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ise Way from/to S'pore 03 : Singapore Zoo
아내와 단둘이 다닐 땐 싱가폴 동물원(Singapore Zoo http://www.zoo.com.sg/)에 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좀 특이하다 할만한, 싱가폴야생보호국(Wildlife Reserve Singapore)에서 동물원과 같이 관리하는, 주롱새공원이나 Night Safari는 일부러 다 가 봤지만, 싱가폴 동물원이야 가 봐야 뭐 그냥 동물원인데 굳이 가봐야 쓰겠냐라는 생각에서였죠.
싱가폴에서의 어느 일요일, 싱가폴관광청 팜플렛을 뒤적이다가 나온 하얀호랑이를 보여주기로 한 큰아이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아이들 때문에 동물원도 가고,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간 김에 스트레이트로 나이트사파리까지 완주를 하고 오려는 계획으로 호텔을 나섭니다.
동물원 가는 버스를 타기 전, 숙소인 Peninsula Excelsior 근처의 Faith Family Church(http://faithfamilychurch.org.sg/)라는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립니다. 숙소인 Penisula Excelsior 바로 옆, Grand Plaza Park Hotel 2층 그랜드볼룸에서 매 주일 오전 10시반에 예배를 드립니다. 페닌술라 엑셀시어로 숙소를 정한 이유 중의 하나도 예배 드릴 수 있는 교회가 바로 길 건너에 있었다는 점.
싱가폴 교회는 처음 가 보았는데 인상적이었던 건, "Thank you lah!" 나 "Sorry lah." 처럼 싱글리쉬의 대표적인 예인 말 끝에 붙이는 ~lah라는 말을 목사님 설교 중에도 "여러분, 아멘이십니까?" 라는 의미로 "아멘 라!? (Amen lah!?)" 하시더라는 것. ㅋㅋ
낯선 이방인 가족을 따뜻하고 친절하게 맞아 주신 Faith Family 교회 식구들을 뒤로 하고 North Bridge Rd.를 따라 중간에 Old Chang Kee에서 튀김도 사먹으면서 올라가 Bras Basah Rd.에서 좌회전, Singapore Art Museum을 지나 오차드 로드 쪽으로 갑니다.
바로 싱가폴동물원으로 바로 가는 Bushub Service 버스(www.bushub.com.sg )가 Bras Basah Rd. 끝자락에 위치한 Rendezvous Hotel 맞은편에서 서 거든요. 랑데뷰 호텔 가는 길, Singapore Management Univ. 뜰에는, 꼭 채지충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생긴 조각품들이 재미난 모양을 하고 서서 지나치는 여행객의 기분을 즐겁게 해 주는군요.
랑데뷰호텔에서 Prinsep St. 건너편 정류장에 1시 20분까지 온다던 버스는 한 20여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질 않습니다. 나이트사파리 갈 때 보니까 전철 타고 버스 갈아타고 하는 경로가 아기 둘 데리고 가기엔 좀 번거롭던데... 한큐에 가는 이 버스를 놓치고 싶지가 않군요.
함께 기다리는 중년의 백인 부부와 서로를 의지하며 버티면서도, 이거 택시를 타고 가야 하나, 사알짝 의심이 드는 순간 오차드거리 코너를 돌며 나타나는, 어른 인당 S$4면 편하게 그리고 한큐에 싱가폴동물원까지 가주는 버스허브사 제공 버스!
한창 피크일 것임이 분명한 일요일 오후. 예상대로, 동물원에서 간단하게 한끼 해결할 수 있는 KFC와 Pizzafari 앞에 서 있는 줄이 빈탄섬 선착장까지(^^;;) 늘어 서 있습니다.
이럴 줄 알고 싱가폴 미술관 옆 코피티암에서 볶음밥 사왔지롱. 편의점에서 콜라만 하나 사서 푸드코트에서 테이크아웃 해 온 음식들로 점심을 해결합니다.
서울 영풍문고 빌딩에 있는 싱가폴관광청 책꽂이에서 빼 온 책자 뒤에 있는 동물원 20% 할인 쿠폰으로 20%씩 할인을 받고 티켓을 구입합니다.
나이트 사파리 콤보 입장권을 사면 역시 전체적으로 20% 할인 효과가 있지만 그냥 별생각 없이 이 손가락 두마디 크기도 안되는 종이 쪼가리가 효력이 진짜 있나 싶어서 그 쿠폰으로 동물원 입장권만 사서 20% 할인 받았습니다.
나중에 나이트 사파리는 또 남은 쿠폰 써서 할인 받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콤보권으로 안 사길 정말 잘한 듯. 하도 잘 따라 다녀서 우리 부부가 우리 아기들을 과대평가 한 것 같습니다만, 열대의 나라에서 하루 동물원 두군데는 아기들이 소화해 내기엔 역부족이었죠.
클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한 바이지만, 직접 들어와서 보니 예상한 것보다 더 크다는 체감적 느낌입니다. 듣던 대로 주로 해자(垓子)와 바위 절벽 등을 이용한 자연 그대로 느낌을 주는 울타리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동물원 뿐만 아니라 거대한 열대 식물원이 되었습니다.
해자를 뛰어 넘고 바위를 기어오를 만한 동물들의 우리는 이렇게 유리벽으로 처리해서, 여하튼 쇠창살 감옥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최소화하려고 애를 많이 썼더군요.
걔 중 오랑우탄 섹션은 별다른 울타리 없이 그냥 이렇게 관람객들이 다니는 길 옆으로, 마치 아무렇게나 되어 있는 것처럼, 그냥 시내 공원에 풀어 놓고 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오랑우탄들이 맘만 먹으면 길거리로 뛰어 나올 수 있을 것만 같군요. 코타키나발루에서 오랑우탄한테 애기 뺏길 뻔한 경험이 있는 (...까지는 과장이고. 그래도, 아빠가 앞으로 안고 있는 애기 발목을 오랑우탄이 마구 잡아당겼던 순간) 우리 부부로선 선험적 학습 효과였을까, 여튼 약간 섬뜩했던 구간.
그닥 실제 하는 건 없으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철썩같이 컴퓨터 시각 디자이너에서 찾고 있는 아내는 동물원에 와서 동물은 사진 안 찍고 계속 각종 표지판들을 찍습니다. 너무너무 멋지게 하나의 컨셉 가운데 다채롭게 변주된 디자인 잔치마당이라나..? 그래도 난 저 동물 대가리 붙여 놓은 길 안내표시는 정말 동물 머리만 잘라서 걸어 놓은 것 같아서 영 징그럽두만.
꼭 CG 처리한 영상을 보듯 초록빛 물 색깔을 배경으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모노톤의 피그미 하마처럼 신기한 동물들 구경에 엄마 아빠가 신이 나서 어머어머하면 이곳 저곳을 신나게 쏘아 다니는 와중에도...
큰아이는 하얀 호랑이 타령입니다. 사실 큰애는 싱가폴에 온 목적이 하얀 호랑이 보러온 거나 다름 없어서... 이런 저런 동물들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계속 조릅니다,
"하얀 호랑이, 지금! 지금 보고 싶다구!"
도움닫기를 해서 뒷발로 확 차고 날아오르면 꼭 충분히 날아 건너올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리에 정말 하얀색 호랑이가 어슬렁어슬렁 거닐고 있군요. 각종 매체에서 여러번 봤지만 직접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신기합니다.
아빠가 우리 아들 좋아하는 하얀 호랑이 잡아 줄게. 이이-얍!
동물원은 Mandai Lake 커다란 호수를 면해 있습니다. 길 따라 움직이며 군데군데 보이는 호수의 경치 역시 참 호젓하고 아름답군요.
애기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 본 부모님들 상당수가 이런 경험을 해 보셨다고 하던데요... 동물들 보여 주며 가족 소풍과 함께 교육적 효과도 거두려고 기껏 데려가 줬더니, 사자, 호랑이 안 보고 개미 구경하고 앉았다는.
한 친구의 아기는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쇠창살만 유심히 보더라는 말을 듣고, 은행 보안시설 전문가로 한번 키워보라고 그랬었는데, 우리집 큰 아기도 코끼리 보러 와 놓구선 코끼리는 안 보고 우연히 발견한 딱정벌레에 푹 빠져 버렸더랬습니다.
각종 놀거리와 볼거리가 넘쳐 날 것 같은 Rainforest Kids World를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거 동물원 3분의 1도 돌지 않았는데, 아기들 집중력 급속저하. 일정 완수가 여행의 즐거움을 앞서서는 절대 안되는 법. 기수를 돌려 Splash Amphitheatre에서 하는 풍덩쇼(Splash Safari Show)를 보고 동물원 구경을 마무리 하려 합니다.
풍덩쇼라고 하지만 샌디에고 Sea World 스타, Shamu의 쓰나미 풍덩쇼 같은 규모는 전혀 아닙니다. 아기들을 위한 작은 소품같은 쇼라고나 할까.
Wet Zone에 앉았다고 잔뜩 긴장한 것이 무색하게 살짜쿵 물방울 몇개만 받아 주시고 아쉬움을 잔뜩 묻어 두고 동물원 문을 나서려 합니다.
으레 그렇듯 출구에는 기념품점이 있기 마련이고 습관적으로 들어가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아이들 우유컵으로 하면 딱 좋을 컵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곳에서만 팔 것 같은 그런 컵들.
계산하려고 보니 1달러 할인 쿠폰 없냐고 친절한 계산원 청년이 물어봅니다. (덥겠더라, 냉방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호랑이 털모자 쓰고... 관자놀이 밑으로 맺힌 땀방울. 남의 돈 벌어 묵기 참 쉽지 않죠잉.) 헉, 그런 게 있었어? 무슨 행사 중인지 입장권에 스테이플로 1달러 할인 쿠폰이 달려 있어야 했는데 우리 가족은 받지 못했던 것.
얼른 입구 쪽으로 달려가 사정 설명을 하니, 동물원 직원 아줌마, 무슨 큰일난 것처럼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며, 아 알았다 오바, 접수 완료다 베이베들, 이 언니가 얼른 갖다 줄게, 하시며 얼른 1달러 할인 쿠폰을 갖다 주십니다. 오우, 누님, 근데 우리가 성인표 2장 끊었는데 1장 더 갖다 주셔야죠, 하자 되려 죄송해 하시며 다시 1장을 더 갖다 주십니다. 쿠폰 받지 못했다는 우리 말을 전적으로 믿고 도와주신 이 친절봉사정의구현 직원 언니의 도움으로 2달러 전격 할인(어디 스파게티집 같은 데 가서 밥 먹을 때 1-2불은 아무 것도 아닌데, 이럴 때 1-2불은 그 수십배 가치의 기쁨을 안겨 주는 듯... ^^;;), 원하는 컵을 샀지요.
요넘이 바로 그 컵들. 하나에 10불도 되지 않지만 사서 보면 볼 수록 넘 이쁘고 튼튼해서 동물별로 다 사오면 좋았을 걸 생각까지 들게 함.
다시 버스허브 버스를 편도 S$4를 내고 오차드거리까지 편하게 옵니다. 아이들은 많이 피곤했었는지 곤히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이럴 때 엄마 아빠들은... 넘 기쁘죠. 아 편하게 밥 먹을 수 있다, 이 상태로 다이렉트로 밤잠까지 이어지면 부부끼리 차 한잔 놓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배고파서 깨어난 둘째를 필두로...
아름답게 불 밝힌 싱가폴국립박물관을 지나 숙소로 돌아와 보니,
버스에서 자면서 원기회복한 아이들, 완전 팔팔해져 버렸습니다. 아이구 여보, 오늘도 애들 재우다 보면 잠들어 버려서 내일 아침 애들 재우다 같이 자버린 것 분해하면서 일어나겠구료. 에효, 우리가 그렇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