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짜나부리에서 만난 고마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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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짜나부리에서 만난 고마운 사람들....

고구마 1 1391
깐짜나부리는 방콕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버스로 약 2시간) 볼거리도 많은데다가 물가도 무척이나 싼편이었다. 강변에 위치한 이쁘장한 숙소들도 저렴한 가격에 묵을수 있고 게다가 그 유명한 졸리 프록 식당의 맛있는 음식들....아~ 짭짭~~
게다가 역사적인 볼거리 와 좋은 사람들 까지 있으니 더욱 정이가는 곳이었다.

깐짜나부리에서의 어느날 아침...우리는 언제나처럼 오토바이를 한대 빌려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은 콰이강변으로 가서 과일로 대충 때우고 점심은 시내버스 터미널 근처의 시장에서 사먹고 다시 숙소인 졸리프록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생추토 거리를 달리고 있는데 앞에 가던 트럭이 노선을 바꾸려는지 자꾸 이쪽저쪽으로 왔다리 갔다리 한다. 그래서 우리도 뒤에서 조심하면서 서서히 서행 하는데 눈치를 보아하니 그냥 직행을 할거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 차 옆을 막 추월해서 가려는데.....
갑자기 이 트럭이 우리가 다 추월해 나가지도 않았는데 우리 쪽으로 차선을 확 틀면서 좌회전을 해버리는 거다.. 뒷바퀴를 살짝 치는 바람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오토바이는 중심을 못잡고 오락가락 거렸는데 요왕이 애를 써서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걸로 다 끝난게 아니었다. 그 차 모서리에 내 발목이 부딫혀 버려서 내 운동화는 어디론가 부웅~날라가 버렸고 나는 놀란데다가 갑작스런 통증에 정신이 나갈지경이었다.
뒤에서 돼지 목따는 소리로 비명을 꾸에엑~ 지르니 요왕이 오토바이를 세운다.
맨첨에 요왕은 내가 다친것까지는 몰랐는데 내가 하도 소리를 질러서 오토바이를 세웠단다.
흐흑~ 내 발목은 금방 피멍이 들고 뚱뚱 하게 부어올랐다. 요왕은 나를 살살 달래서 일단 숙소까지 가면 약발라 준다고 꼬셨는데, 난 그때 그놈의 오토바이에는 절대로 다시 올라타고 싶지도 않은데다가 처음 당하는 교통사고 때문에 정신이 조금 나가서 도로 한켠에 퍼질러 앉아 숨만 헉헉 되고 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달려와 주었는데...그중에... 바로 옆에서 서점을 하는 중국계 타이 아저씨가 자기 차로 나를 병원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 아저씨는 예전에 잘나가던 건축기사였는데, 건축현장에서 사고를 당했었단다.
일톤짜리 건축자재가 떨어져서 오른쪽 어깨랑 갈비뼈 발을 다쳐서 지금도 행동이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단다. 그래도 지금은 몸이 많이 나아져서 서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아저씨네 부인은 십년전에 우리나라에 잠시 체류한 적도 있었단다.

일단 병원 침대에 누워있으니 통증이 가라앉긴 하는데 혹시나 휴유증이 생길까봐 겁이 너무 난다... 의사가 뼈를 두두려 보고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고 타박상만 입은거라고 한다..약과 바르는 연고를 주며 시간날때마다 열심히 펴 바르란다.
병원비가 한 900바트 정도 나왔는데 모두들 너무 친절하게 대해줘서 울적하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 친절한 아저씨는 우리 치료가 다 끝날 때 까지 병원에서 끝까지 기다려 주었고 우리가 사양하는데도 게스트 하우스 까지 데려다 줬다.
숙소로 온 우리는 너무나 지쳐서 숙소에 들어서자 마자 침대에 쓰러져 잠을 잤다.
한숨 자고 일어나 보니 저녁먹을 시간이었다.
요왕이 오늘은 사고당한걸 위로도 해줄겸 근사한 곳으로 데려다 준다며 강가의 플로팅 레스토랑으로 갔다. 저녁 6시쯤 되니 늙은 악사가 바이올린을 켜고 하늘은 파란색-붉은색으로 각기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젠 발도 참을수 있을만큼만 아프고, 배가 부르니 기분도 좋아져서 이쁜 석양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이 꽤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기도한다.
시내의 쇼핑센터가 문을 닫기 전에 가서 우리는 500바트 짜리 종합선물세트 하나를 사서는 그 서점을 다시 찾았다. 아까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고맙다는 소리도 변변치 않게 했던거 같다. 다시 찾아온 우리를 다시 반갑게 맞이하며 내 안부를 물어봐 준다.
그집 부부랑 할머니 아이들과 우리 이렇게 빙 둘러서서 기념 사진을 찍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막 나오려는데 그 아저씨가 태국전통 요리책을 선물이라며 챙겨주신다.
그책은 예전에 우리가 방콕에서 살까말까 참 많이 망설이다가 적지않은 가격탓에 그냥 내려놓고 나온 바로 그 책이었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
다행히도 그 발목은 그후 아무런 말썽도 부리지 않았고 튼튼하고 두꺼운 다리로 나는 여기저기 잘 돌아다녔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있을까...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미소짓게 만드는 그런 친절한 사람....

1 Comments
*^^* 1970.01.01 09:00  
비록 몸은 아프셨겠지만....소중하고 정겨운 추억이군요..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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