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의 둘쨋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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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의 둘쨋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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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오잉? 지금이 몇시야? 아니 이게 웬일이래?
달게 푹 자고 일어나 시계를 보니 아침 6시다.
도대체 뭔일인가 몰겄다. 울남편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고 뭔일있어? 한다.
설에서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지옥같았는데 더 잘려고
해도 잠이 안온다.

아니 사실은 배가 고프다. 태국쌀은 소화가 잘 된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역사 이래 아침에 배가 고파 밥 먹은 적이 없었는데...

남편을 깨워 아침을 먹으러 갔다.
이날 아침을 필두로 해서 여행 내내 나는 배고파 밥 먹자
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다녔다. 태국 밥귀신이 붙었나?

호텔 뷔페에서 근사하고 배부르게 아침먹고
트레킹을 예약하러 B.M.P여행사를 찾아 나섰다.
길찾기 도사 울남편 헤매는 일 없이 바로 B.M.P를 찾았는데...
헌데 이것이 뭔일이여...툭툭이 타자는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걍 걸어서
가자고 꼬셔서 갔는데 B.M.P 이사갔다네...
한글로 이사갔다는 메모 한장만을 남기고....
흐미...
할수 없지 뭐... 가게 총각이 오토바이로 델다 주겠다는 친절을 보였지만
두 대나 움직여야 하는 게 넘 미안해서 그냥 나왔다.

깜팽딘 거리로 옮겼다고 해서 슬슬 찾아가는데 날 밝으니 치앙마이도 덥다.
평소에도 땀이 많은 나. 등허리에서 땀이 물처럼 흘러내린다. 중간에 사원 구경도 하면서 물어물어 찾아간 B.M.P. 데끼리가 반가이 한국말로 맞아준다.
찾는데 힘들었다고 하자 데끼리 2년전에 옮겼다는 말을 몇번씩 강조한다.
그려 알았어...나같은 한국여행자가 많았다 이거지....
일일트레킹과 오늘 저녁 칸똑디너쇼 예약했다.

이제 갈곳은 도이수텝. 쌍테우를 타고 치앙마이 대학 앞에서 내렸다.
도이수텝, 뿌삥궁전, 몽족마을을 볼 생각으로 쌍테우를 대절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 도이수텝 가는 길이 유난히 막힌다.
절대로 막힐 길이 아닌 것 같은데...
뒤를 보니 한무리의 태국 학생들이 차 타고도 올라가기 힘든 오르막길을
뛰어서 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한무리가 아니었다. 차가 올라갈수록
더 많은 학생들이 그룹별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노래 부르다 박수를 치다 손까지 흔들면서 뛰어가고 있었다.
뭔일있긴 있나보다.
결국 도이수텝까지 무려 1시간 30분이 걸렸다. 흐미.. 오다가 힘 다 뺐네.

도이수텝에 들어가니 엄청난 계단이 날 반긴다.
으럇차차..올라가자. 땀을 한번 쫙 빼고서야 올라간 도이수텝.
거기도 역시 온통 학생들로 가득 차 있어 발 디딜 틈이 없다.
우씨....치앙마이 시가지가 한 눈에 보인다는 명당은 이미 점령당한지 오래고
관광객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주변만 둘러본다.
도대체 뭔일이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치앙마이 대학교 학생들의 단합대회 같은게 도이수텝에서 열렸단다.-설명해준 어저씨의 발음이 안 좋아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다 돌아보고 학생들 사이에 삐집고 들어가 증명사진도 한 장씩 박고
1시간 후 만나기로 한 쌍테우 아저씨를 찾아 내려갔다.
근데 뭔 놈의 차가 이리도 많은지....설에서는 상상도 못할 움직이는 차 사이를 마구 헤집고 차를 찾으러 다녔는데..
이 아저씨 도대체 어디에 있는건지 약속시간 30분이 지나도 보이질 않는다.
이 아저씨 날른 거 아녀? 아님 우리 구경할 동안 한탕 더 뛰려다 차 막혀 못 올라오고 있거나....
우째, 돈 벌써 다 줬는데....
우릴 유심히 보던 다른 쌍테우 아저씨, 뭔일이냐고 해서 사정 얘기를 했더니 함께 찾아봐주신단다. 그러기를 한 시간쯤....
돈도 돈이지만 어렵게 낸 시간을 이렇게 허비하고 싶지는 않다. 불전함에 보시했다 생각하자 맘 먹고 다른 쌍테우를 타려는 순간 나타난 아저씨. 우와... 교통경찰 때문에 한곳에 차를 오래 세울수가 없어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시면서 우릴 찾으셨단다. 영어가 안되는 아저씨라 아까 우릴 안내해주셨던 다른 쌍테우 아저씨가 통역을 해주셔서야 알았다.그럼 그렇지. 잠깐이라도 의심했던 게 넘 미안해졌다. 근데 한술 더떠 통역해주던 태국 아저씨 태국말로 우리 아저씨한테 막 뭐라고 하시는 것 같다. 미안해서 워쩔까....

다시 쌍테우를 타고 뿌삥궁전으로 갔다. 왕족들의 겨울휴양처라는데 별로 볼 것이 없다.
더구나 외국인은 입장료가 50밧이고-태국인은 20밧- 민소매나 반바지도 안된단다.
왕궁이랑 같네...옷 빌려입고 구경을 다니는데 여긴 사람이 별로 없다.
아름답다는 정원은 꽃이 다 지고 난후라선지 초라하기까지 하다.
대충 둘러보고 몽족 마을을 가려는데 울아저씨 가는 길이 안좋다고 몇번을 강조한다.
가기 싫다는게지. 우씨..돈 다냈는데...
울남편 얼굴을 보니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왜 나는 여행만 오면 힘이 남아돌지?
울남편, 낼 트레킹 가면 몽족 마을 가잖아 한다. 피곤하다는 거다.
그래 낼 보자..
하긴 오늘은 여행사 찾는라 많이 걷고 도이수텝 오는 길 차도 넘 막혔고, 조용히 사원 둘러보고 싶었는데 학생들 땜에 그것도 안됐고 아저씨 찾는라 1시간을 넘게 헤매고 다녔지...
그러고 보니 오늘은 되는 일이 없네. 거기다 점심까지 굶었다.
우...밥심으로 사는 난데 밥을 굶다니...물론 길거리 불량식품도 사먹고 다녔지만 술배 따로 있고 밥배 따로 있듯이 간식배도 따로잖아? 밥배는 텅 비었으니 밥 굶은 거나 다름없지.

---불량식품이라는 말에 오해하시는 분 없길..우린 길거리 음식을 그렇게 부르며 먹고 다녔어요. 우리끼리는 그걸 수준 높은 유머라고 생각한답니다^*^
참, 혹 아유타야 일일투어 같이 같던 만남의 광장에 묵고 있던 한국대학생 꼬마아가씨 세명아! 이글을 본다면 오해풀길.. 네덜 내가 불량식품이라고 할때마다 기분나빠했잖아. 나 사실 그 이후 불량식품 엄청 먹고 다녔다. 나 설에서도 길거리 노점 불량식품 애호가야----

남은 돈 환불 받을까 하다 실갱이 하는 게 싫어서 그냥 호텔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오늘 불전함에 돈 많이 넣는다..참...

호텔로 돌아오니 벌써 4시가 넘었다. 밥을 먹을까 하다 저녁에 깐똑 디너쇼에 갈꺼니까 간단히 요기나 하자며 호텔앞 식당에 가서 족발덮밥 1인분만 사왔다. 난 돼지로 된 건 다 맛있다...어제밤에도, 오늘도 족발덮밥만 먹는다.

잠깐 쉬다 칸똑 쇼 예약한 곳과 약속한 시간에 로비로 갔다. 이쁜 전통옷을 입은 아가씨가 우릴 찾는다. 차를 타고 호텔 문을 나서는데 호텔에서 100미터도 안떨어진 곳에 차를 세운다. 여기가 워디여? 여기가 바로 거기?
바로 울호텔 옆에 깐똑 디너쇼극장이 있었던거다. 앗,그러고보니 B.M.P 데끼리한테 올드 치앙마이 문화센터로 가고 싶다는 말을 안했다. 여행프로그램 책자를 보여줄 때 올드 치앙마이 문화센터 글자가 보이길래 다 거긴줄 알았는데...
우씨..진짜 오늘은 되는일이 없다. 공연은 뭐 그런데로 괜찮았다.하지만 댄서들이 별로 성의가 없어 보인다. 춤추다 웃는 총각, 박자 놓치고 동작 놓치는 아가씨. 소품을 놓치고 그냥 앞 사람 쫓아만 가는 아가씨....밥은? 진짜 맛있다. 하긴 내가 안 맛있는게 뭐가 있을까? 주는데로 다 받아먹는다.

공연 보고 나와서 나이트 바자로 갔다. 작년까진 무거운 베낭메고 하루종일 걸어다녀도 거뜬했던 울남편이 이번엔 영 맥을 못춘다. 맛사지 받고 몸 좀 풀고 싶단다. 맛사지집을 찾으러 다니는데 유난히 비싼집이 보인다.
맛사지 종류도 그냥 한가지 뿐이다. 뭘 믿고 이렇게 비싼거지? 거기서 나오는 서양아가씨를 잡고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그녀의 첫마디. "AMAZING"
지금까지 받아본 맛사지 중에 최고였대나 어쨌대나..일행이 4명인데 하나같이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그래? 비싼값을 한단 말이쥐...그럼 나도...
주인이 중국사람인데 전통 타이맛사지랑은 좀 다른 거 같다. 그런데 가격이 발맛사지 45분에 160밧, 전신맛사지 1시간에 250밧이다.
우와 넘 비싸다. 타패거리 맛사지집보다 무려 2.5배. 그래도 잘 한다는데 함 해볼까? 일단 발맛사지만 받고 좋으면 낼 트레킹 다녀와서 전신맛사지 함 받아보지 뭐....

맛사지? 죽인다.
오늘 하루 많이 걸어선지 종아리가 땡기면서 아팠는데 맛사지 받고나니 통증도 없고 피곤이 쏴악 풀린다. 비싼 값을 하는구나... 짠순이 아줌마 주머니에서 팁이 다 나오네..

맛사지 받고 카페에 가서 맥주 한잔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낼 트레킹 간다고 생각하니 맘이 들뜬다. 원래는 1박2일을 하고 싶었는데 울남편 몸이 영 아니라서 하루짜리로 예약했다. 아쉽다.
사실 트레킹 때문에 비싼 국내선 뱅기타고 치앙마이 온 거지만 구지 트레킹이 아니어도 치앙마이 참 좋다. 오래 머물고 싶을 만큼 좋은 동네다. 그래, 4일은 넘 짧다. 담에 또 와야지.... 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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