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3달 가까이 베트남 서북부를 맴돈다.
그대로 인 것 같지만 그대로 인 것이 하나도 없는 길을 맴돈다.
그대로 인 것 같지만 그대로 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을 지나친다.
아직도 방치된 산사태 구간을 뚫고 무깡차이를 떠나 사파에 오른다.
아직도 길고도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을 지나친다.
그대로 일 것 같던 초록의 벼들은 그 사이 누런 빛깔로 익어간다.
그대로 일 것 같던 객의 얼굴은 하나 하나 바뀌었다.
그대로이지 않아서 세상은 사라지지 않고 사람은 살아진다.
사파에서 하장까지, 그리고 하장 루프의 긴 길을 달린다.
천국의 문턱을 건너고
요정의 가슴을 흠모하고
깐티 고개를 힘겹게 넘고
용이 오르다가 지쳐 쉰다는 탐마 고개에서 쉬며
백몽족 소년의 피리소리에 위로를 얻고
포방의 베트남-중국 국경을 바라만 보고
영화 촬영지 였던 렁캄 마을에 들러 몽족 일상의 단면을 묻히고
달의 표면에서 몽족 아이들과 담소를 나누고
아찔한 사진을 찍는 용바위가 있고
행복길을 잇다가 희생된 영혼을 위한 위렵탑이 있고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휴식처가 있고
가난한 몽족의 바위 투성이인 일터가 있는
아파오 고갯마루에서 한 참을 쉬고
깊고도 높은
오묘하고도 웅장한
마피렝 고개에서 지난번과 같은 네 번째의 탄복을 하고
공사 중인 176번 지방도를 따라
룽핀 계곡의 조용함에 빠지고
룽호 전망대의 화려함에 빠지고
전망대 몽족 소녀들의 발랄함에 빠지고
두지아 대협곡의 경외감에 빠지고
탐루엉 폭포의 시원함에 빠진다.
그리고 또다시 하장을 거쳐 낮과 밤의 대조처럼
다수와 소수의 대조가 극명한 사파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