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해변, 꾸따지역..좋거나 혹은 황당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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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해변, 꾸따지역..좋거나 혹은 황당하거나..

고구마 3 5290
처음 발리에 도착해 꾸따 해변을 바라봤을때, 그 때 우리가 느낀 황당함은 대략 “ 아..깬다..” 였습니다.

그래도 동남아시아에서 해변이란데는 많이 가봤다고 짐짓 생각하고 있던 터였는데, 다른 나라의 해변과는 영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곳 꾸따의 혼란스런 북적임과 사나운 바다의 모양새는 좀 적응이 어려웠어요.
왠놈의 파도가 그렇게 쳐대는지...수정같이 맑은 물에 보석같은 모래가 아니잖아!!!
이거 원 수영이나 할수 있겠어.....라며 투덜거린 기억이 나네요.

석양 무렵이 되면 조용해 지는 다른나라의 해변들과는 달리, 해자락이 깔린 해변에 외국인의 수보다 훨씬 많은 현지인들로 부글거리는 이곳이 참 낮설게 느껴지고 편치 않아 단 하루만 자고 그 다음날 일찍 도망쳤죠..우붓으로...
이건 아니야!! 를 외치며 ( 물론 맘속으로만..) 아무런 아쉬움 없이......

그 후...우붓 을 시작으로 해서 발리를 떠돌다가  꾸따로 다시 돌아오기 직전까지도 이곳에 대한 인상은 쉽게 바뀌어지지 않았고, 거기다 한술 더 떠 요왕은 저 멀리멀리 이름도 기억안나는 섬으로 ‘코모도 도마뱀’ 보러가자고 성화를 부리기까지 합니다.....헉~

“ 별 볼일 없는 꾸따 가지 말고, 살아있는 마지막 공룡~ 코모도 보러가자. 배에서 먹고 자고 오고 가는데 5일이면 된데......”
배에서 먹고 잔다고...? 오 마이 갓~
그렇지 않아도 작은 비용으로 길고 가늘게 사는 떠돌이 여행에 신물이 나있는 내게....고생길임이 분명한 코모도 도마뱀 투어를 하자고..?

아무리 맘에 안 들어도 그렇지, 발리에 와서 꾸따 안보고 간다는게 말이 되냐...? 그리고 제발 나 좀 살려줘....내가 이제 나이가 들어서리, 고생을 해도 살이 안 빠지는 저주 받은 체질로 바뀌어서 이렇게 퉁퉁한 외양을 유지하고 있을 뿐, 몸속에 쓸만한 영양소는 다 빠져나갔단 말이양!! 라는 사정과 읍소로 꾸따로 돌아가게 됐죠.....‘거기 가면 말이야...백화점 슈퍼에 통닭도 판데...통닭통닭통닭..’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잘한 결정이었어요..


발리 남서부에 나란히 위치한 스미냑, 꾸따 르기안, 그리고 투반은 그 경계를 딱히 분명하게 나누기도 어렵고 또 구지 그럴 필요도 없는거 처럼 느껴집니다.
그냥 한자루속에 싸잡아서 발리 남서부 해안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 지역의 인상은.......
“개성이 강해서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기는 글렀구먼....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무척 좋아하겠는걸..”
뭐 이정도 개인적인 느낌이 드네요. 이건 여행 정보도 아니고 그냥 주절주절 이야기니까, 객관성 같은 건 좀 결여되도 될듯....흐흐....

어쨌든 이곳에서 일주일을 지내는 동안....
혼잡함은 흥겨움으로 다가오고,
석양무렵의 북적이던 해변 풍경은, 낮에는 그 모습을 달리하여 여타 동남아의 다른 해변들과 비슷한 그림을 연출하고,
사납게만 보이던 파도도 보드 타고 놀기에 신나는 액티비티로 느껴지고
적당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들
마타하리 백화점 슈퍼에서 느낀 풍요로움( 꼭 사지 않더라도....)등등등....

물론 궁합이 잘 맞아떨어진다면 이렇게 느껴지는 거고, 또 이건 무척 개인적인 느낌이니까요...

해변 노점상들의 괴롭힘에 가까운 호객과 거의 옷깃을 스쳐 지나가는 오토바이의  미친 행렬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분명히 존재 합니다.
혼잡함을 조금이나마 피하고 싶다면 이 지역에서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거의 이어져 있어요..) 스미냑으로 가는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거에요.

서퍼의 바다라 불리워 지는 발리에서 보드도 한번 타봐야죠~~
부기보드( 서핑보드 말고 일미터 남짓 정도의 귀여운 보드) 를 타고 꾸따의 파도에 몸을 실은 요왕은
물보라에 휩쓸려 가죽끈으로 단단히 머리통에 고정시킨 안경을 잃어버리기 전까지 두시간도 넘게
논스톱으로 물놀이를 하는 저력을 보여줍니다.

잔잔한 바다에서의 평화로움도 높이 살만하지만, 이곳에서의 익사이팅한 느낌은 시간 가는줄 모르게 하는 재미가 있다고 하더군요..
두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길래(스노쿨링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물에 오래 들어가 있던 적이 없었거든요.) 혹여 다른 사람의 서핑보드에 머리라도 찍혀서 바다위에 둥둥 떠돌고 있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모락모락~
그 때문에  두더지 눈을 하고 황망한 걸음걸이로 듬성듬성 걸어오는 요왕의 얼굴에 안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첨에는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죠......
그나마 스페어로 하나 더 준비해온 게 숙소에 있어서 덜 당황했지, 안경 하나밖에 안가져왔으면 큰일날뻔 했어요. 어쨌든 그만큼 잼있었다는 반증이겠죠....
결국 부기 보드 돌려주고 남들 보기엔 티 안나게 수건의 양쪽끝을 살포시 서로 잡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해서 숙소로 돌아왔다는.......쩝.

게다가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역시 사람이 많이 몰리니 수요가 많아지고 그러면 공급도 많은 법....
골목 마다마다 싼음식부터 비싼 음식까지, 너절한 와룽에서부터 최고급 식당까지...빼곡히 들어차서 여행자들의 배를 채워줄 준비를 하고 있으니, 우리같은 백패커 한테는 그야말로 ‘ 이곳이 천국일세’ 가 되는거였답니다.

그리고 여타 다른 해변들에 비해 여행자의 평균 나이가 좀 젊은 편에 속하고, 가족 여행자가 많다는 것, 그리고 태국의 푸켓과 파타야처럼 서양남과 현지녀 커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라면 특징일수 있어요.

나이트라이프에 목마른 끼 많은 여행자들, 그리고 이국의 정취에 취해서 신나게 댄스로 몸 좀 풀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도 이곳 꾸따는 무시하지 않죠. 물론 저같은 사람한테야 아무런 해당사항이 없지만....

요왕같은 인터넷 중독자의 경우...발리의 평균적인 인터넷 사정은 무척이나 열악한데 비해 이곳 꾸따에서는 잘만 골라들어가면 그나마 괜찮은 속도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구요.

아....물론 꾸따의 단점들도 적지 않은데, 그중 하나는 걷기가 무척 곤란하다는 거였어요.
인도와 차도의 경계가 불분명 하거나 또는 없는 곳도 많았고,
그 좁은 뽀삐즈 골목은 땅을 파헤치는 공사현장과 그 사이를 걷는 여행자와 현지인들, 그 사이로 더 이상 틈도 없는 길에 속도를 내며 달리는 오토바이와 차들로 그야말로 혼이 쏙 빠지는거 같았구요. 일방통행 길에서 거꾸로 달려오는 오토바이는 거의 요왕을 칠뻔 하기까지....휴우~~
바퀴가 몸에 닿는걸로 끝나서 망정이지 정말 부상이라도 입었다면...아찔합니다. 자나깨나 몸조심!!
정신없이 허둥대다가 개가 싸놓은 똥이라도 밟은 날에는 정말 기분 ‘shit' 되는 거죠...게다가 보도 블록도 왠 굴곡이 그리도 많은지...
그리고 해변에서의 귀찮은 호객행위와 잡상인들의 끈질긴 손짓도 여행자를 힘들게 하구요...


어쨌든 좋은것도 많고 그렇지 않은것들도 많고 , 이것저것 냉장고에서 다 끄집어내서 고추장 풀고 끓인 잡탕찌게 마냥 복잡미묘한 맛의 꾸따였어요.

발 리가 어쩌다 보니 외부사람들에게 ‘파라다이스’ 같은 느낌으로 ( 매스미디어의 영향이라 아니할수없지...) 다가오지만 , 세상 어디에고 사람 사는 곳이 천국으로 남아 있는 곳이 그 어디 있겠나?...싶군요
조금만 눈높이를 현실적으로 조정한다면, ‘여기가 천국은 아니지만 재미는 있구먼’....하고 공감하며 멋있는 추억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되네요.


그냥 사족으로~~~

현지 신문을 보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공항을 통해 출입국하는 외국인 여행자의 수를 집계해놓은 표를 보니 일본. 호주. 대만 .한국. 그리고 영국과 독일 이렇게가 빅 6 더군요.
일본과 호주는 근소한 차이로 일이위를...대만과 한국도 근소한 차이로 삼사위를 서로 차지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일본여행자수의 약 45%에 달하는 선전(?) 을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아니 이렇게나 많이 온단 말야...? 근데 다 어디 간거야...?’ 알고 보니 대부분의 한국분들은 리조트 위주 여행이라 현지에 노출되는 빈도가 무척 작데요. 그래서 절대적인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은 그만큼 체감을 잘 못하는듯 하더군요.
와서 돈은 많이 쓰는데 인지도는 낮은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어요. 앗~ 뭐 이런 현상이 나쁘다는게 아니고 ‘그냥 그렇다더라’....이거죠...
그래서 인지 꾸따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일식집들은 무척 많은데 한식집은 잘 안보이더군요. 한군데 간판 붙은 곳이 있긴 하던데, 찾아가 보니 이제 영업안한다고 경비가 일러주더라구요.
앞으로는 좀 달라지겠죠..? 발리도 개별배낭여행 하기에는 참 좋은 곳이니까, 많은 여행자들의 탄탄한 발걸음이 이곳으로 향하길 바래 봅니다.
3 Comments
필리핀 2004.08.08 08:15  
  얼마전 뉴스를 보니 영국 왕족 여성(왕위 계승 순위가 60위인가???)이 꾸따에서 뉴질랜드 출신의 양털깍이 홀아비를 만나 결혼한다고 하더군요. ^^
글쎄요 2006.01.27 11:20  
  인도네시아 차도 인도 구분이 잘 안되있지요
대부분의 경우 인도 예산을 누군가가  집어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군요 자카르타도 인도 없는곳이 많아요
snsqncj 2015.04.10 15:26  
좋은 여행기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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