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동남아 3개국 기행 14일차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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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동남아 3개국 기행 14일차 (싱가포르)

광팔이 0 3075
2002년 9월 25일(수)

전날밤, KL 센트럴을 출발한 열차는 이른 아침에 조호바루에서 승객의 절반을 내려주고, 우드랜드라는 말레이와 싱가포르의 국경지역에 도착했다. 거기서 승무원들이 자는 승객들을 모두 깨워서 여권 심사를 하고, 출국도장을 찍어준다. 다음역으로 이동해서, 승객들을 짐가지고 내리게 한다. 입국심사장이다. 거기서 여권 보고 입국심사 세관검사를 했다. 약식으로 간단히 하고 다 통과시켰다. 모든 승객들을 다 처리하는데 약 45분 정도 소요됐던것 같다. 여기 싱가포르 입국심사는 거의 형식적이다. 아무 질문도 안하고, 여권만 보여주면, 입국스탬프 찍고 바로 통과시킨다.

여긴 말레이와 태국간의 국경(창룬)처럼 일일이 짐 다 뒤지고 하지 않는다. 참 깔끔해서 좋다.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넘어올때는 괜한 의심을 받아서 상당히 찝찝한 기분이었다.

조호바루에 사는 말레이사람들은 싱가포르로 국경 넘어 가는게 거의 일상생활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마치 서울 사람들이 근처 성남이나 인천 같은 도시 가는거 처럼...
남북이 갈라져 있는 우리 한국인들한테는 국경을 넘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낯설고 생소한 일이다. 태국에서 말레이로, 또 말레이반도, 인도차이나 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싱가포르로 또 국경을 넘어가는 일.
나에게는 참 큰 경험을 해보는것 같았다. 사실 입국심사장에서 여권에 스탬프 딱 찍고, 통과하면 땡인데 말이다. 별거 아닌데도...

싱가폴 사람들은 물가가 상대적으로 싼 조호바루로 주말마다 쇼핑하러 떼지어 넘어간다고 한다. 양국간에 왕래하는 일이 워낙 자연스러운 일이다 보니, 출입국심사가 형식적으로 간단히 행해지는건 당연한 일인것 같다. 사실 싱가포르도 원래는 말레이 연방에 속해 있다가 따로 떨어져 나온것 아닌가.

다시 열차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 7시 10분경에 싱가포르 역에 도착했다. 드디어 내가 그토록 꿈꿨던 말레이반도 종단 코스로 싱가포르까지 가서 3개국을 여행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국민소득이 2만불이 넘는 우리나라보다 잘사는 선진국도 가보게 된 것이다. 싱가포르 역은 KL 센트럴 처럼 최신식 시설은 아니다. 서울역, 부산역하고 비슷한 수준의 시설이라고 본다. 하지만 방콕의 훨람퐁 역보다는 좋다.

KL 센트럴역이 워낙 잘 만들어진 기차역이다. 매덕스가 자신이 얼마전에 싱가포르에 와서 머물렀던 괜찮은 숙소를 잘 알고 있어서 우리 일행은 어디서 잘까하는 고민은 안해도 되었다. 오차드로드 길목과 연결되는 곳에 있는 YMCA 호텔에서 숙박하게 됐다. 싱가포르역 앞에 택시들이 일렬 종대로 줄을 쫙 서서 손님들을 질서정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처럼 삐끼가 와서 혹은 기사가 손님한테 접근해서 가격을 흥정하고 귀찮게 하지 않아서 좋다. 훨람퐁역이나 남부터미널, 돈무앙 공항, 뿌두라야 버스 터미널 같은데는 내리자마자 숙박업소 삐끼, 택시기사, 뚝뚝기사들이 달려들어서 엄청 귀찮게 하는데, 그거 뿌리치는것도 일이다. 하지만, 여기는 그런 족속들이 없어서 깔끔하다. 역시 잘사는 나라 인것 같다.

또한 택시기사들도 상당히 친절하다. 내려서 우리 일행의 짐을 손수 받아들고, 트렁크에 싣고, 절대 흥정이나 바가지 요금 없다. 여기는 차를 차면 항상 앞, 뒷좌석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한다. 안전벨트 야그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나라는 일반도로에서는 앞 좌석만, 고속도로에서는 앞.뒷좌석 모두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 우리나라도 안전벨트 미착용자에게 3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교통경찰이 없으면 귀찮아서, 답답해서 안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여기서는 그러면, 미친 사람 취급 받는다. 차창밖으로 운전자들과 탑승자들을 모두 쳐다봤는데, 안전벨트를 안 맨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미착용자는 범칙금이 15불. 우리나라 돈으로 10500원 정도다. 우리나라보다 벌금 액수도 더 적은데, 또 이 나라사람들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싱가포르가 벌금천국인걸 감안하면, 낮은 액수의 벌금 같지만, 사람들은 잘 지키는것 같다. 그만큼 우리나라보다 준법정신, 시민의식이 높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우리나라 처럼 끼어들기, 신호위반같은 교통법규 위반으로 차도를 개판으로 만드는 차또한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출근 러시아워라 교통체증이 상당히 심할법도 한데 우리나라의 서울, 태국의 방콕처럼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았다. 20분 정도 지나서 YMCA 호텔앞에 내려서 숙소를 잡았다. 일단 여기서 이날 하루를 보내고, 괜찮으면 더 자던지, 아니면 매덕스가 돈을 더 낸다니까 STANFORD HOTEL이나 근방의 고급호텔로 옮기던지 하기로 햇다. 매덕스는 집도 잘 살고, 세계 웬만한 지역의 고급 호텔(리츠칼튼, 하이야트, 그랜드, 매리어트...)을 다꿰고 있다. 호텔 매니아다.

하기사 장래희망이 일류호텔 매니저라니까. 그는 해외여행가서 비싼 숙소가서자고, 고급음식 먹고 하는데 절대 돈을 아까워 하지 않는다. 큰맘먹고 떠난 여행이니 만큼 화끈하게, 후회없이 쓰고 싶은데 쓰고, 즐겨서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여행 철학, 소비철학이다.

숙소는 깨끗하고 쾌적한 시설이었다. 내가 여태까지 해외여행을 하면서, 제일 시설좋은 방에서 묵게 된 것이다. 그 전가지는 방콕의 NEW SIAM 2 가 나에게 최고 수준의 숙소였다. 뉴씨암 투 하고도 비교가 안되게 좋다. 또 여기는 숙박요금에 다음날 아침식사도 포함된다. 진짜 시설과 서비스가 좋다. 방도 넓고, 방안에 TV,냉장고, 타월도 사람수에 맞게 3장씩, 욕실도 깔끔하다. 에어컨도 상당히 빠방하다.

짐 다 풀고, 샤워하고, 이 근방에 있는 KOPITAM 푸드센터에 가서 아침식사를 했다. 푸드 센터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있는 여러가지 대중 음식들을 파는 가게다. 외식문화가 발달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에서느 진짜 남는 장사다. 동남아는 상류층 빼고는 거의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는다. 대부분 밖에서 사먹는다. 그래서 음식값이 우리나라보다 엄청 싸다.

나는 치킨 라이스하고 레몬 아이스티로 아침식사로 했다. 맛은 괜찮은데, 양이 좀 적은게 흠이다. 여기도 태국처럼 음식점에서 나오는 밥의 양이 적은것 같다. 전날 이동하면서 제대로 못잔탓에 피곤했다. 오전에는 관광을 하지 않기로 했다. 주롱새 공원하고 중국, 일본 정원을 관광하는게 애시당초 이날의 스케줄이었는데, 몸이 피곤해서 오후에 이 근처 시청주변의 관광코스를 돌아보고 밤에는 나이트 사파리를 가기로 햇다.

좌우간 피곤해서 오전에는 취침하기로 햇다.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움직이기가 싫었다. 더군다나 목감기 걸리고 컨디션이 안좋은데, 억지로 관광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오후에도 KOPITAM 푸드 센터로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음식점이라 이번 싱가포르 여행중엔 식사를 거의 대부분 거기서 해결했다. 물론 호텔 프론트 바로 옆에 맥도날드가 있긴 했지만, 여기와서 까지 맥도날드 가고 싶진 않았다. KOPITAM은 싱가포르의 유명 푸드센터 체인점의 하나다.

오후부터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하기로 햇다. YMCA에서 가까운 도비고트 MRT역으로 가서 MRT A라인을 타고 씨티홀 역에서 내렸다. 싱가폴은 MRT라는 전철이 대중교통 수단인데, 진짜 시설이 장난이 아니다. MRT역은 모두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힘들게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가 없고, 플랫폼에는 승객의 철로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서 유리로 막혀 있으며, 열차가 도착하면, 자동문이 열려서 승객이 내리고 탈 수 있게 만들었다. 열차가 서는 위치와 그걸 맞춰서 아주 과학적으로 설계해놓은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승객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가 선로에 떨어져 숨지거나, 열차에 치여 죽는 사고는 절대 없다. 정말 세심한것 까지 배려하는 선진국이다. 진짜 최고급 시설의 전철이다.

내려서 지하도를 타고 걸어가니까 STANFORD HOTEL과 연결 됐다. 엄청나게 높은걸 보니 삐까뻔쩍한 고급호텔 인가 보다. 숙박료가 엄청 비쌀것 같다. 여기 싱가폴에서는 이동할때 마다 MRT, 시내버스(SBS,SBI)를 이용했는데 EZ-LINK라는 우리나라 교통카드 비슷한 걸로 카드 리더기에 대고 찍으면, 요금이 정산된다. 우리나라의 시내 교통카드는 아마도 싱가포르걸 따온게 아닌가 싶다. 일일이 승차할 때 현금을 낼 필요 없이 카드로 찍으면 돼니까 정말 편리하다. MRT역 구내 매표소에서 보증금 5불, 충전금액 10불 합해서 15불 받고 판다. 다 쓰고 싱가포르 여행을 마치고 떠날때 남은금액과 보증금은 카드를 반납하면 돌려준다.

싱가포르는 거리가 소문 듣던대로 정말 깨끗하다. 껌자국, 담배꽁초, 가래침 자국을 눈씼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다. 확실히 벌금의 효과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또 거리에 지나갈때마다 30미터 간격으로 휴지통이 꼭 있어서, 확실히 버릴데가 가까이, 자주 있어서 좋다. 휴지통이 그 만큼 많으니까 아무데나 휴지,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고, 가래침을 뱉을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서울시내도 싱가포르처럼 쓰레기통과 재떨이 숫자를 늘렸으면 좋겠다. 서울시내의 거리는 너무 지저분하다.

싱가포르는 최신식 고층건물이 많은데도, 각각 독특한 개성이 있다. 싱가폴은 건물을 지을때 다른 것들과 똑같은 형태로 지으면 불법이란다.
건물 하나하나를 지을때도 미관에, 형태에 엄청 신경쓴다고 한다. 개성없고 하나같이 똑같은 규격화된 우리나라의 건물들, 빌딩, 아파드들 보다 훨씬 보기 좋은거 같다.

싱가포르는 최신식 고층건물과 영국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옛날 유럽식 건물들이 공존하고 있어서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그런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현재까지도 주요 관공서나, 호텔로도 쓰인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관리를 잘한다는 얘기다.

이날 오후의 관광코스는 시청과 대법원을 돌면서 성 앤드류 성당, 굿셰퍼드 성당, 인도 참전기념비들을 보고 앤더슨 다리를 건너면 싱가폴 강변의 머라이언 공원을 돌며, 그 유명한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 상을 보고 국립도서관에서 쉬고, 래플즈 호텔쪽으로 나와서 다시 YMCA로 돌아오는 코스로 시내 도보관광을 오후 내내 했다.

STANFORD HOTEL에서 걸어다가보면, 멀리 우리나라 국회의사당 비슷하게 생긴 타원형 반구 모양의 지붕이 있고, 그 위에 싱가포르 국기가 휘날리는걸 볼 수 있다. 그 건물이 시청이고, 그 옆이 대법원이다. 영국 스타일의 품격있어 보이는 건물이다. 계속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인도참전 기념비등의 기념물들이 나온다.

거리가 정말 깨끗하고 길을 잘 만들어 놨다. 방콕과 서울의 혼잡함과는 정말 차원이 틀리다. 또 여기는 벤츠가 정말 많다. 또한 태국, 말레이와 마찬가지로 길거리엔 거의다 도요타, 니산에서 나온 일제차들이다. 역시 일제차는 동남아 전역을 주름잡고 있다. 지나다니는 택시들은 거의다 도요타 크라운이다. 여기도 한국차들이 일제차들 틈에서 꿋꿋이 버텨내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EF 쏘나타, 아반떼, 쏘나타 투, 쓰리, 카니발, 세피아, 아반떼 XD, 레조... 여기가 태국, 말레이시아 보다는 한국차가 더 많은것 같다.

싱가포르는 자동차를 소유하려면 제법 돈많은 부자가 아니고서는 힘들다. 차 가격이 워낙 비싸고, 세금도 왕창 물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자동차를 사기 위해 허가증을 돈주고 사야 한다. 그 허가증 취득료가 비쌀 뿐만 아니라, 차값에 그 외의 부가가치세, 유지비용, 세금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비용이다. 그중에 한국차가 그래도 가격이 싼 편이기 때문에 일제차를 살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이 한국 승용차를 많이 사는 것 같다. 그때문에 쏘나타같은 중형차, 엘란트라, 아반떼같은 소형차는 많아도 에쿠스, 그랜져 XG 같은 고급차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벤츠가 많은걸 보면, 그만큼 잘사는 사람들이 많고, 부자나라 라는 얘기다.
정말 1인당 국민소득 2만 5천불대의 선진국 답다. 싱가포르는 소득도 높고, 복지시설도 잘 돼 있어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일본과 더불어 미국갈때 비자가 필요 없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영국, 프랑스 보다 조금더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앤더슨 다리를 지나서 머라이언 공원에 갔다. 머라이언 공원에는 싱가폴의 상징인 머라이언 조각상이 서 있는데, 그 조각상 앞으로 싱가포르 강이 흐르고, 그 강은 바다로 흘러간다. 바로 바닷가로 연결되는 하류기 때문에 짠내가 난다.

머라이언이 입에서 물을 뿜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물을 뿜어내면 그 주위로 물이 튀기 때문에 그 튀는 물에 맞으면 몸에서 짠내가 난다. 그 짠물을 끌어다가 뿜어내기 때문이다. 뒤로 보이는 HSBC 은행과 최신식 고층건물들 앞에는 싱가포르 강. 멋진 배경이다. 여기서 머라이언 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싱가포르에 온 것을 확실히 증명할 수 있다.

이건 밤에는 야광으로 빛이 나면서, 조명까지 비추면서 물을 뿜어내기 때문에 더 멋있다고 한다. 이날 오후 도보 관광코스 중에 제일 멋지고 인상적인 곳은 여기 머라이언 공원이다. 여기서 싱가폴 강을 바라보며, 머라이언 상이 물을 뿜어내고, 강바람이 불어오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다. 그 다음엔 래플즈가 옜날에 이곳을 개척하려 상륙했던 RAFFLES PLACE로 이동했다. 그 근처에 빅토리아 극장이 있었다. 또 그앞에 래플즈 동상이 서 있다. 빅토리아 극장은 런던에 있는 빅뱅 시계탑하고 비슷하게 생겼다. 또 근처를 둘러보니까 아르메니안 교회, 소방서, 우체국 건물도 다들 유럽식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우리나라하고는 확실히 차원이 틀리다. 건물마다 다 독특한 개성과 유서가 있는것 같다. 관공서 건물이 저렇게 생길수 있다니...

거의다 둘러보고 근처의 국립도서관에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을 쏘이며, 커피숖에서 과일쥬스 한잔하며, 휴식을 취했다. 싱가포르의 젊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책을 읽는 모습이었다. 한가롭게 쉬다가 차도를 따라 걸으니까 옛날 조선 총독부 건물 비슷하게 생긴데가 나왔는데 '국립역사박물관' 이었다. 하지만, 별로 볼 것도 없고 시시하다고, 또 돈주고 보기엔 아깝다고 해서 들어가지 않았다. 사실 난 박물관 같은데 보는건 별로 안 좋아한다. 겉만 멋있어 보인다.

바로 건너편에 YMCA 호텔이 나왔다. 들어가기엔 시간이 이른듯 해서 조금더 걸어가서 Raffles Hotel 로 갔다. 래플즈 호텔은 싱가포르에서 제1의 호텔이다. 예전에 마이클 잭슨이 머물다 갔다고 한다. 영국식민지 시대에 지은 건물을 잘 유지, 보수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딱 보기에는 유럽의 왕이나 귀족들이 사는 저택같다. 외관 자체가 고품격이다. 건물 자체가 관광상품이다. 우리 일행은 호텔 주위를 둘러보고, 기념품 가게로 들어갔다. 거기서 라이터, 티셔츠, 모자들을 둘러보고 여기온 기념으로 하나씩 살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여기서 쇼핑을 하면 앞으로 여행다니곳도 많고, 여행할날도 많은데, 경비를 아껴야 하고, 또 여기서 쇼핑을 하면 짐이 불어나니까 돌아다니기, 이동하기 불편하다. 또 물가가 싼 태국에서 마지막에 귀국직전에 쇼핑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굳이 쓸데없이 그다지 필요치도 않은 것들을 살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냥 눈으로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하지만 매덕스는 티셔츠를 두장정도 사고, 래플즈 호텔에서 만들어서 파는 병맥주 세트를 샀다. 우리는 그걸 이날 밤에 나이트 사파리 갔다와서 한 병씩 쭈욱 들이켰다. 땀 흘리고나서 샤워를 하고 마시는 맥주가 그렇게 시원하고 개운할 수가 없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좀 쉬다가 NIGHT SAFARI를 구경하기로 했다. 나이트 사파리는 싱가포르 유명 5대 관광명소중의 하나다.(주롱새 공원, 센토사 섬, 보트키, 머라이언 공원) 야생동물을 실감나게 감상하고 즐길수 있는 밤에만 개장하는 동물원이다. 그때 비가 제법와서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프론트에서 보증금 25불내고 우산을 두개 빌려서 가기로 했다.

도비고트 역에서 MRT를 타고 다른 역에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고 분레이역에서 하차, 거기서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30분정도 가서 나이트 사파리 공원이 나왔다. 1인당 20.45불씩 입장권과 트램이용권을 끊고서 스낵코너에 가서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로 저녁을 때웠다.
트램이라는 코끼리 열차 비슷한 걸 타고 공원안의 야생동물(하이애나, 코요태, 사자, 표범, 호랑이, 얼룩말, 코끼리등...)의 생활상을 둘러보았다. 길가에서 양사이드로 펼쳐진 밀림과 초원에서 동물들이 뛰어다니고 움직이는 것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동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호랑이를 가둬 놓은 유리관에 우리가 접근하니까 호랑이가 어떻게든 공격해보려고 달려든다. 호랑이가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오줌을 싸더니 그걸 옆에 있던 나무에 비벼댄다. 그걸 뭔가 자기의 흔적을 남기려는 행동을 한다.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나이트 사파리 내에서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 거기가면,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다. 한국인들도 많이 온다고 한다. 다 둘러보고 나서 기념품 가게에서 윈도 쇼핑좀 했다. 거기서 뭘 살까 이거저거 고르고 고민하다가, 머라이언 모양으로 된 은으로 만든 과일용 포크 세트를 샀다. 그게 그래도 젤 실용적이고, 모양도 좋아보이고, 사가면 집에서 요긴하게 쓸수 있을것 같아서 샀다. 가격이 15불 이었다. 생각보다 별로 안 비쌌다. 지금도 가끔씩 손님접대때나 내가 휴가 나가면 엄마는 과일을 내올때 그 머라이언포크를 가져 오신다. 그걸로 사과를 찍어먹으면, 그때 그날이 생각난다.

숙소로 돌아올때는 거기서 도비고트역까지 셔틀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그거보다 택시를 타도 셋이서 같이 내면 거의 비슷할거 같아서 택시타고 돌아왔다. 택시는 고속도로를 20분 정도 달렸는데, 이 기사 아저씨 이따금씩 속도 위반을 한다. 여기 싱가폴 택시는 고속도로에서 규정속도를 초과 하면 경고벨이 뛰뛰하고 울린다.

확실히 선진국은 뭔가 틀리다. 택시기사가 카메라를 엄청 의식한다. 주위에 빽차 없나, 보조석에 탄 매덕스에게 물어본다. 엄청 웃기는 아자씨다.

우리나라도 도로마다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고, 걸리면 범칙금 3만원인가 내야 한다더니, 싱가폴하고 다른게 없다고 맞장구 친다. 여기도 카메라 의식하면서, 속도위반 하는 사람들 많다구 한다. 싱가포르가 암만 법이 엄격하고, 벌금이 세다고 해도, 모두가 지키는건 아니란다. 이따금씩 신호위반 하고, 속도위반 하는 차들 제법 있단다. 하기사 아무리 선진국이고 법이 센 나라라고 해도 다 사람 사는 곳인데, 어떻게 100% FM대로만 지켜지겠는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Oh! World cup Korea! 하면서 엄청 감탄한다.
자기는 2002 한.일 월드컵중에 한국팀 경기를 하나도 안빠지고 다 보았다고 했다. 폴란드 전부터 터키전까지 다 봤단다. 그중에 이탈리아 전이 제일 인상깊고 기억에 남는단다. 한국이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세웠다고 한국축구 넘버원 이란다. 역시 한.일 월드컵 때문에 우리나라의 위상이 많이 달라진것 같다. 예전에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그냥 그런가 보다 거기가 어디 붙어 있는 나라지 하는 반응이 많았는데, 이번 월드컵 때문에 우리나라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그 택시 기사 아저씨는 예전에 삼성전자 싱가폴 현지 공장에서 일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하고 참 인연이 많은 아저씨다.

하루종일 여기저기 바쁘게 관광하고 바쁘게 돌아다니니까 정말 피곤했다.
또 국경을 넘어온, 이동해서 생긴 피로도 아직 다 안풀렸다.
아까 래플즈 호텔에서 사온 병맥주가 정말 개운했다. 시원한 Raffles 맥주와 함께 동남아시아의 진주, 싱가폴의 첫날 밤은 그렇게 흘러 간다.

* 이날 쓴돈 액수
택시(싱가폴역 - YMCA) : 7.8 S$
숙소(YMCA호텔 트리플 룸) : 105 S$
아침식사(KOPITAM푸드 센터) : 13.5 S$
점심식사(KOPITAM 푸드 센터) : 26.5 S$
EZ-LINK : 45 S$
음료수(국립도서관 근처 까페) : 3.3 S$
쉐이크 ( ``) : 12.5 S$
저녁식사(나이트 사파리 스낵 코너) : 21.8 S$
NIGHT SAFARI(입장료 + 트램) : 61.35 S$
음료수 : 7.5 S$
택시(나이트 사파리 - YMCA) : 17 S$

TOTAL : 320.25 S$
1인당 : 106.75 S$
내가 쓴돈 : 121.75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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