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어진 까페...보헤미안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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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어진 까페...보헤미안에서의 하루...

고구마 3 1545
예전에 홍익여행사는 위앙따이 호텔 일층에 자리했었는데, 바로 그옆의 점포 역시 한국인 아저씨가 운영하는 까페겸 술집이었다.
까페 이름은 보헤미안...그집 주인 아저씨는 일명 사오정 이라 불리웠는데..
남들 말에 의하면 동문서답이 취미인 탓에 그런 귀여운 별명을 얻었단다...
지금은 그 자리에 짜이디라는 맛사지 집이 성업중이라는데 가끔 그때 생각이 난다.

12월 12일
우연히 광장에서 만난 마도로스 아저씨와 그 일행들에게 아침을 얻어먹고, 덤으로 예전에 그 아저씨가 이집트에서 군인들이 총들고 지키고 서있는 험악한 상황에서도 어느 피라미드정상까지 올라갔던 무용담을 들었다. 우리가 흥미진진 하게 듣고 있는 동안 다른 아저씨는
“ 아따~ 나는 전에 듣고 이번에 두 번째로 듣는데도 재미있네...”
그런다..

며칠후 우리는 마도로스 아저씨 그리고 다른 몇몇의 사람들과 바람난 부부 이렇게 여러명이 모인가운데 또 그 ‘피라미드 무용담’을 듣게 되었다. 그 이야길 첨 듣는 바람난 부부는 박장대소를 하고 잼있어 한다...근데 그 외 사람들의 반응은 좀 신통치 않았나 부다..
그부부중 한분 왈~
“ 민기씨.. 아까 그이야기 넘 잼있던데 우리만 웃고 다른분들은 별로 반응이 없어서 좀 의아했어요..”
“ 아..그게요..우리는 전에 한번씩 다 들었었거든요..두번째 듣는 거였어요.
그리고 그중 한사람은 전에 우리가 첨들었을때 두 번째 듣는거라 그랬으니 이번까지 합하면 세 번째 듣는 거였지요.” 낄낄...

어쨌든 공짜 아침을 얻어먹고 이탈리아 거리라는 타논 판에 갔는데 아무리 이리 저리 둘러봐도 이탈리아 냄새가 안나는 그냥 평범한 태국거리다.
내가 자꾸 요왕한테 여기 정말 이탈리아 거리가 맞긴 맞는 거냐고 혹시 지도를 잘못 본건 아니냐고 자꾸 물어봤더니 ...
요왕은 자신의 태국지식에 자꾸 딴지를 걸며 못살게 한다고 잠시 뽀루퉁 해져서 나랑 눈도 안맞추고 혼자 씩씩 되며 걸어간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거리는 특정한 축제기간에만 이태리틱~ 한거란다.

하여튼 기분도 꿀꿀하고 해서 모처럼 팟봉근처의 근사한 멕시코 식당에 갔는데, 거기가 괜찮은 곳이긴 한가부다. 태국 가수인 ‘모스’ 라는 양반이 무슨 인터뷰를 비슷한걸 하는지 조명이랑 커다란 카메라로 일층은 분주하다.
분위기와 달리 잔뜩 기대하고 시킨 요리는 비싸기만 하고 맛은 기대에 못미쳐서 나의 맘을 쓰리게 했다.

오늘은 보헤미안의 사오정 아저씨 생일날이란다. 선물로 뭘할까 생각하다가 반짝이 꼬마 전구를 사다주기로 했다. 가게 유리창에 장식하면 폼도 좀나고 괜찮을거 같다.
어둑해져서 찾아간 까페는 쥔장 생일이라는데도 너무 조용하기만 하고 분위기가 하나도 안난다.
하지만 누군가가 준비해온 케이크를 자르고 생일축하노래를 부르자 옆에 있는 3명의 외국인들도 건배를 하면서 술을 세병이나 주문해 우리 테이블로 보내준다..
우아~ 이런 호의는 정말 첨인걸..
서양애들은 정말 파티 스타일인가부다...첨보는 사람 생일인데두 술을 시켜 주다니...
당연히 모두 뚜껑 따서 까페안에 있는 사람들 끼리 골고루 나눠 마시고 음악 쾅쾅 틀어놓고 댄스홀 분위기도 내고 분위기 흥겨웠다.

근데 끝까지 분위기가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윽고 시간이 흘러 옆에 서양애들이 자리를 뜨는데 술값을 안내고 그냥 가려다 까페 여종업원 아이들이랑 시비가 붙었다.
아까 술을 시켜서 까페안 사람들 한테 나눠주는 과정에서 뭔가 오해가 있었는지 어쨋는지..
술 세병 값을 못내겠다면서 생짜를 쓴다.
한참을 실랑이 했는데...... 순해 보이기만 하던 태국 아가씨들 ..쌈이 붙으니까 얼마나 맹렬하게 달려드는지...결국은 그사람들 돈은 돈데로 내고 사과는 사과대로 하고..체면 구기고 힘없이 돌아갔다.
분위기 좋다가 이게 왠 찬물...
생일날 이런일이 있어 사오정 아저씨 보기가 참 민망하다.....


그 가게 한구석에서 가끔 라면도 끓여먹고...
사오정 아저씨가 비자 크리닝하러 며칠 여행하는동안 우리가 맡아서 잠시 봐주기도 했었다.
그 때 손님들이 와서 손쉬운 음료수 ( 뭐 펩시나 맥주) 시키지 않고 쉐이크나 아이스 커피 같은거 시키면 요와이랑 나랑 혼비백산하면서 좁을 주방에서 어쩔줄 모르고 왔다리 갔다리 하던게 생각난다.
일단 만들어 놓고도 맛이 어떨지 몰라 주방 뒷구석에 숨어서 몇숟가락씩 퍼먹어서 간을 보고는 서빙해 주곤 했는데...우리가 그러고 있는거 들킬까봐 최대한 바닥에 붙어서 퍼먹곤 했다. 낄낄~~
지금 생각하니 그 손님한테 좀 미안타...

3 Comments
*^^* 1970.01.01 09:00  
요왕님은 행복하시겠다..
*^^* 1970.01.01 09:00  
고구마님 잼있는 분 ^^
*^^* 1970.01.01 09:00  
고구마님의 모습이 눈에 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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