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한장 달랑 들고 떠난 개인트레킹..
오늘은 트레킹을 하는 날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른아침에 게스트 하우스 앞에서 여행사 차를 타고 출발 하겠지만, 오늘 우리가 하려는건 개인 트레킹이다. 가이드도 없이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고산족 마을을 찾아가려는 것이다. 사실 치앙마이에서 여러 여행사를 부지런히 돌아다녀봤지만 예전과 다를게 없는 코스와 일정을 보고는 흥미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좀더 한적한 치앙라이로 와봤지만 그곳도 별반 다를게 없었다.
결국 고심끝에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정보와 고산족 마을을 상세히 표시한 지도 한 장을 이정표 삼아 단독트레킹을 하기로 결정 했지만 불안한 맘을 감추기는 힘들었다.
혹시나 산에서 길을 잃는다거나...뱀에게라도 물린다면....휴우~
하지만 결국 날은 밝았고 매살롱에서 출발해 정오에 타톤에 도착했다,
그마을에 있는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반 루암밋행 보트에 몸을 실었다. 반 루암밋은 강변에 위치한 카렌족 마을로서 트레킹의 첫출발점 이기도 하단다. 거의 2시간을 열심히 강을 달려 루암밋에 도착했다.
잠시 마을을 둘러본후 길가에 삐죽 서있는 표지판을 보고 무작정 산속길로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나는 정말로 걱정이 많이 되기 시작했다.
“ 우리 정말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혹시 저쪽 길로 가야 되는거 아냐?”
“ 아까 표지판 못봤어? 화살표가 이쪽길로 되있고 그밑에 태국말로 뭐라고 써있었잖아..”
“ 물론 화살표가 이쪽을 가르키고 있긴 했지..하지만 그밑에 쓰인 글이 뭔지 어떻게 아냐..
혹시 ‘출입금지 사망주의 ’ 이라고 써있던건지도 모르잖아..진짜 겁난다..“
묵묵히 앞서 걷던 요왕이 갑자기 “ 이야~ 여기 진짜 귀여운거 있다...” 면서 빨리 와서 보란다.
뭐냐고 물었더니 뱀이 죽어서 말라 비틀어져 있다며 낄낄 웃는다..
켁~ 그길을 어케 지난담...
이미 죽은건데도 뱀이라는 소리에 머리끝이 쭈빗쭈빗해진다.
근데 어디선가 와글와글 사람소리가 들려온다....
짠~ 하고 나타난 사람들은 다른 정글트레킹 팀이었다. 태국인 가이들 두명과 열서넛 정도의 여행자 무리였는데 동양인은 하나 없고 전부 서양애들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어쨌든 이 얼마나 다행인가..적어도 우리가 길을 잘못들지는 않았다는 증거이고 저사람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 오늘밤은 문제 없이 넘길수가 있으니 말이다.
2시간 동안 산길을 걷는건 생각만큼 쉬운일이 아니었다. 말을 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헉헉되는 가뿐 숨소리만 들릴뿐이었고 차츰 그쪽무리에서도 뒤쳐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만큼 쉬는 횟수도 많아졌다.
전부들 꼴이 말이 아니다. 결국 날이 어둡기 전에 라후족이 살고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트레킹 팀은 미리 약속되 있는 집으로 쏘옥 들어가 버렸고 우리는 우리 대로 숙소를 잡았다. 대충 씻고 주인 아줌마가 마련해준 저녁을 먹고 나니 시간이 아직 8시정도 밖에 안되었다.
“ 우리 되게 심심하다..그치? 아까 그 사람들 저 옆집에 묵고 있는거 같던데...한번 나가볼래?”
“ 옆집에 놀러가자고? ”
“ 그게 아니라... 개네들도 화장실 가느라 들락날락 할테니까 그냥 공터에 앉아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수 있을거 같은데.....”
그집 옆 공터에서 통나무를 깔고 앉아 한참을 기다려 봤지만 드나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알고 보니 그집은 문이 공터 반대쪽으로 뚫려 있었는데 , 그렇다고 그집 문앞에 진치고 앉아 있기도 이상한 노릇이다.
자기네들 끼리 왁자지껄~ 안에서 낄낄거리더니 그것도 잠시일뿐 곧 조용해졌다...일찍도 자네....
“ 야.. 들어가자 ..별로 나올생각이 없나부다...우리도 잠이나 자자..”
“ 우이~ 어째 좀 처량한 생각이 들어...”
다음날 새벽~ 그 동네 개 닭 돼지등 오만 짐승들이 꽥꽥 되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새벽 5시다.
전날밤 추위에 떨어서 몸을 오그리고 잤더니 삭신이 구석구석 쑤신다.
얼렁 짐을 챙겨 다른 마을로 출발했다. 다른 여행자들은 아직 자고 있는 시간이었다.
한시간 정도 열심히 걸어서 그래도 고산족 마을중에서는 꽤 크다는 반 훼이메싸이에 도착했다. 여기는 조그마한 구멍가게까지 있고 차도 들어오는 눈치이다.
요왕이 가게 아줌마에게 다음 목적지인 반 아두로 가는 길을 묻는다.
나는 속으로 그 아줌마가 잘 모르거나 아예 가르쳐 주지 않기를 바랬다. 그러면 그냥 치앙라이로 돌아가 버릴수도 있을테니까..
근데 웬걸...아줌마가 휘파람을 휘익~ 부니 어디서 검둥개가 한 마리 나타난다.
“ 이 개를 따라 가면 될거유... 길을 잘 알거든...”
“ 정말 고맙습니다. 근데 이개가 다시 어떻게 여기로 돌아오죠?”
“ 지가 알아서 왔다 갔다 한다우..걱정 말고 그냥 따라가면 되요.”
평생을 살면서 개에게 호의적인 감정을 느껴본건 그때가 아마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동물 공포증이 있어서 비록 한번 쓰다듬어 주지도 못했지만 우리 길잡이가 되어준 그 검둥개 덕분에 무사히 다음 목적지인 아카족 마을에 도착할수 있었다.
점심을 지어먹고 나니 배가 살살 아파온다... 화장실이 어디있는지 주인집 아저씨 에게 물었더니 빨간 이를 드러내면서 공터를 휘익 가르킨다.
그냥 아무데서나 내키는 데서 볼일보면 된단다..이런~~
“ 그냥 공터에서 하라는데...”
“ 흑..나는 싫어...칸막이도 없는데...냄새 맡고 닭이나 개가 먹이인줄 알고 갑자기 달려들어 엉덩이 쪼면 어케해...”
“ 이구...그냥 낮잠이나 자자...힘들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 소란스러워진다. 아이들 소리가 와글와글해 문을 삐죽 열어보니 왠 키큰 서양사람이 서있다. 아까는 없었던거 같은데...지금 막 도착한 모습이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이스께끼 장사도 홀연히 등장했는데, 그 여행자가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서는 나눠주고 있는 거였다. 너도 나도 사달라며 종알종알 거리는 모습이 꼭 밥달라고 꽥꽥 되는 아기새들같다...옆에 요왕은 아직도 자고 있고 심심하던 차에 말이나 붙이러 갔다. 몇가지 신상명세를 묻고보니 할말이 떨어져 멀뚱히 서있는 내게 그가 말한다.
“ 너 혹시 아편이라고 아냐?”
“ 아편...? 어..들어서 알긴 아는데...”
“ 혹시 아편할 생각이 있으면 너네 숙소 주인 아저씨 한테 부탁해봐. 여기선 쉽게 구할수 있거든...”
“ 어...나는 잘 모르겠는데...댁은 할거유?”
“ 뭐..여기선 그게 별로 문제 될게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은 마약이라는 말 들으면 떠오르는게
‘짜릿한 쾌감’ 보다는 ‘은팔찌 차고 사진 찍힌 다음 패가망신으로 가는 지름길에 들어서는것’ 이 먼저 생각나기 마련일거다. 나 역시 괜히 ‘아편’ 소리를 들으니 맘이 편치가 않다.
오후가 한참 지나 마을 구경을 하러 이리 저리 다니는데 어느집 마루 밑에 왠 이상한 짐승이 한 마리 있다.
"어라..저기봐봐...저건 무슨 동물이냐..?"
"헛..진짜 희안하게 생겼네..가까이 가서 함 보자.."
처음 보는 동물이라 호기심이 생겨 한참을 유심히 봤더니.....
세상에서 제일 말라빠진 돼지였다. 그야말로 피 골이 상접해서 돼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불쌍한 몰골로 있었는데 체격으로 보자면 오히려 개에 더 가까울 지경이었는고 오직 그 코만이 돼지라는걸 증명해 주고 있었다.
하도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후에 다른사람들에게 보여줬는데 아무도 돼지라고 맞춘 사람도 없거니와 그 정체를 말해줘도 믿을수 없다는 듯이 사진을 뚫어져라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마을을 한바퀴 돌고 공터에 있는 정자에 앉아있자니 할머니들이 자꾸 물건을 팔러와서 곤혹스럽다. 안산다고 하면 또 다음 사람이 오고 어떤 이는 이상한 악기를 사라며 직접 우리 앞에서 연주까지 한다.
결국 방에 들어온 우리는 또다시 일찍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어제 아침처럼 동물들이 내지르는 소리에 잠을 깼다. 추가로 이마을은 아침에 방아도 쿵쿵 찧는다.
검은 찹쌀밥과 계란후라이로 아침을 때우고 다시 길을 나섰다.
태국의 산속에서는 코끼리 응아 가 이정표의 역할을 한단다. 코끼리가 다니는 길을 따라가다보면 마을이 나오기 마련이란다. 한참 길을 가다가도 똥덩어리가 안보이면 슬슬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는 반훼이콤이었는데 그곳에 가야만 치앙라이 가는 썽태우를 탈수 있기 때문이다. 터벅터벅 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을 걷는데 요왕이 말한다..
“ 넌 배 안아퍼? 화장실도 안가더니...”
“ 으..안그래도 아까부터 속이 안좋았어....얼렁 도착해야 될텐데..”
“ 어차피 여기 사람도 잘 안다니는데...우리 그냥 저 풀밭뒤에서.....낄~니가 먼저 망봐라....”
망을 보고 서 있는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저 길 너머로 먼지가 풀풀 날리는게 보인다...아마도 오토바이가 달려오는 모양이다.
" 야...저기 뭔가가 오고 있어..얼렁 일어나서 나와..."
" ~ 그게 그렇게 금방 정리가 되냐..."
혼비백산하며 일어선 덕에 다행히 민망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생각없이 걷기를 얼마나 했을까...반 훼이콤에 도착했다.
치앙라이로 가는 썽태우에 몸을 싣고 보니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와 입을 떼는 것 조차도 힘들다.
사실 우리의 단독 트레킹에는 코끼리도 등장하지 않고 뗏목을 타고 강을 거슬러 내려 오는 놀이도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았던 체험을 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행운이 따라준편에 편에 속했지 않았나 싶다.
왜냐면 그후 우리가 일러준 그 루트데로 개인트레킹을 몸소 실천한 분들의 후일담에는
“ 흑흑...날은 어두워 지는데 물도 없고 방향도 못잡아서 죽을뻔 했어요...”
“ 길을 잃어서 거의 암벽등반 해가면서 마을에 간신히 도착했다구요...”
하는 내용들이 있는걸로 봐서 그 고생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른아침에 게스트 하우스 앞에서 여행사 차를 타고 출발 하겠지만, 오늘 우리가 하려는건 개인 트레킹이다. 가이드도 없이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고산족 마을을 찾아가려는 것이다. 사실 치앙마이에서 여러 여행사를 부지런히 돌아다녀봤지만 예전과 다를게 없는 코스와 일정을 보고는 흥미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좀더 한적한 치앙라이로 와봤지만 그곳도 별반 다를게 없었다.
결국 고심끝에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정보와 고산족 마을을 상세히 표시한 지도 한 장을 이정표 삼아 단독트레킹을 하기로 결정 했지만 불안한 맘을 감추기는 힘들었다.
혹시나 산에서 길을 잃는다거나...뱀에게라도 물린다면....휴우~
하지만 결국 날은 밝았고 매살롱에서 출발해 정오에 타톤에 도착했다,
그마을에 있는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반 루암밋행 보트에 몸을 실었다. 반 루암밋은 강변에 위치한 카렌족 마을로서 트레킹의 첫출발점 이기도 하단다. 거의 2시간을 열심히 강을 달려 루암밋에 도착했다.
잠시 마을을 둘러본후 길가에 삐죽 서있는 표지판을 보고 무작정 산속길로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나는 정말로 걱정이 많이 되기 시작했다.
“ 우리 정말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혹시 저쪽 길로 가야 되는거 아냐?”
“ 아까 표지판 못봤어? 화살표가 이쪽길로 되있고 그밑에 태국말로 뭐라고 써있었잖아..”
“ 물론 화살표가 이쪽을 가르키고 있긴 했지..하지만 그밑에 쓰인 글이 뭔지 어떻게 아냐..
혹시 ‘출입금지 사망주의 ’ 이라고 써있던건지도 모르잖아..진짜 겁난다..“
묵묵히 앞서 걷던 요왕이 갑자기 “ 이야~ 여기 진짜 귀여운거 있다...” 면서 빨리 와서 보란다.
뭐냐고 물었더니 뱀이 죽어서 말라 비틀어져 있다며 낄낄 웃는다..
켁~ 그길을 어케 지난담...
이미 죽은건데도 뱀이라는 소리에 머리끝이 쭈빗쭈빗해진다.
근데 어디선가 와글와글 사람소리가 들려온다....
짠~ 하고 나타난 사람들은 다른 정글트레킹 팀이었다. 태국인 가이들 두명과 열서넛 정도의 여행자 무리였는데 동양인은 하나 없고 전부 서양애들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어쨌든 이 얼마나 다행인가..적어도 우리가 길을 잘못들지는 않았다는 증거이고 저사람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 오늘밤은 문제 없이 넘길수가 있으니 말이다.
2시간 동안 산길을 걷는건 생각만큼 쉬운일이 아니었다. 말을 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헉헉되는 가뿐 숨소리만 들릴뿐이었고 차츰 그쪽무리에서도 뒤쳐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만큼 쉬는 횟수도 많아졌다.
전부들 꼴이 말이 아니다. 결국 날이 어둡기 전에 라후족이 살고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트레킹 팀은 미리 약속되 있는 집으로 쏘옥 들어가 버렸고 우리는 우리 대로 숙소를 잡았다. 대충 씻고 주인 아줌마가 마련해준 저녁을 먹고 나니 시간이 아직 8시정도 밖에 안되었다.
“ 우리 되게 심심하다..그치? 아까 그 사람들 저 옆집에 묵고 있는거 같던데...한번 나가볼래?”
“ 옆집에 놀러가자고? ”
“ 그게 아니라... 개네들도 화장실 가느라 들락날락 할테니까 그냥 공터에 앉아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수 있을거 같은데.....”
그집 옆 공터에서 통나무를 깔고 앉아 한참을 기다려 봤지만 드나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알고 보니 그집은 문이 공터 반대쪽으로 뚫려 있었는데 , 그렇다고 그집 문앞에 진치고 앉아 있기도 이상한 노릇이다.
자기네들 끼리 왁자지껄~ 안에서 낄낄거리더니 그것도 잠시일뿐 곧 조용해졌다...일찍도 자네....
“ 야.. 들어가자 ..별로 나올생각이 없나부다...우리도 잠이나 자자..”
“ 우이~ 어째 좀 처량한 생각이 들어...”
다음날 새벽~ 그 동네 개 닭 돼지등 오만 짐승들이 꽥꽥 되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새벽 5시다.
전날밤 추위에 떨어서 몸을 오그리고 잤더니 삭신이 구석구석 쑤신다.
얼렁 짐을 챙겨 다른 마을로 출발했다. 다른 여행자들은 아직 자고 있는 시간이었다.
한시간 정도 열심히 걸어서 그래도 고산족 마을중에서는 꽤 크다는 반 훼이메싸이에 도착했다. 여기는 조그마한 구멍가게까지 있고 차도 들어오는 눈치이다.
요왕이 가게 아줌마에게 다음 목적지인 반 아두로 가는 길을 묻는다.
나는 속으로 그 아줌마가 잘 모르거나 아예 가르쳐 주지 않기를 바랬다. 그러면 그냥 치앙라이로 돌아가 버릴수도 있을테니까..
근데 웬걸...아줌마가 휘파람을 휘익~ 부니 어디서 검둥개가 한 마리 나타난다.
“ 이 개를 따라 가면 될거유... 길을 잘 알거든...”
“ 정말 고맙습니다. 근데 이개가 다시 어떻게 여기로 돌아오죠?”
“ 지가 알아서 왔다 갔다 한다우..걱정 말고 그냥 따라가면 되요.”
평생을 살면서 개에게 호의적인 감정을 느껴본건 그때가 아마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동물 공포증이 있어서 비록 한번 쓰다듬어 주지도 못했지만 우리 길잡이가 되어준 그 검둥개 덕분에 무사히 다음 목적지인 아카족 마을에 도착할수 있었다.
점심을 지어먹고 나니 배가 살살 아파온다... 화장실이 어디있는지 주인집 아저씨 에게 물었더니 빨간 이를 드러내면서 공터를 휘익 가르킨다.
그냥 아무데서나 내키는 데서 볼일보면 된단다..이런~~
“ 그냥 공터에서 하라는데...”
“ 흑..나는 싫어...칸막이도 없는데...냄새 맡고 닭이나 개가 먹이인줄 알고 갑자기 달려들어 엉덩이 쪼면 어케해...”
“ 이구...그냥 낮잠이나 자자...힘들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 소란스러워진다. 아이들 소리가 와글와글해 문을 삐죽 열어보니 왠 키큰 서양사람이 서있다. 아까는 없었던거 같은데...지금 막 도착한 모습이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이스께끼 장사도 홀연히 등장했는데, 그 여행자가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서는 나눠주고 있는 거였다. 너도 나도 사달라며 종알종알 거리는 모습이 꼭 밥달라고 꽥꽥 되는 아기새들같다...옆에 요왕은 아직도 자고 있고 심심하던 차에 말이나 붙이러 갔다. 몇가지 신상명세를 묻고보니 할말이 떨어져 멀뚱히 서있는 내게 그가 말한다.
“ 너 혹시 아편이라고 아냐?”
“ 아편...? 어..들어서 알긴 아는데...”
“ 혹시 아편할 생각이 있으면 너네 숙소 주인 아저씨 한테 부탁해봐. 여기선 쉽게 구할수 있거든...”
“ 어...나는 잘 모르겠는데...댁은 할거유?”
“ 뭐..여기선 그게 별로 문제 될게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은 마약이라는 말 들으면 떠오르는게
‘짜릿한 쾌감’ 보다는 ‘은팔찌 차고 사진 찍힌 다음 패가망신으로 가는 지름길에 들어서는것’ 이 먼저 생각나기 마련일거다. 나 역시 괜히 ‘아편’ 소리를 들으니 맘이 편치가 않다.
오후가 한참 지나 마을 구경을 하러 이리 저리 다니는데 어느집 마루 밑에 왠 이상한 짐승이 한 마리 있다.
"어라..저기봐봐...저건 무슨 동물이냐..?"
"헛..진짜 희안하게 생겼네..가까이 가서 함 보자.."
처음 보는 동물이라 호기심이 생겨 한참을 유심히 봤더니.....
세상에서 제일 말라빠진 돼지였다. 그야말로 피 골이 상접해서 돼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불쌍한 몰골로 있었는데 체격으로 보자면 오히려 개에 더 가까울 지경이었는고 오직 그 코만이 돼지라는걸 증명해 주고 있었다.
하도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후에 다른사람들에게 보여줬는데 아무도 돼지라고 맞춘 사람도 없거니와 그 정체를 말해줘도 믿을수 없다는 듯이 사진을 뚫어져라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마을을 한바퀴 돌고 공터에 있는 정자에 앉아있자니 할머니들이 자꾸 물건을 팔러와서 곤혹스럽다. 안산다고 하면 또 다음 사람이 오고 어떤 이는 이상한 악기를 사라며 직접 우리 앞에서 연주까지 한다.
결국 방에 들어온 우리는 또다시 일찍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어제 아침처럼 동물들이 내지르는 소리에 잠을 깼다. 추가로 이마을은 아침에 방아도 쿵쿵 찧는다.
검은 찹쌀밥과 계란후라이로 아침을 때우고 다시 길을 나섰다.
태국의 산속에서는 코끼리 응아 가 이정표의 역할을 한단다. 코끼리가 다니는 길을 따라가다보면 마을이 나오기 마련이란다. 한참 길을 가다가도 똥덩어리가 안보이면 슬슬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는 반훼이콤이었는데 그곳에 가야만 치앙라이 가는 썽태우를 탈수 있기 때문이다. 터벅터벅 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을 걷는데 요왕이 말한다..
“ 넌 배 안아퍼? 화장실도 안가더니...”
“ 으..안그래도 아까부터 속이 안좋았어....얼렁 도착해야 될텐데..”
“ 어차피 여기 사람도 잘 안다니는데...우리 그냥 저 풀밭뒤에서.....낄~니가 먼저 망봐라....”
망을 보고 서 있는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저 길 너머로 먼지가 풀풀 날리는게 보인다...아마도 오토바이가 달려오는 모양이다.
" 야...저기 뭔가가 오고 있어..얼렁 일어나서 나와..."
" ~ 그게 그렇게 금방 정리가 되냐..."
혼비백산하며 일어선 덕에 다행히 민망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생각없이 걷기를 얼마나 했을까...반 훼이콤에 도착했다.
치앙라이로 가는 썽태우에 몸을 싣고 보니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와 입을 떼는 것 조차도 힘들다.
사실 우리의 단독 트레킹에는 코끼리도 등장하지 않고 뗏목을 타고 강을 거슬러 내려 오는 놀이도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았던 체험을 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행운이 따라준편에 편에 속했지 않았나 싶다.
왜냐면 그후 우리가 일러준 그 루트데로 개인트레킹을 몸소 실천한 분들의 후일담에는
“ 흑흑...날은 어두워 지는데 물도 없고 방향도 못잡아서 죽을뻔 했어요...”
“ 길을 잃어서 거의 암벽등반 해가면서 마을에 간신히 도착했다구요...”
하는 내용들이 있는걸로 봐서 그 고생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