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동남아 3개국 기행 18일차 (말레이시아 - 말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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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동남아 3개국 기행 18일차 (말레이시아 - 말라카)

광팔이 0 3531
2002년 9월 29일(일)

  드디어 싱가포르를 떠날때가 됐다. 자고 일어나니까 SUPIAN과 DAN TREVOR는 이미 떠나고 없다. 새로운 동행자를 찾아야 할 판이다. 거의 체크아웃 시간직전에 일어났다. 체크아웃 후 방을 비워 주고, 데스크에 짐을 맡겨 놓고, KOPITAM 푸드 센터에 가서 또 아침을 먹었다. 이번 싱가폴 여행에서는 밥 때만 되면 거의 KOPITAM만 왔다 갔다 하다 시피 했다. 왜냐하면, 제일 가깝고(물론 바로 데스크 옆에 맥도날드가 있지만) 24시간 영업하고, 가격도 젤 만만한 편이기 때문에...

밥먹고 나서 남은 싱가포르 달러화를 모두 말레이시아 링깃으로 바꿨다. 약 270RM나오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85RM합쳐 총 355RM이 수중에 생겼다. 이날 오후 2시에 출발하는 차편으로 말라카로 떠난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오후에 MRT를 타고 칼랑바루 버스 터미널로 갔다. 무거운 짐들이 있었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택시대신 MRT를 탔다. MRT 역에서 EZ-LINK 카드를 반납하고, 남은 금액과 보증금을 돌려 받았다. 매덕스가 떠나면서 나한테 건네준 것이 있어서 그것도 보증금과 남은 금액을 돌려 받아서 도움이 됐다. 총 환급 받은 액수가 15불 이었다. 제법 됐다. MRT역에서 내렸을 때 장대비가 쏟아져서 우산을 쓰고도 비를 홀딱 맞고 터미널 비 피하는 곳에 가야 했다. 정말 칼랑바루는 열악한 시설의 터미널이다. 2시에 고속버스가 말라카를 향해 출발했다. 30분 정도 가다가 다리를 건너, 조호해협을 통과하여 우드랜드 출입국 관리소에 승객들을 내려줬다. 여기서 여권을 보고 스탬프를 찍고 출국을 시킨다. 승객들이 모두 출국 심사대를 통과하면, 타고온 버스가 출국심사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난 싱가폴 올 때 출입국 카드를 모두 빨간색 펜으로 적었다. 출국심사대에서 여자 심사관이 앞으로는 그런거 빨간색으로 적지 말란다. 빨간색으로 적으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나?
또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술탄 아부바카 콤플렉스에 도착. 거기서 말레이시아 입국심사를 받는다. 여기서는 입국심사대만 통과하면 끝이다. 따로 짐검사, 세관검사 안한다. 여기서 화장실에 들려서 볼일을 보고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여기부터는 말레이시아 라서 화장실도 돈내고 이용해야 한다. 말레이시아는 대부분의 공중화장실을 돈내고 이용한다. 이제 드디어 동남아의 선진국 싱가폴을 떠나 말레이시아로 다시 들어온 것이다. 4박5일간 싱가폴을 둘러본 나의 느낌은 중국, 인도, 말레이인들이 같이 어우러져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고, 현대와 과거,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쾌적한 도시국가 임을 느꼈다.하지만 조그만 도시국가 이다 보니, 볼거리는 한정이 돼 있는 것 같다. 한 3일에서 4일 잡으면 여유있게 웬만한건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주변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비싸다. 그래도 한국보다는 조금 싼편이지만... 내가 처음으로 가본 국민소득 2만불 이상의 선진국이었다.

모든 볼일을 마치고, 내가 여권에 얼마나 각 나라별로 스탬프가 찍혔나 보려고 여권을 펼치는 순간 바로 앞에 서 있던 수염이 더부수룩한 일본인이 한국여권을 보더니, 대한민국~ 하면서 친근감을 표시한다. 이 일본인하고, 이틀간 같이 동행하게 된다. 말레이시아 입국장을 출발한 고속버스는 6시경에 말라카에 도착했다. 말라카에 도착해서 나는 나오끼라는 이 일본인과 같이 다니기로 했다. 근처 호커센터에서 나시고랭으로 간단히 저녁식사를 했다. 밥먹구나서 내가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해서 세게 재채기를 하고 코를 푸니까, 주위에 있던 이슬람 복장을 한 말레이인들이 다 눈을 부릅뜨고  인상쓰고 째려본다. 엄청 갈구는 눈빛이었다. 순간 쫄았다. 호커센터를 나와서 우리는 숙소를 어디로 갈지 상의했다. 버스터미널 근처라 각 숙소마다 삐끼들이 나와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전단지에 제시하는 가격은 다 Hello Malaysia 가이드 북에 나와 있는 것과 똑같다. Travellers Lodge에서 삐끼가 전단지를 주고, 오라고 했는데, 가이드 북에서도 알아보고, 거기가 젤 싸고, 관광지하고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거기로 가기로 했다. 더구나 거기는 일본인 부인, 말레이인 남편이 경영하는 숙소기 때문에 나오끼 한테도 좋다. 17번 타운 버스를 타고 마코다 퍼레이드 백화점 앞에 내려서 마코다 메디컬 센터를 지나,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서 ISUZU 대리점 옆에 Travellers Lodge를 찾았다. 우리가 들어가니까 말레이인 종업원이 곰방와, 안녕하세요 일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인사말을 하며, 우리를 맞이한다. 우리는 선풍기가 딸린 더블룸을 26RM에 잡았다. 간단히 짐을 풀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술생각도 나고 인터넷을 쓸일이 있어서 바깥으로 나갔다. PC방에 들어가서 친구한테 메일 보내고, 1시간 정도 이용했다.

PC방을 나와서 우리는 근처에 있던 현지 식당에 가서 타이거 맥주, 안주로 사떼라는 꼬치를 시켜놓고, 술한잔 거하게 했다. 술마시면서 짧은 영어로 나오끼와 재미있는 야그들을 많이 했다. 나오끼는 한국을 장기간 여행하고, 한국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부산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서 거기서 기차타고 서울로 가서 서울 시내 웬만한데 다 관광하고, 강원도, 동해안, 설악산도 가 봤단다. 또 신촌하고 이태원을 여러번 놀러 갔었단다. 한국에 가서 친한 친구도 몇 명 사귀게 되고, 김치, 불고기, 갈비 같은 한국 음식들이 너무 맛있단다. 또 진로 소주도 좋아한다. 월드컵때 한국팀의 경기를 4강전, 3,4위전까지 다 봤고, 일본이 터키한테 져서 16강에서 탈락한 다음에는 계속 한국팀만 응원했단다. 특히 3,4위전 터키하고 할때 일본대신 복수해달라고 목터져라 응원했는데 아깝게 패해서 서운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축구 선수중에 황선홍이 제일 좋다고 햇다. 나는 일본축구 선수중에 나카타의 플레이가 제일 맘에 든다고 맞장구 쳤다. 나오끼는 한국에 한번 놀러갔다오고 나서, 완전히 친한파가 되어 버렸다. 또 나오끼는 한국 연예인 중에 지금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보아를 엄청 좋아한단다. 보아의 히트곡 No1.이 일본에서 각종 차트를 다 휩쓸었다고 했다. 보아의 인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하늘을 찌를 듯 하다.
그 친구는 간단한 몇 마디의 한국어를 할 줄 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거 얼마에요' '맛있다' '싫어요' '좋아요' 뭐 이런거...

하지만, 외국인이 우리나라말을 할때처럼 그렇게 반갑고 친근감이 느껴질때가 없다.
나도 나오끼한테 간단한 일본어 몇 마디 할줄 안다고 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 '곰방와(저녁인사)' '곤니찌와(안녕하세요)' '오하이오 고자이마스(아침인사)' '쓰바라시(좋아요)' '오이시(맛있어요)' ' '와따시와 강꼬꾸닌 데쓰(나는 한국인이에여)' ' 모시모시(여보세요)' ... 뭐 이정도...
나오끼가 'Good Speak Japanese Language!'하고 흐뭇해 한다. 사실 거기서 거기지만, 일본인 나오끼가 나보다 영어를 더 못한다. 내 짧은 영어실력이 자기 보다 낫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인 앞에서 영어를 못하지만,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심한가 보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영어교육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됬다.

내가 이번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면 11월달에 군대간다고 하니까 한국남자들은 북한 때문에 어쩔수 없이 그 고생을 해야 하니 참 안됐다고 한다. 자기의 한국친구 중에 한명은 해병대에 가서 빡시게 군생활을 했다고 한다. 사실 일본애들이 군대안가도 되고, 우리나라처럼 군대 안갔다오면 해외여행할 때 여러 가지 복잡한 서류절차를 거쳐야만 여권을 만들어서 힘들게 나가야 하는 뻘짓거리를 할 필요가 없어서 솔직히 부럽다. 나는 2001년과 이번에 해외로 나오기 위해 부모님 인감증명서, 토지세 및 재산세 과세 증명서, 작은아버지의 그것들 또 등기부 등본까지 떼야 했다. 기준액수 미만이면 여권을 만들 수 조차 없다. 다행히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아버지 덕분에 여권을 발급받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그래도 나오끼는 한국남자들이 군에가서 힘든걸 경험하기 때문에 인내심도 강하고, 같은 나이대의 일본남자들과 한국남자들을 비교해보면 한국남자들이 훨씬 더 정신적으로 강하고 성숙해 있다고 추켜 세웠다. 일본남자들은 한국남자들이 비해 남자다운 면이 부족하고, 정신적으로도 나약한면이 없지 않아, 일본여자들이 한국남자들을 더 좋아 하기도 한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추켜세운다. 정말 기분 좋다. 일본인한테 이런 소리를 듣다니... 붕뜬 느낌이다.
나오끼는 도쿄에서 살고 있고, 현재 다니는 대학을 휴학하고 동남아를 여행중이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여행하고, 태국으로 넘어가서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까지도 가볼 거란다. 부럽다. 나도 11월달에 군대 끌려가는 것만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있을텐데...

내가 장난으로 일본국가 '기미가요'를 휘파람으로 불러주니까 나오끼는 자기는 일본사람인데도 그 노래 듣기 싫다고, 손을 내젓는다. 왜 그러냐니까. 옛날 군국주의 시대의 천황을 상징하는 안좋은 이미지의 노래라서 그렇단다. 자기는 일본인인데도 말이다. 위에 정치하는 놈들 다 꼴통이라고 욕한다. 그놈들 때문에 자기네 나라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한국하고 사이가 안좋아지는 거라고 한다. 한국 갔다오더니, 내가 태국 좋아하는거처럼 한국팬 다됐다.  이 친구가 하는 말이 하도 기분이 좋아서 처음에 한 두병 마시는 술이 어느새 10병까지 나왔다. 정말 술빨 잘받는다. 아예 취기에 나와 나오끼는 대한민국 박수까지 치고 놀았다.
이 친구하고 정말 죽이 척척 맞는 것 같다. 앞으로  될 수 있으면 나오끼하고 남은 기간 여행을 계속 같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날 나오끼하고 거의 필름이 끊어지고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셔댔다. 물론 다음날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말라카에서의 첫밤은 그렇게 보냈다. 친한파 일본인을 만나서 한국을 칭찬하는 야그를 들어서 이날 기분 와따였다.
술빨도 잘받고, 정말 기분 좋은 날이었다.

* 이 날 쓴돈
(싱가포르) 점심식사 - 5.5 S$
(말레이시아 - 말라카) : 75RM
음료수 : 5.5 RM
저녁식사(나시고랭) : 4 RM
숙박비(Travellers Lodge) : 13 RM
PC방 : 3 RM
술(Tiger Beer), 안주(Sate) : 52 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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