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grove Tour → Kelong Restaurant
빈탄에는 갖가지 투어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맹그로브 투어라든가 빈탄섬의 현지인들이 사는 모습 또는 전통공연을 보는 투어, 근처 유명한 산을 오르는 투어 등이 있습니다. (http://www.bintan-resorts.com/)
신청은 각 리조트마다 투어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데스크가 있어서 거기서 할 수 있죠. 그러면 투어 회사에서 버스로 각 리조트마다 들려서 손님들을 다 모아 해당 투어 장소로 가는 형식입니다.
백동이와 아내는 맹그로브 투어를 반나절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클럽메드 카피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려고 빈탄에 왔는데 투어로 하루를 허비하긴 싫고, 그렇다고 계속 수영만 하고 놀긴 좀 아깝고... 게다가 맹그로브라면 이런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특이한 생태계니까 볼 만한 가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니르와나리조트의 투어 담당자 아저씨 되게 웃깁니다. 우리 부부가,
"We'd like to join the magrove tour. (맹그로브 투어 가고 시포요.)"
하며 데스크로 가자 머리가 벗겨진 이 유쾌하게 생긴 젊은 아저씨,
"Ah, 안.뇽.하.씨.요! 여기 앉아! 앉아! Mangrove tour.. For 8AM-one, this time tour... (갑자기 두 팔로 X자를 만들면서) 업써! 업써! You can enjoy only 10 AM one in the morning time.(8시 투어는 없어요. 오전 중엔 10시 것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자기가 아는 한국말을 절묘하게 섞어 가면서 정말 재밌게 투어를 설명해주고 예약, 수속을 해 주었습니다. 워낙 세계 각국 사람들, 특히 많은 한국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척 보면 한국 사람인지 알고 투어 코디네이터답게 들뜬 분위기로 즐겁게 수속해 주나 봅니다.
빈탄에 온 첫 날 투어를 예약하고 둘째날 9시30분 쯤 리조트 주차장으로 우리를 데리러 온 버스에 올라 다른 리조트 손님들과 함께 맹그로브 투어 보트가 출발하는 부두에 집합,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에 올랐습니다.
백동이 뒤로 보이는 사람들은 싱가폴에서 온 가족들. 선블록도 안 가지고 와선 우리 부부가 온 몸에다 마구 바르자 쩜 빌려달라구... 별로 안 남았길래, "You may finish it up! (다 써두 되요!)" 했더니 정말 식구대로 다 바르고 거의 빈 튜브만 돌려줬다는. 있는 넘이 더 해.
처음엔 천천히 움직이면서 이 곳 어부들의 삶의 흔적들을 여기저기 보여줍니다. 위의 사진은 어부들이 숯을 굽던 가마. 물과 접한 부분의 검은 층은 흙이 아니고 숯이 쌓여서 생긴 것입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숯을 구워 왔는지 알 수 있지요.
숯가마 외에도 어부들이 그물을 쳐 놓았던 흔적, 어부들이 쉬어가던 수상 오두막 이런 것들을 보다가 강이 넓어지는 곳으로 나아가면 그 때부터는 본격적인 맹그로브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보트가 스피드를 내기 시작합니다. 햇볕이 좀 따갑긴 하지만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모자가 날릴세라 빠르게 움직이는 스피드가 아주 그만이군요. 동남아 섬투어 가듯 파도를 가로지르는 스피드보트가 아니라 잔잔한 민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인지라 이것만의 정중동한 재미가 있습니다. 주위는 다 고요한데 우리들만 푸다다다-! 하는 큰 소리를 내며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죠.
투어 가격에는 보험료도 포함되어 있구요, 보트에 오르면 시원한 생수도 1병씩 나눠줍니다.
이제부터 맹그로브 수풀 지역 입니다. 정말 거대한 숲이 물 속에 뿌리를 박고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이고 밤이면 오징어도 올라온다는 투어가이드 언니의 설명. 물이 생각 외로 꽤 맑았지요. 수심은 5미터 내외로 그리 깊진 않다고 합니다.
유창한 영어로 능숙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투어를 진행해 준 인도네시아 현지인 가이드 언니. 더워 죽갔는 날씨인데도 이런 날씨에 익숙한 듯, 또는 뙤약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려는 듯 긴팔 옷을 단단히 껴입고 있었지요. 그래도 별로 땀을 안 흘리두만요.
오오, 이제 맹그로브 숲의 중심으로 중심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파라니아 같은 식인물고기야 없지만, 가끔씩 들리는 새소리 외에는 정말 쥐죽은 듯 조용한 밀림을 조심스레 물길 헤치며 보트로 나아가다 보니, 꼭 옛날 구피랑 도널드덕 나왔던 환타 광고처럼 슈퍼환타 찾아서 모험의 동산으로 가는 듯한, 긴장되기도하고 약간 무섭기도 한 기분!
운이 좋으면 원숭이 떼도 만난다고 하는데 우리 팀에게 그런 행운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뱀은 여럿 만났지요. 낮에는 주로 이렇게 자고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리조트의 직원 중 한명에게 얘길 들으니 어떤 때는 이틀, 사흘 지나서 가 봐도 저러구 가만히 있기도 한답니다. 아마 든든히 먹이를 먹고 더위 안먹기 위해서 며칠씩 휴식을 취하고 있는지도.
손을 내밀면 딸 수 있을 거리에 알 수 없는 열매가 달려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열매는 절대 따 먹어서는 안되는 열매. 가이드 언니가 Pong Pong Apple 이라고 부른 이 과일은 먹으면 눈이 먼다고 합니다. 뱀 봤다가 이렇게 먹어선 안되는 과일을 보니 자연스럽게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은 하와와 아담의 에덴동산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2시간에 걸친 맹그로브 투어는 현지 전통방식의 낚시를 체험할 수 있는 또다른 투어를 소개하는 자리를 수상 오두막에서 가지고 마무리가 됩니다.
앤디라는 자그마한 이 동네 소년이 역시 유창한 영어로 전통 낚시 도구들을 설명해 주는데 우리네 시골에서 보던 그것과 비슷한 것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여기 오지 않았으면 평생 접할 수 없을지 몰랐던 것들을 즐길 수 있었던 값진 체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역동적이고 스릴 있는 투어는 아니었구요. 그래서 뭔가 액티브한 것을 원하시는 분들에겐 약간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들인 돈이 아깝지 않은 소중한 투어였음에는 틀림없지요.
※ 아래는 빈탄리조트 사이트로 링크된 투어 안내지도와 동영상
Download Mangrove Guide Map
Download Mangrove video clip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왕도마뱀 한마리. 리조트 지대라서 그런지 모든 직원들이 다 친절합니다. 백동이의 이만기 다리만한 큼지막하고 징그런 도마뱀이 두갈래 혀를 낼름거리며 지나가는 것을 보고 허윽! 그러면서 경악하자, 운전기사분, 사진 찍고 싶냐며, 요청도 안했는데 차를 세우고 기다려 줍니다. 땡썰랏!
몸을 심하게 움직인 것도 아니지만 2시간여 동안 더운 날씨 속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작은 보트에 실려 다닌 것이 많이 피곤했었나 봅니다. 잠시 숙소에서 시원하게 에어컨 틀어놓고 낮잠을 즐기다가 수영장에서 좀 놀고... 저녁식사를 이 곳의 유명한 수상 레스토랑, Kelong 레스토랑에서 하기로 미리 예약을 해 놓았습니다.
켈롱이란 말은 현지어로 수상(水上)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켈롱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수상식당이란 말이겠죠. 니르와나 리조트에서 관리하고 있는 식당이므로 니르와나 리조트 데스크에 얘기해서 예약을 해달라고 하면 대신해 줍니다.
잠시 한눈 파는 새에, 어느 틈엔가 폴로 매장에 들어가 있는 아내. 그래 당신이 무슨 죄가 있어. 김유신 말마냥 저절로 옷가게로 들어가는 당신 발이 죄지. (빈탄 리조트 전역에서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폴로 옷들을 발리에서와 같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답니다. 굳이 흠을 잡자면 디자인이 약간 떨어지는 것 같지만, 그렇다 하는 눈으로 봐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고... 그 외엔 별다른 손색이 없는 굳, 굳, 굳 품질.)
식당까지는 밴으로 모시러 나온 차편을 타고 가면 됩니다. 노을이 쥑이는 곳이기 때문에 일몰시간을 미리 알아놓고 그 시간에 맞춰서 예약하고 가는 것이 중요하죠.
켈롱레스토랑에서 바라 본 빈탄섬의 다른 지역.
켈롱레스토랑 옆으로는 또 이렇게 길게 바다 위로 갑판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갑판길 끝에는 칵테일 바가 있어서 연인끼리, 부부끼리 가볍게 맥주 한잔, 차 한잔 즐길 수 있게 해 놓았지요.
이것이 바로 그 환상적인 저녁 노을 바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참으로 그림같은 경치에 넋을 잃어 주문한 소다음료의 얼음이 열대의 시원하면서도 어딘가 뜨슨 바닷바람에 다 녹는지도 몰랐답니다.
아내의 겐세이 없이... 풀사이즈로 감상하시겠습니다~
주문한 요리는 랍스터 500그램, 호키엔미(말레이식 볶음 국수) 1인분이었습니다. 여기에 드래프트비어, 스프라이트를 더하고 세금 봉사료 20%까지 ++.
풍성하게 차고 넘치는 운치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런 식사였지만, 나중에 리조트 직원 중 하나가 백동에게 하는 얘기가 그 반값에 다른 현지인 식당에 가면 훨씬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는데 켈롱 식당엔 뭐하러 가냐고 하는 핀잔. (리조트 직원 맞아?)
호기심 천국 아내, 테이블 냅킨을 어떻게 접어 놓는지 항상 궁금해 왔다며 이리저리 접어 보다가, 지나가는 여종업원 분에게 여쭤보니 정말 친절하게 접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아내가 잘 접는 것을 보고 같이 박수 쳐주는 모습에, 음식 값에 봉사료 이미 포함되어 있지만 않았으면 팁 좀 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 물론 쫌뱅이 울리 부부는 마음만 텔레파시로 전하고 팁은 따로 안 줬지요. ^^;;
이 곳에서 요리하는 신선한 해산물들은 바다에서 잡아와서 이렇게 식당 바로 옆 바다에서 보관을 하고 있다는 메니져의 설명.
즐겁게 식사하다가 나와 보니 어느새 캄캄한 밤이 되었고, 눈을 감고 느껴보니 한낮 열대의 더위는 어데로 갔는지 온데간데 없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짭조름하고 시원한 바람만 귓볼을 간지르는 머리카락 사이를 타고 불어 올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