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왓디 무앙타이(5)
- 방콕 북부터미널 -
어렵게 찾은 숙소... 하지만 불과 한시간 남짓한 짧든 휴식을 취한 후 이번엔 캄보디아로 향
해 떠나야 한다.
새벽4시 정각.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아까 우리를 방으로 안내했던 태국소년. 들어올 때
캄보디아로 떠난다고 모닝콜을 부탁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러 온 것이다.. 뭐 잠이라고는
한숨도 못 잤으니 모닝콜이 필요도 없었지만, 그래도 고마왔다. [만남의 광장]을 떠나면서
우리는 태국소년에게 하대장님께 대신 전해달라며 준비해 온 선물을 줬다.
선물은? 고춧가루다. 하하!! 한국에서야 흔해 빠진 것이지만, 여기에선 귀할 수도 있을 테니
까.. (사실을 말한다면 태국에 대해 공부하면서 여기서는 이런 게 귀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
었다. 하하!! 또한 원래는 집에 있는 걸 갖다주려 했는데 갖다주려고 보니 너무 조금이라 시
장에서 더 사다가 보탰다. 하하!!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면 원래는 캄보디아에 가서 글로벌
홈스테이(나중에 자세히 설명함)에 주려고 한 것인데, 아내가 짐을 줄이자고 해서... 하하!!
어차피 다 같은 한국사람이니까.. 하하!!)
처음에 우리를 방으로 안내할 때부터 방금 우리를 깨우러 왔을 때도 그렇고.. 이 태국친구는
정말 말없이 성실하다. (서로 말이 안 통해서 말이 없는건가? 하하!!) 암튼 어제 하대장님이
약속했듯이 이 친구는 우리를 위해 택시까지 잡아줬다. 컵쿤...(고마워...)
어제 일로 택시에는 노이로제가 걸렸었는데, 이번 택시기사는 우리가 타자마자 미터부터 꺾
는다. 기본요금 35바트. 어제 그 색기하곤 근본부터가 다르군... 이제 우리는 방콕북부터미널
로 가야한다.
"콘송 모찟마이!" (방콕북부터미널!)
이미 아까 태국친구가 말해줘서 다 알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말은 자꾸 해야 맛]이라고,
내가 태국말을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 보겠는가?
"오..노.. 콘송 머칫마이!"
어.. 나보고 발음이 틀렸다는 건데, 그럼 다시 해봐야지.
"콘송 머칫마이!!"
하하하!! 이 아저씨는 내 발음이 자꾸 그게 아니라면서 다시 가르쳐주시는데, 난 계속 몇 번
을 따라해도 그게 잘 안 된다. 하하!!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으니 눈에 들어오는 방콕시내는 기본적으로 어제 본 모습이랑 매한가
지. (사실은 어제가 아니라 쫌 아까. 하하!!) 그런데 조금 가다보니 엄청 야경이 멋진 건물이
보였다. 나와 아내가 순간적으로 탄성을 지를 정도... 아저씨 말씀이 왕궁.(나중에 자세히 얘
기하겠지만 엄청나게 멋있음)
터미널이 가까이 오자 난 또 그놈의 소심증이 되살아난다. 여기 오기 전에 읽었던 누군가의
여행기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인용시작) 터미널에 도착하자 너무 이른 시각이어선지 사람은 하나도 없고, 버스엔 달랑
나 혼자였다. 그런데 한참을 있으니 어느 태국사람이 탔는데, 자리가 많은데도 하필 내 옆에
와서 앉는 것이었다. 난 너무 불안했다. 그래서 조금 있다가 다른 자리로 옮겼다. 그랬더니
놈도 따라와서 또 내 옆에 앉았다. 내가 다른 자리로 가라고 해도 놈은 히죽히죽 웃으며 계
속 내 옆에 앉아 내게로 몸을 밀착해 왔다. 놈이 노리는 것은 내 주머니였던 것이다.....(이하
생략)'
우리는 두명이니까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 어쩌지... 대체 이 시각에
불이나 켜 놨을까...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가운데에도 시간은 흘러서 드디어 터미널에 도착했다. 택시요금
은 85바트.(약 3천원) 가방을 질질 끌고 메고 하면서 힘겹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을 줄이야... 정말 인산인해란 표현이 어울릴법한 모습이
었다. 이젠 오히려 버스표 사는 것을 걱정해야 할 판. 하하!! 지금 시각은 새벽4시30분. 이
나라 사람들은 이토록 부지런하단 말인가? 허허..
아무튼 버스표 사는 줄은 길게 늘어서 있어도 우려하던 바가 사라진 나는 기분이 매우 좋아
졌다. 하하!!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해 있는데 내 앞에 웬 친숙한 모습의 아가씨가 있네?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여보.. 얘 일본애 같지 그치?"
"아휴.. 좀 그런 소리 좀 하지 말아요.. 그러다 들으면 어쩔려고.."
"아유 괜찮어.. 어차피 못 알아들을텐데 뭐. 헤헤,,"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며 매너없게 히히덕거리는데 이 아가씨가 뒤돌아보네?
....조용....
근데 조금 있으니 다시 궁금증 발동..
괜히 그 아가씨가 들고 있는 가방도 자세히 보고..(혹시 아는 상표인가 보려고.. 사실 제대로
아는 가방 상표도 없으면서..) 또 얘기를 시작한다.
"근데, 내가 볼 땐 영락없는 닥꽝이야 닥꽝.."
내가 이런 소릴하면 아내는 무식하다며 아주 진절머릴댄다. 하하!!
근데 이 아가씨. 또 뒤돌아보네?
이번엔 아주 눈까지 마주쳤다. 아이구... 미안해라....
하지만 아까부터 궁금해서 못 견디던 나는 이쯤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셨어요?"
이렇게 해서 못 알아들으면 닥꽝!!
그러나...
"네"
순간 얼마나 부끄럽고 쪽팔리는지... 하하!! (설마 이 글을 읽는 내 제자들은 이런 무식한 행
동을 안 하겠지?)
이 아가씨는 여행을 온건 아니었고, 한국과 태국을 오가며 옷 장사를 하는 분이었다. 지금은
우리랑 같은 목적지인 아란야프라텟(태국-캄보디아 국경도시)으로 가려는 중.
버스표를 산 건 좋았는데, 앞의 것은 모두 매진되고(내가 아까 사람 많다고 했지?) 6시에 떠
나는 차를 타야 했으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사실 이것도 태국말이 되는 이 아가씨 덕분에
알았다) 아까 너무 미안했고, 또 같은 동포는 우리 셋뿐인지라 내가 말을 꺼냈다.
"어디가서 같이 아침식사나 하시죠?"
"전 밥 못 먹어요.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참고로 오늘은 12월30일)"
그냥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음료수나 마신다고 하며 떠나는데, 옆에 있는 아내 때문에 더 이
상 붙잡지를 못해서 그렇지 좀 서운했다...
그 아가씨는 자그마한 체구에 인상이 참 똑똑하고 깨끗해 보였는데..
외국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모습도 솔직히 멋져 보였고... 하하!!
(이런 소리 자꾸하면 아내한테 혼나겠지만... 어디까지나 사실은 사실대로 말해야...)
- 태국 음식 먹기 -
아침 요기를 하러 터미널 내 식당엘 갔다. 드디어 처음으로 태국음식을 먹는 순간. 여행자
가이드에 의하면 태국의 맛있는 음식은 볶음밥, 볶음국수, 쌀국수 이런 종류.. 아침이고 하니
까 아무래도 국물이 있는 음식이 좋겠지? 양자합의로 쌀국수를 먹기로 했다.
이른 아침이라 손님이 없어서 그렇지 식당은 꽤 넓어서 한 100명쯤은 넉넉히 앉을 자리가
있어 보였고, 앞쪽에서 각종 음식을 조리하고 있었다. 가만히 남이 먹는 것을 보니 앞에 가
서 주문한 다음 돈 내고 음식을 가져와야 하는 모양...
난 용기를 내어 쌀국수 파는 아가씨를 똑바로 쳐다보며 씩씩하게 걸어나갔다.
외국인이 자기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오자 아가씨도 긴장한다.
난 그 앞에 선 다음, 헛기침을 두어번 했다.
그리고 분명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말했다.
"꿰이"
"띠오"
"남!"
놀란 토끼눈의 아가씨 왈 ".............................."
어? 이런...
못 알아듣는군... 그럼 다시 더 또박또박 말해야지...
"꿰이"
"띠오"
"남!!!"
더욱 놀란 아가씨는 그저 멀뚱멀뚱... 눈만 껌벅껌벅...
하하하!! 우리나라 식당에 외국인이 와서 음식주문을 이런 식으로 한다고 생각해봐라. 하
하!! 물론 나도 긴장했기 때문에 그랬지만 이 아가씨는 이 때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하
하!! 다행히 아가씨 옆에 있던 다른 태국 남자가 내 말을 알아들었으니 망정이지.. 하하하!!
한 그릇에 700원 하는 이 국수의 양은 라면 한 그릇이 채 안돼 보였다. 아침부터 배 터지게
먹을 일은 없으니 부족한대로 만족.. 아 참! 태국 음식은 한국 음식과 달리 반찬이 하나도
없다. 식탁에 원래 놓여 있던 것은 설탕 한사발하고 고추기름장.(기름고추장 아님) 다른 것
도 뭐가 있긴 했는데 긴장해서 못 봤음. 하하!!
암튼 가져와서는 제일 먼저 관찰.
재료는 국수, 소고기, 기타 양념..
일단 아무 것도 안 넣고 국물 맛을 봤다. 그런데...
"으...................."
엄청 달다. 그냥 먹는 것은 거의 설탕물 수준.. 난 얼른 고추기름장을 한숫갈 크게 떠서 넣
었다. 국수는 육개장처럼 뻘겋게 되고.. 다시 맛을 보니 다행스럽게도 매운맛 때문에 단맛이
사라졌다. 이제 맛있게 먹어야 한다. 근데 자꾸 생각을 그렇게 해서 그런지 무슨 이상한 냄
새가 나는 것도 같다.
"크....................."
이럴 땐 생각 자체를 바꾸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먼저 냄새야 나건말건 국물을 꿀꺽꿀꺽
마시고, 국수도 한 젓가락을 크게 집어서 입안에 팍 쑤셔넣고 와구와구 씹는다. 그러면서 동
시에 입으론 이런 말을 반복해서 하는 거지.
"어허! 맛있다. 어허! 맛있다"
사족:
1) 여행 준비를 하면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다보면 다른 재미나고 감동적인 것은 읽을
때뿐이고, 그저 무서운 얘기, 안 좋은 얘기에 온 신경이 쓰였다. 하하!! 기본적으로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남의 나라에 가는 것이 불안했기 때문.. 사실은 어디나 다 사람 사는 곳인데...
2) 태국음식의 특징은 단맛. 앞에서도 말했듯이 쌀국수 식당에 늘 놓여 있는 것이 설탕 그
릇. 태국사람들은 내가 설탕물이라고 표현한 국수에 따로 어른 밥숫갈로 설탕을 푹 퍼서 넣
고 먹는다. 하하!! 그러니 그들이 단맛이라고는 거의 없는 한국 음식을 먹으면 얼마나 맵고
짤까?
3) 오늘의 사진은 앞서 설명한 방콕북부터미널의 모습이다. 사람이 꽤 많았는데, 사진 속에
서는 제대로 표현이 안된 것 같아 좀 아쉽다...
어렵게 찾은 숙소... 하지만 불과 한시간 남짓한 짧든 휴식을 취한 후 이번엔 캄보디아로 향
해 떠나야 한다.
새벽4시 정각.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아까 우리를 방으로 안내했던 태국소년. 들어올 때
캄보디아로 떠난다고 모닝콜을 부탁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러 온 것이다.. 뭐 잠이라고는
한숨도 못 잤으니 모닝콜이 필요도 없었지만, 그래도 고마왔다. [만남의 광장]을 떠나면서
우리는 태국소년에게 하대장님께 대신 전해달라며 준비해 온 선물을 줬다.
선물은? 고춧가루다. 하하!! 한국에서야 흔해 빠진 것이지만, 여기에선 귀할 수도 있을 테니
까.. (사실을 말한다면 태국에 대해 공부하면서 여기서는 이런 게 귀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
었다. 하하!! 또한 원래는 집에 있는 걸 갖다주려 했는데 갖다주려고 보니 너무 조금이라 시
장에서 더 사다가 보탰다. 하하!!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면 원래는 캄보디아에 가서 글로벌
홈스테이(나중에 자세히 설명함)에 주려고 한 것인데, 아내가 짐을 줄이자고 해서... 하하!!
어차피 다 같은 한국사람이니까.. 하하!!)
처음에 우리를 방으로 안내할 때부터 방금 우리를 깨우러 왔을 때도 그렇고.. 이 태국친구는
정말 말없이 성실하다. (서로 말이 안 통해서 말이 없는건가? 하하!!) 암튼 어제 하대장님이
약속했듯이 이 친구는 우리를 위해 택시까지 잡아줬다. 컵쿤...(고마워...)
어제 일로 택시에는 노이로제가 걸렸었는데, 이번 택시기사는 우리가 타자마자 미터부터 꺾
는다. 기본요금 35바트. 어제 그 색기하곤 근본부터가 다르군... 이제 우리는 방콕북부터미널
로 가야한다.
"콘송 모찟마이!" (방콕북부터미널!)
이미 아까 태국친구가 말해줘서 다 알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말은 자꾸 해야 맛]이라고,
내가 태국말을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 보겠는가?
"오..노.. 콘송 머칫마이!"
어.. 나보고 발음이 틀렸다는 건데, 그럼 다시 해봐야지.
"콘송 머칫마이!!"
하하하!! 이 아저씨는 내 발음이 자꾸 그게 아니라면서 다시 가르쳐주시는데, 난 계속 몇 번
을 따라해도 그게 잘 안 된다. 하하!!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으니 눈에 들어오는 방콕시내는 기본적으로 어제 본 모습이랑 매한가
지. (사실은 어제가 아니라 쫌 아까. 하하!!) 그런데 조금 가다보니 엄청 야경이 멋진 건물이
보였다. 나와 아내가 순간적으로 탄성을 지를 정도... 아저씨 말씀이 왕궁.(나중에 자세히 얘
기하겠지만 엄청나게 멋있음)
터미널이 가까이 오자 난 또 그놈의 소심증이 되살아난다. 여기 오기 전에 읽었던 누군가의
여행기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인용시작) 터미널에 도착하자 너무 이른 시각이어선지 사람은 하나도 없고, 버스엔 달랑
나 혼자였다. 그런데 한참을 있으니 어느 태국사람이 탔는데, 자리가 많은데도 하필 내 옆에
와서 앉는 것이었다. 난 너무 불안했다. 그래서 조금 있다가 다른 자리로 옮겼다. 그랬더니
놈도 따라와서 또 내 옆에 앉았다. 내가 다른 자리로 가라고 해도 놈은 히죽히죽 웃으며 계
속 내 옆에 앉아 내게로 몸을 밀착해 왔다. 놈이 노리는 것은 내 주머니였던 것이다.....(이하
생략)'
우리는 두명이니까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 어쩌지... 대체 이 시각에
불이나 켜 놨을까...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가운데에도 시간은 흘러서 드디어 터미널에 도착했다. 택시요금
은 85바트.(약 3천원) 가방을 질질 끌고 메고 하면서 힘겹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을 줄이야... 정말 인산인해란 표현이 어울릴법한 모습이
었다. 이젠 오히려 버스표 사는 것을 걱정해야 할 판. 하하!! 지금 시각은 새벽4시30분. 이
나라 사람들은 이토록 부지런하단 말인가? 허허..
아무튼 버스표 사는 줄은 길게 늘어서 있어도 우려하던 바가 사라진 나는 기분이 매우 좋아
졌다. 하하!!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해 있는데 내 앞에 웬 친숙한 모습의 아가씨가 있네?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여보.. 얘 일본애 같지 그치?"
"아휴.. 좀 그런 소리 좀 하지 말아요.. 그러다 들으면 어쩔려고.."
"아유 괜찮어.. 어차피 못 알아들을텐데 뭐. 헤헤,,"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며 매너없게 히히덕거리는데 이 아가씨가 뒤돌아보네?
....조용....
근데 조금 있으니 다시 궁금증 발동..
괜히 그 아가씨가 들고 있는 가방도 자세히 보고..(혹시 아는 상표인가 보려고.. 사실 제대로
아는 가방 상표도 없으면서..) 또 얘기를 시작한다.
"근데, 내가 볼 땐 영락없는 닥꽝이야 닥꽝.."
내가 이런 소릴하면 아내는 무식하다며 아주 진절머릴댄다. 하하!!
근데 이 아가씨. 또 뒤돌아보네?
이번엔 아주 눈까지 마주쳤다. 아이구... 미안해라....
하지만 아까부터 궁금해서 못 견디던 나는 이쯤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셨어요?"
이렇게 해서 못 알아들으면 닥꽝!!
그러나...
"네"
순간 얼마나 부끄럽고 쪽팔리는지... 하하!! (설마 이 글을 읽는 내 제자들은 이런 무식한 행
동을 안 하겠지?)
이 아가씨는 여행을 온건 아니었고, 한국과 태국을 오가며 옷 장사를 하는 분이었다. 지금은
우리랑 같은 목적지인 아란야프라텟(태국-캄보디아 국경도시)으로 가려는 중.
버스표를 산 건 좋았는데, 앞의 것은 모두 매진되고(내가 아까 사람 많다고 했지?) 6시에 떠
나는 차를 타야 했으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사실 이것도 태국말이 되는 이 아가씨 덕분에
알았다) 아까 너무 미안했고, 또 같은 동포는 우리 셋뿐인지라 내가 말을 꺼냈다.
"어디가서 같이 아침식사나 하시죠?"
"전 밥 못 먹어요.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참고로 오늘은 12월30일)"
그냥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음료수나 마신다고 하며 떠나는데, 옆에 있는 아내 때문에 더 이
상 붙잡지를 못해서 그렇지 좀 서운했다...
그 아가씨는 자그마한 체구에 인상이 참 똑똑하고 깨끗해 보였는데..
외국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모습도 솔직히 멋져 보였고... 하하!!
(이런 소리 자꾸하면 아내한테 혼나겠지만... 어디까지나 사실은 사실대로 말해야...)
- 태국 음식 먹기 -
아침 요기를 하러 터미널 내 식당엘 갔다. 드디어 처음으로 태국음식을 먹는 순간. 여행자
가이드에 의하면 태국의 맛있는 음식은 볶음밥, 볶음국수, 쌀국수 이런 종류.. 아침이고 하니
까 아무래도 국물이 있는 음식이 좋겠지? 양자합의로 쌀국수를 먹기로 했다.
이른 아침이라 손님이 없어서 그렇지 식당은 꽤 넓어서 한 100명쯤은 넉넉히 앉을 자리가
있어 보였고, 앞쪽에서 각종 음식을 조리하고 있었다. 가만히 남이 먹는 것을 보니 앞에 가
서 주문한 다음 돈 내고 음식을 가져와야 하는 모양...
난 용기를 내어 쌀국수 파는 아가씨를 똑바로 쳐다보며 씩씩하게 걸어나갔다.
외국인이 자기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오자 아가씨도 긴장한다.
난 그 앞에 선 다음, 헛기침을 두어번 했다.
그리고 분명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말했다.
"꿰이"
"띠오"
"남!"
놀란 토끼눈의 아가씨 왈 ".............................."
어? 이런...
못 알아듣는군... 그럼 다시 더 또박또박 말해야지...
"꿰이"
"띠오"
"남!!!"
더욱 놀란 아가씨는 그저 멀뚱멀뚱... 눈만 껌벅껌벅...
하하하!! 우리나라 식당에 외국인이 와서 음식주문을 이런 식으로 한다고 생각해봐라. 하
하!! 물론 나도 긴장했기 때문에 그랬지만 이 아가씨는 이 때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하
하!! 다행히 아가씨 옆에 있던 다른 태국 남자가 내 말을 알아들었으니 망정이지.. 하하하!!
한 그릇에 700원 하는 이 국수의 양은 라면 한 그릇이 채 안돼 보였다. 아침부터 배 터지게
먹을 일은 없으니 부족한대로 만족.. 아 참! 태국 음식은 한국 음식과 달리 반찬이 하나도
없다. 식탁에 원래 놓여 있던 것은 설탕 한사발하고 고추기름장.(기름고추장 아님) 다른 것
도 뭐가 있긴 했는데 긴장해서 못 봤음. 하하!!
암튼 가져와서는 제일 먼저 관찰.
재료는 국수, 소고기, 기타 양념..
일단 아무 것도 안 넣고 국물 맛을 봤다. 그런데...
"으...................."
엄청 달다. 그냥 먹는 것은 거의 설탕물 수준.. 난 얼른 고추기름장을 한숫갈 크게 떠서 넣
었다. 국수는 육개장처럼 뻘겋게 되고.. 다시 맛을 보니 다행스럽게도 매운맛 때문에 단맛이
사라졌다. 이제 맛있게 먹어야 한다. 근데 자꾸 생각을 그렇게 해서 그런지 무슨 이상한 냄
새가 나는 것도 같다.
"크....................."
이럴 땐 생각 자체를 바꾸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먼저 냄새야 나건말건 국물을 꿀꺽꿀꺽
마시고, 국수도 한 젓가락을 크게 집어서 입안에 팍 쑤셔넣고 와구와구 씹는다. 그러면서 동
시에 입으론 이런 말을 반복해서 하는 거지.
"어허! 맛있다. 어허! 맛있다"
사족:
1) 여행 준비를 하면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다보면 다른 재미나고 감동적인 것은 읽을
때뿐이고, 그저 무서운 얘기, 안 좋은 얘기에 온 신경이 쓰였다. 하하!! 기본적으로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남의 나라에 가는 것이 불안했기 때문.. 사실은 어디나 다 사람 사는 곳인데...
2) 태국음식의 특징은 단맛. 앞에서도 말했듯이 쌀국수 식당에 늘 놓여 있는 것이 설탕 그
릇. 태국사람들은 내가 설탕물이라고 표현한 국수에 따로 어른 밥숫갈로 설탕을 푹 퍼서 넣
고 먹는다. 하하!! 그러니 그들이 단맛이라고는 거의 없는 한국 음식을 먹으면 얼마나 맵고
짤까?
3) 오늘의 사진은 앞서 설명한 방콕북부터미널의 모습이다. 사람이 꽤 많았는데, 사진 속에
서는 제대로 표현이 안된 것 같아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