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실화] 온달과 링링의 일본배낭여행기 - 제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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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실화] 온달과 링링의 일본배낭여행기 - 제 1화

부부사기단 1 1209
온달과 링링의 일본배낭여행기

 


 


오래 기다렸슴다~! 두둥~!

드디어 온달과 링링의 일본배낭여행기 첫번째 페이지입니다.
그동안 원고 빨리 안넘긴다고 온달이 얼마나 구박하던지...
요리조리 핑계대며 피해다니다가 이제는 도망갈길이 없어 방금전 재밌게 읽던 만화책을 팽개치고 컴터앞에 앉았습니다.

이제부터의 이야기는 제가 여행중 틈틈히 적은 것으로, 다소 앞뒤 내용이 안맞고 시간적 인과관계가 좀 꼬이는거 같다 생각되더라도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앞으로 일본여행을 계획하시는 배낭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자~! 이제부터는 반말로 쓸거다~잉!



8월 11일 (일요일)

아침 7시 15분... 우선 두둑히 아침밥을 챙겨 먹고 부모님께 인사드린 후 거짓말 안보태고 거의 20kg는 됨직한 가방을 각각 등에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이걸 메고 7박 8일을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많이 부담스러웠지만 가방 두개중 한개는 식량이니까 시간지나면 가벼워지겠지...라는 무식한 생각으로 길을 떠났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씨라 좀 걱정이 되긴 하는데, '그래도 저녁에는 괜찮아지겠지...' 기대하면서...

신혼여행 이후로 온달과 여행가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달에 한번씩은 가까운 곳으로라도 꼭꼭 여행가자..던 결혼전 약속은 어디로 갔는지... 주말마다 피곤하다고 잠만 퍼자다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어쨌든 이번에 정말 큰맘먹고 가는 여행이니 한번 봐주기로 했다. 그것도 일본으로 가는거니까... 흐흐흐.. 게다가 7박 8일... 캬오~!
2년차인 부부를 위해 여행은 좋은 약이긴 하지만, 이번 것은 아무래도 돈이 좀 드는 여행이 되겠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평균적으로 2-3배는 비싸다니까...그것뿐인가, 살인적인 교통비 땜에 일본내에서 여행하는 것보다 우리나라로 건너오는게 더 싸게 먹힌다고 하니...
하긴 우리도 지금까지 여행준비로 들어간 돈이 전체경비의 2/3를 차지한다. 물론 교통비지... 비행기 타고 가는 대신 부산에서 배 타고 가기로 했기땜에 배표 구입한거 하고, 유로패스 비슷한 JR패스 구입하는데 가장 많이 투자했다.
배낭여행객을 위해 내역서를 자세히 안내하자면...

1. 서울 --> 부산가는 기차표 : 왕복 약 4만원(학생할인이나 철도회원할인하면 더 싸다)
2. JR패스 : 28,300엔(7일짜리)
3. 카멜리아 페리(갈때) : 75,000원
비틀 2세(올때) : 68,000원(할인해서)
(*짱구를 잘 굴리면 할인받을수 있는 방법이 여럿있지요! ^^)
4. 비상식량 및 신발, 의상구입 : 약 10만원
5. 약품구입 및 기타 : 약 5만원

이상이 여행준비 단계에서 들어간 경비이다. 물론 이것은 1인의 경비이므로 온달과 링링은 위 경비의 2배가 들어갔다.

집에서 나와 전철로 영등포역까지 가는동안 얼마나 불안했던지... 서둘러 나온다고 했건만 영등포역에 도착했을때 이미 8시를 넘어 10분을 향하고 있었다. 기차가 8시 25분차인데 말이다. 예약해둔 기차표도 바꿔야 하는데...
인터넷으로 예약할때 출발 30분전에 표를 찾지 않으면 취소된다는 귀절이 있어서 혹시나 우리자리가 캔슬된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했다. 참고로 링링은 아주 순진한 편이다.
이에 반해 너무나 여유있는 온달이 무사히 표를 바꿔가지고 와서 우리는 제시간에 기차에 오를수 있었다. 일요일 하행길이고 비까지 와서 그런지 기차안은 의외로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간밤에 잠을 못잔 탓에 좀 피곤해서 자리에 앉아 잠을 좀 청하려고 했는데 기차가 출발하기가 무섭게 우리옆 건너편 좌석이 시끌시끌하다. 실눈을 뜨고 봤더니 어떤 아줌마, 아저씨가 집에서 싸온 빵과 과자 등을 꺼내서 먹기 시작하는 거였다. 그런가부다 했는데... 그 앞을 보니 아이도 앉아있다. 하나.. 둘... 세엣~! 세명이나 된다. 그것도 남자애들만... 녀석들, 노는게 얼마나 거친지 기차안을 헤집고 다니며 난리다. 그뿐이면 말도 안한다. 그 단란한 가족은 빵과 과자를 작살내더니 이번에는 찬압 가득히 싸온 김밥을 먹는 거였다.
그 가족은 부산으로 가는 내내 기차안에서 뭔가를 끊임없이 먹고 있었다.

오후 1시 30분...여기는 기차안...
조금후면 부산에 도착한다.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는동안 바라본 창밖의 풍경은 지난 며칠간의 폭우가 얼마나 심각했었는가를 느끼게 해준다. 이곳 남쪽의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실의에 빠져있을 수재민을 생각하니 이번 여행이 갑자기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잠시 반성하며 숙연해지다...

오후 3시 50분... 여기는 부산국제터미널...
이곳에 도착한지 벌써 1시간 반이 지났다. 훼밀리아 수속장에서 출국수속을 마치고 항만세 4,200원(2인분)을 냈다. 출항시간은 7시인데 5시부터 승선할수 있다고 했다. 1시간 가량 남았으니까 그동안 뭘 할까 고민하다가 우선 아래층 매점에서 라면 한그릇씩을 먹고 초라해보이는 터미널 안에서 기념 사진도 몇장 찍었다. 부산이라는 지리적 위치때문인지 일본 사람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터미널 안은 한국사람 반, 일본 사람 반 이었다.
근데 아무리 항구라고 하지만 그래도 '국제'라는 수식어가 붙은 곳인데 이렇게 허름해도 되는걸까? 이건 무슨 시골의 시외버스 터미널처럼 우중충하고 지저분한게... 볼거리가 너무 없었다. 매점도 쬐깐하게 하나있고 대기실 의자도 딱딱해서 아주 불편했다. 더군다나 일명 보따리 장수라고 불리는 아주머니들께서는 벌써부터 2등실의 영역확보를 위해서인지 출국장 입구 앞에 짐을 세워놓고 그 옆에 유유히 누워 계셨다. 음... 분명히 카멜리아호를 타려는 거겠지?
사전정보에 따르면 2등실은 자리가 따로 배정되는게 아니라서 먼저 자리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는데... 우리도 질수 없지...
링링이 보채는 바람에 우리짐도 줄을 따라 세워졌다.
아참! 이쯤에서 키미테 붙이는거 잊으면 안되지. 난 차멀미가 심한 편이라 엄마가 특히 조심하라고 키미테에 먹는 멀미약까지 단단히 준비해 주셨다. 엄마가 아시는 어떤 분은 이런 페리여행을 하시다가 배멀미가 너무 심해서 먹은것 뿐만 아니라 덩물까지 다 쏟았더라고 한다.
5시가 되니까 미리 세워진 줄을 제끼고 새로운 줄이 만들어졌다. 하여간 우리나라 사람들 세치기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괜한 짓 해서 온달한테 미안하기만 하다.-_-;

 


출국장으로 들어서니 국제공항에서 했던 것처럼 몸 수색하고 짐도 검사하고 할거 다한다. 그안에는 면세점도 있었다.
아~! 저것이 우리가 탈 카멜리아 호구나~! 크기도 하지...
카멜리아 호는 생각보다 상당히 큰 배였다. 여객정원이 563명라니까 그 규모를 알만하겠지?
타이타닉의 한장면을 기대하며 배안으로 들어갔는데...
2등실의 상황은 나를 많이 슬프게 만들었다. 마치 목욕탕의 탈의실을 생각나게 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그것도 혼탕이랄까...
난 적어도 내 잠자리가 1평은 되겠거니 했는데 이건 누우면 몸도 제대로 돌릴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젖가락 놓듯이 침상을 마련해놨으니 500명이 넘게 들어가지... 담요도 원래 이런색은 아니었을거 같은데... 담배구멍도 있는거 같고... 1년에 몇번이나 빨까...순간 어릴적 봤던 '엄마찾아 삼만리'란 만화영화가 생각나면서 내가 짐짝이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돈좀 더주고 1등실이나 2등실이라도 가족실을 얻을걸..하고 후회하는 동안에도 이 무심한 온달은 마치 자기집 안방인냥 한쪽에 가방을 팽개쳐두고 벌러덩 눕더니 어느덧 잠을 청하는 거였다. 망연자실 앉아있는 내게 오히려 "니가 너무 예민해서 그래."라는 서운한 말만 남길 뿐이었다.

우리옆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튼튼하게 생긴 여학생 두명이 우리와 똑같이 '일본 100배 즐기기'란 책을 보면서 일정을 확인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일본인으로 보이는 여학생 둘과, 역시 배낭여행객으로 보이는 일본 남자 몇명이 있었다.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장사꾼으로 보이는 한국아저씨들 대여섯명... 이들은 순진한 링링에겐 다소 공포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사투리섞인 거친 말투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저 행동들, 큰 목소리와 이상 야릇한 눈초리... 옆에 있던 일본애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좀더 조용한 곳을 찾아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아저씨들이 막 술판과 고스톱판을 벌이려는 순간 온달과 나도 주섬주섬 짐을 챙겨 옆방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도 승선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지 자리가 많이 빈 상태여서 원하는 곳에 짐을 풀수가 있었다. 짐을 풀고 보니 이쪽방에 한국사람은 온달과 링링 뿐이었다.
아까 자릴 피했던 여학생 두명과 그 다음으로 자릴 옮긴 일본 아저씨 하나, 그리고 남학생 하나... 쫌 더 있으니까 우리 다음으로 또 일본남자애가 다시 자릴 피해 이리로 와서 짐을 푸는 거였다. 대단한 한국 아저씨들...이제 그방은 아저씨들 소굴이 됐겠지?

 

자리를 옮기고 나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래서 온달이 잠시 눈을 붙이는 동안 배안을 살펴 보기로 했다. 배안에는 객실뿐 아니라 레스토랑, 라운지, 면세점, 작은 게임방과 노래방, 그리고 대중목욕탕이 갖춰져 있었다. 그리고 배안에서는 일본엔화를 사용해야 했다. 휴게실에 있는 자판기를 보니까 음.. 일본여행가는거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뭐라 일본글씨로 써있는 알수없는 음료수와 여러가지 컵라면들, 또 데펴먹는 음식까지도 자판기로 해결이 되는것 같았다. 일본이 자판기의 천국이라는 말이 진짠가부다.
배의 2층엔 1등실이 있는데 2등실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그리고 특실을 얼핏 봤는데 큰 창이 있어 바다가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그런 스위트룸이었다. 그런 방에서 묶어야 그래도 크루즈 여행이라 할만하지... 이건 2등실에서 냄새나는 담요 덮으며 크루즈 흉내내긴 좀 그렇지. 타이타닉처럼 근사한 장면을 연출해볼까 했었는데... 와르르...

내가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는 사이 배는 어느새 부산항을 떠나 출항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 6시 30분이니까 7시가 될때까지 이 근처를 배회하다가 7시 넘으면 본격적으로 출항할 모양이다. 배는 약간씩 흔들렸지만 멀미를 할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탁 트인 바다를 보니까 기분이 좋아져서 얼른 객실로 가 온달을 깨웠다. 


중요한 가방과 카메라를 챙겨 갑판위로 나와 기념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날이 우중충해서 사진이 잘 나올진 의문이었지만 어쨌거나 멀어지는 부산항구를 배경으로 역사적인 기록을 남겨야 하니까 열심히 분위기 잡으면서 찍었다. 핸드폰으로 엄마한테 전화걸었더니 "이서방이랑 꼭 붙어 다녀라~!" 라며 걱정하신다.
저녁 7시가 되자 배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한다. 갑판에서 내려와 선실로 돌아가려는데 배가 점점 흔들리더니 걷기가 불편할 정도로 흔들림이 심해졌다.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면서 눈이 뱅글뱅글 돌기 시작해서 얼른 선실 내자리로 돌아왔다. 멀미 할까봐 한참 동안이나 자리에 누워 억지로 잠을 청했다.

한 9시쯤 되었을까...옆에 있던 온달이 없어져서 봤더니 저~기서 TV보며 깔깔대고 있다. 비디오로 '신라의 달밤'을 틀어주더라구... 난 그사이 수건을 챙겨 목욕탕으로 갔다. 사람이 많을줄 알았는데 가족으로 보이는 할머니, 엄마, 아이만 있어서 나도 부담없이 들어갔다. 아무리 배가 크다해도 이 많은 사람들이 한번씩 목욕하면 물이 엄청 모자랄텐데 어떻게 다 충당할까...하는 쓰잘데기없는 걱정을 하면서 샤워를 하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그 순간에도 배가 이리저리 흔들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나와 바톤터치해서 온달이 목욕하러가는 동안 난 얼굴에 이거저거 바르며 피부관리를 했다. 여행중에도 잊으면 안되는 거니까...

벌써 밤 10시다. 어제 밤새고 오늘 아침 일찍 집을 나와서인가... 왠지 하루가 굉장히 길게 느껴진다. 그 긴 하루를 전철, 기차, 배에서 보냈구나...
여긴 우리나라와 일본의 어디쯤 될까? 아까까지 연락이 되던 핸드폰에 이제 '통신불능'이란 메시지가 뜬다. 지금쯤 엄마, 아빠는 가게에서 돌아오셨을 테고... 역곡의 어머님도 집에 돌아오셨을까? 많이 걱정하실텐데... 그리고 구슬이 녀석은 어떻게 됐을까?(구슬이가 누군지 궁금한 사람은 이 사이트의 '구슬이 인생유전'을 살펴보시길..) 분명히 자기 왔다고 여러번 '니야오~옹!' 거렸을텐데...불쌍하게도 잠잘곳이 없어 떠돌아 다니겠지...

* 뒷부분은 여운(?)을 위해...--a 저희 홈페이지www.howgen.com 하우젠 서치에 오시면 더 보실 수 있답니다.
(초기화면 중간 오른쪽 메뉴중 'hot'입니당~)그럼...
 

1 Comments
부부사기단 1970.01.01 09:00  
앗~ 사진이 안나온당! --(알 수 없는 오류발생이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