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광장에서 신청한 트렉킹은 이렇게 이뤄지더군요...(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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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광장에서 신청한 트렉킹은 이렇게 이뤄지더군요...(여행기)

felicito 10 1457
안녕하세요...
저번에 주변국가/캄보디아란에 여행정보/푸켓&피피란에 여행기 올린 사람입니다... 다시 치앙마이 트렉킹여행기 올립니다.

(피피여행기에 이어서~~~)
저녁엔 치앙마이 트렉킹(1박 2일)이 계획되어 있었다. 피피에서 오기가 무섭게.... 다시11시간여의 장거리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한다. 트렉킹 팀엔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영호와 Y누나가 합류했다. 드디어 치앙마이로 출발이다. 동행한 멤버들이 다들 맘에 든다. 잘 돼야 될텐데.... (물론 짐이 많다면 만남의 광장에 맡기고 가세요.) 역쉬 여행 베테랑들의 정보는 날카로웠다. 카오산 여행사 버스(300밧)를 통한 장거리 이동은 저렴하긴한데.... 많이 불편했다. 편안하지 않은 좌석으로 인해.... 2틀밤을 꼬박 버스에서 4시간 잤으면 많이 잔것같다.

예정대로 아침에 도착.... 만남의 광장에서 지정해준 숙소(World tour story)에 전화를 걸으니 픽업을 해주셨다. 가서 여장을 풀고 마지막으로 현지에서 막내 봉준이와 프랑스가족 4명(크리스티안, 다니엘, 조던, 커누) 합 8명이 1박 2일간의 트렉킹 팀에 합류했다. 잠시 시장을 들러 신발(100밧)도 사고(여행 내내 2켤레의 신발을 버렸다.) 물도 사고 위스키도 사고.... 모든 준비 완료.... 말로만 듣던 트렉킹 시작이다.

숙소의 주인장 Doe Doe의 친동생인 Sam이 우리의 가이드가 되어 주었다. 한참을 차를 타고 내려준 계곡옆에서 트렉킹은 코끼리 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산길과 계곡의 물을 건너 가는 코끼리 트렉킹은 내겐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솔직히 재미 보단 인간의 쾌락을 위해 동물이 학대당하는 듯 싶어 안타까웠다. 그리고 미안했다. 코끼리 타기는 다시는 안하리라. 특히 내가 탄 세끼 코끼리(5마리 정도가 함께 움직이는데 알고 보니 모두가 가족이었다.)가 많이 힘겨워 했다. 애절한 소리를 내며 헉헉 거리는데.... 오죽했으면 코끼리 기사가 같이 흐느껴 울며 엎드려 안고 달래는데.... 무슨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었다.

1시간여의 코끼리 트렉킹을 마치고 즐거운 점심시간.... 다들 배고팠는지.... 밥 한 공기씩을 다 비우고.... 여분으로 나온 것도 싹 비우고.... 그래도 양이 차지 않아 다시 주문하니 Sam이 당황한다. 함께한 프랑스 가족도 우릴 무슨 야만인 쳐다보듯이 한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 모습이 재미있었단다.) 그래도 체면은 뒷전이다. 우선 배고픔을 면해야 했기에.... 잠시후 밥이 없다며 비빔면을 요리해 왔는데 오히려 우리에게 미안해 한다. 너무나 소박한 사람들이다. 내 눈엔.... 프랑스 가족이 신기할 정도다. 적은 양을 먹고 어떻게 버틸까? 오히려 남은 음식은 우리에게 모두 권했으니.... 후식으로 나온 과일도 싹~~ 나도 나의 식욕에 겁이 났다^^

다음은 산길 트렉킹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산길 등산이라면 이해가 빠를 듯 하다. 길은 그리 험하지 않았지만 한차례 소나기가 내려서인지 산길이 미끄러웠다. 일행 중 몇몇은 엉덩방아를 찧고..... 헤헤.. 어느새 난 그것을 먼 발치에서 즐기고 있었다.

1시간 30여분여의 산길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폭포에 도달한다. 이미 폭포엔 미리 출발한 다른 여행사 소속의 트렉킹 팀들로 분주했다. 트렉킹이 힘들다며 첫날부터 일찌감치 포기한 서양인 커플 얘기도 들리고 한쪽엔 발등에 피를 흘리는 서양인 노부부도 보인다. 하긴 트렉킹 하다가 죽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15살 된 커누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폭포에 몸을 던지고.... 계속 관찰해본 결과 여행 내내 물만 만나면 흥분했다. 땀으로 젖은 옷을 벗어 제치고 떨어지는 폭포수에 몸을 대니 시원하지만 따갑다. 예전 소정방 폭포가 생각난다.

다시 산길을 오르고 계곡을 건너 구불구불한 논길을 지난다. 한적한 우리네 시골 그대로의 경치다. 40여분여를 가니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카렌족 마을이 보인다. 사람이 지나는 길에 닭과 돼지가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다니고 (지금도 미스테리다. 특별히 표시해 놓은 것도 없구.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닐텐데.... 더러 기둥에 묶어진 돼지도 보이고....) 나뭇잎을 엮어 만든 육상 가옥이 고산족 생활의 일부분을 말해준다. 알고 보니 우리의 가이드였던 Sam은 카렌족의 후예였다. 그곳은 그가 태어난 곳으로 부모님도 그곳에 살고 계셨다.

먼길을 왔는지라 샤워도 하고 여장도 좀 정리하는데 프랑스 아줌마가 트렉킹에 상당히 만족한 듯 싶다. 표정을 보니 감격한 듯 했다. 자기에겐 산길 트렉킹이 생소한 경험이라던데,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을 부르는 미소였다. 즐거운 저녁식사 후엔 프랑스 가족과 의기투합해 바베큐파티를 열기로 했다. 고산족 마을에서 기르는 돼지를 직접 사서(800밧) 현지인이 요리(100밧)해 주는데.... 이전에도 많은 이들이 그를 애용해 주었는지 손놀림이 능숙했다.

고산족 마을의 밤은 해가 짐과 동시에 시작된다. 이곳엔 전기도 없고.... TV도 없는 듯했다. 함께 식탁에 앉아 양초를 켜니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는다. 함께 자리한 프랑스 가족은 예상외로 말이 없다. 여행 내내 말이 없었다. 참으로 동양적인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하면서 의외로 동양적인 분위기의 서양인들을 많이 접했다. 캄보디아 사원을 둘러보다 보면 사원위에 올라 홀로 명상에 잠겨 있는 서양 여자애들이 많았다. 서양 여자애들은 다들 톰보일줄 알았는디....) 식탁에 앉아 있는데 고산족이 만든 옷, 악기, 수공예품 등을 파는 고산족 상인들이 드나든다. 일명 움직이는 나잇바자^^

프랑스 가족과 함께 가요도 부르고 샹송도 부르고 이것 저것 축구가 어떠니 김치가 어떠니 웃고 즐기며 얘기하다보니 드디어 바베큐요리가 배달되고 우리모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환호성을 지를 만도 했다. 3시간 동안 기다렸으니.... 좋은 안주엔 술이 빠질수야!! 술의 힘을 빌어 그간의 피로를 녹이며 여흥에 빠져 드는데.... 어디서 냄새를 맡고 왔는지.... 저 멀리 고산족 사람들이 주위에 몰려 들기 시작한다. Y누나왈, 이런 오지 마을에서 고기를 먹기란 1년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한 그야말로 연중행사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우리의 허락없이 슬며시 고기를 가져가고 계속 마을 사람들이 주변으로 달려 든다. Sam이 개입하여 어찌 어찌 사태는 수습되고 기분 좋아야 할 자리에 약간은 마음이 아프다. 참으로 독톡한 경험을 하고 잠에 들었다.

아침의 전령-닭 울음소리와 함께 고산족 마을의 아침이 밝았다. 몸이 개운하다. 2틀동안의 장거리 버스 이동으로 많이 피곤했던 몸도 한결 가볍다. Sam이 준비한 빵과 과일로 아침을 때우고 다시 산길 트렉킹을 한다. 태국정부에서 운영하는 고산족 마을 학교도 지나고, 계곡을 건너고 산길을 걸어 다시 즐거운 점심식사.... 먹는게 모두 맛있다. 중간 중간 지나게 되는 고산족 마을입구에서 5-6살 됨직한 아이들이 고산족 특유의 옷을 입고 물건을 파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뗏목을 탔다. 1시간여 동안 타는데 재미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꽉 마른 체형에 키가 조그만 땟목 기사의 물살을 가르는 능숙한 솜씨가 신기하다. 얕은 곳은 수심이 허리높이도 안돼 보이는 데도 사고가 가끔 난단다.( 깊은 곳은 사람키 이상인듯) 심지어는 불어난 물에 죽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날 저녁 숙소에 가보니 땟목을 타다 발목을 다친 한국인도 있었다. 치료비가 800밧정도 나왔다고 하던데....) 땟목을 타고 내려오다보니 현지 태국 대학생들이 계곡에 MT겸 해서 왔는지 수영하는 모습도 보인다. 내려오다 스콜이 내려 비 맞으면서도 합창을 했다. '비처럼 음악처럼'.... (어제 먹은 술이 아직 덜깼나??^^)

이로써 코끼리 트렉킹으로 시작한 1박 2일간의 치앙마이 트렉킹은 뗏목 트렉킹으로 막을 내립니다. 트렉킹을 마치고 난 후의 느낌을 정리해 보자면....
글쎄요.... 태국 북부를 여행하는 목적은 대부분 고산족 트렉킹일껍니다. 물론 라오스 육로 입국의 경유지로 들르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트렉킹에 대한 환상을 가진 분이 많더군요. 저도 그러한 부류중의 한명이었구요. 하지만 어쩌면 군대갔다온 남성분들에게는 별 큰 매력이 없을 수도.... 코끼리나 뗏목트렉킹을 제외하면 한번정도 전에 경험해 봄직한 거니깐요. 산길트렉킹도 생각보단 익숙하고.... 암튼 가기전에 하도 트렉킹 트렉킹해서 제가 기대치가 높았나 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고산족을 만나보고 그들의 숙소에서 잠을 잔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많이 상업화되어 있지만 고산족 사람들의 생활을 단편적이나 느낄 수 있구요. 치앙라이에서 만난 한국인 여자분은 용감하게도 혼자 정말 외진 오지로 고산족 트렉킹을 갔다왔다고 하던데 그들의 생활이 정말 말이 아니랍니다. 그거에 비하면 제가 간 곳은 비교자체가 무의미하겠지요? 문득 문명을 거부하면서까지 굳이 오지에 살아야 할 이유가 무얼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단순히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그들 조상이 살아온 삶의 터전을 지키고 싶어서라면 그들이 감수해야 할 고통이 너무나 커보였는데.... 혹 이에 대한 해답을 갖고 계신분??
어쩌면 이에 대한 해답은 Sam이 해 줄 수도 있었는데.... 그 또한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에 귀의하고 싶어하는 멋진 친구더군요. 시내가 편하지 않냐고 물으니 너무 북적되고 시끄럽고 오염되어서 싫고 자연과 맑은 공기로 둘러싸인 자기 고향이 좋다고 하더군요. 고산족 마을 출신인 그에게도 유년시절의 향수가 짙게 베어 있는 듯 했습니다. 자기 꿈이 먼 훗날 산속에서 코끼리 키우며 관리하는 거라던데 그의 소박한 꿈이 실현되길 바랍니다. 참고로 그의 눈빛은 참 따뜻합니다. 같이 간 Y 누나도 첨엔 오해 했다고 하던데.... 헤헤.. 여자분들 혹시 오해하실 수도.... 참 유부남이랍니다.
헐~~ 계속해서 말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암튼 만남의 광장을 통해 트렉킹을 신청하는 분들은 1박 2일일 경우 대부분 제가 경험한 일정으로 트렉킹이 이뤄집니다. 참고하시고요.
조만간 치앙마이 한나절 쌩태우 투어와 치앙라이 여행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낌없는 성원(?) 기대하면서....

10 Comments
*^^* 1970.01.01 09:00  
정말 웃겼습니다!! 저랑 수준이 비슷하신듯.. 캬캬~ 암튼 야심한 밤에 무지 웃었네요
*^^* 1970.01.01 09:00  
우하하하<img src='./system/image/smile/cacofrog/caco0101.gif' border=0 alt='하하~' width=15 height=13> 밑에 "헉! 가이드 이름이 전부 샘이 아닐까?" 쓰신 분.. (위로)
*^^* 1970.01.01 09:00  
헐 밑에분 ... 부담되네^^(글쓴이)
*^^* 1970.01.01 09:00  
역시 재밌어여~ 다음편도 기대기대..^^
*^^* 1970.01.01 09:00  
저번 피피여행기 잼나게 읽고 목빠지게 기둘렸답니다~~~
*^^* 1970.01.01 09:00  
헉! 가이드이름이 전부 샘이 아닐까?
*^^* 1970.01.01 09:00  
깐차나부리 트렉킹 가이드도 샘인데 그친구 역시 친절하고 재밌답니다
*^^* 1970.01.01 09:00  
나쁜건 아니라는 말씀이죠?? 저도 그친구가 그립군요.. 주소까지 갈켜졌는디..(글쓴이
*^^* 1970.01.01 09:00  
그런자연속에서 살다보면 성격이라든가 행동자체가 그렇게 느글느글헤질수 있습니다. 그게
*^^* 1970.01.01 09:00  
무지 느글댄다고 느꼈었지만, 문득... 울컥그리워지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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