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연변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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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여행기13>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연변 아줌마

연윤정 0 3193
<동남아여행기13>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연변 아줌마

드디어 한분이 언니가 하는 가게를 찾았다. '컨츄리 꼬꼬'
가게가 있는 곳은 한국인들이 주로 몰려사는 아파트단지인데, 말하자면 한인타운이라고 봐도 무방한 곳이라고 한다. 그쪽 상가들이 대부분 한국인 식당과 편의점 등으로 이뤄져있다. 가게를 찾을 때도 잠깐 산책 중인 한국인 가족에게 물어볼 정도다.
언니가 반갑게 맞아 주신다. 한분이도 건강한 모습 그대로다.
한분이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지난 3월 갑자기 한국에서의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말레이시아로 이주해 사는 친구다. 뭐랄까, 좀 배포가 큰 친구다.
말레이시아로 이주해온 사연이 진짜 뚝딱이다. 옛날 회사 언니가 이곳에서 미용실을 하는데 마침 이 가게가 비었다며 한분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한분이는 직접 이곳으로 날아와 가게를 한번 보더니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 한국에 돌아와서 친언니에게 한번 운영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말을 꺼내봤더니, 언니 역시 배포가 컸던 모양. 그래서 언니네 식구와 한분이는 아예 이곳에 이주해서 살고 있고, 다행히 가게는 잘 된다고 한다. 또 한분이는 이번에 다른 동네에 가게를 하나 계약했고 내부 공사를 다 마친 이후 조만간 가게를 연다고 한다. 이름은 '코코(CO CO)'으로, 언니네 가게에서 떨어진 일본계가 많이 사는 동네에 있단다. 한분이가 가게를 따로 열 수 있었던 건 한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 이날 가게에 그 분이 오셨는데, 10년간 말레이시아에서 살고 계시단다.
한분이가 뭘 먹고 싶냐고 묻는다. 난 겨우 엿새정도 나와있는 건데도 그렇게 김치찌개 생각이 났다. 한 아줌마가 김치찌개를 가져다 주시는데 우리말을 하시지만 좀 서툴어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연변에서 오신 분이란다. 말하자만 외국인 노동자이지만 불법체류자다. 아, 이런 얘기 이전에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랬다. 여기 오기전 말레이시아에서 몇 달동안 살았다는 친구로부터 연변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는 살기 좋은 곳에 속한다. 그래서 많은 연변 아줌마들이 몰래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단다. 여기서 일하시는 아줌마도 마찬가지 신세인데 아이들 교육비 때문에 오셨다고 한다. 불법체류자인지라 돈도 직접 송금을 못해 여기 언니와 형부가 다 도와주고 있단다.
사실 요새 말레이시아는 불법체류자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얼마전 뉴스를 보니 그것 때문에 인도네시아와 필리핀과 외교적 분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단다. 전체 불법체류자가 60만명 정도 되는데 여태까지 한 30만명 쫓아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의 요소가 꽤 있었나 보다.
어쨌든 분위기가 안 좋은 모양이다. 그래서 언니네 가게에서는 원래 네팔인도 일했는데 언니네가 돈을 들여 일단 출국을 시킨 모양이다. 사정이 좋아지면 다시 부르겠다고 했단다. 여기 연변아줌마도 매우 불안해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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