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왓디 무앙타이(15)
- 내 친구 프롬 -
새벽 5시40분 기상.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각이지만 오늘은 방콕으로 돌아가는 날이라 일
찍 일어났다. 4일 동안의 방값으로 60불을 내고, 어제 맡겨운 세탁물을 찾았다. 깨끗하게 빨
아서 과분하게 다림질까지 되어 있는 옷가지들에서 이곳 사람들의 정성이 느껴진다. 이제
프롬과 헤어져야 할 시간. 지난 3일 동안 우리와 함께 했던 그와 헤어진다니 많이 아쉬웠다.
참 좋은 친구였는데...
프롬은 참 열심히 사는 친구였다. 하루에 운전해주고 받는 20불 중 그의 몫이 얼마나 되는
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는 푼돈이라도 늘 저축한다고 했다. 이유는? 뜻밖에도 장가가기 위
해서라고. 캄보디아에서는 남자가 여자한테 돈을 지불해야 여자를 데려올 수 있단다. 가격
(?)은 3,000불에서 5,000불 정도하고, 비싼 것(?)은 만불짜리도 있다고 한다.(이 말을 들으며
내 아내는 여기서 얼마씩이나 할까? 하는 우스운 생각을 잠깐 해 봤다. 혹시... 떨이?) 어떤
타입의 여자를 좋아하냐고 물으니 얼굴이 하얀 여자. 그러면서 그는 한국여자가 좋다고 했
었다. 그럼 여자친구가 있냐고 하니 없다는데 여자친구 사귀면 엄마, 아빠한테 혼나고 마구
맞는다고 한다. 하하!! 얼마나 순박한지... 직업상의 이유 때문이겠지만 그는 한국말도 할 줄
알았다. 안녕하세요. 고마워요. 배고파요? 비싸요. 등등... 재미있는 것은 누구한테 배웠는지
'바람둥이'라는 말을 알고 있었다. 내가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했더니 싱글싱글 웃
는다. 좋지 않은 말이니 하지 말라고 해도 여전히 웃고... 그와 헤어지며 선물이라고 초코바
를 줬다. 마땅히 줄 게 없었으니... 어떻게 먹는지도 몰라서 가만히 있길래 내가 바디랭귀지
로 설명. 처음엔 아주 쪼금 떼어서 맛을 본다. 무슨 맛일지가 두려운 모양. 이윽고 맛있게
아주 잘 먹어줘서 내가 다 고마웠다. 점심시간이면 늘 차를 세워 놓은 후 자전거를 타고 또
는 걸어서 어디론가로 향하던 그의 성실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 캄보디아 사람들 -
지난 3일간 아침마다 찾아와서 빵을 축냈던 글로벌의 권사장님과도 작별인사를 했다. 마땅
히 드릴 것도 없는데, 얼마나 죄송하던지... 그냥 가지고 갔던 커피믹스를 드렸다. 원래는 우
리가 먹으려 했던 것이지만, 뜨거운 물을 구할 수 없어 다행히 새것 그대로인 채 남아 있었
다. 별 것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고맙지요. 오리지널 아닙니까?" 하며 받아주시니 오히
려 내가 고마울 따름.(인터넷에서는 글로벌과 이 분에 대해 여기가 숙박비와 음식값이 비싸
고 주인도 건방지다는 등의 이유로 한때 시끄럽기도 했으나, 내가 보기엔 좋은 분이었다)
7시10분. 미니버스가 글로벌을 출발했다. 차안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도 여럿 끼어있
었다. 운전석 옆에는 조수들이 두 명이나 탄다.(걔들에게 무슨 할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겟음) 암튼 남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졸려 죽겠는데, 이 세놈들은 뭐가 신나는지 빨리
떠나지도 않으면서 노냥 히히덕거린다. 게다가 에어컨은 엄청 빵빵해서 모두 동태가 될 지
경이고, 라디오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캄보디아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이건 노래가 아니라
소음.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오늘 중으로 방콕에 도착해서 파타야로 갈 계획인데, 그러려면
서둘러 떠나야 할 상황. 그러나 운전사는 아예 어디로 가버리고 없으니...
결국 나는 열불이 나고 말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얼굴로 한 마디 했지.
"소리 줄여!!"
앞에서 히히덕거리던 두 녀석들은 깜짝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나를 쳐다본다. 누가
화내는 모습을 처음 보는 모양.
"라디오!!"
나름대로는 다른 나라사람들도 있어서 점잖게 말하려고 했으나 언성이 높았던 모양이지? 한
녀석이 황급히 라디오 소리를 줄였다.
하하!!
내가 등을 의자에 대고 편안하게 앉아 녀석들을 지켜보니 녀석들은 완전히 쫄아서 가만히
있네? 하지만 그러기를 10분. 한 녀석은 라디오 소리가 작아서 답답한지 살금살금 다가가더
니 아주 조심스럽게 볼륨을 만지작만지작 한다. 참.. 순박하다.
드디어 출발. 하지만 출발했어도 출발이 아니었다. 운전사는 길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차를 세워 놓고 무슨 얘기를 그리 신나게 하는지. 하긴 달리다가도 아는 사람을 보면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떠들어댄다. 그럴 때마다 승객들은 속이 터져서 다들 궁시렁대
지만, 걱정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 평화롭다.
- 다시 방콕으로 -
왔던 길로 다시 돌아왔다. 중간에 [시소폰]이라는 작은 마을에 내려서 음료수를 마시고 잠깐
쉰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은 올 때와 같다. 방콕에 도착한 시각은 출발 후 꼭 12시간만인
저녁7시. 씨엡립에서 방콕까지는 서울-부산거리와 비슷한 418킬로. 한국에서보다는 시간이
2배나 걸리는 셈. 시각이 늦어 파타야는 포기했지만 그래도 방콕에 도착하니 기분이 참 좋
다. 특히 캄보디아에 있다가 와서 그런지 마치 선진국에 온 느낌. 숙소는 [싸왓디호텔]로 정
했다. 숙소 구하려고 두어시간이나 헤맸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서... 우리가 묵은 숙소는 카오
산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있는 집인데, 지은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아주 깨끗했
다.(내가 알기로는 방콕에 같은 이름의 호텔이 또 있다) 처음에 여기 와서 멋모르고 들어갔
던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에 하도 질려선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욕실 딸리고 에어컨 도는데
방값은 500바트(17,500원)
- 카오산 로드 -
여장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이곳은 전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카오산로드. 거
리에는 여행자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각종 업소에선 음악이 흥겹게 울려 퍼지고 갖가지 노
점들도 성황이다. 중국식 만두인 춘권을 먹어보고(700원) 군 옥수수도 먹었다(350원). 신기
한 것은 비닐봉지에 담아 빨대를 꽂아주는 과일주스. 생과일을 얼음과 함께 갈아주는데 수
박, 바나나, 파인애플 등 우리와 친숙한 과일부터 파파야, 망고, 구아바 등 평소에 먹기 힘든
과일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그 맛은 거의 환상이다. 가격은 700원. 하루종일 여기만 돌아다녀
도 흥겨울 것 같은 분위기! 구태여 비교하면 우리 나라의 대학로와 비슷할까? 그런데 우리
나라엔 이렇게 좋은 곳이 왜 없는지 모르겠다.
사족:
1) 아내가 내게 물었다. "한 이삼십년 지나면 캄보디아 사람들도 우리처럼 살수 있을까요?"
글세... 내가 보기엔 어려울 것 같다. 우리 나라의 50-60년대와 비슷해 뵈는데(사실 잘 모름.
그러나 내가 어렸던 70년대보다는 훨씬 가난해 보임) 학교 안가는 애들이 너무 많고 사람들
이 근본적으로 악착같은 면이 없이 낙천적이라...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토착자본이 뿌리
를 내리기도 전에 온 나라를 휩쓸어버린 외국자본의 위력. 그 결과로 돈 많은 외국인들 아
래 자국민들은 이미 하층으로 전락하여 계급을 형성해버렸다.
2)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따라서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적어
도 그런 면에선 우리 나라의 경제발전모델이 좋은 것 같다. 차관을 도입해서 경제개발하고,
나중에 벌어서 갚는 방식
3)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는데, 오늘의 사진은 카오산로드의 모습. 밤 풍경은 아니고 다음날
아침에 찍은 것이다.
새벽 5시40분 기상.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각이지만 오늘은 방콕으로 돌아가는 날이라 일
찍 일어났다. 4일 동안의 방값으로 60불을 내고, 어제 맡겨운 세탁물을 찾았다. 깨끗하게 빨
아서 과분하게 다림질까지 되어 있는 옷가지들에서 이곳 사람들의 정성이 느껴진다. 이제
프롬과 헤어져야 할 시간. 지난 3일 동안 우리와 함께 했던 그와 헤어진다니 많이 아쉬웠다.
참 좋은 친구였는데...
프롬은 참 열심히 사는 친구였다. 하루에 운전해주고 받는 20불 중 그의 몫이 얼마나 되는
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는 푼돈이라도 늘 저축한다고 했다. 이유는? 뜻밖에도 장가가기 위
해서라고. 캄보디아에서는 남자가 여자한테 돈을 지불해야 여자를 데려올 수 있단다. 가격
(?)은 3,000불에서 5,000불 정도하고, 비싼 것(?)은 만불짜리도 있다고 한다.(이 말을 들으며
내 아내는 여기서 얼마씩이나 할까? 하는 우스운 생각을 잠깐 해 봤다. 혹시... 떨이?) 어떤
타입의 여자를 좋아하냐고 물으니 얼굴이 하얀 여자. 그러면서 그는 한국여자가 좋다고 했
었다. 그럼 여자친구가 있냐고 하니 없다는데 여자친구 사귀면 엄마, 아빠한테 혼나고 마구
맞는다고 한다. 하하!! 얼마나 순박한지... 직업상의 이유 때문이겠지만 그는 한국말도 할 줄
알았다. 안녕하세요. 고마워요. 배고파요? 비싸요. 등등... 재미있는 것은 누구한테 배웠는지
'바람둥이'라는 말을 알고 있었다. 내가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했더니 싱글싱글 웃
는다. 좋지 않은 말이니 하지 말라고 해도 여전히 웃고... 그와 헤어지며 선물이라고 초코바
를 줬다. 마땅히 줄 게 없었으니... 어떻게 먹는지도 몰라서 가만히 있길래 내가 바디랭귀지
로 설명. 처음엔 아주 쪼금 떼어서 맛을 본다. 무슨 맛일지가 두려운 모양. 이윽고 맛있게
아주 잘 먹어줘서 내가 다 고마웠다. 점심시간이면 늘 차를 세워 놓은 후 자전거를 타고 또
는 걸어서 어디론가로 향하던 그의 성실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 캄보디아 사람들 -
지난 3일간 아침마다 찾아와서 빵을 축냈던 글로벌의 권사장님과도 작별인사를 했다. 마땅
히 드릴 것도 없는데, 얼마나 죄송하던지... 그냥 가지고 갔던 커피믹스를 드렸다. 원래는 우
리가 먹으려 했던 것이지만, 뜨거운 물을 구할 수 없어 다행히 새것 그대로인 채 남아 있었
다. 별 것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고맙지요. 오리지널 아닙니까?" 하며 받아주시니 오히
려 내가 고마울 따름.(인터넷에서는 글로벌과 이 분에 대해 여기가 숙박비와 음식값이 비싸
고 주인도 건방지다는 등의 이유로 한때 시끄럽기도 했으나, 내가 보기엔 좋은 분이었다)
7시10분. 미니버스가 글로벌을 출발했다. 차안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도 여럿 끼어있
었다. 운전석 옆에는 조수들이 두 명이나 탄다.(걔들에게 무슨 할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겟음) 암튼 남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졸려 죽겠는데, 이 세놈들은 뭐가 신나는지 빨리
떠나지도 않으면서 노냥 히히덕거린다. 게다가 에어컨은 엄청 빵빵해서 모두 동태가 될 지
경이고, 라디오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캄보디아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이건 노래가 아니라
소음.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오늘 중으로 방콕에 도착해서 파타야로 갈 계획인데, 그러려면
서둘러 떠나야 할 상황. 그러나 운전사는 아예 어디로 가버리고 없으니...
결국 나는 열불이 나고 말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얼굴로 한 마디 했지.
"소리 줄여!!"
앞에서 히히덕거리던 두 녀석들은 깜짝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나를 쳐다본다. 누가
화내는 모습을 처음 보는 모양.
"라디오!!"
나름대로는 다른 나라사람들도 있어서 점잖게 말하려고 했으나 언성이 높았던 모양이지? 한
녀석이 황급히 라디오 소리를 줄였다.
하하!!
내가 등을 의자에 대고 편안하게 앉아 녀석들을 지켜보니 녀석들은 완전히 쫄아서 가만히
있네? 하지만 그러기를 10분. 한 녀석은 라디오 소리가 작아서 답답한지 살금살금 다가가더
니 아주 조심스럽게 볼륨을 만지작만지작 한다. 참.. 순박하다.
드디어 출발. 하지만 출발했어도 출발이 아니었다. 운전사는 길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차를 세워 놓고 무슨 얘기를 그리 신나게 하는지. 하긴 달리다가도 아는 사람을 보면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떠들어댄다. 그럴 때마다 승객들은 속이 터져서 다들 궁시렁대
지만, 걱정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 평화롭다.
- 다시 방콕으로 -
왔던 길로 다시 돌아왔다. 중간에 [시소폰]이라는 작은 마을에 내려서 음료수를 마시고 잠깐
쉰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은 올 때와 같다. 방콕에 도착한 시각은 출발 후 꼭 12시간만인
저녁7시. 씨엡립에서 방콕까지는 서울-부산거리와 비슷한 418킬로. 한국에서보다는 시간이
2배나 걸리는 셈. 시각이 늦어 파타야는 포기했지만 그래도 방콕에 도착하니 기분이 참 좋
다. 특히 캄보디아에 있다가 와서 그런지 마치 선진국에 온 느낌. 숙소는 [싸왓디호텔]로 정
했다. 숙소 구하려고 두어시간이나 헤맸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서... 우리가 묵은 숙소는 카오
산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있는 집인데, 지은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아주 깨끗했
다.(내가 알기로는 방콕에 같은 이름의 호텔이 또 있다) 처음에 여기 와서 멋모르고 들어갔
던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에 하도 질려선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욕실 딸리고 에어컨 도는데
방값은 500바트(17,500원)
- 카오산 로드 -
여장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이곳은 전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카오산로드. 거
리에는 여행자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각종 업소에선 음악이 흥겹게 울려 퍼지고 갖가지 노
점들도 성황이다. 중국식 만두인 춘권을 먹어보고(700원) 군 옥수수도 먹었다(350원). 신기
한 것은 비닐봉지에 담아 빨대를 꽂아주는 과일주스. 생과일을 얼음과 함께 갈아주는데 수
박, 바나나, 파인애플 등 우리와 친숙한 과일부터 파파야, 망고, 구아바 등 평소에 먹기 힘든
과일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그 맛은 거의 환상이다. 가격은 700원. 하루종일 여기만 돌아다녀
도 흥겨울 것 같은 분위기! 구태여 비교하면 우리 나라의 대학로와 비슷할까? 그런데 우리
나라엔 이렇게 좋은 곳이 왜 없는지 모르겠다.
사족:
1) 아내가 내게 물었다. "한 이삼십년 지나면 캄보디아 사람들도 우리처럼 살수 있을까요?"
글세... 내가 보기엔 어려울 것 같다. 우리 나라의 50-60년대와 비슷해 뵈는데(사실 잘 모름.
그러나 내가 어렸던 70년대보다는 훨씬 가난해 보임) 학교 안가는 애들이 너무 많고 사람들
이 근본적으로 악착같은 면이 없이 낙천적이라...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토착자본이 뿌리
를 내리기도 전에 온 나라를 휩쓸어버린 외국자본의 위력. 그 결과로 돈 많은 외국인들 아
래 자국민들은 이미 하층으로 전락하여 계급을 형성해버렸다.
2)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따라서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적어
도 그런 면에선 우리 나라의 경제발전모델이 좋은 것 같다. 차관을 도입해서 경제개발하고,
나중에 벌어서 갚는 방식
3)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는데, 오늘의 사진은 카오산로드의 모습. 밤 풍경은 아니고 다음날
아침에 찍은 것이다.