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의 셋째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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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의 셋째날 2

rosa 0 1344
셋째날 2

한발한발 내딛는 코끼리의 움직임에 내 몸을 맡기고 있자니 우리네 옛 선비들이 말을 타고 산천경계 유람할때의 유유자적한 모습이 떠오른다. 에험.....괜한 헛기침을 한번 해본다.

그렇게 가길 한 10분쯤, 갑자기 앞서 가던 코끼리들이 움직이질 않는다. 알고보니 선두 코끼리가 꾀가 났는지 움직이길 거부하고 있다네. 조련사 아저씨가 아무리 잡아 끌어도 꼼짝을 않는단다.
이런....내가 탄 코끼리는 울아저씨 말 딥따 잘 듣는데...그 아저씨 실력이 별로네..
남편한테 이런 요지의 얘기를 하고 있는데 마치 내 말을 알아듯기라도 하듯이 울아저씨 뒤를 돌아 나를 보고 씩 한번 웃더니 갑자기 코끼리를 옆길로 몰아세운다. 엥? 뭔일.. (옴마야)...이지?
울아저씨, 글찮아도 아슬아슬 좁은 길이었는데 그 위에 신디크로프트나 다닐만한 좁다란 길로 코끼리를 몬다. 이게 뭔일이여? -그 길은 정말 코끼리 발바닥만한 넓이였다.더구나 두 발자국 간격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속이다-이러다 자칫 코끼리가 미끌어지기라도 하면 옆길에 서 있는 코끼리들 틈에 껴서 압사할 판이다.

아저씨...좀 참아줘여~~~
울 부부가 내지르는 비명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아저씨는 코끼리를 재촉한다.
흐미.....이것이 뭔일이다냐... 아슬아슬하게 의자 난간을 붙잡고 입으로는 비명을 지르고 온 몸은 코끼리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마구 내돌리는데 그걸 보고 있는 일행들 웃음을 터뜨리고...(배신자들!) 그래도 떠벌이 영국신사 아저씨-잠시도 입을 쉬지 않아서 우리가 붙인 별명-하도 소리 지르는 내가 걱정됐는지 "Are you o.k?" 한다.
물론 난 대범한 척 하려고 "I'm o.k" 했다. 그러나 심장은 벌렁벌렁, 온 몸에 식은 땀이 줄줄줄. 30미터도 안되는 거리가 왜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우리의 외침을 외면한 채 무정하게 코끼리를 몰아세우던 울아저씨, 드뎌 선두에 서는데 성공이다. 우리 뒤를 이어 내 앞에 있던 영국커플 코끼리도 우리가 온 길을 거쳐서 우리 뒤에 선다. 물론 난 느긋하게 그들의 비명소리를 감상했다. 웃으면서......(나도 배신자?)

결국 나머지 일행은 뒤쳐지고 용감무쌍한 울코끼리랑 영국커플의 코끼리가 한가롭게 산길을 걷는다. 이젠 제법 코끼리의 움직임도 몸에 익고 카메라에 주변풍경을 담을만큼 여유도 생겼다.
그러다 또 앞이 막혔다. 앞서가던 다른 팀의 코끼리가 또 말썽인거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울아저씨 코끼리 등을 내려와 뒤로 달려간다. 이건 또 뭐여? 흐미 아저씨..워디가요?
뒤를 보니 개울가에서 물을 드신다.
아저씨! 아저씨! 코끼리가 막 움직여요~~~~~
앞서가던 코끼리가 움직이니 울코끼리 아저씨 말도 안듣고 지 맘대로 길을 간다. 심장떨려 죽겄다.참말로...그래도 느긋하게 세수까정 하고 돌아와선 또 씩 한번 웃곤 그만이다. 여자의 직감은 정말 무서운거라니까....첨에 아저씨가 날 유심히 봤을때부텀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그렇게 길을 가다 또 막혔다. 이번에 울아저씨 우쨌는지 아십니껴? 또 뒤를 돌아보고 씩 웃더니 아예 코끼리 몰 때 쓰는 대나무를 울남편한테 턱 맡기고 앞으로 뛰어가십디다.(이젠 아저씨가 웃으면 겁부터 난다) 참내......
이젠 죽으나 사나 울남편 손에 달렸다. 그래도 울아저씨, 코끼리 훈련 하나는 잘 시켰다보다. 대충 이럇이럇(?)하니까 코로 침 한번 턱 뱉더니-우린 그날 코끼리 침세례 무지 받았다-앞 코끼리 따라 잘도 간다. 조금 있으니 다른 조련사 아저씨가 와서 나뭇가지를 넘겨받고 우릴 안내해줬다. 휴~~~~~~~~ 울남편 우리가 아저씨를 잘 만났건지 못 만났건지 모르겠단다. 팔자에 없는 코끼리 몰이꾼이 다 되보고 참....어쨋든 울아저씨가 달려간 덕분에 말썽 부리던 코끼리 꼼짝없이 길을 트고 1시간10분만에 목적지에 무사히 다다랐다. 코끼리 등에서 내려와 계단을 내려가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그런 나를 보고 기다리고 있던 부쉬 죽는다고 웃는다. 흐미...창피해라.

일행을 기다리며 잠깐 쉬는데 모기녀석들이 달려든다. 이런...순식간에 보시했다. 얼른 바르는 모기약을 꺼내 뿌리는데 울부부만 열심이다. 뭐야? 그럼 우리만? 영국커플도 멀쩡하고 앞서 기다리던 다른 팀들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부쉬한테 모기 많냐고 물어봤더니 여기 모기는 한국사람들만 문다나? 한국사람 피가 달콤해서 그렇다느니 어쩌구저쩌구.....우씨... 어깨, 다리 사정없이 물렸다. 말라리아가 걱정되긴 했지만 말라리아 모기는 주로 밤에만 활동한다고 하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기다리던 일행이 도착하고 다른 팀에서 온 한국커플을 만나 인사도 나누고 다른 사람들이 고산족 아이들이 파는 바나나를 사서 코끼리한테 먹여주는 모습도 찍고 다시 길을 간다. 이제 몽족마을에 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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