 강 위에 레스토랑들이 눈에 띈다. 한 입간판을 보니 강을 유람하며 식사를 하는게 20달라라고 적혀 있다. 이걸 한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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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조금 저렴하게 먹으면 20달라 정도의 여유가 생길듯 하다. 이걸로 내가 할 수 있는 옵션은 세가지다. 첫번째는 하루 투어를 하는것, 두번째는 수영장이 있는 호텔로 옮기는거, 그리고 마지막은 정말 거한 식사를 하는거다. 사람을 더 이상 만나고 싶지는 않으니 첫번째 옵션은 재끼고, 남은 건 두 옵션이다. 이건 생각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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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할까. 그냥 들어가기는 좀 그렇고, 호이안에서의 시티 트래킹을 해보자 마음 먹는다. 트레킹이 꼭 정해놓은 길이 있을때만 가는건 아니지 않나. 지금이 2시니 한시간을 무작정 걸어가다 돌아와보자. 트레킹이 별건가, 그럼 2시간 트레킹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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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한쪽을 정하고 걷기 시작한다. 강가길이 보이길래 그쪽으로 접어든다. 조금 걸으니 관광객의 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조금 더 걸으니 호객하는 상인들의 소리가 없어진다. 더 걸어가니 자연의 소리만 고요하게 들린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더 걸어가 가니 인위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소리가 드디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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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타운에서 30분여를 벗어나서 진짜 베트남인들이 그냥 살아가는 동네와 마주한다. 이곳에서는 외국인도 안보이고 상점도 안보인다. 강가를 따라 걷던 길이 사라져서 안쪽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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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 같은 곳에서는 젊은이들이 당구를 치고 있다. 포켓볼은 아니고 우리나라 3구와 비슷한데 중간에 무엇인가가 장애물들이 잔뜩 있다. 당구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스포츠 아니던가. 가만히 지켜본다. 지켜보는 나를 다른 젊은이들이 멀뚱멀뚱 지켜본다. 늘쌍 그러듯이 나만의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준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게임의 법칙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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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서 조금 가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가보니 유치원이다. 고개를 스윽 들고 안에를 쳐다보다 유치원 선생님과 눈이 마주친다. 또 나만의 그 그윽한 미소를 지어준다. 이분은 같이 웃어주신다. 웃음이 돌아오니 기분이 좋다.

확실히 나는 독립적이지 않다. 오늘 뭔가 계속 우울했던 기분이 이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 풀린다. 왜 그런지는 나도 설명을 못하겠지만 그냥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게 마음의 안정을 준다. 예전에 어떤 분이 그랬었다. 내 가장 큰 매력은 '인간적인'거라고. 이게 내 가장 큰 장점일까? 그렇다면 이걸 살릴려면 난 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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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NGO 단체를 좀 알아볼까 싶은 생각도 든다. 돈은 많이 못 벌겠지만 내 능력을 쓸 수 있는 곳이 있지 않을까. UN 같은 곳도 좋지만, 이건 경력이 따라주지 않으니 쉽지 않겠지. 사실 그냥 사업을 하고 싶은데 이건 또 자금이 없어서, 기술이 없어서, 사람이 없어서 힘들다. 이 생각은 한국 가서 하자. 한국 돌아가서 할 생각도 좀 남겨놔야 심심하지 않지.

이제 다리가 아파온다. 방향을 돌려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돌아오는 길에 아까 봤던 호텔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슬쩍 보니 수영장이 보인다. 여기는 마을 중심에서 완전히 떨어져 있고 강 바로 앞이다. 여긴 얼마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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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서 물어본다. 30달라란다. 역시 비싸다. 하지만 나 혼자니 좀 깍아줘. 이리 저리 흥정을 해서 60만동까지 내린다. 물론 비싸지만 어차피 지금 숙소가 12달라니 18달라 더 내는거다. 결국 투어 가는거와 같다. 이곳에서 조용히 마지막 날까지 쉴수 있다면 더 좋다. 물어보니 떠나는 날 체크아웃 이후에도 수영장에서 놀다가 샤워하고 가도 된단다. 근데 돈이 어떻게 되지. 숙소 가서 계산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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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을 갔으니 한시간을 걸어서 돌아온다. 뭐 당연한거다. 돌아오는 길에 과일쉐이크, 신또를 파는 곳을 발견한다. 저번에 어떤 분이 아보카도 신또를 추천해줬던 기억이 난다. 과연 아보카도로 만든 과일 쥬스가 맛이 있을 수 있을까?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 돋아서 한번 사본다. 얘도 2만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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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아보카도를 자르더니 서너개를 긁어서 믹서기에 집어넣는다. 저 비싼것을 아낌없이! 설탕을 넣고 연유를 넣고 얼음까지 넣은 후 갈기 시작한다. 그리고 잔에 따라서 빨대를 꼽아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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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면서 기대를 품고 한모금 빨아본다. 흠. 음. 응? 응. 요리 먹고 조리 먹어봐도 아보카도다. 역시 쥬스의 세계는 깊고 사람 기호의 호불호는 넓다. 맛이 없다는건 아니고, 그냥 아보카도다. 좀 달콤한 아보카도?

그래도 쪽쪽 마지막 한방울까지 빨면서 숙소로 돌아온다. 돌아오니 4시반이다. 2시간 넘게 걸었으니 트레킹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씻고 자리에 누워서 키보드를 펴본다. 어제부터 글이 정말 안써진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건데 지금은 마냥 신나게 칠수가 없다. 하지만 자기가 좋다고 시작해놓고 마무리를 안하는건 무책임한 처사다.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사업도 좋아서 시작하지만 망했을때 정리를 잘하는 것도 그 사업의 일부다. 연애도 좋아서 시작하지만 백년만년 마냥 좋을 수는 없다. 권태기가 올때마다 헤어진다면 '사랑'이라는 단계까지 가기 힘들다. 이 여행기도 좋을때만 쓸수는 없다. 내가 시작한건 내가 끝내야 한다.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하는 법이다. 서울 가면 등근육 운동도 좀 해볼까나.

하지만 영 안내켜서 돈 계산을 해본다. 내일 숙소 옮기고 다낭까지 가는걸 다 재외하니 약 110만동이 남는다. 조식은 한번 포함이니 오늘 저녁까지 총 6끼다. 그렇다면 대략 한끼에 18만동을 쓰면 된다. 왜 이리 많지? 9달라다. 이렇게 쓰고 싶어도 쉽지 않다. 오늘 좀 쓴다고 쓴거 같은데 뭔가 희한하지만 몇번을 세봐도 마찬가지다. 일단 내일 옮겨도 되겠다.

내일 숙소를 옮기면 수영장에서 그냥 쉬면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을 마저 다 보는걸 목표로 삼아야겠다. 여행이 꼭 어딘가를 가는건 아니다. 책 안으로 떠나는 여행도 있다. 그 여행이 내 마지막 여행이 될거다.

7시가 되어서 식사를 하러 나온다. 오늘은 비싼걸 먹을 수 있다. 어딜 갈까 하다 옆에 식당으로 간다. 메뉴판을 보고 비싼걸 골라보지만, 워낙 거지처럼 생활했어서인지 10만동 이상인 음식은 도저히 못 시키겠다. 6만동짜리 닭고기와 밥 그리고 3천동 생맥주를 주문한다. 이거 진짜 돈이 남아나겠다. 뭐 남으면 한국으로 가져가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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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기다리며 글을 쓴다. 쓰기 힘들어하지만 막상 쓸때는 즐겁다. 한국 돌아가면 이 글 쓰는 것도 분명 그리울거다. 한국에서는 이런 글을 쓸만한 주제가 없겠지? 정말 트루먼쇼처럼 내 삶을 매일 같이 연재해볼까? 그건 즐거운게 아니라 괴로운 일일거다. 하지만 확실히 글을 쓰면 누군가 본다는 생각 때문인지 내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행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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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를 한잔 먹고 병맥주로 바꾼다. 베트남 생맥주는 너무 싱겁다. 비아흐이는 확실히 맛으로 먹은게 아니었다. 병맥주에 얼음을 타서 먹는게 진짜 맥주 맛이다. 닭고기도 꽤나 괜찮다. 간장조림 같은 느낌인데 매운고추를 하나 달라고 해서 조금씩 베어먹으니 느끼하지도 않고 좋다.

여기 직원이 내 키보드에 관심을 갖는다. 70달라면 베트남인들이면 조금 무리하면 살 수 있을 돈 같다. 모델도 알려주고 아마존에서 사면 된다고 가르쳐준다. 이 키보드도 이번 여행에서 내 신체의 일부처럼 어디든 함께 다녔었다. 배 위에서, 바닥에 앉아서, 지하철에서, 해변에서, 산에서 항상 내 대변인이 되어주었다. 함부러 굴렸는지 뒤늦게 약간 반항하긴 하지만 이틀만 더 참아다오.

8시쯤 숙소로 돌아온다. 호이안의 야경이 좋다는데 오늘은 그다지 안땡긴다. 내일이 마지막 날인데 볼 수 있을려나? 만약 오늘 본 그 호텔로 간다면 못 볼거다. 그 호텔이 다 좋은데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서 문제다. 다른 것 보다 마지막날 공항 가는 셔틀버스가 거기까지 안와서 짐을 메고 30분 정도 걸어나와야 한다. 내일 근처에 수영장 있는 곳도 한번 알아볼까 싶다.

샤워를 한 후 맥주 한캔을 따고 자리에 눕는다. 여행 막판의 하루하루는 뭔가 여유를 가지기가 힘들다. 몸이 어디 있느냐보다 마음이 어디있느냐가 중요하다.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은 이곳에 없다. 여행에서 일종의 가위눌림 같은 날들이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 저녁은 기분이 뭔가 나쁘지 않다. 내일은 정말 마지막 풀데이다. 물론 모레도 저녁까지 있으니 하루를 온전히 있는거긴 하지만 숙박을 하는건 내일 밤이 마지막이다. 두달 여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제대로 된 마무리를 해보자.
1 Comments
jullia 나 2016.02.22 22:48  
여유롭게 주변  어슬렁거리기  너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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