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데 쓰는돈 죄금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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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 쓰는돈 죄금 아깝다.

고구마 2 1579
월드 트레이드 센타 에서 였다.
우리는 그때 각 층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쇼핑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근데 뒤에서 누군가가...“여보세요” 하면서 다급히 부르는 거다..엥~~ 누굴까..?
뒤돌아보니 첨보는 얼굴은 아닌데....

“ 저...홍익인간에서 한번 봤었죠...?”

아..그리고 보니 기억이 난다. 며칠전 홍익인간에서 저녁시간을 할일없이 보내고 있을때였다.
꽤 늦은 저녁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여행자들이 서로 이야기 하며 식당에 앉아있었다.
우리옆 테이블에는 인도에서의 장기간 여행을 끝내고 온 음악을 전공한다는 대학원생과 바로 그남자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보아하니 우연히 합석한듯했다.
대학원생이 인도 음악을 들려주자 그 남자가 무진장 탐내면서 자꾸만 그 테이프 자기 달라면서 막 졸랐었다. 나 혼자 생각에 ‘조금 별난 사람이군’ 하고 생각했다.
여행자들 끼리 서로 필요없는 물건 주고 받는거야 뭐 흔한일이지만 첨보는 사이에 저렇게 막무가내로 졸라대다니.....
그 대학원생이 난색을 표해도 한참을 포기못하고 테이프 껍데기만 만지작 거리고 있어서 거의 뺏다시피 상대방이 가져갔다.
그러자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나 테이블 정리를 해야하네, 셔터문을 곧 내려야 되느니하며 분주하게 식당안을 돌아다니던 기억이난다.

어쨌든...그 남자왈

“ 제가요..지금 급히 계약을 해야되는데요...한국에 있는 동업자 한테 연락해서 돈 송금하라 그래야 되는데 지갑을 놓고와서 돈이 없거든요. 이따가 9시에 홍익인간에서 만나서 꼭 드릴께요..”
“ 저기...콜렉트 콜로 전화해보세요..저희도 남은 바트가 별로 없걸랑요...”
“ 저 못믿으세요? 얼마전에 봤었잖아요..
(보긴봤지...내기억으로는 꽤 덜떨어진 사람으로 기억되있다우.)
바트가 없으면...저기 일층에서 환전좀 하면 안될까요..제가 정말 급하거든요.
이따 홍익에서 9시에 꼭만나요. 제가 라면 살께요..꼭이요.
여기 월텟에다가 스포츠 샵을 크게 열 계획인데 지금 송금 못받으면 계약이 안될 수도 있어요..“

이때부터 우리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진짜 300바트 빌려주면 우리는 다시 환전을 해야 될지도 모르는데...물론 뭐 하루일찍 환전한다고 손해 보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찝찝하다. 게다가 좋은 첫인상도 아니었잖아..
그렇지만 매몰차게 안빌려주기도 망설여진다.
정말이지 중요한 계약이라면 나중에 혹시라도 이사람을 다시 만나게되면 얼마나 미안할것인가 말이다.
우린 앞으로도 계속 카오산에서 왔다리 갔다리 해야되는데, 우리의 행동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멀리 타국에서 곤경에 빠진 동포를 돕지않은 매정한 인간’으로 찍혀서 처신하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그때의 우리는 아직 이심전심이 통하기에는 경력이 짧은 부부였기에 서로 멀뚱히 보다가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 지갑을 꺼내서는 300바트 줬다.
그사람 얼굴에 화색이 화악~ 돌더니 , 이따 9시에 꼭 홍익인간으로 나오라는 말도 잊지 않고 했다.

저녁이 되고 9시가 다가오니 우리는 꼭 성적표를 기다리는 학생심정이 되었다.
우리가 낮에 한 행동의 결과물이 나올시간~
“ 야.요왕아 .아까 그 사람 꼭 나오겠지...?”
“ 당연히 나오지 않겠냐...월텟에 가게도 계약한다는데, 게다가 송금도 받았을꺼구... 그나저나 우린 이미 저녁 먹어서 공짜라면 못먹게 됐네...배고프더라도 참을걸 그랬나...”

시간은 흘러 오후 10시...
으으~~ 망할노므인간..내 그럴줄 알았어..어째 돈빌려줄때 돈 잃어버리는 심정이더라구...”
“ 우쒸~ 그나저나 저녁이나 먹고 기다렸으니 덜 억울하지 정말 얻어먹을 심산으로 기다렸으면 정말 분통터질뻔했네.. 우리가 바보다 바보야”
“아니..그리고 말야 그냥 되돌려준다고 하면되지..뭘 라면 사준다고 그래가지고서는 사람을 더 비참하게 만들다니...에이~ 술이나 먹으러 가자..”

근데 우리가 완전히 체념을 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어서 다음날 아침
“ 요왕아 혹시나..그사람 어제는 바빠서 못왔는지도 모르잖아...어쩌면 어제 우리가고 난 담에 돈 맡겨놨을지도 몰라”
“그럴까.....다시 가볼까.....”
돈 300바트가 문제가 아니였다.
우리가 멍청이 같이 속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다시한번 가게로 찾아가봤지만 결국 우리가 얼마나 어리숙한 사람인지 두 번확인하는 꼴만되었다.
그사람을 부르는 호칭은 어제밤의 그인간에서 그** 로 업그레이드 됐다.
낄낄낄.....우리는 바보다.




차이나 타운 뒷거리를 걷고 있을때 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걸 봤다.
무슨 볼거리라도 있나 해서 가봤더니 한 열명정도되는 아이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옆에는 손수 만든 플랭카드와 뭐라고 잔뜩 쒸어진 모금함도 있었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다.
혹시나 나중에 쓸모가 있을까봐 사진을 몇방찍고 가려는데 요왕이 멈춰선다.

“ 음냐...사진도 찍었는데 그냥 갈수야 없지. 모금함도 있는데 돈 좀만 넣어주자”
“우이~ 그냥 가면 안될까...태국사람들도 한사람도 넣는 사람없는데..우리가 왜...?”
“맘을 글케 쓰면 안되는거야..기둘려”
그러면서 지갑을 펼치며 모금함쪽으로 다가서는데 어째 발걸음이 좀 뒤뚱거리면서 이상하다..
얼렁 다가가보니...요왕 절라 황당한 얼굴로 이런다..

“야..지갑에 잔돈이 없어...백바트 뿐이야..너 잔돈없냐?”
“나도 없는데..아 그러게 뭐 기부를 한다고 그래..그냥 여기서 우리 갈길 가자”
“여기서 어떻게 발걸음을 돌려..”

그때 우리 위치는 아이들과 빙 둘러쳐져 있는 군중들 사이의 공간에 홀로 우뚝 서있는 모습이었다.게다가 지갑까지 펼쳐들고....
결국 비실비실 돈 100바트 꺼내서 냈다.
“ 으이구...돈 아까워서 군밤도 안사먹었건만 엉뚱한데다가 돈을 낭비하다니..먹을거 안먹고 아껴쓰는거 다 소용없다니까... 당장 군밤 사내!”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 안되는 돈에 왜 그렇게 기분이 왔다리 갔다리 했을까 싶은게 영~ 이해가 안되지만, 그당시에는 상당히 아쉬워 했던 기억이 난다...헐헐...


2 Comments
*^^* 1970.01.01 09:00  
저도 100바트에 울고 웃고 했었죠..--;
*^^* 1970.01.01 09:00  
꼭 한국인 등쳐먹는 한국놈이 있더군요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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