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산이 그리워서 여행기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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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이 그리워서 여행기 3-1

방울 3 1160
어젠 술을 너무 많이 먹은터라..쓰다가 말았군요
술 좋아하는 분들 많겠죠? 난 너무너무 좋아해
여행중..하루종일 돌아다니다가 마시는 술은 정말 맛나는거 같아요
거기다 맘 맞는 성격 좋은 친구까지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죠

같이 간 사람이 영어를 자신있게 하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난 맘 편하게 뽀글이와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만 있어도 됐는데 대충 짐작으로 때려맞추며 들어보니 가관이다..
방콕에서 버스와 트레킹까지 예약하고 왔는데 우리가 밀려서 타게 된 버스는 뽀글이네 회사 버스였고 예약한 회사은 다른 곳이라는 거다.
도착한 날 아침에 트래킹 출발하기로 했는데 짐문제로 결국은 출발하지도 못하고 이 뽀글이는 점점 더 황당하게 만든다.

"너거 티켓 우리는 못 써. 우리 회사 아니거든. 여기서 돈 내고 트레킹 가고 방콕 가서 환불 받아라?" 라는게 아닌가
같이 간 사람 왈 "태국넘들은 다 사기꾼으로 보여 절대로 믿지마"라는데 이지투어 전화번호 모르지요, 그 회사전화번호도 모르지요

어떻하나..우리는 일단 인터넷부터 뒤지기로 했다.
한글을 다운 받고 이지투어 전화번호를 찾아 뽀글이와 연결

치앙마이 도착한게 아침 7시였는데 오후 두 시에 쎙테우에 실려 간 어느 작은 여행사에서 짐을 찾은게 오후 2시 반..상황종료..
가방을 보니 귀찮기만 하던게 왜 그리 반가운지..
사랑해주마를 중얼거리며 그날은 치앙마이를 돌아다니다가 다음날 트래킹을 출발했다.

2박 3일짜리였는데 열 두명 팀에 까만 머리는 단 두명..
잉글랜드, 노르웨이, 덴마크, 영국 등등 정말 다국적 팀이다..
영어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무지하게 좋아하겠지만 난 걔네들을 보는 순간 식은땀부터 삐질 났따..

쎙테우 타고 약 2시간 정도 가니 어느 숲에 내려준다.
거기서 도시락을 먹고 출발하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아~소풍가는거 같애" 라며 걷는데 그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1분으로 끝났다.

난 산 타는 걸 무지하게 싫어한다. 운동도 잼병이다.
내 팔뚝의 근육을 보면 모두들 "야..너 운동 많이 했지 근육 멋지다~"라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
이건 무거운 재봉틀(의상학과..ㅡ"ㅡ)이란 이젤(그림 동아리)을 죽도록 들어서 생긴 근육이란 말이다..
어쩔 때는 숨쉬기운동도 귀찮은데 오르막길을 올라가니 눈이 정상일리가 있나...5분 후 내 눈은 이미 풀렸고 그 사람들은 내가 뽕하고 올라간 줄 알았을거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산이 무지 높은 줄 알겠지..부끄럽게도 치앙마이 트래킹은 왠만한 정상인이면 가비얍게 올라갈 수 있을 정도다
더군다나 가이드는 중간중간에 적당히 쉬어준다.
우리가 출발한 날은 비가 삐질삐질 오던 날이었는데 출발 약 30분만에 난 멋지게 아래로 굴렀다. 4시간 쯤 후 난 온 몸에 흙칠을 하고
혼자 엄청난 트래킹을 한 것 같은 모습으로 고산족 마을에 도착했다

맛난 저녁을 먹고 술을 한 잔 하며 모두들 둘러앉아 얘기하고 있으니 꼬마들이 와서 노래 부르며 춤 춘다. 애고..귀여운 것들..
끝나고 나니 여자들이 와서 마싸~~~~지 를 외치는데 하나 둘 씩 드러누워 받기 시작한다..피곤함때문에 금방 잠들었고 다음날..

가이드가 나를 보더니 그 신발(샌달 끌고 갔었다..트래킹 갈 사람들은 부디 운동화를 지참하기 바람..)로는 오늘 더 힘들거라며 신발을 빌려보고 안 되면 다른 쉬운 팀으로 보내주겠단다.
말이 좋아 쉬운 팀으로 보내주는 거지 낙오아닌가..한국 사람 특유의 깡다구가 나에게도 있다..어찌 빠지나..

결국은 금발머리의 예쁜 여자애가 스포츠 샌달을 빌려주고 가볍게 출발했는데 비가 오니 진흙에 잘 미끌어진다.
한 가지 다행인건 나만 미끌어지는게 아니라는 거다..쿠후후
그 체력 좋은 서양애들도 여기서 쭈룩 저기서 쭈루룩
그래도 나만큼 180도로 멋지게 회전하며 미끌어지는 사람은 없었다. 쿠하하
그렇게 한 번 굴리고 나니 뒤에 따라오던 애들이 연방 "아 유 오케이?"를 외치고 난 "오케이!!!" 로 답해주고 벌떡 일어서는데 무릎과 팔에서 피가 찍..난다.
가이드가 뛰어내려오더니(정말 흑마 탄 왕자같았다) 내 가방을 들어준다. 덕분에 난 그 날 내내 편안하게 산을 탈 수 있었다.

어제보다 더 험(?)한 꼴로 강가 숙소에 도착하고 그 날 밤은 여행 중 최고의 밤이었다.
비가 부슬부슬 오고 촛불을 켠 식탁에 외국인 친구들과 둘러앉아 얘기한 그 날 밤을 잊을 수가 없다..
술 마시며 얘기하고 있으니 영국인 친구가 대나무 같은 걸로 곰방대 비슷한 걸 만든다. 거기 담뱃재를 채워 돌려가며 빠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까만 사람이 옆에 앉더니 숙닥거린다.
몇명의 남자들이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돈과 왠 조그만 꾸러미를 주고 받더니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걸 곰방대에 채운다.
다시 돌려가며 피우고..대 놓고 물어보진 않았지만 눈치로..그게 말로만 듣던 뽕 종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두 해 봤냐구요? 눈치로 때려잡길 바란다..참고로 난 담배를 무지무지 사랑한다..

다음날은 레프팅과 코끼리 타기를 했지만 그건 사진으로밖에 안 남는다..트래킹에서 나에게 남은 것은 힘들었어도 끝까지 무사하게 해냈다는 뿌듯함과 같은 팀 사람들과 쉽게..많이 대화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그 사람들은 나를 아주 얌전한 코리안 걸로 안다..)고맙고 멋있었던 인디언계 가이드(헤어지면서 약간의 팁을 줬다..그 사람이 없었으면 난 아마도 산 한 구석에서 배째라..하고 누웠을지도 몰라) 그리고..뽕이다
3 Comments
방울 1970.01.01 09:00  
아나이스 이놈의 가쑤나..무씩이라니 담에보면 둑는다?
아나이스 1970.01.01 09:00  
방울양의 용기와 무씩에 박수를 보냄다. 계속 살벌한 여행기, 부탁합니다.
paran 1970.01.01 09:00  
역쉬 시원시원한 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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