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깐짜나부리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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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 story - 깐짜나부리 트래킹

MOON 0 1484

오늘은 깐짜나부리 1박 2일 트래킹을 떠나는 날이다. 8시까지 모이면 되는 까닭에
시간이 좀 남아 모닝 콜을 무시하고 늑장을 부린 탓에 약간 시간이 빠듯하기도 했고
어제 먹은 것이 아직 소화가 안되어 아침은 걸렀다. 오늘은 태국의 맛(?)을 생략한
것이지 절대 피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라차따 호텔은 기대이상으로 좋았기에
나오면서 팁 50B을 전화기 옆에 두고 나왔다. 예의 친절한 아주머니와 총각은 좋은
여행되라며 인사를 해줬다.

어김없이 미니 버스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올라타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습관적으로 한국사람이 있는 지의 여부를 먼저 확인하게 된다. 서양사람들과 3명의
일본 여자들이 앉아 있다. "하지메마시테" 라고 인사를 하니 좋아들 하면서
"감사합니다"라는 서툰 한국말을 한다. 외국에 나갈 때 간단한 인사말 정도를 알아가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태국에서도 헬로 태국에 써있는 "생존 태국어"를 약간씩
응용해서 사용하면 현지인들은 재밌는지 웃기도 하고 올바른 발음을 알려주기도 해서
서로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계기가 된 적이 많았다.
미니 버스는 항상 12명이 모두 차야 움직였다. 영어를 할 줄 아는 가이드 아주머니가
차를 몰아서 이것 저것 묻기도 편했고, 한 편 믿음이 가기도 했다.

우리가 처음 도착한 곳은 연합군 묘지였다. 묘기수는 생각 보다 많이 작았지만 아주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공원같은 인상을 주었다. 한국인 묘지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입구에 한국인 희생자들의 수가 적혀 있었고, 당시가 일제 식민지 시대였기에 한국인은
일본인과 같은 란에 표기가 되어 있어 마치 우리도 가해자처럼 보였다. 이 역시
암울한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이리라. 정말 먼 타국에까지 징용으로 끌려왔을 우리의
선조들을 위해 한기와 잠깐의 묵념 시간을 가졌다. 더군다나 내일은 광복절이 아니던가.
조금 전까지 버스 안에서 재밌게 온 일본녀들에게 복수의 눈길을 3초간 발사했다.

깐짜나부리에서는 당일 코스, 1박 2일 코스, 2박 3일 코스 등 다양한 코스가 있기에
우리는 차를 바꿔타야 했다. 같이 왔던 일행들과 헤어져 조금 전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일행들과 같은 버스를 타게 됐다.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을 알아본다. 내 경우에는
외국에서 한국 사람들을 보게되면 관심은 갖지만 처음엔 경계를 하게 된다. 한 편으로는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쉽게 친구가 되곤 한다. 비단 나의 경우만이 아니라 외국에 나가면
쉽게 접하는 경험이 아닌가 싶다. 버스에 만난 사람들과도 이미 한 차를 탔기에 쉽게
이것 저것 물어볼 수가 있었다. 일정은 같은데, 우리는 1200B(홍익인간)에 여기를 왔고,
이 친구들은 1100B(만남의 광장)에 왔단다. 약간 배가 아프다.

새로 만들어진 팀들과 대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유유자적하게 강을 따라 내려왔다.
정말 이런 것이 마음의 풍요고 휴가다운 휴가가 아닌가 싶었다. 뗏목을 운행하는
가이드는 두꺼운 뿔테 안경과 부시시한 머리는 참 공부 잘하는 고시생의 인상을 주었고,
갑자기 물 속에 뛰어든다거나 기괴한 행동으로 웃음을 주고 처음 만난 사람들간의
서먹함을 해소해 주었다. 뗏목은 우리가 익히 들었던 콰이강의 다리 아래를 지났다.
다리의 역사적 배경을 떠나서 다리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주위 경관과 아주 잘 들어
맞었다. 그렇게 30여분간 뗏목을 타고 조그만 여행사겸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여기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콰이강의 다리를 직접 건널 기회를 주었다. 아주 꼬맹이
시절 외가집에서 엄마 손을 붙잡고 건너던 기차 철교 생각이 났다. 다리 아래로 보이는
물결이며 주위의 경치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콰이강을 뒤로 하고 일행은 에라완
폭포가 있는 국립공원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용달차에 지붕을 얹은 차로 이동했는데
군제대후 이런 차는 처음 타 본 것 같다. 특히 일택이라는 친구는 자리가 없어서 차
끄트머리에 위태하게 앉았는데, 이런 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기사 양반은 벤츠며,
BMW며 가리지 않고 모두 저만치 뒤로 하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1시간 가량 달려 에라완
폭포에 다다랐다. 나도 끄트머리에 앉아서 오는 통에 하도 난간을 꽉 쥐고 있었더니
손이 저려서 얼마나 코 끝에 침을 발라댔던지...
투어에서 제공한 점심을 먹고 폭포로 향했다. 에라완 폭포는 총 7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6개 까지는 올라가고 그 이후에는 길을 찾지 못해 7번째 폭포는 포기를 했다. 폭포들은
흡사 우리의 청자빛을 닮았고 캐나다에서 빙하가 녹아 호수를 이룬 물 빛이 이러했는데,
우리의 그것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멋은 없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기에는 충분했다.
또 이채로운 것은 못이 나올 때마다 크게는 40센티이상되는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녔다.
일단 우리 한국인 동포들은 다섯 번째 폭포에서 수영을 하거나 발을 담궜는데, 물고기들이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되려 몰려와서 몸을 쪼아대는데 약간은 따끔했다. 안씻고 다녀서
나만 공격하나 싶어 쉬쉬하고 있었더니 다들 같은 경험들을 했다. 다들 안씻고 다니는 건가?
폭포를 내려와서 담소를 나누고 영국에서 온 아가씨랑도 얘기를 하는데, 한기가 뭔가를
발견해서 가르키는 곳을 봤는데, 조금 전까지도 사람들이 수영하던 곳에서 1미터 30은
족히 넘을 도마뱀이 그 곳에 있었다. 마치 악어처럼 생긴 대형 동물을 직접 눈 앞에서
보니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 부랴부랴 내려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현상을 하니 아쉽게도
잘 나오지는 않았다.
이 때까지도 같은 동포란 이유로 같이 다녔지만 서로 이름도 모르고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같이 다녔다는 걸 알았다. 묻지마 관광?
우연인지 인연인지는 모르겠지만, 5명 모두 서울의 한 변두리에 몰려살고 있었다.
나와 한기는 면목동, 영어 선생을 한다는 지숙, 민정은 석계역 근방, 호주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인 일택은 청량리, 다음 뒷풀이는 경희대 앞에서 하면 되겠다며 크게
웃었다.

차는 비포장된 길 아닌 길을 먼지를 펄펄 날리며 한 시골 마을에 우리를 내려놨다.
여기에도 고산족 마을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난 여기가 고산족 마을이라 굳게
믿었다. 그리고 여기가 고산족 마을이냐 묻지 않았다. 그래야 내 추억 한 켠에
고산족 마을에서 묵었다는 기록이 남을 것 같기에...
일행은 숙소를 배정 받았는데, 나무 위에 집을 지어놓은 곳에 잘 수도 있었고,
물위에 지어 놓은 수상가옥에서도 잘 수가 있었다. 나무 위의 집도 꽤나 운치가 있을
것 같았지만, 우리는 수상가옥을 택했다. 커다란 강 한 켠에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그 경치는 차마 사진으로 담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로 빼어났다.
(집 주변에 소금쟁이들이 많이 떠다녔는데, 그걸 보더니 민정은 "소금장수"라는
영화를 상기시켰다. 영화는 "마님, 장작 다 팼습니다요~!" 뭐 이런 내용이란다.)

일행들과 마을에서 제공하는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는 매우 훌륭했고 영어 선생들이
가져온 김치는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식사를 하는데, 늦게 온 서양 여자(스페인이나
이스라엘 쯤으로 판단됨)가 김치를 달란다. 이 여자가 김치를 마을에서 제공한
음식으로 생각했는지 부탁도 아니고 달란다. 그리고 맛이 어떻냐고 무려 2번이나
물었는데 대꾸가 없이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는데 바쁘다. 여기서부터 우리 배달
민족들에게 찍혀 우리의 갈굼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특히 민정의 갈굼은
실로 대단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 얼빠진 아가씨는 우리의 갈굼이 있는 지 없는 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의기투합해서 식사중에 맥주를 3병 마시고, 8병을 더 가져다
숙소에서 마시겠다니 그렇게 많이 가져가도 되겠냐고 묻는다. No Problem!!!
그 뒤에도 몇 병을 더 갖다 마셨는 걸...

어느새 주위는 캄캄해지고 술자리도 무르익고 정말 천상이 따로 없었다. 마침 달이
없어서인지 하늘엔 그 동안 내가 봐왔던 별 보다 더 많은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었다.
밤 늦게까지 술 한잔과 더불어 야자타임도 하고, 거짓말하면 집에 돌아갔을 때 엄마가
공룡으로 변한다며 솔직해지자는 진실게임도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민정이
모기향을 십여개나 피워 놓아서 정신이 몽롱해지고 있는데 저녁을 챙겨준 아저씨가
우리자리에 오더니 강 건너편을 플래쉬로 비춰준다. 뭐가 있나 싶어서 보니 처음엔
안보이다가 뭔가 안광같은 것이 반짝거리는 것이 보인다. 그 먼거리에 있는 걸 어떻게
발견했는지, 그 캄캄한 밤에... 뭐냐고 물었더니, 새란다(사실 말이 안통해서 새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가보다 싶었더니, 이 아저씨 동네 사람들 다 모아다가 그거
잡는다고 배 타고 강을 건너서는 야단법썩을 떤다. 정말 순박하고 때묻지 않은 사람들이다.

새벽 2시나 됐을까, 서양애들도 자기들끼리 모여서 놀다가 이제 끝났는지 약간 시끄럽다.
또 우리의 갈굼과 뒷담화는 끝을 모르고...

그렇게 깐짜나부리의 첫날 밤을 보냈다. 내일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코끼리
트래킹을 떠난다!






http://my.netian.com/~fromb612
정리가 되는대로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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