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7)
1999년 3월 1일(월) 카오산 로드 도착
한 5분이나 걸었을까? 앞사람 뒤통수를 따라 길모퉁이를 돌았다.
눈앞에 나타난 건 바로 카오산 로드의 이정표 D&D Inn의 찬란한 녹색 네온싸인이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카오산 로드란 말이지? 길을 따라 끝까지 한 번 걸어보았다.
거리풍경에서 받은 첫인상은 ‘난 이 거리를 좋아하게 될 것 같아’였다.
내가 좋아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소박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는 나의 이 의견에 ‘그건 소박하고 자유로운게 아니라, 지저분하고 난장판인거야’라고 코웃음을 치는 분이 계실지 모르나 그건 관계없다. 단지 그것은 내가 받은 느낌이었으므로…
일단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숙소를 잡는 것이었다.
미리 점찍어둔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싸왓디, 카오산 프라이버시, D&D등등… 그러나 우리를 반기는 건 친절한 태국의 미소가 아니라 Full이라는 널판지 뿐이었다. 그렇게 대여섯군데를 돌아니고 끝끝내 방을 구하지 못하게되자 이제 저 밑에 쭈그러져 있던 초초함이라는 놈이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레커도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던 터라 힘든 눈치다. 레커의 눈매에도 슬슬 짜증이 어리기 시작했다. 말도 이제 툭툭 뱉는다.
‘불길한 징조군…’
결국 그 후에 서너군데를 들린 후에 겨우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씨암 오리엔탈호텔 에어컨 더블 450B. 좀 비싼 듯 했으나 레커나 나나 피곤하기도 하고, 초조함이라는 놈에게 너무 시달리던 터라 가격은 문제가 되질 못했다. 짐을 한 구석에 던져놓고 나서 배가 고파 일이 안된다라는 의견에 서로 동감을 표시하고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원래 계획은 쎈딴 삔까오의 시즐러에서 멋진 저녁을 먹기로 했었으나 시간이 본의아니게 많이 지체된 관계로 그냥 카오산에서 먹기로 하였다.(결국 이 여행에서 시즐러는 가보지 못했고 그 다음 태국 여행에서 가게되었다)
방에서 나가 시암 오리엔탈 호텔1층에 있는 까페에서 콜라를 한병 시켜놓고 카오산 지도를 펴들었다.
요술왕자가 올린 카오산 상세지도(위치는 번호로 표시되어 있고, 그 번호에 해당하는 이름은 다른 종이에 기록되어 있었던… 좀 불편했다)를 펴드니 눈앞에 보이는 건물들을 지표로 위치가 좀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태국의 코카콜라 병은 우리나라 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꼭 우리나라 코카콜라 병이 다이어트를 해서 몸매가 좀 날씬해진 것처럼 생겼다고 생각하면 된다. 태국글자로 뭐라고 써있는데 꼭 영어로 FAN이라고 써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덧 초저녁에서 밤으로 시간은 바뀌어 있었고 화려한 카오산의 밤거리가 우리 앞에 펼쳐저 있었다.
저녁식사 장소로 고른 곳은 카오산 센터. 음식이 맛있고 인기가 많다고 써있어서 가봤다(실상 이때는 배가 많이 고프고 지쳐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 꽤 넓은 가게는 대부분이 서양인 여행자들로 바글바글했고, 우리는 길가 테이블에 앉아 싱하 2병을 시켰고 레커는 카오팟 까이를 시켰고, 나는 뭐를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맥주를 홀짝홀짝 들이키면서 앉아있는 약10분동안 왠지모를 소외감을 느꼈다. 서양인들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동양인은 거의 없고 있다고 해야 단체로 온 일본애들뿐…
내가 배낭여행 초보라 그런지, 아님 커플로 와서 그런지, 아니면 동양인, 그중에서도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이도저도 아니고 그냥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식사가 나왔고, 나는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지금 특별한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먹을만 하구마”
레커가 볶음밥을 한 숟갈 떠넣더니 하는 첫마디였다.
콧김에도 날라갈만큼 찰기가 없는 안남미(알락미등등 잘못된 오기가 많은데 안남미(安南米)가 정확한 말이다)를 싱가폴 출장때 처음 접하고 내가 받았던 충격과, 국내에 대적할만한 상대를 찾아보기 힘든 밥 매니아인 레커인 점을 감안할 때, 의외의 반응이었다.
“정말 먹을만 하냐”
“비교적…”
내가 가기전에 태국의 쌀은 우리나라 쌀인 자포니카 종이 아니고 인디카 종이라서 찰기가 없다고 무지 학술적으로 열변한 적이 있었다. 난 나의 사전교육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기분좋아했다.
5분뒤..
“볶음밥이 너무 기름져…” “동남아 냄새가 나…” “먹기 싫다…”
결국 눈을 부라리고 어쩌고 해서 다 먹였다. (사실 눈을 부라린 건 별무소용이었고, 돈 생각하라고 말한 것이 주효했다)
다 먹었다고 눈치주는 분위기는 아니라서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카오산은 거의 세계의 모든 인종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이는 듯했다. 신체의 각부분에 피어싱과 문신을 하고 애기를 업고가는 부부에서…(정말 인상적이었다. 그 애기는 어떻게 자라게 될까 궁금했다) 웃통을 거의 벗고 머리를 빡빡민 스킨헤드 스타일의 사람까지…(요런 애들은 좀 무섭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사람구경하다가 카오산 일대를 두루두루 돌아보기로 하고 길로 나섰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과일수레. 파인애플과 수박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과일도 있지만 망고나 파파야처럼 우리나라에서 도통 보기 힘든 과일도 많았다.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속이 좀 느끼하던 우리는 파인애플과 수박을 사먹었다.(왜 우리나라에서도 먹을 수 있는 걸 먹었냐고? 그게 먹고 싶었으니까!).
파인애플이라는 과일이 그렇게 맛있는 과일인지 처음으로 알았다. 수박도 괜찮았지만 역시 파인애플이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환상적인 파인애플보다 더 환상적인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과일장수 아저씨의 칼놀림.
무협지에 나오는 초절정고수의 칼놀림이 그러할까?
적절한 두께로 껍질과 과육을 분리하고 일정한 크기로 절단하는 초식의 정확함!
비닐봉지에 넣고 칼로 과일을 썰어도 비닐이 찢어지지 않는 힘조절의 미묘함!
벌어진 입을 파인애플로 채우며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에 만난 고수는 팟타이(볶음국수) 수레였다. 그 넓은 프라이팬에 가득담긴 국수들을 휘휘 뒤적거리는 모습은 흡사 철사장(鐵沙掌)을 수련하는 고수를 보는 듯했다. 먹어보려고 했으나 배도 부르고 채식주의자용 팟타이라서 오리지날을 먹어보려고 건너뛰었다. (외국에는 참 채식주의자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별로 없는데…)
그 후로도 조그만 오징어를 넓게 펴서 구워주는 노점와 닭 및 돼지꼬치를 파는 노점등을 만났고 그때마다 그 앞에서 입맛을 쩝쩝 다셨으나 배가 부른 관계로 다음을 기약하는 수 밖에 없었다.
요술왕자의 지도를 펴들고 골목골목을 돌아다녀보기 시작했다. 허기를 채웠으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카오산의 지리파악. 파란 형광등이 빛나는 히피바 골목도 들어가 보고, 숙소를 구할 때 정신없이 다니느라 살펴볼 시간이 없었던 유명 게스트 하우스들이 있는 골목이며, 편의점의 위치, 홍익인간, 만남의 광장, 홍익여행사의 위치, 피부병에 걸린 개가 많은 사원 뒤의 게스트 하우스 골목등… 3시간 정도 돌아다니다보니 거의 위치파악은 되었다.
“나 목말라” “우리 물 사먹자”
근처 편의점(아마도 미니마트였던 것 같다)에 가니 조그맣고 투명한 사각PET병에 든 물 20B이다. 아무 생각 없이 덜컥 샀다. (아마 편의점이 너무 시원해서 그랬던 것 같다)
나와서 레커랑 한 모금씩 마시니 거의 없다.
“레커야… 물값 장난 아니게 들겠다. 특히 너 물 많이 먹잖아”
주위를 살펴보다가 문득 다른 배낭족들은 공통적으로 희끄무레한 병을 들고다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레커야… 저거 물같지?”
“음료수 같지는 않아… 저렇게 많이 먹는 걸보면 물이야…”
물을 다 먹어치우고는 가까운 구멍가게로 가봤다. 아까 그 병들이 냉장고에 들어있다. 제목을 읽어보니 드링킹 워터랜다. 게다가 900밀리리터다. 좋았어…
수더분한 태국 아줌마 2명이 앉아계셨다. 그 수더분한 인상에 맘이 편해졌을까? 처음으로 태국어를 시도해보았다.
“니 타오라이 캅?” (물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하밧…@#$&
한 5분이나 걸었을까? 앞사람 뒤통수를 따라 길모퉁이를 돌았다.
눈앞에 나타난 건 바로 카오산 로드의 이정표 D&D Inn의 찬란한 녹색 네온싸인이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카오산 로드란 말이지? 길을 따라 끝까지 한 번 걸어보았다.
거리풍경에서 받은 첫인상은 ‘난 이 거리를 좋아하게 될 것 같아’였다.
내가 좋아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소박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는 나의 이 의견에 ‘그건 소박하고 자유로운게 아니라, 지저분하고 난장판인거야’라고 코웃음을 치는 분이 계실지 모르나 그건 관계없다. 단지 그것은 내가 받은 느낌이었으므로…
일단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숙소를 잡는 것이었다.
미리 점찍어둔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싸왓디, 카오산 프라이버시, D&D등등… 그러나 우리를 반기는 건 친절한 태국의 미소가 아니라 Full이라는 널판지 뿐이었다. 그렇게 대여섯군데를 돌아니고 끝끝내 방을 구하지 못하게되자 이제 저 밑에 쭈그러져 있던 초초함이라는 놈이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레커도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던 터라 힘든 눈치다. 레커의 눈매에도 슬슬 짜증이 어리기 시작했다. 말도 이제 툭툭 뱉는다.
‘불길한 징조군…’
결국 그 후에 서너군데를 들린 후에 겨우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씨암 오리엔탈호텔 에어컨 더블 450B. 좀 비싼 듯 했으나 레커나 나나 피곤하기도 하고, 초조함이라는 놈에게 너무 시달리던 터라 가격은 문제가 되질 못했다. 짐을 한 구석에 던져놓고 나서 배가 고파 일이 안된다라는 의견에 서로 동감을 표시하고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원래 계획은 쎈딴 삔까오의 시즐러에서 멋진 저녁을 먹기로 했었으나 시간이 본의아니게 많이 지체된 관계로 그냥 카오산에서 먹기로 하였다.(결국 이 여행에서 시즐러는 가보지 못했고 그 다음 태국 여행에서 가게되었다)
방에서 나가 시암 오리엔탈 호텔1층에 있는 까페에서 콜라를 한병 시켜놓고 카오산 지도를 펴들었다.
요술왕자가 올린 카오산 상세지도(위치는 번호로 표시되어 있고, 그 번호에 해당하는 이름은 다른 종이에 기록되어 있었던… 좀 불편했다)를 펴드니 눈앞에 보이는 건물들을 지표로 위치가 좀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태국의 코카콜라 병은 우리나라 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꼭 우리나라 코카콜라 병이 다이어트를 해서 몸매가 좀 날씬해진 것처럼 생겼다고 생각하면 된다. 태국글자로 뭐라고 써있는데 꼭 영어로 FAN이라고 써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덧 초저녁에서 밤으로 시간은 바뀌어 있었고 화려한 카오산의 밤거리가 우리 앞에 펼쳐저 있었다.
저녁식사 장소로 고른 곳은 카오산 센터. 음식이 맛있고 인기가 많다고 써있어서 가봤다(실상 이때는 배가 많이 고프고 지쳐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 꽤 넓은 가게는 대부분이 서양인 여행자들로 바글바글했고, 우리는 길가 테이블에 앉아 싱하 2병을 시켰고 레커는 카오팟 까이를 시켰고, 나는 뭐를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맥주를 홀짝홀짝 들이키면서 앉아있는 약10분동안 왠지모를 소외감을 느꼈다. 서양인들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동양인은 거의 없고 있다고 해야 단체로 온 일본애들뿐…
내가 배낭여행 초보라 그런지, 아님 커플로 와서 그런지, 아니면 동양인, 그중에서도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이도저도 아니고 그냥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식사가 나왔고, 나는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지금 특별한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먹을만 하구마”
레커가 볶음밥을 한 숟갈 떠넣더니 하는 첫마디였다.
콧김에도 날라갈만큼 찰기가 없는 안남미(알락미등등 잘못된 오기가 많은데 안남미(安南米)가 정확한 말이다)를 싱가폴 출장때 처음 접하고 내가 받았던 충격과, 국내에 대적할만한 상대를 찾아보기 힘든 밥 매니아인 레커인 점을 감안할 때, 의외의 반응이었다.
“정말 먹을만 하냐”
“비교적…”
내가 가기전에 태국의 쌀은 우리나라 쌀인 자포니카 종이 아니고 인디카 종이라서 찰기가 없다고 무지 학술적으로 열변한 적이 있었다. 난 나의 사전교육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기분좋아했다.
5분뒤..
“볶음밥이 너무 기름져…” “동남아 냄새가 나…” “먹기 싫다…”
결국 눈을 부라리고 어쩌고 해서 다 먹였다. (사실 눈을 부라린 건 별무소용이었고, 돈 생각하라고 말한 것이 주효했다)
다 먹었다고 눈치주는 분위기는 아니라서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카오산은 거의 세계의 모든 인종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이는 듯했다. 신체의 각부분에 피어싱과 문신을 하고 애기를 업고가는 부부에서…(정말 인상적이었다. 그 애기는 어떻게 자라게 될까 궁금했다) 웃통을 거의 벗고 머리를 빡빡민 스킨헤드 스타일의 사람까지…(요런 애들은 좀 무섭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사람구경하다가 카오산 일대를 두루두루 돌아보기로 하고 길로 나섰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과일수레. 파인애플과 수박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과일도 있지만 망고나 파파야처럼 우리나라에서 도통 보기 힘든 과일도 많았다.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속이 좀 느끼하던 우리는 파인애플과 수박을 사먹었다.(왜 우리나라에서도 먹을 수 있는 걸 먹었냐고? 그게 먹고 싶었으니까!).
파인애플이라는 과일이 그렇게 맛있는 과일인지 처음으로 알았다. 수박도 괜찮았지만 역시 파인애플이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환상적인 파인애플보다 더 환상적인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과일장수 아저씨의 칼놀림.
무협지에 나오는 초절정고수의 칼놀림이 그러할까?
적절한 두께로 껍질과 과육을 분리하고 일정한 크기로 절단하는 초식의 정확함!
비닐봉지에 넣고 칼로 과일을 썰어도 비닐이 찢어지지 않는 힘조절의 미묘함!
벌어진 입을 파인애플로 채우며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에 만난 고수는 팟타이(볶음국수) 수레였다. 그 넓은 프라이팬에 가득담긴 국수들을 휘휘 뒤적거리는 모습은 흡사 철사장(鐵沙掌)을 수련하는 고수를 보는 듯했다. 먹어보려고 했으나 배도 부르고 채식주의자용 팟타이라서 오리지날을 먹어보려고 건너뛰었다. (외국에는 참 채식주의자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별로 없는데…)
그 후로도 조그만 오징어를 넓게 펴서 구워주는 노점와 닭 및 돼지꼬치를 파는 노점등을 만났고 그때마다 그 앞에서 입맛을 쩝쩝 다셨으나 배가 부른 관계로 다음을 기약하는 수 밖에 없었다.
요술왕자의 지도를 펴들고 골목골목을 돌아다녀보기 시작했다. 허기를 채웠으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카오산의 지리파악. 파란 형광등이 빛나는 히피바 골목도 들어가 보고, 숙소를 구할 때 정신없이 다니느라 살펴볼 시간이 없었던 유명 게스트 하우스들이 있는 골목이며, 편의점의 위치, 홍익인간, 만남의 광장, 홍익여행사의 위치, 피부병에 걸린 개가 많은 사원 뒤의 게스트 하우스 골목등… 3시간 정도 돌아다니다보니 거의 위치파악은 되었다.
“나 목말라” “우리 물 사먹자”
근처 편의점(아마도 미니마트였던 것 같다)에 가니 조그맣고 투명한 사각PET병에 든 물 20B이다. 아무 생각 없이 덜컥 샀다. (아마 편의점이 너무 시원해서 그랬던 것 같다)
나와서 레커랑 한 모금씩 마시니 거의 없다.
“레커야… 물값 장난 아니게 들겠다. 특히 너 물 많이 먹잖아”
주위를 살펴보다가 문득 다른 배낭족들은 공통적으로 희끄무레한 병을 들고다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레커야… 저거 물같지?”
“음료수 같지는 않아… 저렇게 많이 먹는 걸보면 물이야…”
물을 다 먹어치우고는 가까운 구멍가게로 가봤다. 아까 그 병들이 냉장고에 들어있다. 제목을 읽어보니 드링킹 워터랜다. 게다가 900밀리리터다. 좋았어…
수더분한 태국 아줌마 2명이 앉아계셨다. 그 수더분한 인상에 맘이 편해졌을까? 처음으로 태국어를 시도해보았다.
“니 타오라이 캅?” (물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하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