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왕궁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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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 story - 왕궁주변

MOON 3 1457
8월 12일, 드디어 방콕의 첫날이 밝았다. 밤 늦게 도착한대다가 밤새 옆방
일(?)에 관여한 탓에 몸이 조금은 피곤하다.
베낭을 짊어지고 오늘 일정인 왕궁 근처를 돌기로 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
어서인지 문을 연 식당이 별로 없다. 여기서 말하는 식당은 정말 태국사람
들이 즐겨 찾는 식당들을 말한다. 한기와 나는 싫던 좋던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고 태국에 가면 태국의 법을 따르기로 했다. 혐오스럽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면, 가능한 한 그 사람들의 생활을 좇는 것이 진정한
베낭정신이고 타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리라 공감했기 때문이다.
카오산 뒷쪽 먹자골목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나는 깐새우와 치킨커리를
시켰고, 한기도 같은 걸 주문했다. 어제 먹은 볶음국수가 아무렇지 않았기에
"마이싸이 팍취"는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여러 사람들이 말한
진정한 팍취를 여기서 만나고야 말았다. 그 쉰 냄새 비슷한 맛과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행주 빤 냄새 비슷하다는 말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었다. 그 팍취를 많이 먹으면 모기가 달려
들지 않는다는 말에, 진정으로 태국생활에 발을 내딪었다 자위하며...
하지만 잊을만하면 아침에 먹은 덮밥의 느낌이 들어 결국 하루 종일 그
태국의 맛에 시달리게 되었다.

우리의 첫 행선지는 카오산에 가까운 국립박물관이었다. 이 곳에서는 많은
불상들이 있었고, 이 전 왕들이나 귀족들이 입던 의복이나 행사 때 사용하는
수레 같은 것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목이 잘린 무수한
불상들이었는데, 짧게 들은 풍월로는 아유야타 왕조가 버마와의 전쟁으로
멸망할 때 훼손된 불상이란다. 시간 관계상 전체를 둘러본 건 아니지만
국립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았다.

갖가지 열대 과일로 만든 얼음 섞은 쥬스를 마시고 옆의 탐마쌋 대학교를
들렀다. 학교는 그 다지 큰 편은 아니었고, 일요일이어서인지 학생들은 없었다.
다만 오늘이 왕비생일이어서인지 조그만 아이들이 민속옷을 입고 학예회 같은
걸 하는 걸 봤는데, 역시 아이들은 국적을 막론하고 이쁘다.

탐마쌋 대학교 건너편의 싸남루앙 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희안한 것은 차들이
씽씽 달리는데도 불구하고 행인을 위한 행단보도며 신호등이 없었다. 오는 날까지
행단보도에 설치된 신호등을 본 것은 짜뚜짝 주말 시장 앞이 전부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몇 번이고 싸움이 나도 날 터인데, 이 사람들은 익숙해서인지
사람이 건널 때 느긋이 기다려준다. 이른 시간인데도 광장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태국식 족구인 새팍타크로를 하는 사람들, 연을 날리는 사람들, 그리고 왕비의
생일을 기념해서 저녁에 있을 행사를 위해 세워진 여러 단들이며 또 그 위에서
공연을 하는 곳도 있었고 예행연습을 하는 곳도 있었다. "원 웨이 티켓"에 맞춰
발레복 같은 공연복을 입고 여러 무용수들이 춤추는 걸 본 것은 동양의 조용한
나라로 치부해버린 태국을 다른 각도로 보게된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 애국가가 흘러 나올 때는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차렷 자세로 서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싸남루앙 광장 건너편 왕궁으로
건너가기 전에 많은 비둘기떼가 모여 있길래 사진을 찍으러 갔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떤 아줌마가 옥수수 봉지를 건네주며 비둘기에 주란다. 이거 공짜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아마도 오늘이 왕비 생일이고 태국이 불교국가라서 이렇게
새들에게도 보시를 하는 모양이다 싶어 흐뭇했다. 한 봉지를 다 비우자 새로운
한 봉지를 더 주며 더 뿌리라는 시늉을 한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빈 봉지를
치워준다. 봉지가 비면 또 주고, 나중에는 2봉지씩 안긴다. 정말 미소의 나라답다
는 생각을 했다. 자꾸 주다 보니 신나서 봉지채 하늘로 던지니 비둘기들도 덩달아
신나해 하는 것 같았다. 왕궁으로 들어갈 때가 되어서 이제 자리를 뜨려 하니
두 아줌마가 정색을 하며 발길을 붙잡는다. 왜 그러냐니 봉지를 세더니 나는
200B, 한기는 160B를 내란다. 한 봉지에 20B라며 빈봉지를 눈앞에 들이대는 것이
아닌가. 나는 분명 공짜라고 하지 않았느냐? 라고 반문했더니 이 아줌마들
아까는 그렇게 잘하던 "예스"라는 소리는 온대간데 없고 360B만 줄기차게 외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어이없어 도망갈까 싶다가 주위에 경찰들도 많고, 군인들도
많아서 되려 절도범으로 몰리지 않을까 싶어 협상에 들어갔다. 2사람에 100B에
하자고 했지만 쇠귀에 경읽기다. 결국 둘이 200B를 물고 나서야 그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그 아줌마 돌아서는 내 등에 확신에 찬 듯한 한마디를 전한다.
"Are you korean?"
이 사건은 태국 여행 내내 우리를 웃음거리로 몰고 다닌 꼬리표가 되었다.

태국여행 처음부터 비둘기 모이 사기를 당하고 보니 기분이 상한다. 어쨌든
왓 프라깨우로 입성을 했다. 소문대로 왕궁 입구에서 복장검사가 있었다. 아침에
한기에게 왕궁은 반바지로는 안된다고 일러둔 터였는데, 이 친구 왈, 그 정도는
기본이야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입장이 안됐다. 한기는 긴바지는 입었지만
위에는 나시를 입고 있었던 거다. 이 때부터 시작된 나의 구박은 돌아오는 그날까지
그치질 않았다. 구박을 하면서도 내가 미안할 정도였으니 당하는 이는 오죽했을까.
"공부 좀 하고 오라니깐 책에 있는데, 왜 넌 몰라!!! 내가 니 시다바리가? 꽃다발이가?"
한기는 입구에서 옷을 갈아 입다가 창환이에게서 빌린 카메라를 떨어뜨려 고장까지
내고 말았다. 입구에서는 또 정장을 한 한국인이 잡혀서 입장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유인 즉은, 오늘은 왕비의 생일이라 기쁜 날이기 때문에 검정색 옷을 입고는
입장을 못한다는 거다. 폐쇄적인 태국의 단면으로 봤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소문은 들었지만, 그 웅장함과 화려함이란 내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대단했다.
우리에게 에머랄드 사원으로 불릴 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신나게 사진을
찍고 왕궁으로 향했다 왕궁은 아쉽게도 들어갈 수가 없었지만, 입구를 꼼짝않고
지키는 경비병 총각과 그를 배경으로 찍는 사람들을 보는 일도 재미있었다.

왕궁을 나와서 도시를 세울 때 함께 세운다는 기둥을 모시는 락므앙으로 발길을
옮겼다. 근처인 거 같기는 한데 어디인지 몰라 길거리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탐마쌋 대학교 학생이라는 친구가 와서 친근하게 말을 건다. 난 한국에서 왔고
탐마쌋 대학교가 태국에서도 일류대이며 라마 9세도 이 학교를 나왔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얘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락므앙이 어디인지 알려달랬더니 이 친구가
락므앙 보다는 "럭키 부타"라는 곳을 가는 게 어떻냐고 제안한다. 여기서 아주
가깝고 볼 거리가 많단다. 우리는 그래도 꼭 락므앙을 봐야겠기에 일단 거기부터
보고 시간이 나면 보겠다고 했다. 그제서야 이 친구 락므앙을 가리킨다. 바로
눈 앞에 락므앙이 있는데 이 친구가 그렇게 썰을 풀 줄이야. 이 친구 한 마디
더 한다. 오늘은 왕비생일이라서 태국인들만 입장할 수 있고 외국인은 입장할 수
없다한다. 이 말이 마치기가 무섭게 몇 몇 일본사람들이 그 문을 통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일단 악수를 하고 우리는 락므앙을 가겠다 하고 헤어졌다.
우리는 만난 것이다. 그 유명한 보석 사기단을...
아쉽게도 락므앙에서 "리케"라는 코미디극을 보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이 기도하는
모습이며 불상에 금박을 입히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락므앙을 나와 열반사원이라는 왓포로 향했다. 왓포로 가는 길에는 무수히 많은
뚝뚝이 보석 사기단을 만나고, 이 사람들 한 결 같이 왓포가 오늘 문을 닫았다느니
외국인은 오늘 입장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노래처럼 했다. 그럴 때마다 보석에
관심없다고 말하고 입구가 어디냐고 물으면 또 친절히 안내를 해준다. 밉지 않은
사람들이다. 왓포에 도착하니 무척이나 피곤했다. 운동부족을 심각히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왓포에는 거대 와불상이 있었다. 아쉽게도 공사를 하느라
쇠파이프들이 둘러쳐져 있었는데, 내 생각에는 1년 12달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처음에 에머랄드 사원을 가서 였을까, 왓포도 그렇고 락므앙도 그렇고
비슷 비슷하게 보였다. 분명 내 무지의 소산이리라...

어쨌건 이제 우리의 마지막 코스인 새벽사원 왓 아룬으로 향했다. 왓포를 나와
담을 타고 가자니 또 뚝뚝이 보석사기단이 다가온다. 지금 왕궁가는 길이냐며
오늘 왕궁 문닫았다는 틀에 박힌 거짓말을 또 하길래 왕궁 벌써 다녀왔고
왓아룬 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이 사람 웃으면서 그 쪽 길이 아니라 이 길로
가는 거란다. 왓아룬은 오늘 문 안닫았냐고 웃으며 물었더니 오늘은 특별히
너 때문에 열었다고 답해준다. 그리고 배삯은 2B이라고 일러준다.
선착장을 찾아서 갔더니만, 선착장 사람이 친절하게 왓아룬과 세 코스를 합쳐서
1시간에 200B을 내란다. "어? 이런 말은 헬로 태국에 없었는데? 신종사기인가?"
우리는 강만 건널 거라고 하니 100B이란다. 오잉? 바로 눈 앞에 왓아룬이
보이는데 100B이라니??? 아까 뚝뚝이 보석 사기꾼이 일러준대로 2B으로 알고
있다니, 이 사람이 친절히 길을 가르쳐 준다. 다른 선착장이 또 있었던 거다.
태국 사람들 길 가르쳐 줄 때 보면 너무 친절하다. 오는 날까지 태국 사람들의
친절함에는 고개 숙여 감사하는 마음이다.
왓 아룬은 82미터나 되는 높은 탑이 있었다. 역시 에머랄드 사원에서 사원의
엑기스를 맛 본 터라 조금은 감흥이 떨이진다. 아쉽게도 탑 위의 층계는 막아
놓아서 오를 수가 없었다.

왓아룬을 나와서 오뎅국수를 말아 먹었다. "마이싸이 팍취!"를 외친 덕에
팍취는 없었고 아주 맛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국수에는 원래 팍취가
없는 음식이었다. 꿍~!


쓰다보니 재미없는 얘기가 길어지네요.
8월 12일은 2부작(?)으로 나눠야 겠어요. 다음에 쓸게요.


http://my.netian.com/~fromb612
정리가 되는대로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Comments
*^^* 1970.01.01 09:00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MOON-
*^^* 1970.01.01 09:00  
정말 멋있는 대처!! 웃음으로... ^^
*^^* 1970.01.01 09:00  
잼있어요...뚝뚝사기단을 아주 지혜롭게 대처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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