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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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6)

쇼너 3 1064
1999년 3월 1일(월) 방콕도착

드디어 착륙이다. 촌닭 레커는 비행기 이륙때와 똑같이 손에 땀을 쥐고 긴장했다.
아까의 전투력은 모두 상실했나 보다. 크립토나이트 먹은 슈퍼맨같다.
내리려고 하니까 승무원들이 양란의 일종인 덴파레 꽃 한송이를 준다. 여자한테만… 대고객 서비스가 감동이지만 하지만 아무 쓸데가 없다. 버리기도 그렇고 처치곤란했다. 줄려면 좀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를 테면 꿀땅콩, 내지는 물티슈등)을 줄 것이지.

입국수속하려고 줄을 섰다. 도착하는 편이 겹쳤는지 줄이 상당히 길다. 레커랑 둘이 한 줄씩 서서 짧은 줄로 가려고 했는데 레커 화장실 갔다오고 뭐 어쩌고 하느라고 어리버리 하는 사이에 거의 꼴찌로 나왔다. 시간도 상당히 경과해버렸고. 예상보다 수속하는데 1시간 정도 시간이 더 들어버렸다.
줄을 잘 서야 편하다는 말은 세계 어디나 진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겨우겨우 수속을 마치고 공항안으로 들어왔다. 돈 므앙 공항의 조명은 대체로 노란색톤이며 벽들은 갈색톤을 띄고 있어서 안온한 느낌을 주었다. 그다지 수선스런 느낌도 없었다.
우선 TAT에 가서 공짜 지도를 한 장 챙긴다. 여행에서 지도는 전쟁에서의 총과 같다. 이 공짜지도는 버스노선이 그려져 있어서 편했다. 그 외에도 전체적인 방콕의 구조를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문을 열고 나섰다.

‘어~헉’

레커와 내가 동시에 내지른 신음도 아닌 것이 감탄사도 아닌 묘한 소리…

‘덥다….’

아마도 좀 어둑어둑 한게 5시가 넘었던 듯 싶다.
태국하늘에 번지는 노을을 보며 결국 왔다는 묘한 감상에 잠겼다.
감상이 있는데 담배 한 대가 없을쏘냐? 나란히 앉아서 그 동안 참았던 담배를 한 대씩 피우고(핑 돈다. 아~ 어지러워) A2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A2 공항버스 정류장은 별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조그만 탁자를 앞에 놓고 있던 아저씨한테 “에이 투” 라고 말했더니 씩 웃으며 티켓을 주면서 시간표를 가르킨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기다리면서 지도 좀 보고 있으니 차가 들어온다.
타면서 기사에게 카오산에 간다고 다시 한 번 주지시켰다.(쓸데없는 짓임을 나중에 깨달았다)
일단 타기는 탓는데 내리는 곳을 모르니 좀 불안했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노키아, 에릭슨같은 우리나라에서는 좀 드문 핸드폰 메이커의 네온광고판을 보면서 혹시 눈에 익은 곳(사진으로 봐서)이 나오지 않을까 계속 두리번거렸다. 그러기를 한참, 드디어 아는 데가 하나 나왔다. 4개의 날개같이 생긴 민주기념탑.

“야. 이제 다왔나봐” “맞아. 이거 나오면 다 온거라고 그랬어”

다 온거라고 생각하고 이제 내릴 준비를 하는데 도통 이놈의 버스가 설 생각을 안한다. 불안한 표정으로 버스안을 살피니 내릴 준비를 하는 인간이 아무도 없다. 불안감이 점점 더 증폭되었다. ‘지나치는거 아냐?’ 그 순간, 버스가 섰다. 세븐 일레븐 간판이 보였다.
그 순간 아까 어디에서 내릴까 전전긍긍했던게 쓸데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버스에 탄 사람들이 모두 내렸기 때문이다. (아~ 허무해)
모두 배낭 비슷한 걸 가지고, 모두 외국인이다.

“여기가 맞나봐…” 따라 내렸다.

가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A2버스는 카오산까지는 잘 가다가 정류장 근방에서 버스가 골목을 빙글빙글 돈다.
내리는 순간 잘 잡혀있던 동서남북이 흐트러져버렸다. 어디로 가야되는지 몰라서 잠시 뻥하고 서있는데, 내린 사람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이 가는 곳이 카오산일 것 같아서 그냥 따라갔다.
3 Comments
ㅋㅋ.. 1970.01.01 09:00  
공항에서 a2버스 타는곳 처음엔 울나라 청계천 인줄 알았는뎅..
ㅋㅋ.. 1970.01.01 09:00  
아흑.. 올 여름휴가 처음 제가 태국갈때랑 똑같은 느낌..<br>아,, 다시가고파..  a2버스며.. 그때 그 설레임을 돌리도~~..
레커 1970.01.01 09:00  
레커는 촌닭이 아니고 알고보면 '왕귀염둥이'입니다<br>캄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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