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호우 속에 대략 난감 난 지방 여행에 대하여
파야오에서 두 밤을 보내고 난 후 치앙캄이라는 소도시로 바퀴를 굴렸다. 치앙캄도 행정구역 상으로는 짱왓 파야오에 속해 있는 곳이다.
이곳은 타이르 사람들의 마을이라는데 태국 사원에 대한 문화적 소양이 연하디 연한 나로서는 요왕의 설명을 들으며 북부 소도시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괜찮은 곳이었다. 하긴 운전해주는 차에 실려 편하게 이동하는데 무슨 불만 같은 게 있을리 없고, 2주간의 일정 중 1박하기에는 나쁘지않구만... 이런 느낌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치앙캄의 외곽에 있는... 그야말로 자차 이용자가 아니면 방문하기가 요원한 숙소였는데 1박에 700바트 가격에 훌륭한 조경과 미니 호수까지 있고 그 호수변 식당에서 아침식사까지 제공해주어서 꽤 맘에 드는 곳이었다. 간혹 태국 소도시를 여행하다보면 이 정도 가격에 아침식사까지 주는 말끔한 숙소를 만나기도 함.
파야오에서 치앙캄으로의 여정, 타이르 족의 기원과 역사적인 이야기, 이 마을 볼거리 등은 요술왕자님 게시물에 빼곡하므로 후다닥 건너뛰고 ^^
렌트한 차에 기름은 좀 남았지만 앞으로 계속될 꼬불꼬불 산길 운전을 앞두고 불안함이 있어 마을 안 주유소에 들러 만땅으로 주유를 했다. 26리터 들어갔는데 1,000밧을 훨씬 넘어선다. 허류... 태국 경제수준에 비하면 휘발유 가격 짱 비싸구먼.
계속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통에 모처럼 빌린 차로 내달리는 기분이 슬슬 가라앉고 있었는데 이 난 지방에 들어서고부터는 비가 하루 종일 장마처럼 내리고 있다.(결국 이 글을 쓰는 8월 중순경 난 주위의 북부지역이 홍수가... ㅠㅠ)
치앙캄에서 뿌아로 산길을 타고 넘어가면서 아주 멋있는 전망의 까페 ‘Route 1148’에서 라떼랑 모카를 마셨는데, 어린 바리스타 청년이 만들어주는 라떼 아트가 정말 통실통실 정석에 맞게 딱 귀엽게 나와서리 커피 맛도 절로 좋게 느껴질 정도...
비가 안 올 때 왔으면 선명하게 펼쳐질 산 중 계곡 풍경들이, 산신령이 지팡이 짚고 나올 것만 같은 뽀얀 구름 속 전경으로 대체되어 버렸는데, 이때만 해도 우리는 이것도 색다르구나~ 하면서 나름 괜찮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5~6일에 걸쳐 하루 종일 추적거리는 장맛비 속을 헤치고 다니다보니... 왜 일조량 부족한 나라의 사람들이 우울증 빈도가 높고 염세적인지가 대략 이해가 되려고 한다.
게다가 우리는 이번에 큰맘까지는 아니지만, 유의미하게 태국 북부를 샅샅이 보고자 차까지 빌려서 산 길을 타고 다니고 있는데 이게 뭐란 말입니까.
언제쯤 이 비가 그칠까 싶어서 구글 날씨 앱을 켜보니, 사골국물처럼 뽀얀 구름대가 아주 진하게 난 지방을 화살촉처럼 덮고 있는 모양새였다. 이쯤 되면 그냥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불평은 집어넣고 무사히 렌트카 반납하는 것 만으로 베리 나이스~라고 생각해야할 듯.
치앙캄을 떠나서 우리가 묵은 곳은 짱왓 난의 ‘뿌아Pua’라는 곳이 되겠다.
난 시내에서 북쪽으로 대략 60km 정도 떨어진 이곳도 치앙캄 만큼은 아니지만 타이르 문화권 안의 마을이다. 치앙캄에 비해 마을이 자리 잡은 지형지세가 전망이 훨씬 더 예쁘고 규모는 좀 더 아담 시골스러운 곳... 하긴 뭐 이 쪽 부근의 소도시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가 묵은 뿌아의 숙소는 ‘뿌아 드 뷰 부띠크 리조트Pua de View Boutique Resort’라는 중급의 숙소였는데 조식 포함 트윈룸이 1박에 3만원도 되지 않았다. 트윈룸 애호자들인 우리는 일단 선택했는데... 알고보니 이 숙소에서 트윈룸은 전망이 뒤쪽 시멘트 담벼락 뷰였다. 숙소 스텝들도 아주 친절한데다가 방 자체는 치른 가격에 비해 불만이 없을 정도로 말끔했다. 근데 뷰가 대략 난감하고만요.
날씨나 좋으면 모를까 비가 오는 이런 날씨 속에서는 숙소 밖으로 나갈 일이 없는바, 방안에 드러누워서 전경을 볼 수 있는 킹사이즈 침대의 마운틴 뷰로 해야 옮은 일인데 이제와서 뭐 할 수 없지...
다음날 아침 복도로 나와보니... 그날따라 일찌감치 체크아웃 하느라 부산을 떨며 숙소를 떠났던 태국인 단체여행자들이 묵었던 마운틴 뷰 방의 문이 활짝 열려져있다. 그래서 편안한 맘으로 마운틴 뷰 방을 빠르게 스캔해보았다.
그 방은 아름답구나... 넓게 난 유리 통창으로 온통 녹색의 촉촉한 산자락 전경이 겹겹이 펼쳐져있고 수영장이 있는 이숙소의 특성상 나름 맑은물 퐁퐁 솟는 풀뷰도 같이 곁들여져 있구만.
이런 전망의 방에서는 이렇게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일지라도... 유리창 너머 풍경을 뜨거운 차와 함께하며 눈에 담기 만해도 저절로 심신의 치유가 될법했다.
같은 숙소에 묵었는데 우리 현실은... 세로로 길게 난 좁은 창에 회색 콘크리트 뷰인데다가 그마저도 직원들이 오고가는지라 창문을 꼭 여미고 있느라고 잠은 아주 푹 꿀잠을 잤다.
추적추적 떨어지는 asmr 빗소리 들으면서 숙면을 하니 개운하구만요.
이렇게 작은 마을 이런 날씨 속 주중 방문에서는 식도락이고 뭐고 없다. 손님이 올 것을 기대하지 않으니 임시휴업인 식당들도 많았다. 그러니 저녁은 시장 앞 먹거리 노점에서 대충 수습해 와서 먹었는데, 쏨땀 아주머니가 만들어주는 쏨땀이 일품이다. 쏨땀 만큼은 도시에서 어린 처자들이 만들어주는 것보다, 이렇게 시골에서 연차가 좀 있는 아주머니들이 만들어 주는 게 맛도 더 좋고 양도 튼실하고~
다음날 아침은 숙소에서 차려주는 걸로 맛있게 냠냠~ 파리가 좀 달려들긴 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식당에서 차려주는 것 치고는 고기 듬뿍 들어간 끓인 밥에 토스트와 아보카도에 과일, 계란까지 대략 정성 가득이다.
우리는 숙소에서 나와 차를 몰아 이곳 뿌아에서 유명한 카페와 사원을 방문하고 다음 목적지인 소금마을로 향했다.
인스타 감성 제대로인 카페(다 좋았는데 라떼 아트 만드는 스킬은 대략 안습이었다. 나못지 않은 똥손임에 틀림없음) & 절에서 심근경색 일어날 뻔했던 탐분 할아버지 인형 이야기는 요술왕자님 글 속에서 설명이 다했으므로 후다닥 건너뛰고 버 끄르아 소금마을로 출발~ 폭우 속에서 부디 안전운전 도와주세요. 부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