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여행기15> 쿠알라룸푸르에서의 마지막날은 다가오고
<동남아여행기15> 쿠알라룸푸르에서의 마지막날은 다가오고
24일(토) 여행 7일째
KLCC는 앞서 설명했듯이 숀 코네리가 나온 영화 엔트랩먼트의 배경으로 더욱 잘 알려진 곳이다. 각각 84층의 쌍둥이 건물로 36층쯤에 두 건물을 잇는 다리가 그 영화의 주요 배경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건물이 더욱 의미있는 것은 한쪽 건물, 그리고 다리를 우리나라의 건설회사(삼성, 극동)에서 지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한쪽은 일본에서 지은 것.
이 건물에 올라가려면 오전 8시30분까지는 가야 가능하다는 얘길 듣고 아침부터 서둘렀다. 늦지 않게 도착했지만 이미 많은 관광객이 나를 앞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내 뒤로도 계속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결국 계속 기다리다가 내가 이 건물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오전 10시30분이었다. 아무튼 무슨 대단한 건물이기에 2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좀 야속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왕 온 건데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관광객에게는 건물을 잇는 다리만 개방한다. 관광객용 엘리베이터도 따로 있단다. 일반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란다. 아니, 아예 이 건물은 관광화돼 버렸기 때문에 안내직원도 다 따로 있다.
어쨌든 36층 다리까지 올라갔다. 안내직원이 한쪽 건물은 한국에서 지었다고 설명한다. 순간 어깨가 으쓱거린다. 다리를 한바퀴 휙 둘러보란다. 그냥 다리일 뿐이지만 2시간을 기다리며 마침내 오른 곳인지라 뭔가 남다른 느낌이다. KL의 높은 빌딩 숲이 한 눈에 들어온다.
너무도 짧은 KLCC 관광을 마치고 다음 코스는 바투동굴. 동굴에 힌두사원이 들어선 곳이다. 원숭이가 넘나드는 높은 계단을 올라가면 동굴이 나오고, 그 안에 힌두신상이 곳곳에 설치돼있다. 그리고 제일 깊숙한 곳에 힌두사원이 나온다. 멋진 인도계 젊은 아저씨가 제를 올린 후 사원의 문을 닫는다. 아마 쉬는 시간인가 보다.
사원 앞에서 나를 비롯한 관광객들이 쉬고 있자니, 사원 앞에서 사는 원숭이들이 매우 반가워하는 눈치다. 먹을 걸 들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 원숭이 한마리가 아예 어떤 관광객 손에 들려있는 땅콩 봉지를 순식간에 나꿔챈다. 아저씨가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른다. 진짜 순식간의 일이었다. 또 먹을 걸 놓고 원숭이끼리 몹시 으르렁거리며 싸우기도 한다. 진짜 무섭다. ^^
아무튼 나름대로 매력적인 바투동굴을 뒤로 하고 시내버스(번호 11D)를 타고 KL로 돌아오는데, 앗, 이럴수가, 이 버스가 그만 고장이 난 게 아닌가. 버스기사가 막 뭐라고 그런다. 승객들이 우루루 내린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상황이므로 난 전혀 당황하지 않고 따라 내린다. 그리고는 뒤따라온 다른 번호(아마 29번인가 그렇다)의 버스에 타란다. 내가 올라서는 순간, 모든 시선이 내게 쏠린다. 아무리 중국계가 많이 산다고 해도 또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런 기분은 나쁘지 않다. 생김새가 달라서 주목받는다는 것... 가끔은 괜찮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날은 KL에서의 마지막 날. 그래도 원래 점심때 말라카로 떠나려고 했던 건데 바투동굴에서 너무 늦어지는 바람에 그냥 저녁에 떠나기로 했다. KL에 도착해서 우선 푸두라야 버스터미널에서 말라카행 버스표를 끊고, - 처음 버스터미널을 이용할 때는 얼마나 헷갈리는지 모른다. 여긴 각자의 버스회사마다 창구를 개설해놓고 자기네 버스표를 파는 것 같다.(정확한 건지는 모르겠다) 앞을 지나갈 때마다 창구 안 직원들이 소리를 치고 난리다. 자기네 버스표를 사달라는 얘긴 것 같다. 아, 말라카는 영어로는 Mallcca이지만 말레이어로는 Melaka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같은데냐고 확인까지 했다. ^^ - 센트럴마켓으로 쇼핑하러 나갔다. 평소 쇼핑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태국의 바가지가 겁나 거의 물건을 사지 못한 관계로 여기서는 많이 사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은 참이었다. 다행히 말레이시아는 물건값을 태국처럼 엄청나게 뻥튀기 하지는 않는다. 아마 태국은 한 10배쯤 부른다면 말레이시아는 2배 정도? 절반만 깎으면 되는게 얼마나 편한 일인가. 태국은 진짜 힘들었다!
센트럴마켓에서 이것저것 기념품들을 사고 나오니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한창 공연을 진행중이다. 뭐랄까, 우리나라의 인사동? 대학로? 뭐 그런 느낌이다. 또 하나의 쇼핑지역인 차이나타운에 가서 이미테이션 시계를 둘러보았다. 태국처럼 여기도 모조시계가 꽤 많은데 질과 가격은 태국보다 나은 것 같다. 앗, 그런데 여기서도 중국계와 말레이계가 서로 장사하는 폼이 다르다. 음, 중국계는 확실히 처음에 높이 부르고 싫다면 깎자고 덤벼드는데, 말레이계는 처음부터 적당한(?) 가격을 부르고 깎아달라고 할 때도 중국계처럼 힘들지 않다. 난 조금만 돌아다니고는 곧 그런 성격차를 간파하고는 맘씨 좋게 생긴 말레이계 아저씨한테 붙어서 한방에 아저씨가 부른 가격의 절반을 깎아달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우잇! 이게 웬 떡이냐! 전날에도 종성씨랑 돌아 다녀봐서 아는데 그 가격이 꽤 괜찮은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기분파'가 아닌가. 이참에 부모님, 내 것까지 무려 3개나 사는 기분을 내고 만 것이다.(나중에는 동생들 꺼도 사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내 걸로 고른 것은 신모델이라고 다른 것과 똑같은 가격에 줄 수 없다고 하소연하던 아저씨가 결국은 나의 애교작전에 씩 웃고 만다. 그리고는 성심성의껏 내 손목에 맞춰 시계줄을 줄여주신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
24일(토) 여행 7일째
KLCC는 앞서 설명했듯이 숀 코네리가 나온 영화 엔트랩먼트의 배경으로 더욱 잘 알려진 곳이다. 각각 84층의 쌍둥이 건물로 36층쯤에 두 건물을 잇는 다리가 그 영화의 주요 배경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건물이 더욱 의미있는 것은 한쪽 건물, 그리고 다리를 우리나라의 건설회사(삼성, 극동)에서 지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한쪽은 일본에서 지은 것.
이 건물에 올라가려면 오전 8시30분까지는 가야 가능하다는 얘길 듣고 아침부터 서둘렀다. 늦지 않게 도착했지만 이미 많은 관광객이 나를 앞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내 뒤로도 계속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결국 계속 기다리다가 내가 이 건물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오전 10시30분이었다. 아무튼 무슨 대단한 건물이기에 2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좀 야속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왕 온 건데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관광객에게는 건물을 잇는 다리만 개방한다. 관광객용 엘리베이터도 따로 있단다. 일반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란다. 아니, 아예 이 건물은 관광화돼 버렸기 때문에 안내직원도 다 따로 있다.
어쨌든 36층 다리까지 올라갔다. 안내직원이 한쪽 건물은 한국에서 지었다고 설명한다. 순간 어깨가 으쓱거린다. 다리를 한바퀴 휙 둘러보란다. 그냥 다리일 뿐이지만 2시간을 기다리며 마침내 오른 곳인지라 뭔가 남다른 느낌이다. KL의 높은 빌딩 숲이 한 눈에 들어온다.
너무도 짧은 KLCC 관광을 마치고 다음 코스는 바투동굴. 동굴에 힌두사원이 들어선 곳이다. 원숭이가 넘나드는 높은 계단을 올라가면 동굴이 나오고, 그 안에 힌두신상이 곳곳에 설치돼있다. 그리고 제일 깊숙한 곳에 힌두사원이 나온다. 멋진 인도계 젊은 아저씨가 제를 올린 후 사원의 문을 닫는다. 아마 쉬는 시간인가 보다.
사원 앞에서 나를 비롯한 관광객들이 쉬고 있자니, 사원 앞에서 사는 원숭이들이 매우 반가워하는 눈치다. 먹을 걸 들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 원숭이 한마리가 아예 어떤 관광객 손에 들려있는 땅콩 봉지를 순식간에 나꿔챈다. 아저씨가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른다. 진짜 순식간의 일이었다. 또 먹을 걸 놓고 원숭이끼리 몹시 으르렁거리며 싸우기도 한다. 진짜 무섭다. ^^
아무튼 나름대로 매력적인 바투동굴을 뒤로 하고 시내버스(번호 11D)를 타고 KL로 돌아오는데, 앗, 이럴수가, 이 버스가 그만 고장이 난 게 아닌가. 버스기사가 막 뭐라고 그런다. 승객들이 우루루 내린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상황이므로 난 전혀 당황하지 않고 따라 내린다. 그리고는 뒤따라온 다른 번호(아마 29번인가 그렇다)의 버스에 타란다. 내가 올라서는 순간, 모든 시선이 내게 쏠린다. 아무리 중국계가 많이 산다고 해도 또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런 기분은 나쁘지 않다. 생김새가 달라서 주목받는다는 것... 가끔은 괜찮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날은 KL에서의 마지막 날. 그래도 원래 점심때 말라카로 떠나려고 했던 건데 바투동굴에서 너무 늦어지는 바람에 그냥 저녁에 떠나기로 했다. KL에 도착해서 우선 푸두라야 버스터미널에서 말라카행 버스표를 끊고, - 처음 버스터미널을 이용할 때는 얼마나 헷갈리는지 모른다. 여긴 각자의 버스회사마다 창구를 개설해놓고 자기네 버스표를 파는 것 같다.(정확한 건지는 모르겠다) 앞을 지나갈 때마다 창구 안 직원들이 소리를 치고 난리다. 자기네 버스표를 사달라는 얘긴 것 같다. 아, 말라카는 영어로는 Mallcca이지만 말레이어로는 Melaka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같은데냐고 확인까지 했다. ^^ - 센트럴마켓으로 쇼핑하러 나갔다. 평소 쇼핑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태국의 바가지가 겁나 거의 물건을 사지 못한 관계로 여기서는 많이 사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은 참이었다. 다행히 말레이시아는 물건값을 태국처럼 엄청나게 뻥튀기 하지는 않는다. 아마 태국은 한 10배쯤 부른다면 말레이시아는 2배 정도? 절반만 깎으면 되는게 얼마나 편한 일인가. 태국은 진짜 힘들었다!
센트럴마켓에서 이것저것 기념품들을 사고 나오니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한창 공연을 진행중이다. 뭐랄까, 우리나라의 인사동? 대학로? 뭐 그런 느낌이다. 또 하나의 쇼핑지역인 차이나타운에 가서 이미테이션 시계를 둘러보았다. 태국처럼 여기도 모조시계가 꽤 많은데 질과 가격은 태국보다 나은 것 같다. 앗, 그런데 여기서도 중국계와 말레이계가 서로 장사하는 폼이 다르다. 음, 중국계는 확실히 처음에 높이 부르고 싫다면 깎자고 덤벼드는데, 말레이계는 처음부터 적당한(?) 가격을 부르고 깎아달라고 할 때도 중국계처럼 힘들지 않다. 난 조금만 돌아다니고는 곧 그런 성격차를 간파하고는 맘씨 좋게 생긴 말레이계 아저씨한테 붙어서 한방에 아저씨가 부른 가격의 절반을 깎아달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우잇! 이게 웬 떡이냐! 전날에도 종성씨랑 돌아 다녀봐서 아는데 그 가격이 꽤 괜찮은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기분파'가 아닌가. 이참에 부모님, 내 것까지 무려 3개나 사는 기분을 내고 만 것이다.(나중에는 동생들 꺼도 사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내 걸로 고른 것은 신모델이라고 다른 것과 똑같은 가격에 줄 수 없다고 하소연하던 아저씨가 결국은 나의 애교작전에 씩 웃고 만다. 그리고는 성심성의껏 내 손목에 맞춰 시계줄을 줄여주신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