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5.로컬여행사 투어로 발리카삭-버진아일랜드 돌아보기
단 한번의 투어만 해본 주제에 뭐 장단점을 일목요연하게 결결이 다 파악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날의 투어에서 느꼈던 걸 천천히 끄적거려봅니다.
전날 육상투어에서 나비농장을 영 맘에 안 드는 곳으로 데려다줘서 맘이 좀 그렇긴했지만, 발리카삭 아일랜드 호핑가격이 저렴해놔서 다시 투어 인포메이션 간판을 단 Veleroso & Ralle on tour 여행사로 가게 됩니다.
선전가판대에는 ‘발리카삭 & 버진아일랜드’가 300페소라고 적어놨지만 돌고래 보기와 입장료, 스노클 등 이래저래 다 포함하면 최종 700이에요. 그리고 발리카삭 섬에서 오리발을 따로 추가요금내고 빌릴 수 있는데 이건 150이나 받더군요. 그럼 오리발을 빌린다고 가정하면 일인당 총 850이라 볼 수 있겠어요.
다음날 오전 6시에 여행사에서 모여서 봉고를 타고 어느 후미진 해안가로 가서 방카(배)를 탑니다. 뭔가 아주 더러운 해안가였어요. 왜 여기서 배를 타는 건지는 모를 일이죠.
이날 투어예약 총인원은 7명이었는데 2명이 6시15분이 되도록 안 나타나는거에요. 그래서 그냥 5명만 출발했는데 이런 경우 2명은 그냥 돈 날리는 건가...? 제 시간 정확히 맞춰야겠죠.
방카는 듣던데로 꽤나 굉음을 내면서 바다를 향해 전진합니다. 그런데 이 집 배가 다른집 배보다 살짝 느린거같아요. 나만의 느낌인걸까...
거의 한 시간 정도를 바다 위를 달리며 우리들은 과연 어느 방향에서 돌고래가 그 미끈한 등짝을 보여줄까 막 기대했는데... 어랏~ 이게 뭐야. 내 눈앞에 보이는 이 섬은 발리카삭 인거 같은데...
맞습니다. 돌고래를 보기도 전에 발리카삭섬에 당도하자 우리배의 여행자들은 돌핀돌핀, 발리카삭 가기전에 보여준다던 돌핀은 어딨냐? 외쳤고 뱃사공은 “투데이 돌핀 안나옴. 아마도 바다상태가 뭐 어쩌고 저쩌고. 하여튼 아이 돈 노우 돌핀”이라네요. 헐퀴...
돌고래 보려면 사실 발리카삭이 아닌 파밀라칸 섬 방향으로 좀 가야되는건데 이 양반 처음부터 방향을 그쪽이 아닌 발리카삭쪽으로 맞춘거 같은 느낌이 아리송하게 드는데... 그렇다고 뭐 의사소통을 더 이상 어떻게 할수도 없고 어쩌겠어요. 안나오는 돌고래를 불러다줄수도 없고요. 뭐 안 나오는 시기일수도 있고요...
그렇게 돌고래 보기는 허무하게 사라졌습니다.
제 평생 제일 멋진 돌고래 떼 유영은 제주도의 남단 해변에서 본지라 사실 크게 기대도 안했어요. 제주도 사랑합니다.
발리카삭에 도착하면 일단은 배를 섬에 대어요. 선착장도 없는 섬이지만 배를 섬 아무쪽에나 막 가져다 댈 수는 없는 거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네요. 전부 이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우리들은 배에 내려서 어느 식당 테이블 적당한데서 자리 잡고서는 스노클과 구명조끼 뭐 그런게 오는걸 기다리는데요, 이때 이 투어회사 직원의 태도가 좀 그래요.
뭔가 말이 있어야 되잖아요. 언제까지 기다리라고 하든가 아니면 자유시간이라고 하든가...
그 사람이 그냥 멍하니 있으니 우리도 그저 어리둥절한채로 대기타고 있습니다.
거의 이십분도 훨씬 넘게 기다려 드디어 더러운 스노클과 상태가 거의 고물수준인데다가 찢어지져서 뒷꿈치 고정도 잘 안되는 오리발이 왔어요. 우리는 오리발 한 개당 150씩 주고 빌립니다.
자 이때부터 본격적인 스노클링의 시작인데요,
아주 작은 쪽배... 뭐 미니미 방카 같은 배에 사공을 포함해 6명이 콩껍질속의 완두콩처럼 가득하게 끼여타고 거북이 보는 곳으로 가요. 오로지 사공의 작은 노질에 의지해서요. 영차영차~
그런데 거북이 포인트가 위치상 뭐 별게 아니였어요. 배가 정박한곳에서 육지를 등지고 바다를 바라본 상태에서 우측으로 약 250-300 미터 정도가면 그곳이 바로 터틀 포인트에요.
하여튼 그 곳에서 첨벙~했는데 우리배의 중국인 아주머니는 이지브레스라는 거대한 마스크까지 직접 가져오셨던데, 바다에 들어가자마자 몸을 잘 제어하지 못해 패닉 비슷한 게 왔어요. 결국은 급히 배로 올라타서 그 이후 배에서만 내내... 이런~ 고생하십니다.
우리는 오리발도 빌렸겠다 막 사방팔방 다니고 싶었는데 사공이 마구 돌아다니지는 말라고 합니다. 팀이니까 같이 이동해야한다고...
아참... 이 사공은 알로나에서 같이 출발한 그 사공이 아닙니다. 이 쪽배를 젓는 사람은 발리카삭에서 처음 본 사람이에요. 뭔가 자기들만의 경계가 분명한거같아요.
하여튼 이 터틀 포인트에서 우리는 바닥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는 거북이를 2마리 보았고 , 수면위로 숨을 쉬기위해 올라온 대형 거북이 한 마리 이렇게 총 3마리나 보게되었어요.
숨을 쉬기 위해 올라온 거북이는 마치 사람처럼 입으로 물을 삑 뱉더니 수면 위에서 헤엄칩니다. 우리는 그냥 잠깐 눈만 맞추고 오옹~ 했는데, 그 옆에 서양인들은 오리발도 없이 아주 거북이와 속도를 맞추어 같이 헤엄쳐가는군요. 오호~ 부러워라...
근데 이 포인트에서는 심각하진 않지만 약간 해파리가 살고 있어서 아주 조금 따갑네요. 하지만 무시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랄까요...
쪽배에는 발을 지지할 수 있는 그 어떤 장치도 없어서 팔에 근력 없는 저 같은 캐릭터는 터틀 포인트에서 스노클링 후 다음 포인트(물고기 포인트) 이동을 위해 다시 배에 올라탈 때 엄청나게 모양 빠져요. 배에 답삭 올라타지를 못하고 뭔가 뒤뚱뒤뚱... 거대한 자루포대가 물속에서 힘겹게 건져 올려지는 느낌이랄까요... -_-;;
거북이 포인트를 떠나 물고기 포인트에 당도했는데... 두둥~ 아니!! 이곳은 아까 배들이 집결해있던 바로 그곳이잖아요. 뭐냐... 조삼모사냐?
사실 이정도 거리감이면 그냥 맨 처음에 방카에서 발리카삭섬에 내렸을 때 해안에서 곧바로 물고기 포인트로 들어가는게 더 쉽고, 스노클링 후 해안으로 돌아와서 미니방카 타고 터틀쪽으로 옮기면 좋은데... 뭘 일을 이래할까? 싶긴 했습니다.
물고기 포인트는 예상보다 아름다웠어요. 물고기도 많았고 이렇게나 사람이 많아서 정말 무슨 워터파크에 온 거처럼 바글바글한데도 불구하고 산호가 제 색깔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업체에서 제공하는 썩어 문드러져 가는 스노클로 자꾸 물이 들어오고 이전에 사용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힘을 줘서 물었는지 스노클 무는 고리가 다 떨어져 나가고...
하하 안습이네요. 저는 짐이 많은걸 질색하므로 그냥 이런걸 빌려 쓰지만 단기여행자라면 한국에서 마스크세트 만이라도 장만해오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나마 우리는 오리발이 있어서 막 여기저기 다녔는데요... 오리발이 없는 사람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물속에서 발장구만으로 이동하기가 그다지 쉽지 않아 대략 배 가장자리를 떠나지 않고 좀 제한적으로 보는 느낌이었어요.
여기서도 그렇게 오래는 아니고 조금 바닷 속 세상을 즐긴 후 배에 올라타랍니다.
아니 바로 눈앞이 해안가인데 그냥 헤엄쳐서 해안으로 가라고해주지... 아무런 거치대도 없는 배에 올라 타는 게 더 힘드네요. 불쌍한 내 수족... -_-;;
이러고 섬에 다시 안착하면 또 가이드가 별말 안 해요. 그냥 우리가 알아서 요기거리로 사온걸 주섬주섬 꺼내 먹습니다. 우린 이날 자가제조한 샌드위치와 팩에 든 두유랑 커피 같은걸 사가서 잘 먹었죠. 이곳에서 파는 과일쉐이크는 가격이 좀 너무 높던데 대략 150페소 정도였어요. 제대로 만들지도 의문이고요.
우리 가이드가 손님은 안중에 없고 지 친구들이랑 나무 밑에서 수다만 떨고 있으니 먹을거 다 먹은 우리는 또 멍하니 대기만 타고 있을 순 없어서 섬 구경이나 하러 좀 걸어 나왔어요. 근데 곧이어 뒤에서 우릴 부릅니다. 이제 버진아일랜드 가야된다고요. 헐퀴...
패닉에 빠지신 중국 아주머니는 정말 너무 힘드시겠네요. 본 것도 없는데 말이에요.
방카는 곧 모래톱이 인상적인 버진 아일랜드로 갔는데... 저희는 이전에 태국에서 이런류의 바다 위 모래톱을 종종 봐서 그런지 그다지 와아~~ 하진 않았어요.
이 좁은 모래톱에 무슨 성게, 전복 같은 거 파는 해물장사치들이랑 진주목걸이 파는 상인들이 이래 바글바글한지 말이에요. 내리쪼이는 볕을 받으며 물길을 헤치고 터벅터벅 걷다가...수영하기도 그다지 적합해보이지 않는 수심이고해서 일찌감치 배로 돌아갑니다. 배에 올라타서 편안히 앉아서 바라보는 버진 아일랜드 전경이 훨씬 나았어요.
뭐 하러 그 모래톱길을 그래 힘들게 걸었나 싶네요.
우리랑 한 팀인 중국인 여행자들은 이곳에서는 엄청 신이 나서 포즈잡고 사진 찍고 꺄르륵 꺄르륵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 그들을 뱃사공이 재촉하며 불러요.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이윽고 배는 우리가 배를 탔던 그 후미진 해안, 그러니까 알로나 해변에서 서쪽으로 좀 떨어진 해변에 정박을 하였고 우리를 태우고 갈 차가... 허걱... 없잖아. 차가 없어!!!
알고보니 아침에 우릴 데려다준 여행사차는 어디 투어에 나갔는지, 투어사무실에서 보낸 오토바이 달랑 2대가 우리를 기다려요. 사람이 5명인데 2대면?
우리는 재빨리 한 오토바이에 낑겨 타고, 중국인 여행자 3명은 일단 한 명은 남고 두 명은 낑겨타고 여기를 벗어나 사무실 또는 숙소로 가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숙소로 돌아오니 시계는 아직 12시도 안되었습니다. 투어가 좀 부실했음에도 불구하고 발리카삭 섬의 정말 투명하기 그지없는 물과 거북이와의 조우... 그리고 예쁜 산호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로컬여행사가 주관하는 투어의 장점이라면 오직 가격...
사실 한인업체가 주관하는 투어와는 그 질적인 양상이 매우 다를 것이므로 싼 걸 싸게 산 게 장점이라 볼 수 있냐?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어쨌든 그곳까지 저렴하게 당도 할 수 있다는건 분명 장점이었어요.
단점이라하면... 이 놈의 가이드가 삶에 아무런 희망이 없는지 아니면 매일 보는 손님이 지겨워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회사에서 대우가 형편없어 그런지... 하여튼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주 불성실했다는 거가 있겠군요. 뭔 말을 좀 해줘야 될 거 아니겠어요. 기다리면 언제까지 기다린다... 다음 순서는 뭐가 있다. 이런 저런 멘트들 말이에요. 하여튼 총 850페소에 한나절 구경은 잘했다고 스스로 위안해봅니다.
이 투어 사무소에 가기 전에 알로나해변에서 호객하는 호객꾼에서 발리카삭 투어를 물어봤더니 이래요.
- 조인 투어 할거야 ? 아니면 you two 만 할거야 ?
= 조인이다
- 그럼 1인 400페소에 터틀포인트 250, 피쉬 포인트 250, 스노클&마스크 150, 오리발도 150
= 땡큐. 좀 더 생각해볼게 ( 비싸다. 하지말자.)
뭐 대략 저런 이야기가 오고갔어요.
이날의 투어에서 본 다른 한국인여행자들 모습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요.
발리카삭섬에서 어린이, 젊은부모, 그리고 조부모로 구성된 3대 가족여행자가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젊은 부모는 그래도 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60대 70대 즈음으로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은 정말 그곳에 앉아 계신 것 자체만으로도 힘겹게 보이시더군요.
나중에 바다위에서 그분들을 다시 볼 수 있었는데 전혀 물 안에 안 들어가시고 그냥 다른 가족들이 스노클링 할 동안 그 볕을 다 받고 쪽배위에서 시간을... -_-;;;
뭐 제가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그날의 시간은 좀 힘들어도 나중에 기억을 복기해보면 좋았노라 하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봅니다.
오늘 이 투어를 하고보니 저희같이 시간이 넉넉한 여행자들이야 뭐 이래 현지 로컬업체랑 조인투어를 해도 별 무리가 없지만, 휴가를 온 여행자라면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오손도손 개별적인 투어를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느낌은 강하게 들었어요. 또 모르죠. 실제로 개별적인 투어를 하면 또 어떤 장단점이 보일지 말이에요. ^^ 암튼 저희는 다음번에 오게 되면 배 따로 빌려서 함 가보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