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8.세부섬의 눈부신 해안도로 따라 여행자들의 해변 모알보알 파낙사마로~
오슬롭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양 손에 떡을 든 아이처럼 우리의 필리핀여행 후반을 ‘모알보알’의 ‘파낙사마’ 해변에서 보낼건지, 아니면 ‘반타얀’ 섬의 ‘산타페’ 해변에서 보낼건지 약간 고심을 했어요.
사실 반타얀 섬은 원래 계획에는 없던 곳이었는데, 웹서핑하다가 본 글에서 이 섬이 이른바 제2의 보라카이라고 소개한 구절이 있었고, 론리에서도 꽤나 추천을 해놨지 뭡니까. 모래사장이 백색이라나 뭐라나...근데 거기는 가려면 세부 거의 북쪽 끄트머리까지 가서 다시 배를 타고 입도해야하고, 모알보알은 오슬롭에서 차로 대략 3시간 가면 되니까...
게으름병이 발병하야 모알보알로 낙찰~
사진으로 찍으면 정말 멋들어지게 나오는 오슬롭 호텔 세바스찬의 비치프론트 식당에서 옹색한 아침을 먹고 세븐일레븐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이 구간은 중간에 ‘바토’라는 곳에서 갈아타는데요, 세레스 에어컨 버스로 바토까지 40페소, 그리고 바토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몇 대 쉬고 있는 공터(세레스 버스 터미널?)에서 또 다른 세레스 에어컨 버스(모알보알 경유 세부 행 버스)로 바로 환승해서(바토-모알보알 85페소) 진짜 편하게 오게 됩니다.
아... 이 구간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정말 연한 옥빛을 내며 투명하고 반짝반짝 빛나던 해안도로 드라이브였습니다. 버스가 왕복2차선 굽은길을 다니다보니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덕에 이 아름다운 해안절경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어요. 차 다니는 도로 바로 옆의 바닷물인데도 이렇게 맑다니... 마치 태국 피피섬의 롱비치 앞바다 물처럼 말입니다.
버스 안에서 이 물빛을 보면서 가다보니 수밀론 섬에 안 들어가 본 게 갑자기 후회로 밀려오는 거에요. 음... 근데 이게 뭐 마지막 필리핀 여행도 아닐거고,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죠. 그때를 위해서 좋은 건 남겨두는 걸로 치고요.
아참... 오슬롭에서 올라탄 바토 행 버스는 중간에 ‘릴로안’이란 항구에도 잠시 정차를 하던데 이때 우리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 중 거의 80퍼센트가 하차했어요. 세부와 다른 섬 간의 이동도 빈번한 모양이에요. 근데 여기서 올라타는 사람은 별로 없구만요.
바토에서 갈아탄 노란색 세레스버스가 모알보알에 거의 다와가자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커다란 성당과 작은 다리가 나타났는데 이곳이 바로 카와산 폭포로 가는 진입로였습니다. 그럼... 카와산 폭포도 이 버스를 통해 올수 있다는...? ^^
우리는 모알보알의 ‘가이사노 그랜드몰’에 내렸는데요, 미리 예약한 우리 숙소 ‘티폴로’에는 냉장고랑 전기포트가 있다니까 이럴때는 맥주와 컵라면을 사야겠죠. 아무래도 그쪽은 비쌀테니까요... 그래서 슈퍼마켓에 들러 대략 500페소어치 주섬주섬 주워 담았는데 나중에 숙소에 와서 후회했어요. 이왕 트라이시클 타고 오는건데 물을 좀 더 많이 사올걸 하면서요...
아니 근데 이 큰 슈퍼에 왜 한국 봉지라면만 보이고 한국 컵라면은 거의 없는거야. 약간 풀이 죽은 우리는 필리핀산 컵라면 매대를 보다가 눈에 익은 글씨를 발견하고 흠칫했는데...
영어로 jjamppong 그러니까 ‘짬뽕’이라고 써 있는게 아니겠어요. 일본은 짬뽕을 Champon으로 표기 하니 우리나라 짬뽕라면 맛일 듯한데... 암튼 이름에 끌려서 두 개 사봤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이름값을 합니다. 그다지 맵지 않은 우리나라라면 같았고요. 큰 컵이 대략 38페소 정도로 가격도 괜츈하지 뭡니까.
양손에 물이랑 맥주를 사들고 가이사노몰 정문을 빠져나가자마자 트라이시클 호객꾼이 당연한 수순으로 접근해와요. 그가 처음 부른 가격은 파낙사마 해변의 숙소인 티폴로까지 150이였는데 결국은 100으로 낙찰. 사실 100이 적정가격이죠.
젊은 시절에 한국의 부산이란 곳에서 잠시 지냈다는 그는 대략 정확한 발음으로 부산, 부산을 이야기합니다. 여행하다보면 한국에서 지냈다는 동남아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예전에는 그냥 마냥 반가웠거든요.
근데 이제는...그들이 한국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가 먼저 의문으로 다가와요. 그래서 그냥 예전처럼 무조건 반갑다고 하기가 좀 애매하더라구요.
하여튼 메인도로에 들어서서 조금 가는데 길이 완전 막히고 엠뷸런스가 오고 길 위의 사람들이 상기된 얼굴로 막 걸음을 재촉하질 않나... 맞은편에서 오는 여학생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으로 눈을 막으면서 걸어옵니다. 이 상황 뭐지? 결국 우리 기사가 시동을 끄고 앞으로 달려가서 상황을 본바... 오토바이를 탄 소녀가 트럭 밑으로 깔려 들어가 버렸다는 거에요.
세 상 에 나... 그러면서 필리핀에선 차를 매우 조심해야한다며, 자기가 보기에 그 소녀는 죽은게 틀림없다는군요.
이건 뭐... 세부 도착한 첫날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를 보질않나, 바로 몇십미터 앞에서 트럭과 충돌해서 사고당한 여학생이 있질않나... 또 며칠 전 오슬롭에서는 바닷가 길 옆 절벽으로 떨여져 뒤집혀 있는 트럭도 보았어요. 필리핀 원래 이렇게 교통사고가 빈번한 나라인건지... 하여튼 트라이시클 기사의 말과는 달리 그녀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요...
어찌어찌해서 숙소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꽤 멀어요. 100으로 깎은게 살짝 미안해질려고 합니다. 알고보니 대략 4킬로입니다.
우리가 예약한 티폴로 비치리조트는 에어컨 더블룸에 냉장고랑 전기포트가 있고 1박에 1,500페소였어요. 수영장 같은 부대시설은 없는 중급숙소였는데, 전 아무리 좋은 리조트에 묵어도 수영장 이용을 안 해서 그건 아쉬운 게 없었습니다.
시설적인 면이야 뭐 치른값에 비해서 크게 빠질게 없었는데...
이 숙소의 리셉션 보는 여성, 숙소에 딸린 여행사 ‘액션 플래닛’ 일도 같이 보고 있는 여직원은 필리핀 전체를 통틀어 가장 무뚝뚝한 여자였어요. 다른 직원들은 뭐 평이한 정도였고 식당직원은 나름 사근하던데... 이 직원은 체크인할때도 무표정, 수건 교체하고나서 내가 ‘땡큐’라고 말해도 무표정 무응답... 무슨 개인적인 근심이 있나봐요.
숙소는 정원을 빙~ 둘러싼 형태로 객실이 있고 바로 앞이 바다네요. 사실... 파낙사마의 해변전경은 지금까지 봐왔던 일반적인 해변과는 좀 많이 달랐어요. 해변은 백사장이든 황금사장이든 어쨌든 모래가 있어야 하잖아요. 모래 말입니다.
근데 이 해변은 모래가 있는 부분이 거의 없이 약간 작은 돌과 바위, 절벽... 그렇습니다.
몸굽기하려고 싸롱 펴고 누웠다가는 등뼈에 돌 박히겠어요. 물론 해안선을 따라 걷다보면 모래사장 구간이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서도요. 그쪽으로는 가기가 어려운 그런 형태에요.
전형적인 외국인여행자 해변인데 지금이 비수기라 그런지 철지난 해변의 맥 빠지고 쓸쓸한 분위기가 마을에 무겁게 내려앉아있네요. 해안가에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식당들의 수많은 테이블과 드문 인적이 묘한 느낌을 줍니다.
우린 이곳의 좁은 골목길을 배회하다가 과일행상 할머니한테서 망고 4알에 130페소, 파인애플 한 봉에 30페소 정도 주고 샀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가격을 깍은게 미안하네요.
사실 우리의 인생에서 재산이 불거나 또는 금전적 손해를 크게 보거나 하는 그래프를 복기해보면요... 이런 여행지에서의 흥정은 진짜 바닷가의 모래알정도도 안 되는 존재감이에요. 아무것도 아닌 정말 나노 미세입자정도인데... 왜!!! 나는 이런 과일 몇 알 가지고 현지인들이랑 흥정하는 작은 일에는 밀고 당기고 하다가, 정작 억울하게 큰돈 나가는 일에는 쉽게 휩쓸리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반대가 되어야 되는데 말이에요. -_-;;
티폴로의 우리방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