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 사무이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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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 사무이에서의 하루...

고구마 0 1554
오늘은 원숭이 극장에 가기로 한날이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차웽에서 원숭이 극장이 있는 보풋까지 오토바이를 타고갔다.
그 근처 선착장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극장공연시간에 맞추어 가니 입장 하려는 사람들이 뛰엄뛰엄 있다. 하지만 많지는 않아서 한 열 대여섯명 정도 된거같다.
아침 시간이라 그런가....
150밧의 입장료를 내고 문에 들어서자 마자 사육사 할아버지가 원숭이를 남편팔에 냅다 올려준다.
내팔에도 올려주려는걸 기겁을 하고 도망쳤다.
갑자기 원숭이를 팔에 앉혀놓고 있는 요왕의 얼굴표정을 보니 그리 기분이 썩~ 상쾌하지만은 않은가 보다.
동물을 좋아해서,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태국 개들한테조차도 맨날
“ 이리와~ 귀여운것들~ 쫍쫍쫍~~~” 그러면서 손짓을 하며 불러대는 통에
온화한 내성질을 돋구는 사람인데말이다.

“기분이 어때?”
“이상해”
“왜 이상한데.....?”
“그럼 원숭이 똥꼬가 팔에 철푸덕 닿는데 안이상하냐...으으~~ 축축하고 꺼칠한 것이 느낌 진짜 구리구리하다...으~~ 빨리좀 데려가지..”

지금생각해보니 그아저씨가 팁을 좀 바라고 서비스해준거 같은데 ......
우리는 얼렁 원숭이를 떼놓고 쇼가 시작할때까지 동물우리안을 잠시구경했다.
타이전통 무술과 무용 그리고 약간 유머러스한 원숭이 쇼 그리고 코끼리 쑈를 마지막으로 약 50분에 걸친 공연은 끝이났다.
타이무술이야...뭐 다른데서 보던거랑 별반 다를게 없고...
무용은 3명정도의 사람들이 가면만 바꿔쓰는 일인 다역을 해가면서 간신히 마쳤다.
한참 무용하는 도중에 숲속귀물로 분장한 할머니의 바지가 쑤욱~ 내려가버린다.
당황해 하는 할머니...머쓱한 관객들...
티비에서 우리나라 동춘서커스 보여줄때마다 이상하게 맘이 슬퍼지는데... 꼭 그때랑 비슷한 맘이 되버렸다.

공연이 끝나고 잠시 마당에 서있는데...귀여운 태국 꼬마가 동물우리 사이를 걸어 우리들쪽으로 오고 있었다.
한 3살정도나 됐을까...이곳 극장에서 일하는 누군가의 아이 같았는데...
순식간에 창살에서 원숭이 손이 확~ 나오더니 그 아이의 발을 잡고 쎄게 끌어당겼다.
갑자기 옆으로 넘어진 아이는 놀라서 울지도 못하고 그 짧은 순간에 원숭이 손은 넘어진 아이의 등과 머리를 붙잡아서 마구 철창쪽으로 쿵쿵~~ 잡아당겼다.

“ 이런이런..어떻게해..빨리가서 끌어내야되는데...”

다행히 그 근처에 있는 백인아저씨가 재빨리 원숭이 손아귀에서 아이를 뺏어 엄마에게 데려다 주었다. 그제서야 아이는 동네가 떠나가라 울기시작했다.
“ 우아~~ 그놈 진짜 표독스럽네...”
“ 그러게 말이야...맨날 서커스 시키고 야자따오는거 훈련시켜서 스트레스 받아서 포악해졌나봐..”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차웽으로 나온 우리는 ‘will wait' 라는 빵집에 앉아 늦은점심을 먹고있었다. 한참 우걱거리고 먹는데...옆에 왠 동양인 부부가 앉는다.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을 알아보는법.....
보아하니 신혼부부다.
허니무너 답게 남자는 깔끔한 폴로 스타일 여자는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우리는...?
오토바이 타고 바람맞으면서 비포장 거리를 달려온 덕분에 얼굴은 꼬질하고 머리는 산발이다. 석달된 배낭여행자 입성이야 말안해도 뻔한것이고...

“신혼여행 오셨나 봐여~ ?”
“아..네에...”
“구경은 많이 다니셨어요?”
“글쎄요...별로 볼게 없네요..날은 왜이리 더운지...”

아닌게 아니라 그집신랑 땀을 샤워하듯이 흘리고 있어서 보는내가 다 안쓰럽다.
“숙소는 어디에 묵고 계세요?”
“글쎄요..여기 어디근처인데...이름이 기억이 안나네..그냥 건물보고 알아서 찾아가는거죠뭐...”
“우리도 신혼여행중이에요..”
“아..네...”

눈인사를 하고 몇마디 이야기를 해보니 남들과 다른 신혼여행을 하고 싶어서 가이드 없이 둘이서 사무이까지 왔는데...볼 것도 없고 재미도 없고 너무 무료하단다..
어디 책에서 사무이가 그렇게 좋다고 해서 왔는데 별로란다..
요왕~ 직업의식이 발동해 볼거리랑 놀거리를 가르쳐주려고 했는데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피곤하다고만 하길래 그만뒀다.
왠지 심드렁해 보이는 것이... 우리가 기분나쁘게 생겼나부다.

점심을 먹고난후 라마이 비치로 향했다. 하지만 물도 별로인데가 숙소들도 차웽에 비해 꾀죄죄하고 덤으로 주인까지 불친절해서 열만 받고 다시 차웽으로 왔다.
내일할 앙텅 국립공원 투어 예약하고 다시 방을 찾아 돌아다녔다.
배낭에다가 세탁물 봉지 까지 바리바리 들고 발품을 팔았지만
싸구려 숙소는 모두 풀이어서 큰맘먹고 800밧짜리 에어컨룸에 묵었다.
가지고 다니는 전기주전자에 물을 끓여 컵라면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누워 또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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