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짜뚜짝 주말시장, 월드 트래이드 센터, 나라야
일정의 마지막 날이다. 깨끗이 숙소를 청소하고 식당엘 갔더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식사가 안됐다. 친해진 서빙보는 아가씨가 우리를 보더니 서둘러 청소를 하고 문
열 준비를 한다. 그런데 그 짧은 와중에 밤새 모기향의 힘을 빌어 선방했던
모기들로부터 집중공격을 받고 말았다. 꿍~ 식사를 마시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니
설거지중에 잘가라며 손을 흔들어 줬다. 아름다운 태국의 미소.
9시에 출발해서 카오산으로 돌아오니 2시가 조금 못됐다. 갖은 돈을 모두
환전하고 77번 버스를 타고 짜뚜짝 주말시장을 갔다. 듣던대로 거대한 시장이었고,
일행이 좀 있다면 함께 이동하기 힘들어 보였다. 또 이정표를 찾기가 어려워
지도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였다. 하지만, 다리품은 조금 팔았어도 볼 거리는
충분하 시장이었다. 태국에서 유명하다는 나무 젓가락을 사려니 한짝에 10B이고,
6개들이로 이쁘게 포장한 것은 보통 80~90B을 달라하였다. 이미 들은 바가 있어
일단 가격을 왕창 깍은 다음에 흥정을 하다 안사겠다고 돌아서면 장사꾼이 다시
불러 좋은 가격에 흥정을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다시 불러
주지는 않았다. 돌아다니다 가장 싼 값을 부르는 곳에서 나무 젓가락 세트 3개와
나무 젓가락 4짝을 200B에 샀다.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고 나중에 젓가락 세트
하나가 공항 면세점이나 나라야 판에서는 거의 300B에 가까웠다. 돌아와서는
선물로도 아주 인기가 좋았다. 또 하나의 태국의 명물이라는 주석잔을 샀다.
처음에 590B을 부르던 와인잔을 300B씩 주고 2개를 샀고, 한기는 멋있는 용장식과
코끼리가 각인된 호프잔을 400B에 샀다. 공항과 나라야판에서는 훨씬 못한 치장임에도
거의 3배가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설령 우리가 바가지를 썼다하더라도
이해할만한 수준에서 산 가격이라 생각한다. 한기는 선물로 준비할 가오리 지갑을
사려고 했었는데, 내가 보기엔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고 마침 엄청 퍼붓던 비가
멈춘 터라 시내에 있는 나라야판에서 살 것을 권유했다. 끝으로 한기가 회사 동료에게
선물할 목걸이를 샀고, 더불어 팔찌도 하나씩 하기로 했다. 가죽으로 된 수공예품으로
30B씩이었는데 2개에 50B에 샀다. 사실 더 싸게 살 수 있었는데, 아가씨가 태국의
행운을 가져가세요 란 말에 더 깍지 않기로 했다.
짜뚜짝 주말시장을 나와 월드 트래이드 센터를 가기로 했다. 정류장이랑 버스노선을
알고 싶어서 지나가던 여대생을 붙잡고 물어봤다. 헬로 태국에도 나와 있긴 했지만,
태국 여대생들이 너무 이뻐서 말 한 마디 붙여보고자 건 수작이었다. 이 여대생은
약간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더니 이내 서툰 영어로 버스 번호를 말해준다. 정류장이
어디냐고 묻자, 정류장은 모르는 듯 잠시 기다리라며 친구에게 핸드폰을 걸려는 게
아닌가, 되려 우리가 당황해서 컵쿤캅~ 이라 말하며 고맙다 인사하고 돌아섰다.
태국 사람들 어설픈 사기꾼들도 많지만 정말 친절이 곳곳에 베어 있었다. 4번 버스를
타고 월드 트래이드 센터로 갔다. 내 발음이 시원찮아서인지 어떤 사람은 월드 트래이드
센터라고 해야 알아듣는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들은 월텟이라고 해야 알아듣는 경우도
있었다. 월드 트래이드 센터내에 있는 나라야에 들러 선물로 쓸 가방을 사기로 했다.
듣던 대로 많은 일본 관광객과 한국인들이 있었다. 여자들 용품이야 우리가
모르는 처지지만 일단 품질에 비해서 가격이 아주 저렴해서 인기가 많을 듯 싶었다.
친구 와이프들 줄 선물이랑 집과 회사에 가져갈 선물들을 고르다보니 수상시장
투어를 같이했던 일행들을 만났는데 첫마디가 "관리할 여자들이 많은가보죠?" ,
이럴 때 그럴 수 있는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언듯 들었다. --;
이 곳에서 1300B 정도의 쇼핑을 했는데, 우리 어머니나 동생이 왔더라면 분명 더
사갔을 거라 생각되어진다.
아무래도 부모님 선물은 좀 더 괜찮은 걸 해야겠다 싶어 나라야를 나와 옆의
짐 톰슨이라는 실크제품을 파는 가게를 갔는데 물건값이 너무 비싸 서둘러 나왔다.
사실 100B이라면 우리 돈으로 3000원쯤 되는 돈이지만 태국 여행을 하다 보니 이 곳
물가에 맞춰져서인지 100B만해도 큰 돈이라는 느낌으로 와닿았다.
한기와 가오리 지갑을 사기위해 월드 트래이드 센터 맞은 편에 태국 수공예품을
파는 전문 매장인 나라야판을 갔다. 좀 늦은 시간인지 손님들도 별로 없고,
점원들도 별로 눈에 띄질 않는다. 여기는 백화점식이라 가격 흥정이 있을 수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짜뚜짝에 비해선 모든 것이 2배 이상씩 비쌌다. 한기가
소원하던 가오리 지갑도 엄두를 못낼 만큼 비싸서 한기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짜뚜짝에서 사지 말라고 했던 터라 나도 미안했다. 나라야판을 나오다
보니 같은 건물 안에도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몇 더 있었다. 그 곳도
나라야판과 비교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흥정을 시도해봤으나 씨도 먹히질
않는 것이 아닌가. 태국에서 돌아서면 붙잡고 흥정한다는 말은 반드시 맞는 것
같지는 않다. 결국 포기하기로하고 나오려니 Whole sale이라는 도매점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번 가보자 했는데, 가오리 지갑에 3,000B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는데도 800B을 부른다. 일단 여기는 흥정이 되겠다 싶어, 흥정을 시작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거의 억지를 부리며 한기는 550B씩 4개를 샀고, 나는 좀 더
나아보이는 제품으로 600B씩 2개를 샀다. 어찌나 흥정을 치열하게 했던지(?) 주위
상점사람들이 모두 와서 우리를 구경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태국에서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진품의 여부를 알기 힘들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가격 대비하여 괜찮아
보이는 제품같았다. 결국 짜뚜짝에서 본 제품 보다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사서
난 간신히 체면을 세울 수가 있었고 한기도 비록 가진 태국돈을 몽땅 썼지만 꽤나
흡족해했다. 이 상점도 그렇고, 짜뚜짝에서도 그렇고 가격을 흥정하면서 서로
인상도 찌뿌렸다가 달래기도 하고 하면서 결국엔 서로 웃으면서 지불하는 폼이
예전 우리네 모습과 다르지 않아 정겹고 그 과정도 꽤 재밌었다.
태국에 오면 수끼는 반드시 먹어야 한다기에 싸얌센터에 있는 코카 익스프레스로
갔다. 1인당 188B으로 뷔패식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사람들이 많아서 잠깐
기다렸다가 입장했다. 남들 하는 모습을 봐뒀다가 따라하긴 했는데, 소스가 어떤
것이 맞는 지 몰라 간 맞추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이것 저것 넣을 수 있는 건
음료수 빼고 다 넣어 먹었다. 현지인들은 여러 소스들이며 양념들을 각각 섞어서
만들어 먹는데 우리가 못 본 재료들도 어디서 찾아 왔는지 골라와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 수끼집을 올 때는 서너명이서 이 음식을 잘 아는 사람과 함께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성공적이지는 않았어도 괜찮은 경험이었다.
시내 번화가라 분명 공항버스가 다닐 거라 생각되서 정류장을 찾았다. 길을 물어볼
요량으로 경찰에게 질문을 했더니, 이 사람 엉뚱한 소리를 한다. 내가 담배꽁초를
버렸기 때문에 벌금 2000B을 내야한다며 영문으로 된 쪽지를 보여준다. Warning
표시가 돼있는 안내문이었는데 US 10$이라 표기가 되어 있다.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경찰서로 가자며 따라 오란다. 안되겠다 싶어 오늘 여행 마지막
날이라 돈이 없다고 하니, 경찰서를 안가는 대신에 자기한테 1000B만 내란다.
여기서도 뇌물이 통용되나 싶다가 뭔가 짚이는 게 있어, 경찰서가 어디 있냐고
가자고 했더니 이 사람이 500B만 내란다. 이 다음부터는 주도권이 우리에게 넘어와서
계속 경찰서를 같이 가자고 했고 경찰은 500B 얘기만 계속 해댄다. 좋다, 그럼 우리
대사관에다 직접 연락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없었던 일로 하자며 가란다. 좋게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분명 담배 꽁초를 버린 건 우리 잘못이지만, 여기에도 이런
경찰이 있구나 싶은 것이 그동안 좋았던 태국 이미지에 흠집을 남겼다. 돌아서며
생각해보니 일반 경찰 복장이 아닌 것도 같았다, 혹시 같은 경험을 할 지 모를
여행자들에게는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드 트래이드 센터 앞에서 공항가는 노선을 보고자 가이드 북을 펴고 있었더니
센터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온 한국인 일행들이 인사를 하고 와서는 도울 것이
없냐고 묻는다. 공항 가는 길에 대해서 말들을 해주는데 다른 한국일행들이 또
지나가며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한다. 태국 사람들이 친절하다면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은 민족이란 생각을 자주 느껼 수 있었다.
4번 버스가 공항을 간다기에 빠뚜남 앞에서 기다렸지만 좀처럼 오지를 않는다.
마침 공항버스가 지나기에 4번 버스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올라탔다. 옆 좌석에
필리핀인들이 앉아서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왔다, 영어선생들이었는데 영어
선생들한테 영어 잘한다는 속이 뻔한 칭찬을 들었는데 싫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태국에서 오랫동안 지내던 터라 태국에 대한 많은 얘기들을 해주어서 공항가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방콕의 무시무시한 교통체증 소문을 너무 많이 들은 터라
택시를 타지 않았는데, 공항버스 요금이 더 비싸 택시를 탈 걸 하는 마음이 잠깐
들었으나 친절한 필리핀인들 덕분에 눈감아 줄 수 있었다.
일찌감치 보딩을 마치고 편안한 자리에 앉아 출발을 기다렸다. 태국에서의
짧지만 보람있던 일과들이 눈 앞에 스쳐 지난다.
http://my.netian.com/~fromb612
정리가 되는대로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