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산이 그리워서..여행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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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이 그리워서..여행기2

방울 8 1178
이름을 바꾸기로 했어요 난 수희라는 이름보다 방울이란 별명이 더 익숙하거든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 많은 경찰들이 나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길래 대답했더니 영어를 모른다..그럴거 왜 물어본 거야 ㅡ"ㅡ
처음 만나 내 주위에 삽시간에 경찰떼를 만들어버린 그 경찰이 태국어로 뭐라뭐라 하더니 경찰떼 중에 왕초인 듯한 한 명이(배가 제일 많이 나왔었다)지 차에 타란다.
생전 처음 타는 경찰차..한 2분 정도 달리더니 그 동네 경찰서다.

설명을 하는데 못 알아듣더니 왠 예쁘장한 여자를 데려온다..
이번엔 내가 영어가 딸린다 ㅡ"ㅡ
어쨋든 설명을 하고 그 대문을 확실하게 기억하니 같이 찾아달라고 했다. 여자가 얼마나 친절한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알았다고 하더니 왠 경찰이 나를 경찰차에 태우고 어딘가로 간다..
왠 큰 경찰서 한 군데를 찍고 거기서 나를 인수인계하더니 ㅡ"ㅡ
다시 나를 맡은 경찰이 투어리스트 메인 경찰서로 데려간다..

들어가니 영어 무지 잘 하는 놈이 진술서를 쓰란다.
영어로 말하는 것도 힘들어죽겠는데,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데 진술서까지 쓰라니..영어 못 쓴다고 못 한다고 뻗댔다.
그랬더니 도와줄 수가 없단다..할 수 없이 머리를 짜내가며 쓰고 줬더니 위치를 정확하게 모르면 찾아줄 수가 없단다..
그러면서 당신 럭키란다..강간에 살인까지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사해서..그게 경찰이 할말인가
"무사해서 다행인거 누가 모르는줄 아냐? 그래도 당신 근무태만이야! 그 딴말을 하다니"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그게 영어로 어케 하는건지..

순간 화가 난다기보다 난감해졌다.
일이 생긴 이후로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침착할려고 입 꾹 다물고 참았었는데...띠바...내 눈에서 눈물 흘리게 하다니 당신 후회할꺼야..를 중얼거리며 팔을 책상위로 턱! 올렸다.

내 오른쪽팔에는 그 넘이랑 격투를 벌리다 생긴 멍이 세군데 쯤 있었는데 그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태어날때부터 있던 빨간 멍..같은것(여름이 되어 날이 더우면 굉장히 빨개지고 추우면 푸르딩딩해지고 선선하면 거의 없어진다..한 마디로 인간 온도계라고나 할까..태국은 더운 날씨라 내 팔뚝의 열개가 넘는 멍(?)들은 핏빛이었다)
그걸 들이밀고 당신 이거 보라고 그 넘때문에 멍이 이렇게 많이 들었다고 무릎에도 있으니 보겠냐고 했다.
한마디로 경찰한테 공갈을 친거다..
그치만 다리까지는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
그 영어 무지 잘하는 놈은 이미 쫄아버렸기 때문에

어릴때는 그 멍들이 너무 싫었는데 그걸들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내 팔뚝은 순식간에 신분상승했고 경찰 한 명이 오더니 자기네끼리 수근덕거린다. 잠시 기다렸더니 따라오란다.
밖으로 나가니 경찰차 한대와 경찰 두 명이 대기하고 있다.
내 진술서를 받은 넘과 그 차를 타고 네 명이서 그 넘 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 넘 집에서 짜오프라야 강이 멀리 보였었다는 내 말에 집이 어느쪽인지 알아낼 수 있었고 골목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정말 영화처럼..마지막 골목에서 그 넘 집을 찾아내고 들어갔더니..
있을리가 있나..내가 나온건 5시가 조금 넘었을때였고 그 때는 이미 오후 1시였는데..벌써 튀었지

집주인에게 말을 해 두고 처음 갔던 그 동네 경찰서로 가서 내 사건을 맡아줄 경찰과 얘기하고 전화번호를 받고 대충 정리하고 나오니 시간은 오후 2시가 넘었었다.

배가 고픈지 그 와중에도 꼬르륵 소리가 났다..별로 안 컸는데 한 경찰이 들었는지..밥을 먹으러 가잖다
경찰이 사 주는 밥까지 얻어먹고..다시 그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싸이암 오리엔탈은 일 층이 차도 마시고 밥도 먹을 수 있는 곳인데 거기 앉아있던 사람들은 경찰차에서 내리는 동양여자애가 이상했는지 다 쳐다본다,..아..부끄럽게..

숙소에 들어가서 씻고 나니 정신이 맑아진다..

여행중 만나 내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그래도 용케 침착했었다고 대단하다고 했었다
그보다 더한 일도 당해보면 그 정도는 침착해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유럽 한 복판에서 피부가 까만 강도를 만났었다고 하면? 그 땐 삼일 밤낮을 울었었다..
이번엔 다행이 그 때보다는 나은 경우였고 당황해서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었다..내 간이 조금 크긴 하지만..그래도 연약한 여자이지 않은가..
말해놓고 나니 부끄럽네..

그 다음날부터 난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카드 하나 없는 상태라 많은 돈을 잃어버렸다는게 부담이 되긴 했지만..그래도 여행을 망칠 수는 없었다.

난 그 돈을 찾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고(난 외국인이고 그 넘은 태국인이다..경찰들이 생기는 것도 없는 상황에서 날 위해 내가 없는 상태에서도 그 넘 집을 수색하고 잡아줄리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더군다나 내가 말한 것 이외에는 어떤 증거도 없지 않은가..)
그걸 생각하며 숙소에 있어봤자 나에겐 득이 되는게 없지..그 돈에 관해 잊어버리고 여행을 계속하는게 나를 위해 좋았다..

그걸 알면서도 경찰서까지 간 이유는..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할만큼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돈을 찾았느냐 못 찾았느냐..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애..
..없나..? ㅡ.ㅡ
8 Comments
레네 1970.01.01 09:00  
"당신네 나라 사람이 이런 짓 한거 우리나라에 다 알려서 경고하겠다" 뭐 이렇게.. 쩝..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ㅡ_ㅡ;; 암튼 장하십니다! 후편 기대만발!!!!
레네 1970.01.01 09:00  
문득 드는 생각.. 경찰서에서 한국대사관에 연락해달라고 땡깡(?) 피웠으면 어땠을까요?
paran 1970.01.01 09:00  
돈을 찾았냐 못찾았냐가 아니라, 그넘을 혼내줬느냐가 무지 궁금하네요...속편 얼렁얼렁...저 님땜시 오늘만 태사랑 10번 이상 들락 거립니당.
paran 1970.01.01 09:00  
님의 냉철하고 소신있는 행동력에 반했슴당..홧팅!
소소 1970.01.01 09:00  
아....잼있다....흐믓^--^
하늘이 1970.01.01 09:00  
아이고!! 태국남자들이 한국뇨자를 얼마나 좋아한다구요요. 만만하게 보는건지 원..조심하세요!!
스칼렛 1970.01.01 09:00  
아휴~~가슴이 진정이 안되는군....내가 당한 느낌...암튼 님의 침착성과 그 용기 수퍼울투라 캡임당~~^^실은 저두 추석때 갈 건데...걱정도 되는군여~~후편 기대 만빵!!!
딸기 1970.01.01 09:00  
경찰청 사람들 코믹편을 보는것 같아요.^^ 그 후의 이야기가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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