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문화가 교차하는 말라카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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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여행기18> 동서양 문화가 교차하는 말라카의 매력

연윤정 0 2913
<동남아여행기18> 동서양 문화가 교차하는 말라카의 매력

25일(일) 여행 8일째

전날 밤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난 잠을 너무도 곤히 잘 이룰 수 있었다! 뭐 처음부터 상관하지 별로 않았던 건데, 후에 이 얘기를 들은 친구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하지만 사람을 믿어야지 어떻게 하겠는가.
어쨌든 일찍 일어나보니 오른쪽 침대의 남자가 안 보였다. 나보다 더 일찍 씻으러 나간 모양이다. 왼쪽 남자는 세상 모르게 자고 있다. 나도 씻고 와보니 오른쪽 침대의 주인공이 돌아와 있었다. 음, 일본인이었다. 그는 마사토라고 소개했는데 난 자꾸 사마토로 불러서 몇번의 주의(?)를 들어야 했다. 어쨌든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3년생으로 방학 한달동안 동남아시아 여행을 하고 있고, 바로 이날 아침 인도네시아로 건너간다고 했다. 늘 이런 학생들이 부럽다. 씩씩하게 혼자서 여행하는 젊은 모습이 말이다. 왼쪽 남자와는 끝내 얘기를 못 나눴다. 내가 나갈 때까지도 그는 열심히 자고 있었다.
말라카는 앞서도 얘기한바 있지만 말라카 왕국의 수도로서, 오랜 전부터 아랍상인들이 진출, 결국 이슬람교가 받아들여졌고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으나, 서구에 일찍 알려진 탓으로, 16세기 들어서면서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식민통치를 차례로 받아왔다. 그래서 이곳은 이슬람국가이지만, 서양건축물도 그대로 남아있어 또다른 이국적인 색깔을 보이기도 했다.
웬만한 곳은 걸어서도 충분하다. 처음 독립선언기념관을 들렀는데 역시 그곳에서 '하나의 말레이시아'의 긍지를 충분히 볼 수 있었다. 특히 거기서 만난 한 가족이 독립선언 때의 사진을 보며 아빠가 "메르데카를 선언하는 거야"했더니 아이가 "메르데카! 메르데카! 메르데카!"를 세 번이나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한번 일깨울 수 있었다.
그리고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네덜란드식 건축물 스타더이스, 지금은 교회 벽채만 남아있는 세인트 폴 교회, 산티아고 요새, 세인트 존 언덕, 크리스티 교회, 프란시스 사비어 교회, 차이나타운, 그안의 바바뇨냐 박물관, 쳉훈텡 사원, 캄풍클링 모스크, 그리고 말라카 박물관 등등 그 작은 동네 안에 갈 곳이 많기도 많았다.
여기서 다 인상에 남았지만 그래도 꼽아보라면 바로 차이나타운의 바바뇨냐 박물관이다. 중국인 사설 박물관으로 무려 8링깃이나 한다. 독립선언기념관은 무료, 말라카 박물관은 2링깃, KL의 국립박물관이 1링깃인 것에 비해 얼마나 비싼 것인가. 그래도 무엇에 이끌리듯 그 가정집(일반 가정집에 박물관을 만든 것이다)으로 들어간 것이다.
아마도 그냥 전혀 다른 문화의 말레이시아에서 중국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또 오늘을 사는지 궁금했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더군다나 말레이시아의 중국인을 '뇨냐'라고 부른다고 하니 뭔가 독특할 것 같았다. 뭐랄까, 한번 둘러본 소감이라면, 중국의 문화, 생활양식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말레이시아 문화와 이질적이지 않다? 그들의 생활수준은 꽤 높아 보였으며 그들만의 끈끈한 가족애(민족애)가 엿보였다. 그러나 그것을 고집하지는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들의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가족사진' 변천사를 보니 중간중간 말레이계인들도 보였다.
이제 갈 시간이다. 너무 늦은 것 같다. 싱가포르의 나이트 사파리를 꼭 가보라는 친구의 당부 때문에 애초 일찍 말라카를 떠나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흘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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