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인도네팔여행 (1)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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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인도네팔여행 (1) 가난

뽀뽀송 5 517

2002년도 그렇고

2005년에도 뭄바이로 들어갔다.


늦은 밤 도착한 공항을 나서면,

언제나 거지 아이들이 손을 내밀며 나를 맞이했다.


'Give me money'


02년에는 적잖이 당황스러웠으나,

05년에는 예상하고 있어서 그러려니 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길에는 더 많은 가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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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으로 석양지는 인도문(The gate of India) 옆에서 노을을 감상할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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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기는

익숙하게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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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인도문은 유명 관광지라

그리 사람들이 많은데도

그들은 너무 잘 잔다.


평소에 그들은,

나같은 어리버리 젊은 외국인의 동정심을 공략한다.

'자기는 돈이 필요없다. 아기가 먹을 수 있도록 분유 한통만 사달라.'

가격을 물어보면 제법 거금이다.

일행 중에는 도움을 주는 이도 있었으나,

나는 슬금 도망쳤다.


이전 여행으로 알고 있었다.

인도 전역에서 매일 겪을 일이며

그들은 나의 동정심의 죄책감을 끊임없이 자극한다는 걸.


못사는 불가촉천민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무지막지하게 많다는 건 몰랐다.

기차간에서 어느 인도 할아버지에게

"왜 이리 거지가 많나요? 마음이 너무 아픈데요."

라고 말 걸었다가,

"너네 나라엔 거지 없냐"고 역정을 들은 이후론

이 나라의 가난을 

신경쓰지 않기로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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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 시내엔

이렇게 말쑥한 차림의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의 아이들은 

저쪽 구석진 곳에서

아무렇게나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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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남의 빨래를 해주며 산다는 도비가트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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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 Do you have a cigarette?"


가트내 남자들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대부분 이렇게 물어온다.


"No, I don't smoke"


나는 관광을 했고,

그들은 생존을 위해 일했다.



인도 여행 중엔

12시간은 기본인 야간 기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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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보니,

도둑질을 하는 건 아닌데,

차내를 돌아다니는 아이가 보여

따라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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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km 가 넘는 도시간을 이동하는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손님들이 버린 음식을 주워 배를 채우고 있었다.

플라스틱 빈병을 주워 팔기도 하면서.


저 나이에

저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5 Comments
동쪽마녀 2023.12.28 00:22  
인도 네팔 여행기에 부제가 '가난'인 것을 읽고 각오는 하였지만
제가 너무 좋아하는 석양 사진이 무색한 애기 엄마하고 애기.ㅠㅠ
근데 애기 엄마가 맞을까요?
정말 애기 엄마라면 아무리 더운 나라여도 아무리 홑겹 덮개여도
자기 혼자 뭘 덮고 깔고 하지 않을텐데요.
애기 끌어안고 같이 덮거나 자기는 못 덮어도 애기는 덮어주는 게
흔히 말하는 모정인데.
아무 것도 모르는 애기의 고단한 발바닥 때문에 눈물이 났습니다.

하지만.
말없이 잠든 모습은 가슴 아픈데 깨어서 하는 행동들은 참.
저는 주변에 타인의 죄책감을 정말 잘 이용해 먹는 인간들이 넘쳐나요.
가장 나쁜 것들이 타인의 죄책감과 동정심 자극해서
제 맘대로 조종하고 먹고 사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게 일일이 예를 들을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흔한 게 사실이기도 하고
매스 미디어나 기부 유도 광고 대부분 역시 그러하고요.
인도 만큼은 아니지만
캄보디아 앙코르왓 관광지에서의 아이들 역시 그러해서
그 당시 그 아이들 또래의 도로시를 데리고 여행 다니는 마음이
참 편치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 나이에 저렇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를 피사체로 사진 찍으실 때
뽀뽀송 님 마음은 어떠하셨을까요.
뽀뽀송 님이 무정하다고 탓하는 게 결코 아닙니다.
'저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멘트에서 무심한 듯 보이려는 안타까움이 드러나거든요.
저 나라의 뿌리 깊은 가난은 잠깐 스쳐가는 여행객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에효.
저는 안되겠어요.
원래도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등의 나라들 여행할 생각 조차도 없었지만
저는 정말 안 될 것 같아요.
ㅠㅠ
뽀뽀송 2023.12.28 00:30  
[@동쪽마녀] 피사체가 앞에 있을 때는,
고민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좋은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합니다.
현장에서 사진을 짤라내지 않아도 되는 화각까지 결정해서 찍기 때문에,
피사체 앞에선 구도와 화각 고민이 우선합니다.

찍고 나서 정리하며 생각을 하죠.
왜 저걸 찍었는지.
제 뒤에서 저를 보는 사람의 시선을 느낄 정도로 신경이 무척 예민해서
카메라를 들었을 땐, 현장에선 제 현장 판단력에 전적으로 의지합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너무 예민해 져서
여행이 여행같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에,
카메라를 아예 가방속에 넣어 버리고 사진 찍기를 하지 않기도 해요.

피사체를 이해함이 우선이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그냥 돌아다니다가
며칠 지나서 거기가 익숙해지고 어떤 느낌이 오면,
카메라를 들고 찍는 경우도 많구요.

찍을 땐, 아이들이 불쌍하단 생각이 들지 않는 편이에요.
눈물흘리며 사진을 찍을 순 없으니까요.

속은 젤리이나,
상황에 따라 겉은 아주 비정하답니다. ㅎㅎㅎ
동쪽마녀 2023.12.28 00:54  
[@뽀뽀송] 저도 극성맞은 아이들까지 안스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도 순한 아이들만 예뻐하는 편파적인 아줌니거든요.ㅋㅋ

겉바속촉.
흔히 말하는 츤데레이시구먼요.
비정이 아니라 객관적인 시선이겠지요.
무턱대고 감상적으로 접근하면
교육이든 후원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그곳 사람들과 아이들이 자립하도록 돕는 일은 불가능하니까요.
도로시 꼬마 때부터 저개발국가 아이들 1대일 후원해왔는데
늘 생각하는 거예요.
그냥 덮어놓고 불쌍하다는 시선은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
저렴한 일회용 선심이 관광지 앵벌이 아이들을 만든다는 생각이고요.
말은 이렇게 해도 참 어렵습니다.
마음 정말 불편하고 보기 괴로운 일이기도 하고요.

근데 인도 네팔 여행을 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이예요?
저는 아줌니여서 겁나서라도 못 가는 곳들인 터라
궁금해졌어요.
뽀뽀송 2023.12.28 00:59  
[@동쪽마녀] 어릴 때 해외여행기를 많이 읽었는데,
인도 여행기가 제일 재밌었어요.
그래서 첫 여행은 인도로 가자고 싶었거든요.
뽀뽀송 2023.12.28 01:00  
[@동쪽마녀] 넘 늦었네요. ㅋ
여행기를 계속 쓰다 보면,
자연스레 나올 얘기가 아닐까 싶어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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