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리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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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리할 시간이다

고구마 2 992

(2005년 글입니다.)



구이린의 도시 구경은 이 정도에서 마치고 남은 기간 동안 우리는 식도락 문화에 눈을 돌렸다.
사실 이곳은 관광지인 터라 대부분 식당의 음식 값이 그다지 만만한 편이 아니었지만, 왠지 우리의 맘속에는 ‘베트남 가면 고생하니까 여기서라도 잘 먹어두자’ 라는 비장함이 깃들어버려서 다소 비싼 돈을 지불하고서도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다녔다.
오늘저녁은 뭘 먹나... 하고 중심광장(이름답게 구이린의 중심이닷)을 어슬렁거리는데 식당 메뉴판 앞에 ‘한국식 김치-4원’이라고 씌어진 글귀가 보인다. 오오~~ 넘 좋아 넘 좋아~
분위기도 밝고 종업원들도 친절하고 그리고 다소 판에 박힌 듯 하긴 해도 몇몇 무용수들이 국적불명의 댄스를 추기도 하는 이 식당에서 내온 한국식 김치의 맛은 그야말로 ‘이게 웬 변괴냐...’였다.
쩝... 중국식 절임 배추의 묘한 향기가 꾸역꾸역 밀려오는데, 그냥 고춧가루만 빨갛게 뒤집어쓰고 김치 인 체 하는 요 정체불명의 야채는 정말이지 울고 싶은 맛이다... 뭐든지 고춧가루만 발라놓으면 한국식인줄 아나본데 천만의 말씀~
하긴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먹는 대부분의 중국요리도 본토 중국요리랑은 거의 다른 맛이라고 하니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냥 좀 사람을 슬프게 하는 맛이었다.


소수민족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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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맛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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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식당(중국인이 주인인)에서 먹은 한국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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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의 먹은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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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한 후 이곳에 오래 살았던 사람마냥 느릿느릿 한가한 걸음으로 거리로 나와 호수가 주변을 산책하니 9월로 접어든 이곳의 날씨는 선선한 바람을 선사해 준다.

이런 식으로 구이린에서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한때 광시 성의 성도이기도 했던 이곳 구이린은 높아져 가는 건물들로 도시자체는 완전히 모던해지고 분주해져버렸지만 그래도 아직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이곳 구이린에서 그동안 못한 빨래도 싹 다 빨아치우고 짐도 몇 몇 가지 정리하면서 우리는 느리지만 서서히 다음 여행지로의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과연 잘 준비했는지 안했는지는 그곳에 떨어져 봐야 알겠지...

그나저나 중국에서 떠날 날이 가까워져 올수록 우리의 마음은 갈팡질팡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베트남에 대한 설레임 섞인 두려움 때문에, 주책스럽게도 우리는 그동안 3개월 가까이 머물렀던 이곳 중국의 특징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베트남이 중국보다 좋을까 나쁠까를 연신 상상해 보며 저울질을 하고 있다.
베트남의 모든 것을 내 눈과 맘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동안 읽은 베트남의 여행기와 여행 정보는 나도 모르는 사이 선입견 이란 것을 만들어 버렸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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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2 Comments
롤러캣 2020.08.24 04:12  
수고하셨습니다 이글이 중국여행 마지막 글이구만요.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사실 몇편은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새로 꼼꼼이 읽어보니 새롭습니다. 근 십오년 전이니 지금가면 많이 변해있겠지요. 느낌은 여행지 멋있고 광활하다 난이도 있다 화장실 고생한다 중공인 쪽수많고 위험하다등으로 요약됩니다. 나이가 더 들어갈수록 내륙 못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2000년대에 갔을때는 기차도 타고 비행기도 타면서 비교적 자유롭게 중국국내를 다녔는데 근래는 감시가 엄청나게 조인 것을 알수 있어요. 도시이동마다 기차표에 여권등록 일일이 하고 말이죠. 미국여권이라 그런가요? 한국여권도 이정도 감시 받는지 궁금합니다,
알뜰공주 2020.08.31 16:49  
긴시간의 중국여행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코로나19 2.5단계로 일자리가 쉬는 통에 지루할 뻔한 일상을 이렇게 재미있는 글로
 즐거움을 주신 고구마님과 요왕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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