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7.배낭여행자의 오슬롭 방문기–고래상어, 투말록폭포 그 이상의 무언가!
보홀섬의 부속섬이라 할 수 있는 팡라오섬 알로나해변에서 이제 다시 세부로 넘어가야하는데,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세부섬의 남단에 위치한 오슬롭입니다.
팡라오와 오슬롭을 연결하는 배는 커다란 방카 모양입니다. 사실 이건 알로나해변에서 출발하는 오슬롭 고래상어whale shark 보기 투어배에 낑겨서 가는 거에요. 투어용 왕복 교통편으로 이용시 700페소 / 우리처럼 편도는 600페소 편도인데도 별 차이가 없어요 -_-;
우리는 그냥 길거리 아무여행사에 들어가서 신청하고 돈을 주고는 다음날 아침 새벽 6시에 숙소로 픽업오기로 단단히 약속을 했어요.
다음날... 제 시간을 조금 넘겨서 숙소 앞에 온 픽업트럭은 여행자들을 가득 싣고는 다나오해변 언저리 어느 해안가에 내려놓는데... 선착장이란게 없어놔서 작은 방카를 타고 큰 방카로 옮겨가야만했어요. 근데 우리처럼 짐이 있는 여행자들이 꽤 되네요. 생각보다 편도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꽤 되는 듯. 이날 이 배를 탄 전체 인원 중 거의 40%는 여행짐을 가진 사람들이였습니다.
운이 좋아 모터소리도 작게 들리고 매연 냄새도 안 나는 뱃머리에 앉아서 눈 속에 온통 바다전경을 담고서는 거의 2시간 좀 못되게 달리니 배는 오슬롭 타운에 이르렀어요.
하얀색 외관에 종루가 있는 멀리서도 성당지붕이 보이는 게 딱 마을 중심지 같더라구요.
태국 같은 경우 마을의 중심지에 절이 있듯이, 필리핀은 마을의 중심지에 성당이 있다고 느껴지던데요, 하얀 자태의 오슬롭의 성당은 바로 바다에 면한 공원에 위치해서 그 전경이 꽤나 멋있었습니다.
근데 나름 선착장인데도 불구하고 여기도 배를 댈 구조물이란게 없어... -_-;; 헐퀴... 쪽배로 갈아타고 육지 내릴 때 어쩔 수 없이 물에 들어가야 합니다. 깊이는 아니고 무릎 아래 정도.
오슬롭의 지형지물이 배산임수... 그러니까 마을 뒤로는 올록볼록한 산이 있고 바로 앞은 바다... 이래놔서 사진 찍으면 참 이쁘게 나오겠더라구요.
아~ 근데 우리는 이곳에서 하룻밤 묵을 작정을 하고 왔는데 이제 어떡하지...? 숙소를 타운으로 하나 아니면 남쪽에 있는 고래상어 포인트 근처로 가서 하나... 갈등되네... -_-;;
이 두 곳 간의 거리는 약 10km정도였거든요.
맘을 못 정한 채 배에서 내리니, 바로 앞에 대기하고 있던 트라이시클 운전사가 1인당 50페소에 웨일샤크 워칭 포인트까지 데려다 준다네요. 배에서 내린 여행자들은 그들에게 그냥 쉬운 물고기들... 음...우리는 잠시 갈등을 하다가 잠은 이곳 타운에서 묵고, 돌고래 보는 건 10페소 지프니를 타고 가기로 했어요. 그건 나중에 생각해보니 잘한 결정이였어요. ^^
왜나면 웨일샤크 주변에도 숙소는 꽤 있는 편인데 그 외 편의시설이 타운에 비해서는 상당히 빈약하고 슈퍼가격도 비싸더라구요.
나름 항구를 나와 성당 옆을 지나 방향을 남쪽으로 잡으면 일명 비치프론트 형 숙소들이 줄줄이 나오는데요, 이 구역의 숙소들은 치르는 돈에 비해서는 시설이 상당히 마땅치 않았어요. 이른바 가성비는 좀 떨어진다는...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숙소 언저리에서 멋진 바다전경을 보는 전망값이라 생각하면 크게 무리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다독여야겠죠.
우리는 걸어나가다 만나게 된 맨 첫 숙소인 ‘크로닌 레지던스’에 낚여서 에어컨 디럭스룸을 아침식사 포함해 무려 1,700페소나 주고 묵게 되었는데요, 방이 쓸모없이 넓어놔서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해지지가 않네요.
이 정도 넓은 방은 실외기 분리형 에어컨 써야 마땅한데 아주 작은 사이즈의 일체형만 창문에 붙어있으니 암만해도 방 온도가 떨어지질 않아요.
그리고 숙소 관리인이 무척 친절한건 좋았는데 자꾸 자기네 오토바이를 빌리라고 들썩거리는구만요.
- 웨일샥 볼거지? 투말록 폭포도 볼거고 그치?
= 응응
- 설명해볼게. 여기서 거기까지 가는데 1인당 오토바이 100페소야. 왔다갔다하면 400이고 또 폭포가려면 돈 더들어. 근데 이거 빌리면 여기저기 맘대로 다닐 수 있어. 가솔린도 안 비싸
= 그래서 얼마?
- 24시간에 700페소
헐... 이 아저씨가 정말... -_-;;
오슬롭 타운과 고래상어 보는 곳을 오가는 지프니나 일반버스 가격이 단돈 1인당 10페소인데... 이 아저씨 자기가 가진 노는 오토바이 빌려주고 돈 좀 벌고 싶으신 듯...
나중에 보니 이 숙소 안 채에서 왠 서양인 남자가 후비적거리며 나오던데요... 그걸보니 이 필리피노가 주인은 아닌 듯, 주인은 서양인이지 않겠어요.
우리가 오슬롭에 있는 동안 알아본 숙소들의 가격은 대략
크로닌 아침포함 1,700페소
호텔 세바스챤 스탠다드룸 아침포함 워크인은 1,800페소, 예약사이트 통하면 1,200페소
GT 씨사이드 인 아침 포함 1,500페소, 불포함 1,300페소
뭐 대략 이랬어요. 모두 에어컨 더블룸 기준인데요. 나중에 슬슬 구경해보니 GT 씨사이드 인이 건물도 정갈하고 지내기에 좋아보이더라구요. ^^
사실 고래상어 보기 투어에 참여하는 여행자들은 오슬롭 마을은 그냥 건너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주 적은 비율만이 1박정도나 할까... 뭐 그런곳인데, 우리는 이런 작은 해변가 마을이 맘에 쏙 들어버려서 결국 1박이 아닌 3박이나 할 작정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독이 쌓여서 도착한 오늘은 꼼짝도 하기 싫네요. 게다가 햇빛 강도가 무척 세네요. 그냥 낮잠이나 자야지...
볕이 좀 가라앉은 오후에 나가본 성당 앞 전경은 정말 평화로워보였고, 마을주민들이 물 빠진 바닷가에 나가 허리를 구부리고 뭔가를 엄청 잡고있어요.
우린 이곳에서 세발낙지도 봤어요. 확 잡아서 입으로 호로록 털어 넣을 걸 그랬나. 안되겠죠?
마을엔 오픈한지 얼마 안되어보이는 세븐일레븐도 있고 ATM(역시 새 것)도 있고 환전을 해주는 전당포업소도 있고, 빵집도 무려 5개나 되고 과일을 사 먹을 수 있는 재래시장도 있고... 뭐 이정도면 됐죠. ^^
로컬반찬요리를 파는 카린데리아도 시장 앞에 대여섯집이 있었습니다. 필리핀 로컬음식에 흥미가 있는 여행자라면 이런 작은 식당도 먹을 곳으로 고려해볼만하죠. 사실 반찬의 상태가 갓 조리한 듯 신선해보이지는 않았지만 현지체험도 되고 저렴한데다 우리 입맛에도 맞았어요.
대략 지름 10센치가 좀 넘는 작은 접시에 고기요리는 40, 채소요리는 20 이렇게 내어주는데요 우린 꼴뚜기조림, 돼지고기조림, 가지볶음에 밥 2접시해서 120페소 냈어요.
우리가 도착한 날이 일요일이였는데 필리핀사람들도 고래상어 보러 엄청 오나봅니다. 휴일영향을 상당히 타더라구요. 세븐일레븐에도 인파가~ 와... 정신이 하나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세븐일레븐 편의점 안이 무슨 도떼기시장처럼 말이죠. 외부에 마련해놓은 탁자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근데 다음날 평일에 가보니까 그 바글거리던 인파는 다 외지에서 온 손님이었나봐요. 현 주민만 남은 마을은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성당을 둘러보고 저녁을 먹으러 마을시장 쪽으로 가봤더니만... 오오~ 이게 뭐야 통돼지 레촌이 나와 있네요.
한 접시씩 잘라서 팔던데 나중에 다시 가보니까 다 팔리고 없어요. -_-;; 그리고 다음날 가봤더니 아예 나오지도 않았어요. 아마 일요일날 사람들 많을때만 이 통돼지가 나오는가봐요.
시장 앞에는 닭튀김 노점상이 몇 개, 그리고 각종 생선,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구워 파는 노점이 거의 여섯집 정도가 나와서 연기를 엄청나게 피우며 사람들의 위장을 들썩이게 합니다. 어느 집이 더 낫고말고 할 건 없고... 그냥 그날 내맘에 드는 후레쉬한 생선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되죠.
가격은 대충 이랬어요.
생선 작은 사이즈 한 마리에 80-90페소 조금 큰놈은 130페소, 닭다리 허벅지구이 70, 닭똥집 꼬치 20, 가지구이 25, 그리고 밥은 한 접시에 10 , 산미구엘 필센 그란데 사이즈(1리터)가 단돈 90 뭐 이럽니다. 아주 저렴하죠. 근데 노점이니까 뭐 위생이나 이런건 좀 접고 들어가야 했어요. 그리고 차도 바로 옆이라서 먼지가 어마어마합니다. 민감한 분이라면 아마...그냥 세븐일레븐 밥 사먹어도 좋겠죠. ^^ 거기도 밥 도시락이랑 우리나라 컵라면이 즐비하고 게다가 태국 세븐과 달리 필리핀 세븐이 좋은 건 안에 테이블이 잔뜩 있다는 거였어요. 우리나라 컵라면을 바로 뜨거운물 부어서 에어컨 나오는 시원한 곳에서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태국 세븐도 이랬으면 좋을텐데... -_-;;
와이파이가 된다는 말과는 달리 연결이 잘 안되고, 평면티비가 있지만 채널이 별 볼일 없어서 무쓸모인 우리의 첫날 숙소 크로닌 레지던스... -_-;;
여기가 맘에 들지 않아 급히 호텔예약사이트를 돌려보니 그나마 좀 저렴하게 나온 곳이 호텔 세바스챤이었습니다. 두 숙소간의 거리는 뭐 100미터정도 될려나...
하여튼 세바스챤 호텔 바로 맞은 편에있는 말론조 펜션, 오슬롭 뉴 빌리지도 좋아보이던데 이 두 숙소는 비치 프론트가 아니라서 탈락!! 그래서 세바스챤으로 갔습죠.
여긴 웃기게도 지나가던 여행자가 쓱 들어가서 방값 물어보면 1,800페소, 예약사이트 통하면 1,200페소 이에요. 에어컨 더블 스탠다드룸 아침식사포함 기준으로요...
물이 뿌옇게 보여서 전혀 들어가고 싶지 않은 수영장이 있는데 나름 구조는 인피니티 풀입니다요. 하하.
한 가지 좀 인상적이었던건... 그동안 여행자 숙소에선 보지 못했던 커플, 그러니까 노년에 접어든 서양남자+젊고 가녀린 필리핀여성 조합을 이곳에서 두 쌍이나 봤다는 것이었어요. 흠흠.
첫번째 숙소 크로닌의 방
오슬롭에서 2박을 한 다음날... 고래상어 보는 건 이른 새벽일수록 좋다고 해서 숙소에서 일찌감치 나왔어요. 등록하고 요금내는 사무실은 6시부터 엽니다.
그 이른 새벽에도 시장 앞 지프니에는 사람들이 많이 타있고 어느정도 인원이 차니 출발합니다. 어디서 내려야하는가는 구글맵 돌려도 되고요, 아니면 기사나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됩니다.
지프니는 워칭포인트 사무소 바로 앞에다 내려줍니다. 우선 입구에서 이름 적고 아주 간단한 3분짜리 교육 받고 표를 산 후, 표 번호에 따라 배정해 주는 미니 방카에 오르면 해안에서 고작 100미터도 안 떨어진 곳으로 사공이 영차영차 노를 젓고 그 다음은 바로 고래상어와의 조우입니다.
1인당 가격은 스노클링은 1,000페소, 그냥 배위에서 보는 건 500페소입니다. 구명조끼나 마스크, 스노클은 추가 비용 없이 빌려주네요. ^^ 하긴 1,000페소나 냈는데 여기서 뭘 또 받겠어요.
이 고래상어는 2011년 가을 즈음부터 이 동네에 출현하기 시작했다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얘네들은 이 동네 주민들에게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오리입니다. 재크의 콩나무에 나오는 거인의 황금알 오리 저리가라에요.
이번에 필리핀을 다녀보면서 이 나라에 돈이 참 안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어요.
알로나 해변의 여행사에서도 잔돈이 없고 세븐에서도 잔돈 바꾸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어요. 태국에선 편의점에서 100밧 어치 사고 1000밧 내도 별무리가 없었는데 여기선 그러면 금방 곤란한 표정을 지어요.
여행사에서 2,000페소 내고 600페소 거슬러 받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상인들이 돈 바꾸러 여기저기 다니는게 일상이였어요. 큰돈 주면 매우 곤란해하고 한번에 거슬러 받은 적이 거의 없었네요. 주인이나 종업원이 우리가 낸 1000페소를 들고 이집저집 돌아다니며 작은돈으로 바꾸는거 기다리느라 5~10분 기다리는게 일반적...
근데 여기 오슬롭은 여행자들이 매일 와서 뿌리는 1인당 1000 페소... 진짜 노다지가 찾아 온 걸테죠. 아마 이 지역의 상황을 접한 세부섬의 다른 해안가 마을들은 자기들 마을에도 고래상어가 와주길 엄청 간절하게 기원할지도 몰라요.
공허한 바다에서 크릴을 뿌리며 “상어들아~ 맨날 오슬롭 앞바다에만 놀지말고 이쪽으로도 좀 와주오~...” 하고 바라지않을까...?
고래상어는 '고래같이 생긴 상어'라서 붙은 이름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어류라고 하네여. 얘네들은 원래 넓은 바다를 오가는 회유성 어종인데 어느 날 이 오슬롭 앞바다에 머무르게 되었어요. 주민들은 먹이인 크릴을 던져주며 여행자에게 구경시켜 주는데... 고래상어가 한곳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 생태에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 제주도의 한 수족관에서 한마리는 죽고 다른 한마리는 바다에 돌려보냈던 적도 있어요.
아무튼 저는 어디가면 스노클링을 끝까지 하는 편이긴한데 동물에 대한 공포심은 대단해서 보트워칭만 했고요, 요왕은 물속에 잠수해서 봤는데 정말 멋진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배에는 아시안계 여성이 저 말고 3명이 타고 있었는데, 한 중국인 여성은 뭐가 잘못됐는지 물속에 들어갔다가 고래상어를 보고 놀랐는지 패닉 비슷한게 와서 방카 옆의 나무기둥을 잡고 계속 쿨럭 거리고, 부유해 보이는 나이든 동양 아주머니는 한참을 망설이다 드디어 입수하긴 했는데 그녀의 다리에 고래상어가 스쳐지나갔나봐요. 너무 놀래가지고 다리를 번쩍 들면서 약한 쇼크가 온듯한 비명을 지르자... 그녀의 남편이 “돈 패닉, 진정해진정해~”하더구만요.
아마 우리나라 젊은 여행자들이라면 별 무리없이 아주 재미있게 잘해낼 것 같았습니다. 대략 25분 즈음 하고 배는 다시 여행자들을 건져내서 이 날의 고래보기 체험은 끝을 맺어요.
그럼 여기까지 왔으니 이곳에서 타운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있는 투말록 폭포도 세트로 봐야겠죠.
자, 그럼 우리같이 탈게 없는 배낭여행자들은 이곳에서 그 폭포까지 어떻게 가나... 바로 이곳에서 오토바이택시로 폭포를 왕복해도 되는데, 우린 숙소가 타운쪽이니까요... 일단 10페소 지프니 타고 폭포로 진입하는 주도로 지점에서 내린 후, 거기서 오토바이 택시 타고 폭포 도착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금세 지프니가 와서 답삭 올라탄 거까지는 좋았는데... 아악~ 여기서 우리의 실수... 내릴 지점을 착각하는 바람에 폭포진입로를 지나쳐 오슬롭 타운 방향으로 거의 1킬로나 더 가서 하차했지 뭐에요. 그래서 그 땡볕에 차도 옆 가장자리 길로 엄청 힘들게 거슬러 걸어와야만 했어요.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워칭포인트에서 오토바이 타고 오는 게, 중간에 갈아타지 않아도 되고 진입로를 놓칠 이유도 없어서 여러모로 편한데 말이에요.
혹시나 배낭여행자 분들은 내릴지점을 잘 파악해두세요. 이도저도 못하겠으면 현지인한테 물어보는게 제일 좋아요.
여기입니다. https://goo.gl/maps/HUiyJei8XwK2
이 지점에서 내리면 오토바이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타운방향에서부터 땀을 뭐같이 흘리면서 인상은 온통 구겨진 채로 터벅터벅 걸어오니까 거기 대기하고 있는 오토바이 기사들도 우리를 좀 의아하게 보더라구요. 이렇게 여길 걸어서 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사실 우리가 잘못내린 지점에서 오토바이 대기점까지 구간은 1킬로정도밖에 안되지만 날은 덥지 옆으로 차는 쌩쌩 달리지 그리고 오르막인데다가 커브길이어서 아주 무릎연골이 나가기에는 최적의 길이였어요.
오토바이에 한명씩 나눠 타고 폭포 왕복하는데 1인당 100페소 부르네요.
오토바이는 폭포 매표소 앞까지는 못가고 한 300미터 전 쯤에 내려야 합니다. 여기는 걷거나 또는 이 구간만을 오가는 다른 오토바이로 갈아타야 합니다. 이게 1인당 왕복에 50이래요. 위엣 마을 주민들 돈 버는 수단인가? 헐... 그 정도쯤이야 걷지 뭐. 제 걸음으로도 6분정도밖에 안 걸리던데 말입니다.
우리처럼 이 길을 터벅거리고 걷는 사람은 필리핀인들뿐... 하하.
매표소에 도착하니 폭포 입장료가 1인 20페소 있구만요.
투말록은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3폭짜리 녹색 융단 병풍에 반짝이는 은색 망사천을 드리워 놓은것 같았어요. 게다가 시원하기까지해서 피서를 온 느낌도 드는걸요.
우리가 방문한때는 물이 많은 시기여서 그런가 폭포를 마주 보면서 ‘와우~’하기도 하고, 수영하는 사람들 보니까 수심이 거의 성인남성 가슴께까지 오던데...
우연히 건기때 투말록 사진을 봤거든요. 이게 뭐야... 이게 우리가 본 그 투말록이 맞나? 물도 거의 안떨어지고 수심은 허벅지정도에 물색깔도 뽀얀 옥색이 아니가 옅은 커피색이잖아요. 그 시기에 투말록은 정말 남루해보였어요.
저희도 동남아의 폭포 이곳저곳을 많이 다녀와서 건기 때 폭포들이 얼마나 비루해지는지 아니까 자못 짐작이 되더라구요.
한 30분 가량 조변 경치를 감상하며 쉬다가 오토바이 기사와 약속한 시간에 맟추기 위해 다시금 오르막길을 헉헉대고 오르니 우리가 오는 걸 봤는지 이미 기사가 출발 대기하고 있네요. 다시 큰길로 내려와서 약속한 돈 1인당 100씩 200페소를 줍니다. 여기서도 500페소 지폐를 냈는데 거스름돈 구하느라 또 여기저기 한참 돌아다니다 옵니다.
오슬롭으로 돌아갈때는 일반버스를 탔습니다. 지프니 뿐만 아니라 일반 버스도 손을 들면 세워주고 요금도 1인당 10페소로 똑같아요.
오고가며 바라본 이쪽 해안의 물상태가 아주 좋아보여서 저는 워칭포인트에서 바로 앞에 보이던 수밀론 섬으로 한번 들어가볼까도 잠깐 고려해봤는데요...
아악~~ 무슨놈의 리조트가격이 이래 도도한지. 일박에 무려 11,000 페소나 한다는... 묵는 건 포기가 아주 빠르게 되는구만요.
그러고보니 고래상어 워칭 센터 앞에는 수밀론 섬으로 가는 보트전세 가격이 붙어 있었어요.
오로지 왕복 해주는 조건으로 배 빌리는데 5명까지 한 배에 1,500 이라나...
인원이 좀 있었으면 배를 빌려서 그 섬에 가보고 싶기도 했는데 우리 둘뿐이라서 그냥 포기하게 됩니다.
그래도 영 관심이 가라앉지 않아서 리조트 홈피를 찾아서 좀 알아봤더니... 오호~ 평일 기준으로 1인당 1,500페소 내면 왕복 보트이동에 호텔시설도 이용 할 수 있게 해주고 스노클링 장비도 빌려주고 게다가 점심도 준다네요. 다른 스노클링 일일투어 가격이랑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구성이었어요. 구글에서 찾아보니 홈페이지가 금방 나오네요.
워칭포인트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블루워터 리조트 전용 선착장이 있는걸로 파악되던데 호텔 홈피를 통해 예약을 넣어보는걸 할까? 말까?
고래상어 잠깐 보는데도 1,000 페소나 받는데 , 자기네 리조트 시설과 섬에서 하루 잘놀게 해주는데 1,500이면 나쁘지않은데 말이에요...게다가 호텔에서 제공하는 점심도 먹고 말이에요. 다만, 두명이라도 같은 가격으로 가능할지가 의문...
우리는 갈등하다가 아쉬운 맘을 접고는 그냥 오슬롭을 떴지만 혹시나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이런 방법으로 가보는것도 괜찮겠어요.
제목에 그 이상의 ‘무언가’라고 끄적인건...
이 고래상어로 유명해진 작은마을에 왠지 우리 마음이 이끌렸기 때문이었어요.
해안가 풀밭에 자리한 성당의 모습, 그리고 작은 뮤지엄, 그리고 재래시장과 현지음식...
마을 해변가 숙소에서 우리가 얻은 방은, 방에서 바로 해변이 바라다 보이는 곳은 아니었지만 목을 좀 꺾어서 보면 한 눈에 산과 야자수 바다자락이 보였고...
바로 해안가에 접해있는 숙소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앉아 바라본 바다 전경도 정말 여행 온 느낌 물씬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아침이면 물이 숙소 바로 앞 계단참까지 차오르고 저녁이면 물이 빠져서 그쪽으로 드나들 수도 있었어요.
그리고 이 마을 사람들이 대략 친절했어요. 여행자 구역이 아닌 그냥 일반적인 필리핀 마을의 느낌이 진하게 났다고나 할까요...
물론 이곳에도 여행자숙소가 있고 여행상품을 팔려는 의도도 보이고하지만, 세부시티처럼 대도시도 아니고 알로나해변처럼 외국인 관광객 구역도 아니고 그냥 시골마을에서 가끔 지나가는 여행자를 기대하는 정도 뭐 그런 분위기입지요.
이곳을 떠나는 날 배낭 매고 숙소를 나오니 숙소 옆 일반 가정집의 아주머니가 잘가라고 인사를 빠이빠이 하네요.
우리가 만난 사람이래 봤자 뭐 노점식당주인, 빵집점원 그 정도 밖에 안되긴 해도 말이에요.
아~ 세븐일레븐의 남자직원이랑 호텔 세바스찬의 프론트 남자직원은 좀 건들거리는 캐릭터여서 별로였어요.
필리핀음식을 파는 작은 규모의 반찬식당인 카린데리아 들, 저녁에 시장 앞에 나오는 바비큐 노천식당, 그리고 재래시장에서도... 사실 한국인 눈에는 좀 지저분하고 정신 사나워 보이는 분주한 로컬업소들이지만, 현지물정을 몰라 버벅거리는 외지인에게도 차근차근 잘 대해줄려고 하는 마음이 비친달까 그런거요.
하여튼 이 오슬롭을 다녀간 여행자는 꽤 많지만 아무래도 휴가가 대엿새정도로 한정적이다보니 대부분 고래상어만 보고 이곳에서 묵은 여행자는 그다지 없을듯한데요, 시간이 많다면 1박정도는 할애해도 괜찮을 고즈넉하고 현지 느낌 물씬 나는 작은 마을이었어요. ^^
물론 오슬롭에서 1박을 할거라면 웨일샤크워칭 포인트 보다는 성당이 있는 타운 쪽이 훨씬 좋다고 느꼈어요. 오고가는거야 1인당 단돈 10페소면 되고요, 1박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뭔가 볼게 있고 먹을 게 있는 타운이 그래도 낫거든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