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게되길 바라면서.....말레이 동북부의 쁘렌띠안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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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게되길 바라면서.....말레이 동북부의 쁘렌띠안 섬.

고구마 0 3861
쿠알라 트랭가누에서 며칠을 보내고 우리부부는 쁘렌띠안 섬으로 향했다.
전날 빈대들의 괴롭힘속에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샌 우리는 새벽 동이 트자 마자 샤워 한번 얼른 하고 쿠알라트랭가누 시외버스 터미널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우리가 묵은 핑 앵커리지는 선풍기 더블룸에 18링깃을 받는 저렴한 배낭 여행자 숙소여서 우리같이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에서 꽤 사랑을 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빈대 때문에 그야말로 학을 떼고보니 한시라도 빨리 그곳에서 나오고 싶은 맘 뿐이다. 새벽이라서 공기는 선선하다.
터미널에 도착해 시간을 알아보니 오전 10시에 쿠알라베솟(쁘렌띠안 으로 출발하는 배의 선착장이 있는 작은 마을이다.) 으로 가는 첫차가 있단다.
우리를 예의 주시하던 한 택시 할아버지가 슬금슬금 다가와 말을 건다.
"쁘렌띠안 가려고...?"
" 그런데요.."
" 내 택시 타.. 빠르고 편해. 당신들도 알겠지만 첫차는 10시에나 있다고.."
한사람당 15링깃 총 30링깃을 주고 거의 2시간 정도를 달려 쿠알라베솟에 도착했다. 선착장 주위로 고만고만한 여행사들이 문을 열어놓고있다.
스피드 보트를 탈까..슬로우 보트를 탈까...망설이다가 결국 느린배를 타기로 하고 일인당 40링깃 총 80을 여행사에 냈다.

배에 올라탄 우리는 금새 " 에이..돈좀 더 주더라도 그냥 스피드 탈걸.." 하고 후회했다. 사실 느려도 너무 느렸고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 풍경은 무료함 그 자체였기에...

쁘렌띠안은 끄칠(작다는 뜻)과 베사르(크다는 뜻) 2개의 섬으로 이루어져있는데 큰섬보다는 작은섬쪽의 해변이 더 좋다고 했다. 숙소도 많이 몰려있고...
우리의 선택은?...당연 끄칠 쪽이다.

결국 한참을 달려 섬이 보이기 시작하자 배는 더이상 나아가지도 않고 가만히 서있는다. 섬쪽에서 조그만 스피트 보트 한대가 우리배 쪽으로 왔고 우리는 그 쪽배에 옮겨 탔다. 바다 한가운데서 그렇게 옮겨 타려니 나는 겁도 좀 나고 조마조마 했지만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한편으로는 편안해 지기도 했다.
선착장이 없으므로 섬을 드나들때는 늘 이 쪽배를 타야 하는데 이게 일인당 2링깃...팁으로 1링깃을 얹어 5링깃을 주니 아저씨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우리가 이섬에 들어간 때는 10월 말이었다.
말레이 동북부 해안은 11월 부터 다음해 2월까지는 몬순 기간이라서 비바람이 치고 기상이 굉장히 불안정해 대부분의 섬이 폐쇄되고 교통편이 끊긴다고 했다.
파장직전의 쓸쓸한 분위기가 섬 전체를 덮고 있었다.
벌써 철수한 곳도 몇몇 보이고...

태국의 피피와 따오 도 가봤지만..이곳의 바다는 그야말로 혼자보기에는 너무 안타까울정도로 아름답다.
말로 설명하고 싶지만...나의 어줍잖은 표현이 오히려 그곳의 풍경을 상상하는데 방해가 될듯하다.

마타하리 게스트 하우스의 40링깃짜리 방갈로에 여장을 풀고(이곳은 퇴실할때 그동안의 숙박비를 한꺼번에 계산한다.) 해변으로 갔다.
너무 맑은 바다...내 발을 담그기 조차 꺼려질 정도다.
이곳의 수심은 매우 얕은 편이라서 꽤 많이 나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물이 허리에서 찰랑거릴뿐이다. 대부분의 서양여행자들이 그렇듯이 물에서 노는 애는 없고 거의 해변에서 선탠을 하거나 독서를 하고 있다. 아주 나른한 풍경이다.
혹시나 성수기라면 좀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갔을때는 여행자도 별로 없었으니 평소보다 좀더 깨끗하고 고즈넉 했을지도.....

이곳의 식사는 섬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비싸거나 바가지를 쒸우거나 하지는 않았다. 보통 2사람이 한끼를 해결하는데 12링깃 정도면 되고 근사한 저녁을 위한 바베큐도 일인당 8링깃이다.

스토쿨링을 숙소에 예약하고 다음날 나가보니 3명의 프랑스인도 함께였다.
거의 대부분의 서양인들이고..라이프 자켓따위는 쳐다도 안보고 깊은 바다로 풍덩~ 뛰어든다. 나만 낡아빠진 라이프자켓 걸치고 하려니 배부른 북어마냥 폼은 안나지만 할도리가 없다.

풍덩~~
순간 내눈앞에 펼쳐진 바닷속은 그야말로 날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저 밑의 바다속 모래에까지 비쳐지는 햇살...형형색색의 물고기들....
체격이 건장한 백인들은 자멱질을 하며 수심깊은곳으로 잠시 내려갔다 오기도 한다.  어디나 그렇지만 산호는 이미 죽어버렸는지 그저 거무죽죽한 색깔  뿐이었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두번째 포인트에서는 커다란 거북이가 수심 저 밑은 곳에서 엉금엉금 기어다니고 있었다. 터틀 포인트라고는 해도 설마...거북이가 있으랴 했는데... 운이 좋았었나보다..그 놈이 갑자기 지느러미를 열심히 움직이더니 수면위로 부웅~ 올라온다. 가슴이 벌떡벌떡 뛰고 나도 수면위로 떠오른 거북과 속도를 맞춰가며 앞뒤로 나란히 헤엄쳤다. 나뿐만 아니라 다름 스노쿨러들도 다들 옆에서 정신 없이 따라가고 있었다.

끝없이 헤엄쳐 가려는데 남편이 내팔을 붙잡는다.
이미 배에서 너무 멀리 떨어졌다고...돌아가야 한덴다..
게다가 남편의 스노쿨 안으로 계속 들어오는 물때문에(불량품을 빌린거다...) 남편은 거의 제정신이 아니다.
점심을 위해 우리를 조그만 섬에 내려다 줬는데 스노쿨 투어에 점심이 포함된줄로 지레짐작했던 우리는 돈이 한푼도 없어 생짜로 굶어야 했다.
그후에는 기운이 없어서 스노클 포인트 데려다 줘도 물에 입수조차 못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
이섬이 성수기가 되면 여행자들로 몰려 숙소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서 해변에서 노숙을 하기도 한단다.
태국과 달리 개가 없어서 너무 좋다. 그대신 고양이는 꽤 많은 편이지만 개처럼 징그럽거나 능청맞지 않고 물만 뿌리면 도망을 가니 성가시지도 않다.
저녁을 먹으로 해변 식당으로 나가니 식당 주인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
" 뱀 구경 해볼래..?"
" 뱀...?"
" 바로 저 뒷쪽 숲에서 잡았는데 무지커..원한다면 목에 감고 사진 찍어도 좋아.."

어디서 실뱀 한마리 잡아왔나부다 하고 보니 왠걸...길이가 3미터 정도 되고 무척 뚱뚱한 뱀이다. 다른 백인 여자애는 목에도 둘러보고 낄낄 거린다..
난 보는 걸로만도 소름이 끼치는 데다가 숲에 저런놈이 살고 있다니 절대로 숲쪽으로는 가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할뿐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아래서의 저녁 식사는 그야말로 분위기 만점이다. 물론 수없이 팔과 다리를 물어뜯는 모기떼 때문에 고생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밤에 나갈때는 필히 바르는 모기약을 발라야 그 풍경을 온전히 즐길수 있을듯하다.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숙소가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만 전기를 공급한다.

섬은 아름답지만 더위에 지친 우리는 정말정말 간절하게 에어컨 바람이 그립다. 차가운 바람 한번만 쐬면 소원이 없을듯하다.
결국 섬에서 나오는 날..아침부터 습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기어코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겨우 아침을 먹고 3일치 숙박료 120링깃( 1링깃에 300원 정도) 내고 12시에 출발한다는 슬로 보트를 기다렸다.
다시 쪽배를 타고 슬로보트에 옮겨타고 거의 2시간정도를 달려 다시 쿠알라베솟에 도착했다.
육지에 도착하니, 섬에서 느낀 고립감이 사라진 탓일까....왠지 안도감이 밀려오고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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