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9.오토바이로 자유롭게 다녀본 카와산 폭포와 화이트해변
처음에 모알보알 타운에 내려서 트라이시클 타고 파낙사마 해변으로 진입했을 때, 숙소로 들어가는 골목길이 전혀 포장이 안 된 채 너무 울퉁불퉁한지라 좀 놀랬지 뭡니까. 여행자들이 이래 많이 오고 오토바이도 많이 다니는데 길이 정말 돌빡천지로 너무 삐죽해서 타이어펑크 잘나게 생겼더라구요.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우리는 오토바이를 빌리기로 맘 먹었습니다. 왜냐면 숙소근처 길만 이 모양이고, 길 모양이 단순해서 방향잡기 자체는 어려운 게 없어보였지 뭐에요.
버스를 이용해 카와산까지 갈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해변에서 타운까지 거의 4km 되는 길을 따로 트라이시클 이용해서 나가야되는데 그걸 생각하니 급 피곤해져서요.
게다가 오토바이도 아침부터 저녁가지 빌리는데 단돈 250페소. 700 불렀던 오슬롭 크로닌 관리인은 도대체 뭐냐... 하여튼 여행자 마을에 오니 이런게 좋구만요. 우리가 오토바이를 빌린 위치는 티폴로 리조트에서 식당가 골목방향으로 열발자국만 걸으면 나와요. 오토바이 상태도 좋고 주인장인 젊은 아낙네도 친절하네요.
- 기름은 가득 채워서 돌려주세요.
= 오케이 . 그런데 폴리스 없어요? 폴리스?
- 폴리스 돈 워리. 그리고 유어 페이스 필리피노 쌤쌤...
우리피부가 어지간히 검게 타버렸나봐요. 이걸 어째... -_-;;
신분증 사진 찍어야 된다길래 국제운전면허증 내밀었더니, 오~ 이거 있으면 폴리스 전혀 걱정없음이에요. 그러는구만요. 태국과는 달리 여권 등을 가게에 맡기는게 없어 좋아요.
자... 그럼 250페소에 쌩쌩한 오토바이 빌려서 출발~~
오슬롭에서 버스를 타고 들어올 때 폭포 진입로를 대충 파악한지라 크게 헤맨 건 없었어요. 그래도 초행이라 가끔 구글맵을 들여다보게는 됩니다. 모알보알 타운에서 카와산폭포 그곳까지 대략 20킬로 찍네요. 아... 이 구간의 해안도로도 정말 이뻤어요. 왜 바다는 필리핀이라고 하는지 느낌이 와요.
그리고 폭포에 이르기전에 바디안이라는 제법 사람들 많이 사는거처럼 보이는 마을도 지나가게 되었는데, 이곳의 해안가도 멋있어 보입니다.
이 구간은 각종 탈것들 인력자전거 등이 혼란스럽게 얽혀있고 도로공사하는 구간도 꽤 되었어요. 하여튼 외국에서의 오토바이 운전은 남한테 권할 건 아니지만... 요왕은 뭐 이정도 길은 수월하게 달리는 캐릭터라, 덕분에 전 그냥 뒤에 실려서 잘 다닐 뿐입니다.
폭포 진입로 입구 위치입니다.
https://goo.gl/maps/MaTvoRbEk2F2
진입로 입구에서 현지인들이 우리를 막 불러 세우더니 도로 옆 주차장으로 살살 인도합니다. 그리고는 매우 자연스럽게 2명의 사내가 우리 에워싸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가이드를 자처하는데요...
아~ 이거 너무 부담이네요. 그리고 척 봐도 그냥 외길인거 같은데 가이드 할 게 뭐가 있긴 있는건가요?
- 저기 저건 뭐시기뭐시기~
= 아...우린 가이드가 없어도되요. 우리 여기 많이 와봤어요. ( 사실 첨 와본건데... -_-;;)
- 리얼리? 그럼 뱀부 래프팅 할래요?
= 그것도 올레디 했음 쏘리. 그리고 어쨌든 땡큐 땡큐
- 오케이 그럼 잘가슈~~
하고 그들과 쿨하게 헤어집니다. 가이드를 붙일 생각이 아니면 초장에 의사를 분명히 해야 그들도 헛힘 안 쓰고 우리도 홀가분하고요.
왼편으로 밀키블루 계곡이 흐르는 이 아름다운 오솔길을 따라 대략 20분 정도 걸었나...중간에 입장료가 1인당 40페소고요. 미니 수력발전소도 지나고 뭐 그러다보니 머지않아 제일 규모가 크다는 일단 폭포를 만나게 되어요.
근데 이게 뭔 우리나라 계곡 유원지 풍경이람. 폭포 근처는 300페소에 빌려주는 테이블로 빼곡하네요. 어디 자리 깔고 다리를 쉴만한 공터가 있으면 좀 앉아보려고 했는데 테이블 구역 말고는 딱히 앉을만한 공간도 없어 보였다는...
폭포는 볼만했습니다. 9월의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그다지 없었어요.
음냐... 이정도 사이즈의 계곡이 서울, 경기권에 존재한다면 행락객들로 완전 바글바글 했을텐데 그에 비하면 여긴 진짜 한산하다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우리가 방문한 시간이 오전 11시여서 그런건가...
빈손으로 팔랑거리며 온 우리와 달리 필리핀사람들은 먹을 걸 가득히 이고지고 와서 폭포관람하면서 테이블에서 깔아 놓고 먹습니다. 계곡에서 물 보면서 음식 먹는게 우리나라나 필리핀 매한가지네요.
외국인들은 비키니 입고 와서 뗏목 타고 폭포수 맞고 뭐 각자 자기 흥대로 놉니다.
이곳은 계곡탐방 코스로 유명하다던데... 전 그걸 수행할 육신이 전혀 안 되서 아예 고려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이렇게 맑은 계곡을 따라 걷고, 폭포수 맞으면서 죽을 듯이 비명지르는 비키니 차림의 일본아가씨 바라보는 게 저 같은 캐릭터에겐 최선의 액티비티에요.
공짜로 시켜준대도 고관절 골절날까봐 겁이 나서 못할 듯...
우리는 폭포옆 계단을 타고 다음 폭포를 향해 영차영차 올라갑니다.
너무 작은 규모라서 폭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물 흐르는 지점을 몇 개 지나니~ 오 이것이 두 번째 폭포인건가.
여기에도 테이블도 약간 마련되어져 있고 뗏목과 줄이 설치는 되있는데 영 타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요. 하긴 같은 값이면 여기서 왜 타겠어요. 바로 아래 더 넓고 멋진 곳이 있는데...
첫 번째 폭포를 보고 와서 그런지 그곳에 비해서 여긴 약간 비루하네요.
중간에 계곡에서 발 한번 담구고 쉬다가 내려옵니다. 오토바이 주차비 50페소 내고 타운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래도 눈에 한번 익었다고 갈때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네요.
하루동안 오토바이도 빌렸겠다, 어디 한군데 더 들러봐야겠는데... 어디가지?
아... 맞다. 파낙사나 해변 북쪽으로 화이트 비치가 있었지!!! 구글맵의 인도아래 화이트 해변으로 이동.
모알보알 타운에서 흰모래 해변은 파낙사마 보다 더 먼 느낌이 드네요. 그래도 길은 끝까지 잘 포장되어져 있어요. 이 구간을 트라이시클로 온다면 적어도 150은 줘야될 것 같은 느낌이 들던데 실제로는 얼마인지 몰라요.
해변 입장료가 10페소 있고요 구석에다 오토바이 주차하고 해변으로 나가봤더니~~ 오... 정말 하얀 모래사장에 옥 색깔 물빛이에요. 이름 값 하네요.
근데 오늘따라 볕이 왜 이렇게 따가워. 정말 더워도 너무 더웠어요. 엄청난 자외선에 피부세포 DNA가 변형 되는 게 막 느껴집니다. 안뒤야~~~
이곳에서도 정자 빌려주는데 300페소를 불러요. 근데 정자고 뭐고 간에 너무 더워서 이쯤에서 후퇴해야겠습니다. 파낙사마에 비해 여행자들이 잘 안가는 이 화이트해변에 대한 궁금증은 살짝 풀렸어요.
이곳의 분위기는... 백사장이 깔린 모래사장이 넓게 있는건 아주 좋았는데 상점이나 식당이 파낙사마에 비해선 정말 없어 보이더라구요. 파낙사마도 규모가 크지 않은 데 거기보다 더 없다니...
정말 텅빈 공간에서 마음 비우고 싶은 사람이 오면 좋을 듯...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가이사노 슈퍼마켓을 다시 들러서 물이랑 몇가지 생필품, 먹거리를 삽니다.
슈퍼에서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운구차가 맨 선두에 선 장례식 행렬이 도로를 차지하고 서서히 전진해오고 있어요. 그래서 그뒤로 차가 엄청나게 막히는거에요. 왕복 2차선 도로가 외길 하나로 축소되어버린 모양새...
아... 그런데 좀 특이하네요. 그 운구차의 뒤를 따르는 양산을 쓴 조문객들이 거의 젊고 어린 아가씨들입니다. 돌아가신 분이 노인이면 원래 조문객들은 나이가 좀 든 중장년들이기 마련인데... 헉~ 어제 그 사고... 그것일까. -_-;; 아아 모르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